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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왕
유저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다.
자드로 야흐오를 상대하는 최선책은 무엇일까.
꼭 무엇이 정답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게임마다 적합한 플레이 방식이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이 게임에는 이 방식이 맞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서로 귀환 후 라인에 복귀하자 아이템이 갈렸다.
'두란검에 천옷이라.'
심지어 와드도 두 개를 사왔다.
라인전을 안전하게 가겠다는 심산이다.
저 천옷은 십중팔구 어쌔신의 신발로 변화한다.
'욕망의 칼이라도 사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다.
저 템트리는 체력도, 방어력도 높아 안정적이다.
두란검이 두 자루라 라인 유지력도 상당히 괜찮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직접 사용했으니 잘 알고 있다.
상대가 수비적인 아이템을 선택했다면 나는 그 반대.
롱스워드를 미개한 방망이로 업그레이드했다.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력이 달려있는 AD암살자의 코어템이다.
또한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감소시켜 준다.
이게 크다.
구오오..!
야흐오의 회오리를 피하며 궁극기를 사용한다.
가히 정석과도 같은 플레이로 대단할 것은 없다.
상대도 단 하나의 당황 없이 반응해낸다.
휘익!
휘익!
자드가 다시 나타나는 순간에 맞춰 질풍보를 밟는다.
미니언을 타며 궁극기가 끝날 시간을 벌어낸다.
야흐오로 자드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내가 이전에 보여준 그대로다.
화락!
그림자 분신으로 따라붙으며 발화를 건다.
그제서야 야흐오도 탈력으로 맞대응한다.
일련의 교환은 서로 간에 합의가 정해져 있다.
콰직!
탈력에 의해 자드의 궁극기가 경감되어 터진다.
당연하게도 킬각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서로가 다시 원위치.
재차 라인전을 시작하면 쌍방 나쁠 건 없다.
'야흐오는 탈력이 빠졌고, 나는 스킬과 체력이 빠졌지.'
자드 대 야흐오의 라인전에서 늘상 있는 일이다.
팀원들이 보기엔 살 떨리는 광경이겠지만 다 합의점이 있다.
원하는 만큼 가져갔으면 그 실효를 살릴 때다.
휘이잉..!
야흐오의 칼끝에 바람이 소용돌이친다.
이제부터는 내가 사려야 하는 타이밍이다.
상대가 보는 딜교환각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궁극기가 빠진 이상 과감하게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갱각 또한 고려해야 한다.
우콩이 슬슬 6레벨을 찍었을 타이밍이다.
만에 하나 은신과 점멸을 활용해 치고 들어온다면?
우콩의 궁극기에 띄워지면 킬각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데미지도 강력하지만 야흐오의 연계.
공중에 붕 뜨면서 바람의 상처가 써진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우콩 궁극기는 판정상 점멸 반응이 된다.
그림자만 막 사용하지 않으면 죽을 일은 없다.
게임의 주도권이 넘어간 이상 한동안은 조용히 파밍한다.
'어차피 서로 개입은 안될 테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라인 주도권을 잃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로밍.
적 라이너가 먼저 로밍, 혹은 소규모 교전에 개입한다.
이때 한 타이밍 늦게 갈 수밖에 없다 보니 곤란해진다.
다행인 점은 야흐오는 로밍이 좋지 않다.
굳이 가려면 갈 수 있는데 대비하기가 쉽다.
무엇보다 간다고 해도 킬각이 안 나온다.
탑은 애꾸사자 대 또도 박사.
또도 박사는 갱호응이 정말 안 좋다.
너무 뻔해서 당해주는 게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아군 정글이 리심이다.
리심은 와드돌을 먼저 가도 되는 챔피언.
진작에 올려서 미드 주변의 시야를 잡아줬다.
다음 궁극기 쿨타임까지 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라인 괜찮은데 한 번 노려보자."
봇라인에서 사인이 나왔다.
한 번 갱각을 잡아보자.
바꿔 말하자면 3대3 해보자다.
프로 레벨에서 한 쪽이 갱을 가면, 상대도 당연히 움직이다.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정글러의 동선 체크를 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정보를 토대로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응의 방향이 역갱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염두에 두는 것이 옳다.
쾅!
광우스타가 점멸로 내려찍었다.
이 호응이야 말로 광우스타를 하는 이유.
근접 챔피언인 광우스타는 라인전에서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언제 어느 때 치고 들어갈지 모른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견제를 덜할 수밖에 없다.
덜하는 거지, 안 하는 게 아니다.
평타 사거리를 한 번은 반드시 내준다.
쿵!
띄워버린 랄라를 아군에게 배달한다.
꼬그모가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여건상 안된다.
랄라가 바로 변해라를 걸어서 추가 연계를 막았을 것이다.
때문에 먼저 노리는 것은 랄라가 되었다.
포옹!
펑!
랄라가 배달된 위치에 고르키의 폭죽탄이 떨어진다.
얼마 전 패치를 통해 달라졌다.
이전에는 사거리가 짧은 대신 타겟팅에 가까웠다.
패치로 인해 사거리가 조금 더 긴 투사체 스킬로 변했다.
맞히기 힘들다며 너프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연계를 한다면 확실하게 맞힐 수 있다.
게다가 AD계수가 붙어서 이전보다 강력하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르키에게 얻어맞은 랄라를 리심이 마무리했다.
시즌4 패치로 인해 낮아져 버린 선취점의 골드.
게임 시간 7분대가 넘은 지금은 아니다.
400골드가 고스란히 떨어진다.
빠르게 마무리한 보람이 있는 건 좋다.
그만큼 스킬이 많이 소비되고 말았다.
이는 상대에게 있어 기회로 다가온다.
파항!
대체 어디서 어떻게 온 걸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상대는 뒤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적 정글러 우콩이 은신 점멸을 사용해 돌격했다.
파라라라랑-!
우콩의 궁극기 회전분쇄격.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주위의 적을 갈아버린다.
데미지도 막강할 뿐더러 닿은 적은 1초간 공중에 뜬다.
공중에 떠버린 아군들에게 상대가 반격을 시작한다.
랄라를 잡고 시작했음에도 아군이 밀린다.
스킬이 전부 사용된 데다 광우스타.
광우스타는 쿵쾅! 이후 할 게 없는 챔피언이다.
무시하면 존재감이 제로에 가깝다.
궁극기를 배웠다면 조금 달라지겠지만 아직이다.
잦은 시야 장악으로 인해 양 팀의 서포터는 5레벨.
승패의 향방은 살아남은 원딜러들의 카이팅에 달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우콩과 꼬그모의 점사를 맞은 리심이 사망했다.
갱이 오면 정글러부터 잡아라.
레벨도 높을 뿐더러 생존기도 빠졌다.
그 과정에서 꼬그모도 점멸이 빠지고 말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정말 한 끝 차이였다.
협공을 맞은 우콩이 먼저 전사.
꼬그모가 카이팅을 하며 고르키를 노렸다.
서로가 스킬 기반의 원딜러다.
특히 고르키는 스킬샷의 피격 유무로 딜링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다행스럽게도 폭죽탄과 미사일이 동시에 맞으며 꼬그모가 마무리됐다.
"와 빨리 잡아서 다행이다. 고르키 먼저 죽었으면 저도 같이 죽을 뻔했어요."
"원딜 차이 인정? 어 인정~ 인정 안 하면 탈주하는 각!"
초홍이의 개소리는 어쨌든.
이전 세트와는 반대의 구도가 됐다.
꼬그모가 고르키의 스킬샷을 전부 맞아주며 한 타이밍 이르게 사망했다.
'데프콘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간과할 부분은 아니다.
높은 실력에 반비례해 데프콘은 약한 멘탈을 가졌다.
차후 선수 생활을 오래하며 조금씩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애송이.
한 번만 죽어도 연달아 던지며 팬들의 비판을 듣기 일쑤였다.
어쩌면 지금의 게임에서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화락!
어디 바쁜 곳이 봇라인 뿐일까.
미드 라인에서도 한창 격전이 오갔다.
봇 커버를 가보려는 야흐오의 움직임을 내가 제지했다.
탑은 서로 귀환텔을 썼기 때문에 개입의 여지가 없었다.
즉, 야흐오만 막으면 봇라인 교전은 이득으로 끝난다.
조금 체력이 깎이고 미니언을 흘리더라도 해야 했다.
야흐오 입장에서도 내가 따라가면 곤란해진다.
질풍보를 탈 미니언이 없는 이상 그림자에 농락 당한다.
어쩔 수 없이 로밍은 포기하지만 그 대신.
몰려오는 미니언을 타며 나에게 질주한다.
사각!
싸캉!
로밍을 막는 과정에서 나는 체력이 깎였다.
상대 입장에선 딜교환을 걸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잘하면 점멸을 뺄 수도 있겠다.
그 판단은 절반만 옳았다.
화락!
서걱!
도망가는 척 연기하다 뒤를 돈다.
E스킬 회전 베기를 사용해 야흐오의 걸음을 늦춘다.
그리고 평타딜을 욱여넣는다.
이대로 맞딜하면 내가 이길 텐데?
야흐오는 일직선으로 회오리를 날린다.
구오오..!
쏘아지는 타이밍에 맞춰 사용한다.
야흐오의 입장에선 어이없을 수도 있겠다.
궁극기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와?
야몽의 몽둥이와 룬특성.
쿨타임 감소치가 현재 20%다.
상대의 예상보다 조금 이르게 쿨타임이 찼다.
휘익!
휘익!
당황스러울 상황임에도 야흐오의 움직임엔 절도가 있다.
곧바로 미니언을 타서 시간을 끌려고 한다.
대처만 잘한다면 자드의 궁을 무위로 돌리는 게 가능하다.
상대가 무리라도 하면 회오리를 모아 역킬각.
무리를 안 해도 라인 주도권을 틀어 잡을 수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빤히 읽힌다.
조별 리그에서 직접 행하지 않았던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게 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화락!
이 또한 상대의 생각보다 이르다.
그림자 분신으로 따라가 회전 베기를 먹인다.
쿨타임 감소 덕에 이르게 돌아왔다.
야흐오는 느려진 와중에도 미니언을 열심히 탄다.
간간히 검을 내지르며 반격도 잊지 않는다.
진짜는 검끝에 모이고 있는 회오리.
안타깝게도 빛을 보지 못할 예정이다.
서걱!
서걱!
두 번의 평타가 연달아 들어간다.
직후 궁극기가 터지며 야흐오의 체력이 일순 깎인다.
한 타이밍 여유가 있지 않을까.
방심했던 야흐오는 곧바로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
그 방향을 향해 정확히 쏘아진다.
.
.
.
* * *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올마스터의 자드.
다대기의 야흐오.
두 선수가 제대로 맞붙는다.
모두가 꿈꿔왔던 장면이다.
솔로랭크에서 이루어져도 관전자가 폭발할 거다.
하물며 대회 무대, 결승전이라니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국내 시청자는 당연히 폭주했다.
해외 시청자의 수도 시시각각 눈에 띄게 변화한다.
올마스터가 자드를 꺼내다니?
LCF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것인가.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전범준 캐스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친다.
<이래서 올마스터가 세계에서 자드 가장 잘하는 선수다,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플레이로 보여주면 믿을 수밖에 없죠!>
올마스터의 자드가 솔킬을 이루어냈다.
분명 체력 상태가 불리했던 상황.
궁극기로 회오리를 피하며 킬각을 잡았다.
요리조리 도망가는 야흐오를 기어코 따라가 죽여버렸다.
클끼리 해설이 혀를 내두르며 격찬한다.
<저는 미니언 타면서 여유롭게 사는 각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킬각이 나오네요..?>
<물론 야흐오가 맞딜해주고 하면 잡을 수 있었겠지만 안 해줬거든요. 상대의 예상을 비틀어버리는 점멸 판단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김은준 해설도 한 마디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방금 솔킬은 보는 입장에서도, 죽는 입장에서도 마지막까지 몰랐다.
아니, 결과가 나온 지금마저도 채팅창에서는 토론이 뜨겁다.
-야흐오 겁나 촐싹대는데 딜을 따박따박 다 넣네. 그래도 부족할 줄 알았는데.
-궁 터지기 직전에 점멸로 야흐오 대갈통 찍었잖아ㅇㄱㄹㅇ
-점멸에 딜있는 거 실화냐?ㄷㄷㄷ
-나 진짜 겜하다 점멸에 죽은 적 있음. 딜 들어온 거 클릭하니까 점멸 있더라ㅋㅋㅋ
게임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인다.
몇 대 더 때리면 죽을지.
체력이 달면 달수록 더 확실히 보인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보이는 것이지만 괜찮다.
파프리카TV에는 그랜드 마스터 2티어들이 즐비하다.
분명 한 대 더 때려야 죽는 각이라 생각했다.
실드가 차면 세 대 이상 버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야흐오는 죽음을 면치 못했다.
클끼리가 방금 솔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먼저 점멸을 써서 평타를 한 대 더 때리면 수리검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 한 자리 수를 왔다 갔다하는 미세한 딜계산일 텐데 이게 올마스터 선수의 눈에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런 거라면 대략 납득이 간다.
점멸로 고작 1센티를 따라간 이유.
아슬아슬 잡을 수 있는 각이었으면 할 만했다.
야흐오도 맞점멸을 써야 했기에 수리검 각을 수월하게 잡았다.
하지만 김은준 해설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사실 점멸에 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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