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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56화 (756/803)

00756 봄의 제왕 =========================

삼선 레드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타를 대패하고 포탑이 두 개나 부숴졌다.

아이템 격차가 반드시 나게 된다.

안 그래도 못 큰 또도 박사는 식칼 두어번 던지고 갈릴 것이다.

자드의 스플릿?

미드 라인의 거대 미니언 때문에 안된다.

운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상대는 사이드 압박을 하든.

한 명을 끊고 바론을 가든.

선택의 방향이 너무 넓다.

버틴다 해도 패배라는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맞다.

"가자, 가보자. 버스트 해보자."

다대기의 오더에 따라 네 명의 팀원들이 움직인다.

또도 박사는 이미 텔레포트를 탔다.

망해버린 또도 박사는 사이드 라인 가서 파밍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처지였다.

지금껏 텔레포트를 몇 번 사용하지도 못했다.

그 덕분에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상대가 억제탑을 파괴하고 귀환을 탄 지금.

자드와 또도 박사가 바론을 친다.

또도 박사는 탱커 중에 바론 제일 잘 잡는 챔피언이다.

영락검이 나온 자드도 미드라이너 중 수위를 꼽는다.

둘이서 죽자고 바론을 치니 체력이 반쯤 깎인다.

이윽고 부활한 나머지 세 명의 아군이 도착했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기어코 잡아내고야 말았다.

망설임없이 판단을 내린 덕분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파아아앙!

구리가스의 술통 폭탄이 터졌다.

너프라는 말이 있지만 상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넓디 넓은 궁극기의 범위는 이전과 변함없이 똑같다.

바론 백작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섯 팀원이 전부 맞았다.

버스트를 위해 딜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돈!>

엎친 데 덮친 격.

야흐오의 궁극기가 연계된다.

입롤 그대로는 아니고 세 명이 재차 띄워졌다.

참 다행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변하진 않는다.

"아.. 이거 게임 끝나겠다."

"쟤네 전부 의병대 신고 왔네. 아깝다. 바론은 먹었는데."

다대기의 오더가 잘못된 건 아니다.

애시당초 위험 부담을 안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아무런 투자없이 역전한다?

상대가 던져주는 것만을 바라는 행위다.

당연하게도 신세상 매직 같은 강팀이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어차피 질 거 조금 더 빠르게 졌을 뿐이다.

크게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

하지만 한 명 만은 다르다.

가장 할 말이 많은 사람.

터져버릴 뻔했던 게임을 지탱하고 있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 희망 어린 오더를 기획한 사람.

화가 날 만도 한 다대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웃섹아, 리메이크 구리가스 좋아 보인다."

"진짜 하지 마라.."

아웃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멘탈이 상했으면 어떡하지.

실제 프로들 사이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다.

10/0/8 프로즌 숨쉰 채 발견.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은가?

아무리 호흡을 맞춰서 하는 프로 리그라고 해도 캐리하는 와중에 팀이 던져서 지면 빡친다.

그냥 게임 자체를 잘못 만든 거라 프로들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다대기의 멘탈은 온존했다.

상대가 넥서스를 밀어 게임이 끝난 후.

괜시리 불안하게 커스텀 게임을 파서 구리가스를 해보고 있지만 괜찮다.

아마추어 리그 LCL 때는 말릴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치명적인 술통 센스를 가지고 있는지 차마 몰랐다.

코치와 감독도 있는데 설마 그런 기행을 선보일까.

"야, 구리가스.."

"할 생각 꿈에도 하지 마라. 두 번째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배치기 후에 술통 연계하는 거 대처가 불가능하네."

경기 중에 당해보기도 했거니와 직접 해보니 알 것 같다.

이 챔피언이 가진 사기성.

배치기를 맞으면 그 이후 연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봇라인에서 핑크스가 점멸도 못 쓰고 죽었던 것.

바론 앞 한타에서 반항도 못하고 산화했던 것.

데프콘이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그럴 만도 했다.

"하긴 이전에는 점멸 바로 쓰면 살았지."

"패시브 체력 차는 것도 여전해서 라인 유지력도 준수하고 챔피언이 좋네. 연습 좀 해봐야겠다."

"그래, 대회 끝나면."

상정하지 못한 전략을 당했을 때 밴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처일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어째서 이 전략이 먹혔는지 꼭 분석을 해서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삼선 레드는, 아웃섹과 다대기는 올마스터를 여러 번, 그것도 대회 무대에서 상대해봤다.

그때마다 드는 결론은 어쩔 수가 없다.

웬만한 건 당연히 대비해서 온다.

솔로랭크에서 최근 뜨는 카드.

그리고 혹시 올마스터가 써버릴지도 모를 챔피언.

사전에 대비를 할 때 이러저러 작전이 많이 나온다.

정작 붙었을 때 도움이 안돼서 문제지.

그래도 오늘은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

삼선 레드의 팀원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어떻게 리메이크된지 닷새된 챔피언을 둘 다 꺼내냐.."

"그래도 하나는 실패해서 다행이야."

"얼음 장갑 파사딘은 몰라도 구리가스는 진짜 세더라. 또도 박사로 맞파밍이 안돼."

리메이크, 혹은 신규 챔피언이 있다면 위험 대상 1순위다.

실제 대회 무대에서 짭짤하게 써먹은 이력이 있는 올마스터다.

둘 중 하나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나오면 높은 확률로 파사딘이라 여겼다.

파사딘은 너프가 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후반에 가면 오히려 리메이크 전보다 좋다.

높은 AP계수가 여전할 뿐더러 원콤이 강력해졌다.

황천의 칼날이 강렬한 한 방 스킬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궁극기 쿨타임이 무려 3초.

마법 실드도 시간이 갈수록 상당히 괜찮다.

어째서 얼음 장갑을 간지는 몰라도 나올 만했다.

하지만 구리가스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파사딘이 나온 시점에서 또 나올 줄은 몰랐다.

"아무튼 스코어도 1대1이고 경기 내용도 괜찮았어. 지금부터 더 집중하면 돼. 특히 데프콘."

삼선 레드의 코치 백성철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눈동자는 팀의 원딜러 데프콘을 바라보고 있다.

그보다 먼저 대답을 한 건 아웃섹이었다.

"코치님 근데 전 세트는 어쩔 수 없었어요. 배치기 점멸 맞는 순간 반응이 안돼요."

경기의 패인 중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데프콘의 핑크스가 구리가스에 두 번 끊겼다.

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죽었다.

특히 바론 앞에서 잘렸던 건 너무 컸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데프콘의 잘못일까.

누가 됐어도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아웃섹의 변호는 타당한 말이다.

팀원들은 물론 코치도 알고는 있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실수 말고.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지?"

"집중.. 아,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렵네요."

윈터 시즌 이후 삼선 레드의 원딜러를 맡고 있는 데프콘.

그의 실력은 前원딜러 코볼트 못지 않다.

실제로 잘할 때는 캐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문제가 있다면 상정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멘탈 관리가 안된다.

흔히 말하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다.

나이가 어리며, 대회 경력이 적다.

바론 트라이를 해버린 이유 중 일부이기도 하다.

비율로 따지면 1할 미만.

어떻게 보면 핑계라고도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이야기다.

이전 세트에서 경기를 더 나아갔어도.

만약 어떻게 한 번 잘 비벼서 억제탑 시간을 벌었어도.

핑크스가 제 역할을 해줄 가능성은 희박했다.

"힘들면 휴식 시간 좀 길게 잡아 달라고 할까?"

당연하게도 휴식 시간을 길게 달라고 더 주진 않는다.

여기가 무슨 노래방이 아니지 않은가.

작전 타임을 소모하더라도 상관없다.

선수의 멘탈을 잡아주는 것도 코치의 역할이다.

"괜찮습니다. 후우.. 할 수 있어요. 아니, 하게 해주세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어깨의 짐은 대신 지어줄 사람은 없다.

.

.

.

* * *

상대를 일방적으로 터는 경기.

응원하는 팀이 이긴다면 당연히 재밌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매니아층은 전체로 따지자면 소수다.

어떤 스포츠든 간에 박빙의 승부가 나와야 재미가 찰지다.

이는  E-스포드 또한 마찬가가지다.

때문에 현재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삼선 레드가 이변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신세상 매직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놨다.

어느 쪽도 불안하거나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질질 끄는 모습이 없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저는 삼선 레드의 과감한 판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승패가 결정난 게임. 30분, 40분 시간 끌면 선수들도 고통스럽겠지만 보는 시청자들도 답답하거든요?>

<어차피 모 아니면 도! 던져보는 게 사나이에요. 바론 먹고 뺄 수 있었으면 경기 또 모르는 거였지 않습니까?!>

사실 제일 답답한 건 어떻게든 시간 떼워야 하는 중계진들이다.

이미 끝났는데 끝났다고 말할 수가 없다.

입장상 희망이 있다는 식으로 돌려 말해야만 한다.

실낱 같은 가망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약이라도 팔겠다.

가망 전혀 없는데 라인만 막으면서 반시체가 숨만 쉬면 참..

강빈 해설이 조냐를 왜 하는지 백분 이해하게 된다.

클끼리 해설이 마지막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기적의 바론 오더, 약칭 기바오라고 하죠? 제가 만약 경기를 뛰는 선수였어도 해봤을 것 같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했어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던 신세상 매직이 대단했다. 양 팀 모두 짧지만 임팩트 있는 경기 보여주었습니다.>

前얼밤의 정글러, 전자 두뇌라 불리었던 클끼리이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마지막 바론 한타의 희비를 갈랐던 건 신세상 매직의 판단이었다.

상대가 바론을 칠 수도 있다는 걸 상정하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귀환하자마자 의병대를 신고 달렸다.

만약 한두 명이 천천히 회복하고 걸어갔다면?

구리가스의 술통 대박, 야흐오의 호응.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수적 우세와 바론 버프를 바탕으로 어찌저찌 비벼버린다.

그렇게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거둘 수 있던 값진 승리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한참은 이르다.

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양 팀의 스코어는 1대1.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렸다.

<신세상 매직이 지금까지 카드를 두 개 보여줬는데 하나는 실패하고, 다른 하나는 성공했어요. 성공한 카드, 잘랐습니다.>

<의외성도 있었지만 챔피언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확실히 라인전, 운영, 한타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이렇게 되면 다음 밴은 애꾸사자, 그렇죠.>

첫 단추가 잠궈지자 밴픽 마스터 김은준의 진가가 드러난다.

유독 신세상 매직의 경기에서만 입이 무거워지는 그다.

언제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왔고 그 결실이 나타난다.

<이전 세트에서 탑&미드 스왑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어요. 한 번 당했으니 사전에 틀어 막아야죠? 여기에 다이브 최적화된 거미여왕, 역시 자르네요.>

그의 특기인 밴픽 예상은 당연하게도 찍는 게 아니다.

정답을 이끌어내는 합리적인 공식을 따른다.

어떤 이유로 밴을 하고 있는 건지 안다는 소리다.

<이전 세트의 패배 요인이었던 탑에 밴카드를 투자하겠다. 안정적인 스프리트 선수의 성향상 변수 차단만 해주면 정글러가 탑 안 봐줘도 무럭무럭 알아서 잘 크거든요.>

<반대로 말하자면 이번 세트는 정글러가 미드 봇을 봐주겠다는 소리입니다. 하드 캐리형 챔피언 안 나올 이유가 없죠? 참고로 지금 나이즈 살았습니다.>

클끼리가 중요한 부분을 짚어줬다.

이렇게 서로 저격 밴을 하다 보면 OP챔피언이 산다.

물론 최근에는 OP챔피언들이 많아서 레드 팀이 더 유리하다.

그런 소리가 있긴 한데 한 챔피언에 한정하자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전범준 캐스터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다대기 선수에게 장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챔피언 아닙니까? 가져가면 다대기 장군 머리 위에 별 하나 더 달려요!>

말 그대로다.

무난하게 2코어만 뽑아도 왕귀.

나이즈의 캐리력은 대장군이라는 세 글자로 설명이 된다.

다대기 선수가 시즌2부터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챔피언이다.

큰 너프를 먹은 이후 속된 말로 관짝을 덮었지만 최근 상향을 먹었다.

충분히 사용할 만해졌다, 커뮤니티는 물론 선수들도 그렇게 말한다.

성장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은 왕귀형 챔피언이긴 하다.

그런데 때마침 삼선 레드의 전략이 미드, 봇을 밀어준다.

가져가지 않을 이유?

당연히 없다.

신세상 매직도 그걸 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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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삼성 레드의 탑과 정글이 바뀝니다.

루시퍼->아콘

대디->스프리트

제 착오로 인한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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