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58 봄의 제왕 =========================
신세상 매직이라면 탑&미드 스왑 그럴 수 있는 팀이다.
원래 그런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특기로 삼는 팀이 아니던가.
당하는 입장에서도 오, 그런 방법이?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어처구니가 없어도 좀 정도껏 없어야지.
미드 말카림이 대체 가당키나 한가?
─더블 킬!
되는 모양이다.
이전 세트에서의 실책을 만회하겠다.
씨지맥이 주 챔피언 말카림을 잡자 미쳐 날뛴다.
<더블 키일! 말카림 달려가서 야흐오까지 잡아냅니다!>
<말카림 Q 2스택 쌓고 유령화 켜면 지속딜 장난 아니거든요. 이블퀸이 죽기는 했지만 할 거 다해줬고, 마무리하는 각 나왔죠.>
클끼리 해설이 방금 전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원래는 적당하게 노려본 갱킹이었다.
아무래도 말카림은 근접 챔피언.
게다가 점멸을 들지 않는다.
야흐오가 회오리 모아서 돌격하면 무조건 띄울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미드 말고 갈 데도 없었다.
적당히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마는 거고.
딱 그런 마인드로 갔는데 일이 커져 버렸다.
<말카림이 바로 유령화 뺐으면 적당히 치다 빠졌을 겁니다. 얘 뭘 믿고 안 빼? 좀 더 때리면 죽을 것 같은데? 욕심날 만했고 이블퀸 와도 빠르게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겁니다.>
말카림이 3레벨에 Q스킬 언월도 돌리기를 두 개 찍는 경우가 간혹 있다.
왜냐면 딜교환이 훨씬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흐오처럼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놈들.
미니언 탈 때마다 싹~ 긁어주면 질질 싼다.
대신 갱킹을 당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E스킬 멸망의 질주는 말카림이 점멸을 안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 찍었으니 혹할 만했고 시도했는데 결국 비벼졌다.
패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블퀸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흡수하는 원혼 켜서 체력 쭈욱 찼죠.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팀원이나 미니언이 때린 것도 흡혈이 됩니다. 야흐오가 하필 탈력을 든 게 컸어요.>
장막으로 한 번 막고, 탈력으로 한 번 더 막으면 나이즈는 딜 제로다.
야흐오가 탈력을 든 이유는 그래서다.
그런데 상대가 말카림.
치유 감소가 붙은 발화가 아니라서 순삭이 안된다.
때문에 리심과 야흐오는 돌출된 이블퀸부터 때렸다.
어떻게 미니언들과 함께 잘 때리니 죽일 각이 나왔다.
따내긴 했지만 리심이 점멸 빠지면서 말카림에게 사망.
말카림이 4레벨을 찍으며 멸망의 질주를 배웠다.
야흐오가 미니언을 타든 말든 타겟팅으로 찍어버리는 말발굽이다.
<차라리 이블퀸이 더블 킬을 먹었으면 다행일 텐데.. 말카림 어쌔신의 신발 벌써 나오면 이거 어떻게 막나요? 미드 가만히 두면 솔킬 무조건 나옵니다.>
<솔킬이 문제가 아니라 리심 갱왔다가 더블 킬 당할 수도 있어요?>
방어력을 올려주며 적 평타를 10% 막아주는 어쌔신의 신발.
야흐오의 공격을 정말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리심도 AD챔피언이라 갱을 가도 죽이는 게 쉽지 않아졌다.
그 뿐이라면 정말 다행이다.
이 어쌔신의 신발은 말카림에게 하나 더 특별한 효과를 추가해준다.
이동 속도가 곧 공격력.
그런 패시브를 가지고 있다.
─신세상 CGVMAXIM님이 학살 중입니다!
야흐오의 실수라기 보단 필연이다.
더블 킬을 먹고 6레벨이 앞당겨진 말카림.
찍자마자 냅다 꼴아 박는다.
말카림의 궁극기 사거리는 말화이트와 동일하다.
<점멸 없기 때문에 궁극기 맞을 수밖에 없었고, 이동 속도 차이 나서 도망도 못 갑니다.>
<그래도 다이브라서 조금 망설여야 정상인데 역시 장인이라 킬각 미세하게 잘 보네요. 설마 하고 유령 먹던 리심 깜짝 놀라서 채할 뻔했죠?>
심지어 끝이 아니다.
한 번 더 이어서 간다.
밀린 미니언 웨이브를 받아 먹는 리심에게 굵은 가시가 박혔다.
쿠확!
리심과 달리 2어시를 먹었다.
굳이 미드 라인 봐줄 것없이 프리하게 정글링 했다.
6레벨을 찍은 이블퀸이 궁극기인 어둠의 침식을 때려 박았다.
그리고 한 번 스킬 쿨을 돌렸다.
그것만으로도 킬각이 나온다.
스펠이 모두 돌아온 말카림이 돌격한다.
<리심 여기서 또 죽으면 레드 포함해서 윗 정글 다 털립니다. 레벨링 우주 끝까지 말려버려요.>
<그래도 천만다행 네네톤이 백업 적절히 와서 말카림 마무리는 했습니다. 그런데 네네톤이 포탑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미드와 정글만 말린 게 아니다.
탑도 1레벨 솔킬 이후 하드 디나이를 당했다.
이런 걸 풀어주는 게 정글의 역할이다.
그 정글이 미드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네네톤은 말린 와중에 백업각을 잘 봤다.
리심을 따내고 빠져나오는 말카림을 잡아 학살을 끝냈다.
문제는 되돌아올 골목을 나이즈가 떡하니 장악하고 있다.
네네톤이 밑으로 빠지자 삼거리에 와드 박고 전진 파밍을 한다.
<빅 웨이브를 그냥 생으로 날리게 됐네요. 제압킬을 먹기는 했지만 탑CS 두 배 차이 납니다.>
<게임이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건 속된 말로 터졌죠. 신세상 매직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습니다.>
프로 레벨에서 보기 힘든 과감함.
신세상 매직의 경기에서는 늘상 나온다.
방금도 그러했듯 각 나오면 그냥 들이박는다.
여차하면 죽음도 불사해서 강제로 굴려버린다.
눈덩이 커지는 속도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분명히 탑과 미드의 상성이 좋았는데 라인 스왑 한 방에 이렇게 돼버리네요. 이 팀은 상식이 통하지를 않습니다.>
강팀이 게임 스노우볼 팍팍 굴리는 거 누구보다 좋아하는 김은준 해설이다.
그런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프로 리그, 그것도 결승전인데!
탑 나이즈에 미드 말카림이 말이 되냐?
신세상 매직의 사전에 말이 안되는 건 없다.
이미 두 차례 탑&미드 스왑을 해버렸다.
알고도 당하는 마술 같은 속임수.
밴픽과 전략은 어디까지나 상식 선에서 예측이 된다.
그 상식을 가볍게 비틀어버리니 눈 뜨고 코 베인다.
<그래서 신세상 매직 아니겠습니까! 매직, 마술이거든요?!>
<정말 말씀 그대로 입니다. 어쩌면 야흐오와 네네톤을 밴픽 단계에서 일부러 유도했을지 몰라요. 아니, 확실히 그러네요. 나이즈를 보통 탑으로 쓸 생각을 안 합니다.>
옛날 OP시절에는 뺏어온다는 느낌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적팀에게 주기는 아깝고, 우리 미드는 이미 픽했거나 다른 OP챔프를 가져올 예정이고.
기왕 살았으니 탑에서 파밍 하다 왕귀나 해라.
블러디체리 비슷한 느낌으로 한 번 커봐라.
결과적으로 승률은 안 좋았다.
왜? 물몸인 데다 생존기조차 없다.
0.75초짜리 속박을 누구 코에 붙이겠는가.
그런데 최근 버프가 있었다.
前프로게이머로서 게임 분석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을 클끼리가 말을 이었다.
<기본 체력 조금 오르고 Q사정거리 눈곱 만큼 올랐습니다. 쓰고 싶은 장인들만 써라, 딱 그 정도 느낌의 버프인데 올마스터 선수는 이거 탑으로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미드에서는 애매한 사거리가 네네톤에게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어요.>
그 이점을 활용해 1레벨 솔킬을 따버리기까지 했다.
탑이 말리자 정글러와 미드가 조급해진다.
우리 미드에서 한 번 킬 노려보자.
말카림이 더블 킬을 따는 계기가 되면 이후 게임은 시원하게 터졌다.
어떻게 해야 스노우볼 굴려서 게임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 과정은 김은준 해설이 따박따박 알려준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방법을 해버리는 신세상 매직이다.
이 정도로 터져버린 게임 다시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나, 간과하고 있었다.
탑&미드가 발악을 하는 사이 데프콘의 꼬그모가 무럭무럭 성장했다.
.
.
.
* * *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아니, 지금 시점에서는 나밖에 모른다.
차후 세계적인 원딜러가 되는 데프콘.
데프콘에게는 하나의 일화가 있다.
어째서 저 선수는 마법 저항력 룬을 끼지 않을까.
보통 원딜러가 끼는 룬은 고만고만하다.
기껏해야 문양에 공격 속도룬 몇 개 박는 정도.
그런데 데프콘은 정말 특이하게 세팅한다.
인장에 고정 체력.
문양에 고정 방어.
이러면 마법 저항력은 제로다.
AP서폿 견제에 체력 거덜 날 텐데?
여기에 대한 대답이 가관이다.
스킬은 피하고, 평타는 피할 수 없으니 맞는다.
고정 체력 있어서 평타 한 방 차이로 이길 수 있다.
스킬 피하는 거야 프로 수준의 원딜러라면 기본적으로 지향한다.
하지만 이렇게 룬에서부터 차이를 두는 선수는 데프콘 밖에 없다.
최대한 피하는 게 아니라, 피하는 걸 전제로 게임을 한다.
그 말도 안되는 어거지가 봇라인에서 현실로 펼쳐졌다.
<커져라!>
데프콘의 꼬그모가 광우스타의 박치기를 점멸로 뛰어넘었다.
그러고선 고르키와 맞딜을 한다.
아니, 초중반 원딜 깡패 고르키를 상대로?
자살 행위임이 맞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결과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1코어 전후 타이밍의 고르키는 맞딜이 엄청 강한 원딜러다.
그 맞딜의 근원은 당연하게도 스킬샷.
이를 무빙으로 피해버리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밀치기를 낭비한 광우스타는 꼬그모를 저지할 수단이 없다.
"아, 이거 제가 실수했어요. 그냥 밀고 뺄라 그랬는데 점멸로 피할 줄을 몰랐네.."
"쟤 실수임. 난 잘못 없음."
땡깡을 부리는 초홍이는 어쨌든.
딱히 무리를 한 건 아니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원딜러의 라인 푸쉬.
라인을 먼저 밀며 안정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라인을 밀고 있는 상황이니 미니언이 웃어준다.
상대가 싸워도 어지간하면 이긴다.
꼬그모의 무빙이 어지간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그래서 고르키 안 한다고 했잖아. 빼애애애액!"
"닥치고 해라.. 라인 클리어 없어서 넣은 거니까."
그래도 좀 예전의 고르키라면 해볼 만했다.
고르키는 얼마 전 패치가 됐다.
타겟팅에 한없이 가까웠던 Q스킬.
멀리 쏴버리는 투사체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고르키가 많이 안 좋아졌다.
논타겟 스킬 맞히기가 너무 힘들다.
그런 소리 나오는데 개소리고 곧 있으면 OP소리 듣는다.
그래서 시켰는데 불만 더럽게 많다.
'근데 이건 데프콘이 잘한 게 맞아.'
과감한 앞점멸 이후 맞딜 판단.
고르키의 스킬샷을 피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더블 킬이라는 소득을 거뒀다.
원딜러가 죽은 이상 뚜벅이인 광우스타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라인을 밀고 있었기 때문에 도망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그래봤자 승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탑과 미드의 포탑이 순서대로 파괴된다.
라인전을 아주 탈탈 털어버렸다.
용은 진작 챙겼기 때문에 추가 손해도 없다.
'잘 큰 원딜러라.'
그것도 꼬그모라면 분명 위협적이다.
특히 지금 시기의 꼬그모는 단단하다.
내가 이전에 선보였던 삼종신기 꼬그모.
현재 대회와 솔로랭크에서 유행 중이다.
고르키의 스킬을 피하며 자신의 딜링을 욱여넣는다.
방금 전 데프콘이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탐욕의 둔기에 있는 추가 체력과 이동 속도 증가 덕이다.
얼핏 아이템 창을 열어보니 더블 킬을 먹은 덕에 삼종신기가 완성됐다.
'그래봤자 결국 원딜은 원딜이야.'
상대도 그것을 알았기에 서포터로 랄라를 기용했다.
궁극기와 실드를 통한 슈퍼 세이브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일 때의 이야기다.
'이렇게 잘 클 거라고는 당연히 상정을 못했겠지.'
네네톤과 야흐오, 라인전 카운터를 뽑았다.
올AD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할 만하다.
나이즈, 말카림 잘 크면 위협적이지만 못 컸을 때의 딜링은 뻔한 수준이다.
그런데 게임이 상당히 요상하게 흘러간다.
찰칵!
내가 두 번째로 선택한 아이템은 흔히 말하는 굳히기 용도다.
치사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나이즈에 한해서는 딜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아이템이다.
꽁꽁 언 심장.
바늘 갑옷과 함께 방어력 증가 수치가 가장 많은 아이템이다.
진면목은 쿨타임 20% 감소와 추가 마나 400.
마나 계수인 나이즈는 딜링이 늘어남은 물론 풀 쿨감을 갖추게 된다.
지속딜에 있어 원딜러 싸대기를 후려친다.
"너 망해도 상관 없어. 내가 캐리하니까."
"빼애애애애액!"
오프 더 레코드에 나오면 어쩌려고 귀 따갑게 소리친다.
아무래도 무대가 무대.
필요 이상의 쇼맨십은 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게임을 굳혀 우승을 따낸다.
그를 위한 지름길이다.
이번 세트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뤄낸다.
상대를 우습게 보지 않기에 더욱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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