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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55화 (755/803)

00755 봄의 제왕 =========================

봇라인과 탑라인의 1차 포탑이 무너졌다.

이제는 서로 라인 관리와 오브젝트 컨트롤에 힘 쓴다.

일련의 운영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벽이라고도 불린다.

간혹 못하는 팀이 잘하는 팀 상대로 라인전 이득을 보거나.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상대로 눈에 띄는 선전을 하거나.

결과적으로 게임의 승패가 기우는 원인이다.

운영 단계에서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원하는 구도의 한타가 열 수 있고.

잘라먹는 등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오브젝트를 가져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운영 능력이 떨어지면 헛걸음만 계속 하게 된다.

라인전 단계에서 이득 본 거?

어느샌가 전부 사라지고 만다.

당연하게도 신세상 매직과 삼선 레드는 프로페셔널이다.

서로 깔끔하게 줄 건 주고, 가져갈 건 가져간다.

피 튀기던 라인전에 비해 경기의 흐름은 잔잔하다.

아무래도 무대가 무대.

그 중요도가 남다른 결승전이다.

양 팀 모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없냐면 그건 또 아니다.

<이번 용도 그냥 내줄 생각입니다. 아직 우리가 정식 한타를 이길 것 같진 않다. 대신 타워 격차를 따라잡겠다. 일단 나쁜 판단은 아닙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신세상 매직은 용을 두 번 가져갔다.

아무리 초반 용이 주는 글로벌 골드가 적어졌다고 해도 용은 용이다.

더욱이 최근 초반 가치가 조금 오르기까지 했다.

삼선 레드가 용을 망설임 없이 내준 이유.

핑크스도, 자드도 조금은 더 성장을 해야 한다.

망해버린 또도 박사도 최소한의 방템을 갖춰야만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한 가지.

한 차례 무난하게 이득을 보면 사람은 방심하게 되어있다.

구오오..!

봇라인 수풀에 숨어있었다.

자드가 치비르를 향해 궁극기를 사용했다.

당연하게도 반항은 만만치 않다.

<영락검 나온 자드거든요? 타워 안쪽까지 따라가서 죽이고 궁극기 그림자 재사용해서 빠져나옵니다!>

<치비르도 불의의 와중에 반응을 해냈습니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는 했다는 거에요. 삼선 레드 다 탑에 있는데 자드가 안 보이니까! 그래도 설마 나 치비른데 죽기야 하겠어? 그런데 죽었어요.>

라인클리어에 특화된 치비르다.

미니언 웨이브 아무리 많아도 스킬쿨 한 번 돌리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한 번 더 밀고 갈 생각도 없으니 위험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만에 하나 자드가 근처에 있다면?

치비르는 대 대 암살자 특화 원딜러다.

웬만하면 죽지 않겠다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

<치비르 끊기고 나머지 삼선 레드가 탑 1차 밀면 용으로 얻은 글로벌 골드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시선 탑 쪽으로 돌려두고 자신은 봇에서 대기하는 노림수, 제대로 먹혔습니다.>

용으로 얻은 글로벌 골드가 상쇄되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잘 큰 자드가 더욱 성장했다.

정말 놀라운 건 이 모든 상황을 혼자 그려냈다는 거다.

상황을 정리한 클끼리 해설이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게임을, 삼선 레드를 다대기 선수 혼자 지탱하고 있습니다. 자드 아니었으면 게임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기울어졌을 겁니다.>

<올마스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미드라이너 아니겠습니까? 올마스터 선수는 다섯 라인 전부 잘하지만 미드로 한정하면 이 선수도 못지 않아요!>

전범준 캐스터가 호들갑을 떨 만도 하다.

근래의 경기 따질 것도 없다.

오늘만 해도 다대기 선수의 경기력이 장난 아니다.

정글러가 미드를 풀어준 것도 아닌데 솔킬을 딴다.

심지어 암살까지 해내며 운영 주도권을 알아서 만들어낸다.

이만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도 손가락에 꼽는다.

<올마스터와 비교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선수는 전 세계에서 찾아봐도 몇 명 없거든요? 그런데 이 선수는 됩니다. 왜냐면 지금 경기 승패가 예측이 안돼요. 현재 한국에서 올마스터의 캐리를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수라는 소리입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인데 작년 스프링 시즌도 그렇고 봄만 되면 다대기 선수 폼이 올라요? 일명 가을의 전설처럼 이 선수도 봄을 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조금 흥분해버리자 클끼리가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띄워주는 건 좋은데 너무 나갔다.

그것이 새로운 별명의 탄생을 예고하게 될 줄이야.

전범준 캐스터가 한 마디 크게 외쳤다.

<오늘 결승전 이기면 장군에서 왕이 되는 겁니다! 봄의 제왕! 그 영광이 결코 꿈이 아니에요!>

<왕위를 물려받으러 왔습니다, 아버지. 막 이런 식으로 되나요?>

클끼리가 계륵을 붙인 바람에 개그스러워지긴 했다.

하지만 갤럭시 크래프트 때는 흔했던 일이다.

선수에게 이미지와 별명을 지어준다.

로드 오브 로드로 넘어오면서 조금 뜸해졌다.

팀 게임이다 보니 선수가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게 힘들다.

중계진들 입장에서 지어주는 게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이 선수는 이미 장군이다.

오늘 결승전 이겼을 때 한 나라의, 롤챔스의 왕으로서 우뚝 선다.

더없이 어울리는 칭호 아니겠는가?

<봄의 제왕.. 물론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성 충분해요. 다대기 선수 오늘 일 낼 수 있습니다.>

<게임 진짜 모르게 됐습니다. 사실 이 선수 아니면 자드 못 써요. 최근 메타에서 자드가 사장된 이유가 잘 못 크면 할 게 없어서인데, 이렇게 잘 크고 암살 척척 해내면 혼자 2인분씩 가능한 챔프가 또 자드거든요? 왕의 자리에 오르는 길.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입니다.>

원래부터 잘하는 선수였던 건 맞다.

올마스터에 비하면 조금 초라했던 것도 맞다.

오늘로 힘의 균형이 재정립 될지도 모른다.

그럴 만한 기대치는 이미 보여주었다.

관중들, 시청자들 가리지 않고 관심이 폭발한다.

왕의 길을 저지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사람.

올마스터의 행방에도 이목이 모인다.

.

.

.

* * *

탑라인을 터트리며 시원하게 시작했다.

그럼에도 경기는 조금 답답하게 흘러간다.

잘 큰 자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휘둘리고 만다.

찰칵!

그랬던 것도 여기까지다.

목표했던 아이템을 완성했다.

조냐의 물시계.

자드를 상대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억겁의 스태프를 생략한 덕에 빠르게 뽑을 수 있었다.

부족한 체력은 괴이한 가면을 통해 보충.

현재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이템트리다.

'자드를 따낸다라.. 그건 안되겠지.'

조냐의 물시계는 분명 자드의 카운터 격 아이템이다.

궁극기 데미지를 고스란히 상쇄하니 당연하다 마다인가.

하지만 이 아이템은 수동적이다.

사용했을 때 상대가 도망가면 막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자드에 대한 억제책.

딱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막 배치기 점멸로 걸어버린다.

그러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안된다.

내 점멸 유무에 한타의 승패가 걸려있다.

'여기서 자드와 놀아주는 건 상대가 원하는 대로야.'

이득을 볼 수 있을 때 보지 못하는 것.

그것조차 손해의 한 갈래다.

나는 점멸을 사용해 킬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발화를 든 자드와 달리 나는 텔레포트다.

수동적인 아이템 조냐의 물시계를 구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봇라인을 밀어붙이고 있는 자드의 마크.

보다 효율적이고 공격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너 나한테 궁극기 걸어도 죽이기 힘들 걸?

내 배치기 맞으면 너 죽을지도 모른다?

자드에게 두 가지 압박을 가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후자다.

내가 부쉬에 숨어도 자드는 파악하는 게 늦다.

왜?

부쉬 체크 하다 잘못하면 배치기 점멸에 맞는다.

스턴으로 시작하는 구리가스의 풀콤보.

이미 탑에서도, 봇에서도 한 번씩은 보여줬다.

여기에 당하면 잘 큰 자드라도 무사할 수 없다.

파아앙!

술통이 터지며 미니언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이 갖춰지자 근거리 미니언이 한 방이다.

탑 구리가스의 사기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차후 미니언에게 가하는 피해량이 30% 줄어든 이유다.

챠락!

화락!

자드는 그보다 한 박자 느리게 미니언 웨이브를 처리한다.

아무래도 라인 클리어 속도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림자 분신은 다른데 사용해야만 한다.

챠라락!

혹시 텔을 탄 건 아니겠지.

확인해보기 위해 표창을 날렸다.

그림자 분신을 사용해 보다 멀리 말이다.

그 끄트머리에 내가 걸렸다.

워낙 회복력이 좋은 구리가스다.

맞는다 해도 짤짤이조차 되지 못한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자드는 위험 부담을 각오했다.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

그림자 분신을 재사용해 수풀 안으로 파고들었다.

때는 이미 늦어있다.

'오, 감이 날카로운데?'

구리가스의 술통을 터트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 번 더 클릭해서 터트리는 것.

다른 하나는 4초가 지나 자동으로 터지는 것.

방금 전 미니언 웨이브를 클리어했던 방법은 후자다.

단서가 적었음에도 용케 눈치챘다.

구태여 4초를 기다릴 이유가 뭐란 말인가.

아니, 그것만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표창을 맞았다.

뻔하게 던진 표창을 굳이 맞아준다?

아무리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좋을 건 없다.

맞는 순간 소리가 나며 위치가 발각되고 만다.

즉,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슈우웅..!

자드가 나를 발견했을 때는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텔레포트를 사용해 탑쪽으로 이동했다.

행동할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핑크스는 블루 오른 벽에 붙어있겠지.'

현재 아군과 적은 바론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보다 위쪽에 자리 잡은 쪽이 아군.

적은 블루 지역 근방에서 탑과 미드의 웨이브를 관리한다.

내가 텔레포트를 탄 위치는 아군이 몰래 박아 놓은 와드다.

적보다 조금 뒤에 있다.

눈 앞에 보이는 지역의 시야는 당연히 어둡다.

그럼에도 행동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이걸 걸어도 되는 걸까?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조금이라도 망설였다간 상대가 대비할 시간이 생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행위다.

판단력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럽다.

적의 대응과, 아군의 호응을 전부 계산한다.

어느 쪽으로 맞아 떨어져도 최상의 이니시다.

투웅!

배치기로 미끄러지며 점멸로 뛰어넘는다.

앞에 있는 벽을 과감하게 넘어버렸다.

도착 지점에 숨어있던 리심과 핑크스.

배에 맞고 튕기며 스턴 상태에 빠져든다.

파아아앙!

이어지는 풀콤보는 강제적이다.

기절한 핑크스는 피하지도 못하고 얻어 맞는다.

주문력 아이템을 올린 구리가스.

일단 맞으면 딜러진은 순삭이다.

이미 한 번 봇라인에서 입증했다.

상대 쓰렉귀의 반응이 빨랐다.

두웅-

술통과 궁극기가 터지기 전에 탈력을 걸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임에도 좋은 반응이다.

데미지가 경감한 덕에 핑크스는 구사일생.

목숨은 부지했지만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구리가스의 궁극기 술통 폭탄은 피격된 대상을 날려버린다.

날아간 핑크스는 아군 치비르의 평타를 맞고 마무리.

이어서 아군의 이동 속도가 몹시 빨라진다.

치비르가 궁극기인 한타 개시를 발동했다.

하아아아!

내가 합류한 이상 4대5다.

한타를 망설일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유일한 딜러인 핑크스가 죽었으니 당연하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핑크스와 함께 술통 폭탄을 맞고 튕긴 리심도 마무리된다.

쓰렉귀도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또도 박사 만이 외로이 식칼을 던지며 고군분투한다.

─아군이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뒤늦게 자드가 오지만 역부족이다.

라인클리어가 완벽하지 않은 챔피언.

만약 완벽하다 해도 몸을 대고 밀었을 것이다.

미드 2차 포탑부터 억제탑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이걸로 체크메이트야.'

20분 초반에 억제탑 하나 내줘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자드가 스플릿만 잘하면 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소리다.

상대의 운영은 자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스플릿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팀이 버텨주는 것.

이렇게 억제탑이 개통되면 자드 없이 막기 힘들다.

자드는 수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한다.

구태여 자드를 쫓지 않아도 불러들일 수가 있다.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힘이 있음에도 발휘할 상황이 안된다.

구리가스의 강제 이니시가 일련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앞서 파사딘과 달리 100% 승리를 위해 꺼낸 카드다.

시작 단계에서 이미 일련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상대가 몸을 추스리기 전에 서둘러 게임을 끝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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