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63화 (7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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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왕

가까스로 지탱돼 오던 게임이다.

억제탑 앞에서의 한타는 균형을 무너지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하나의 파괴는 다음의 시작을 의미한다.

바론 버프로 인해 꾸역꾸역 차버리는 체력.

죽어버린 꼬그모와 우콩의 부활은 한참 남았다.

<2억제탑 나가는 건 막을 수 없어 보입니다. 자드가 밀면서 왔기 때문에 웨이브가 돼요!>

2대2 동수의 교환이다.

삼선 레드도 리심과 광우스타를 잡았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몸을 대줘야 할 우콩과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을 가지고 있는 꼬그모가 없다는 게 큽니다. 이건 막는 시늉 잘못하다간 CC기 연계되면서 죽고 게임 끝날 수도 있습니다.>

2코어 나온 야흐오의 딜링 능력은 남부럽지 않다.

하지만 챔피언 특성상 라인클리어가 부재돼 있다.

근접해서 라인을 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3코어가 나와버린 애꾸사자.

든든한 탱커가 타워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준다.

신세상 매직의 진격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범준 캐스터가 그 위용에 혀를 내두른다.

<다 맞으면서 들어가는데 끄떡없습니다! 애꾸사자가 하필 또 바늘 갑옷이라 야흐오가 칼 잘못 휘두르다간 죽죠?>

<3코어 타이밍의 애꾸사자 엄청 단단하거든요. 하필 원딜러랑 자드가 산 바람에 막을 수가 없네요.>

게임이 중후반에 접어드면 원딜러의 의미는 각별해진다.

서로 스킬이 다 빠졌을 때 남는 것은 결국 평타.

원딜러를 한 번에 못 죽이면 지속딜에 농락 당한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는 아직 고르키의 존재감이 죽지 않았다.

클끼리 해설이 지난 한타를 회상했다.

<폭죽탄이 투사체가 되면서 이게 맞히기 힘들다, 너프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된다.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라인전 부분은 몰라도 한타에서는 상향 같습니다.>

<예전에는 평타 사거리와 비슷해서 브루저 상대로 거리 조절이 힘든 감이 있었어요. 스킬이 전부 투사체가 되면서 포지셔닝이 쉬워졌다 그런 감은 분명히 느껴집니다.>

신세상 매직에서 특별한 픽을 보여주는 이는 올마스터만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제각기 놀라움을 선사한 적이 최소 한 번씩은 있다.

원딜러인 아이돌 선수는 그런 부분이 밋밋했는데 하나 꺼내 들었다.

너프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던 고르키의 폭죽탄 패치.

의외로 한타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더라.

단순히 조합적인 면만 보고 가져간 챔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신세상 매직 무난하게 정비 마치면 힘의 균형이 너무 벌어집니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또도 박사도 시도를 해보려던 거거든요?>

<자드 고르키한테 신나게 맞다가 궁극기만 빠졌죠. 물론 궁쿨이 워낙 짧은 또도 박사라 큰 손실은 아니지만 아쉽네요. 어떻게든 한두 명 잘랐으면 억제탑 재생될 시간 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자른다고 해도 시간을 버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면 모를까 두 개의 억제탑.

강제 이니시가 좋은 신세상 매직의 조합이라 두고 볼 일도 없다.

변수를 찾자면 누군가 슈퍼 플레이를 해서 한 명 자른다거나.

혹은 입롤 같은 이니시를 한다 거나.

마지막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다.

<딜러진이 전부 금은 장식 머리띠를 갖췄습니다. 3코어 나온 자드는 그렇다 치고 고르키는 무극의 대검 고민해볼 만한 상황이었는데 팀파이트를 위해 참네요.>

<사실 고르키는 그냥 삼종신기만 있어도 세요. 여기서 더 강해지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이미 2코어로 영락검이 갖춰진 데다 팀화력도 괜찮아서 타협을 했다, 그렇게 보여집니다.>

금은 장식 머리띠는 가장 큰 변수를 차단해준다.

우콩과 야흐오의 입롤 같은 연계.

상정할 수 있는 변수 하나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잘라먹는 정도지만 그마저도 힘들다.

애시당초 자를 수 있는 암살자 챔피언이 없다.

오히려 그런 챔피언을 가진 쪽은 신세상 매직이다.

올마스터의 자드가 유령검을 켜고 진입한다.

<내가 자드인데, 올마스터인데! 어딜 감히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어? 꼬그모 스쳤는데 죽었어요!>

궁극기가 3레벨에 다다른 자드.

굳이 평타딜을 욱여넣지 않아도 강력하다.

스쳤는데 죽어버렸다, 더없이 알맞은 표현이다.

<꼬그모 거대화 타이밍에 맞춰서 궁극기 그림자로 빼는 컨트롤이 예술입니다. 어째서 세계 최고의 자드인가. 경기력으로 알려주네요.>

<사실 진지를 좀 먹자면 굳이 들어갈 필요까진 없었는데..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다. 금은 장식 머리띠도 있고, 아군 지원도 있으니 안전하게 한 번 시도해보자. 꼬그모 깔끔하게 자른 덕분에 게임 더 쉬워졌습니다.>

클끼리가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남은 탑 라인의 억제 포탑.

눈곱 만큼도 저지책이 되지 않는다.

신세상 매직이 진격하자 삼선 레드는 뒷걸음질 치는 수밖에 없다.

<3억제탑.. 게임이, 결승전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그림 같은 궁극기 연계만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희망을 찾을 거면 억제탑이 깨지기 전에, 꼬그모가 잘리기 전에 먼저 걸었어야 했는데 힘들죠. 꼬그모 부활 시간을 버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애꾸사자가 궁극기를 사용했다

여분의 핑크 와드가 쌍둥이 포탑 앞을 장악한다.

이제는 변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우콩과 야흐오의 연계.

그 사소한 가능성마저 철저하게 지워나간다.

삼선 레드는 거대 미니언들을 막아내는 것조차 힘겹다.

신세상 매직의 압박에 갈대처럼 기울어진다.

굳건했던 두 개의 포탑에 금이 쩍쩍 갈라져 간다.

<이니시 걸어보지만 무력해요!>

<야흐오 연계하자마자 광우스타에게 저지당했습니다. 이건 끝났어요. 더 이상 남은 수단이 없습니다.>

쌍둥이 포탑을 끼고 분전했다.

하지만 한타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마지막 종지부가 찍어진다.

전범준 캐스터의 포효하자 관중석이 들고 일어난다.

이변이 일어나는 줄만 알았다.

그럴 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상대다.

결코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신세상 매직도, 올마스터도 무적이 아니다.

사람들은 응원하는, 사랑하는 스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싶어한다.

그도 질 때가 있고, 실수를 하는 사람이구나.

동시에 원해버린다.

이중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사람의 본질이 원래 그렇다.

올마스터라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영웅을 시험한다.

해내자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다.

<위기론, 있었습니다. 패배, 있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올마스터라는 선수가 어째서 최고인지.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돈독이 잔뜩 올라 중국에 갔다.

돈 벌고 살만 하니까 게임 쉬네.

대세론은 아니지만 은근한 비난의 눈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상식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비율로 따지면 소수여도 숫자로 따지면 수백 수천이 넘는다.

이를 단 한 사람이 듣게 된다.

어떠한 생각이 들지, 겪어보지 않는다면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스프링 시즌의 복귀를 선언했다.

메타를 지배하는 프로게이머.

한 시즌 쉬었으니 분명 경기력에 영향이 갈 것이다.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조별 리그에서 종식시켰다.

하지만 그의 기대치는 고작 거기에서 끝날 그릇이 아니다.

정상에 서는 것이 당연한 남자.

당연해진 남자.

무거워진 기대는 큰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쌓이고 쌓여 제풀에 무너진 이들도 적지 않다.

극복한 이상, 보여준 이상 더더욱 단단한 지지대를 가지게 된다.

<신세상 매직! 가장 파격적이었으며, 파괴적이었으며, 파급을 몰고 온 팀입니다! 주장, 참으로 파란만장하죠. 북미에서, 유럽에서, 중국에서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전 세계가 이 자리를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대~망의 결승전! 그 우승팀으로서 파문을 일으킬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혹시 젊었을 적 랩퍼라도 하신 게 아닐까.

전범준 캐스터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우승팀 신세상 매직의 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우려도 많고.

기대 또한 넘쳤다.

어떤 이들에게 있어선 실망스러운 결과.

아예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가히 만족스럽다.

삼선 레드의 팬들도, 맹장 다대기를 떠받드는 군사들도 박수 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경기의 결과는, 과정은 가슴을 뜨겁게 불지폈다.

봄의 제왕.

사라져버린, 어쩌면 앞으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를 두 단어다.

어쩌면 더 이상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시대가 원하는 건 왕이 아닌 황제.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이 우뚝 섰다.

.

.

.

* * *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이 막을 내렸다.

그 들뜬 감정이 채 내려앉기도 전에 난리법석이다.

이번에야 말로 가능한 거 아니냐?

결승전의 이야기, 우승팀에 대한 축하, 더불어 잉벤에서는 한 가지 화제가 피어났다.

─와 진짜 우리나라 롤챔스 수준 겁나 높아졌다.

내가 북미랑 유럽이랑 다 챙겨 보거든? 중국 빼고.

역시 서양권이 강력하기는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번 스프링 시즌은 한국도 못지 않아.

아니, 올마스터 말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졌어.

└당연하지. 갤럭시 크래프트 제4의 종족 어디 가겠냐.

└ㄹㅇ앞으로 1~2년 내에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도 먹을 걸?

└1~2년이 뭐야. 당장 신세상 매직이 롤드컵 진출 확정인데.

└올마스터 롤드컵 가면 찜 쪄 먹겠지. 근데 확정은 아니잖아.

결승전에서 사용한 수많은 챔피언들.

그리고 선수들의 미쳐 날뛰는 경기력.

그것들도 당연히 화제글에 올랐다.

하지만 이 하나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섭하다.

작년 섬머 시즌을 기억해야 한다.

화려했던 창단 직후의 롤챔스 우승.

신세상 매직이 롤드컵에 진출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결과가 어떠했는가?

누구누구가 벽을 못 넘는 바람에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렸다.

이번에야 말로 이루어낼 때다.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리그 포인트 봤을 때 진출 가능성 높은 팀이.

신세상 매직, 가짜에어 독수리 같고.

그 뒤로 SKY T1 K, 삼선 레드.

그 밑에 팀들은 고만고만하네.

사실상 진출 확정인데?

└작년에도 진출할 줄 알고 방심하고 있다가 훅 갔자너.

글쓴이-왜 벽을 못 넘었을까.. 다 이겨 놓고.

└ㅠ.ㅠ 근데 그건 바론 스틸 당한 잘못도 있어서 갱붐 탓만 할 건 아님..

└만에 하나 섬머 시즌에 일 생겨서 꼬이면 갱붐 또 욕 겁나게 먹겠네ㅋㅋㅋ

분명 가능성은 한없이 높다.

하지만 확실하다고 하기에는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막 누군가 벽 못 넘고 그러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곤란한 환경이 그려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롤드컵 하는 거 실화냐?

살다살다 한국에서 롤드컵 열릴 줄은 몰랐네ㄷㄷ

내 인생 어느 때보다 들떴던 2002년도의 초여름이 생각난다.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짖으며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었는데..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가.

└아재.. 서요?

└이분 채소 30대.

└그래도 88올림픽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우리 아빠도 롤챔스 가끔 보는데 그럴 수도 있지ㅋㅋ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정말 국민 스포츠, 국민 게임.

이 두 단어가 어색하지 않았다.

로드 오브 로드로 넘어가며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

분명 두 게임 모두 훌륭한 E-스포츠고, 재미가 있다.

하지만 접근성 면에서는 비교하기가 민망하다.

두 진영간의 전쟁, 갤럭시 크래프트는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에 반해 로드 오브 로드는 여러가지 알아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만큼 완벽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홍보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은 일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와버렸다.

오긴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많이 이르다.

전 세계 로드 오브 로드인들의 대축제.

한국이 이번 해의 롤드컵 개최지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공표되었다.

일련의 이야기는 당연 화제를 몰고 왔다.

공표된 건 그보다 이르지만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기가 겹쳤다.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

기대감 넘치는 화두가 짓누르고 있었다.

그 억제책이 깨지자 봇물 터지듯 흘러넘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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