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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심장
"하고 싶어?"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오.."
아니긴 얼굴에 다 쓰여있구만.
예은이 건네온 핸드폰의 화면.
말로 해도 됐을 내용이었지만 조금 민망한가 보다.
흔히 말하는 CF의 섭외다.
'아니, 흔한 건 아니지.'
중국에 있을 때 하도 비슷한 걸 많이 한 바람에 익숙해져 버렸다.
프로게이머가 CF를 찍는다라.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에는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심지어 21세기도 아니고 20세기가 처음이다.
최초로 스타 반열에 오른 프로게이머 쌈장.
1999년도에 통신사 CF에 출연하며 화제를 몰고 왔다.
그 이후로도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에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로 넘어와서는 사라졌다.
현재 E-스포츠 판을 대표할 만한 스타.
대중들이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없다.
'정확히는 그런 사람이 할 마음이 없어서지만.'
조금 자뻑이 되긴 했지만 내 이야기다.
대부분 거절했다는 것에 포함돼 있다.
금액이 괜찮거나, 엄청 중요한 거면 할 텐데.
돈 생각은 중국에 갔다온 이후로 가능한 안 하기로 했고.
특별히 중요도가 높아 보이는 제안은 아직까지 온 적이 없다.
'그런데 이건.'
원래 광고 제안 같은 것은 돈만 보고 덥석 받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매체인가.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할 우려가 없는가.
창렬 식품이라고 극단적인 예도 존재한다.
돈만 보고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중국에서 이런저런 일을 겼으면서 알게 된 부분이다.
"이건 괜찮은데? 대기업이기도 하고."
대기업에서 광고 제의가 온 적은 나도 있었다.
중국은 당연하고 한국도 마찬가지.
결과적으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뜬금없는 기획이었다.
기한에 맞추기 위해 급조한 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
별로 어울리지 않는 광고에 얼굴을 팔고 싶지는 않았다.
"통신사 광고면 무난하겠네. 그래서 뭐, 나한테 허락 맡는 거야?"
이렇게 무언가를 할 때 말해주는 것.
존중해준다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예은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 그거.. 너도 나오는 거거든?"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예은에게 왔다는 통신사 광고 제의.
예은 뿐만 아니라 나도 같이 출연을 해달라.
그런 요구를 담고 있었다.
조금 의아한 일이다.
그러면 나에게도 같은 제안이 왔어야지.
어째서인지 이유 자체는 쉽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여기 한 번 거절했었나?'
중국에서 넘어온 직후였을까.
피곤했던 관계로 대부분의 스케줄은 캔슬했다.
그 중 이 기업에서 온 제의도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내 스케줄 관리를 맡아준 츠위가 말을 했던 기억이 얼핏 난다.
내가 거절하니 지인에게 접근해 구슬려보려는 건가.
설마 잡혀 산다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하고 싶어?"
"응."
"그럼 해야지.."
절대 발언권이 밀리는 게 아니다.
예은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나에게 이야기 하는 일이 적다.
뭐 먹고 싶다, 오늘 메뉴는 뭐가 좋겠네.
이런 사소한 부분은 제외하고.
전체적인 결정에서 나한테 강요하는 일은 없다.
그런 예은이 오랜만에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다.
무리한 일도 아니니 들어줄 생각은 당연히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금전적인 측면에서 평생 아쉬울 일이 없는 예은이다.
적어도 계약금을 생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잘 추측이 되지 않는다.
얼굴 드러내는 일은 안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이전에 처음 데뷔를 했을 때 사건이 있지 않았던가.
외모로 이러쿵저러쿵 입방아에 오르는 건 질색한다.
그럼에도 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냥 재밌잖아. 채널 돌리다가 니 얼굴 나오면."
"아.. 재미로?"
터무니 없는 이유지만 예은답다면 예은답다.
물론 속사정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여러 곳 오긴 했는데 딱히 안 땡겨서.."
최근도 아닌 작년 섬머 시즌 이후부터 여러 제안이 왔다고 한다.
화장품 업체라던가, 브랜드 홍보라던가.
아이돌 데뷔 권유까지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긴 하다.
굉장히 드물다고 할 수 있는 여성 프로게이머.
그 자체만으로도 손가락에 꼽히는 스타성을 지녔다.
결정적으로 외모가 연예인 뺨을 칠 정도니 업계에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었지.'
본인이 별 말 없는 것 보면 아직 시기가 이른 거겠지.
E-스포츠가 조금 더 발전한 이후에나 되지 않을까.
개뿔이 외모만으로도 이미 연예계 스카웃 대상이다.
"여유가 생겼으니 하고 싶다, 그런 말이야?"
아무래도 당시에는 예은의 학업이 바빴다.
나도 이전에 피곤해서 거절한 적이 있었으니 이해한다.
그런데 지금은 스프링 시즌도 끝났고 여유가 넘친다.
하고 싶다면 어울려줄 수 있다.
물론 아이돌 데뷔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내가 그런 거 할 거 같아?"
"당연히 안 하겠지.. 어쩌다 CF는 구미가 당겼나 봐?"
폭력적인 아이돌이라.
아이돌이라기 보단 누님이랑 표현이 어울린다.
그런 컨셉도 한 명 있다면 괜찮을지 모른다.
본인이 완강히 거부하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아무튼.
통신사 CF 쪽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까 한 말대로 재미삼아, 경험삼아 한 번 정도는 하고 싶은 듯하다.
"복장에 관해 확답을 받았거든. 다른 곳은 귀찮게 구는 곳이 많아서 패스."
하긴 뭐 연예게 데뷔라던가.
하고 싶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빽 같은 것도 장난 아닐 거다.
안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노출.
살갗을 드러내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이야기는 알겠고 다른 이견이 있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 걸고 넘어지지 않으면 안되겠다.
"복장을 신경 쓰는 것치곤 도발적인데."
은근슬쩍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며 말을 잇는다.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핫팬츠에 가깝게 짧은 돌핀팬츠.
아무리 집에서만 입는 거라도 해도 과한 감이 있다.
같이 사는 입장에서 굉장히 곤란해진다.
"어쭈구리, 손 안 떼?"
"야야.. 우리 사이 좀 다시 좁힐 때 됐잖아."
짚이는 바가 있는지 예은이 내 손등을 꼬집던 손가락을 떼었다.
최근 밤마다 잠잠했다.
달마다 찾아오는 그날이라는데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말을 전해들은지 오늘로 일주일 째다.
나름대로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다.
뭣보다 이렇게 요망한 복장을 하고 다니면 내 인내심이 더욱 빨리 바닥을 드러낸다.
"못 참겠어?"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친목을 다지자는 의미로~."
그런 이야기인 건 맞지만 직설적으로 물을 줄은 몰랐다.
별로 민망하지도 않다는 걸까.
일반적인 남녀의 반응이 반대로 되었다는 기분이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얘기야, 뭐야?"
"어허! 누가 보면 내가 하루종일 밝히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알겠네."
밝힌다, 안 밝힌다로 따지면 밝히는 쪽인 건 맞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강요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대쉬한 빈도수가 너무 잦았었나.
예은의 불만은 생각지 못한 방향이었다.
"요즘 말 없길래 그런 마음 없는 줄 알았지."
"없기는 뭐가 없어. 틈만 나면 하.. 고 싶은 건 아니고 사랑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스킨십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마지막 말이 존댓말로 튀어나왔다.
나지막하게 대꾸한 예은의 표정이 조금 진지했다.
기분 탓인지 안도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바보, 그럼 진작 말을 하던가."
"그날이라 힘들다며..?"
"끝난지 꽤 됐는데 니가 말을 안 해주잖아."
예은은 내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예은이 은근슬쩍 알려주길 원했다.
평소 티가 나면 모르겠지만 아니다.
원래부터 드센 성깔이라 알아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예은과 트러블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
"난 알려줬는데."
"어? 언제?"
"니가 지금 손 올려놓은 곳."
한 쪽 손은 쇼파.
다른 한 쪽 손은 엄한데 있다.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오는 부분이다.
아무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다.
"나 꼬실라고 이런 거 입은 거야?"
"그런 것 까진.. 아니거든."
예은의 볼이 홍조를 띈다.
내가 허벅지를 만지작하고 있음에도 제지를 안 한다는 건 다음도 괜찮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가 그렇게 오가기도 했다.
사양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생각도 못했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은이다.
나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얇은 옷차림을 입었다.
그것도 다분 성적인 의도를 담아서 말이다.
너무 노골적이라서 오히려 눈치채지 못했다.
"혹시 혼자 하거나 했어?"
"안 했어."
"정말?"
"너는?"
"…."
역으로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근데 어쩔 수가 없는 게 원래 남자는 못 참는다.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이 자극을 주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난 기다렸는데. 이 배신자."
"..미안."
방탕한 나와 달리 예은은 정조를 지키고 있었다.
뭐, 자기 위로 행위로 정조까지 가는 건 오바겠지만.
화를 내면 받아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엉겁결에 허벅지에서 손을 떼자 예은이 올라탔다.
"…."
다른 의미로 할 말이 없어졌다.
다리 쪽에 느껴지는 폭신한 감촉.
자연스레 아랫도리가 반응한다.
"무거워?"
"전혀. 느낌도 안 나."
"아양떨기는. 뺄 일 없으니까 긴장 푸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한 말이지만 피식 웃는 게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정말로 무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예은의 키가 여자치고 큰 편이지만 몸까지 큰 건 아니다.
얼굴이 밤톨 같은 건 물론이고, 몸매도 쏙 빠졌다.
이렇게 앉아 있으면 두 팔로 꼬옥 품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나올 곳은 풍족하게 나와있다.
지금 내 다리에 맞닿아있는 부분.
그리고 살짝 시선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부위도 마찬가지다.
"침대로 갈까?"
"아직 해도 안 저물었어 짜샤."
이성끼리, 특히 애인끼리 동거하면 지나치게 방탕해진다.
특히 젊은 나이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나와 예은의 경우 선을 그어뒀다.
낮시간에는 자제하기로 합의가 오갔다.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인데.
빼면 솔직히 섭섭하다.
예은도 그 정도 유도리는 있었다.
"빨아봐."
"미쳤어?"
"씻고 오면 분위기 깨잖아."
조금 망설이던 예은은 이내 입술을 데었다.
입안에 넣고 혀를 굴려 침을 묻힌다.
시늉만 했던 것도 잠시.
쭈쭈바를 빨듯 힘을 주어 압력을 가한다.
"..됐어?"
한참을 빨리다 입안에서 나오자 끝 쪽이 붉어져 있다.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인 듯 번들번들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족을 하기엔 부족하다.
"하나 더."
"왜?"
"하나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
내밀자 다시 한 번 빨기 시작한다.
앞서 빨았던 게 중지였다면 이번에는 약지다.
입술에서 빼내자 침이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손가락의 침이 마르기 전에 나는 오른손을 예은의 속옷 안으로 불쑥 집어넣었다.
"야, 잠깐.."
"가만히 있어."
무슨 일을 한 건지 말은 당연히 했다.
동의도 받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부족하나 보다.
두 손을 뻗어 아등바등 막으려고 한다.
나는 놀고 있는 왼손으로 두 손을 틀어잡았다.
"안 놔?"
"안 놔."
앙칼지게 소리치는 예은을 무시하고 오른손을 움직였다.
가운데 계곡을 따라 쭉 미끄러지자 중지가 갈 길을 찾아냈다.
처음 해버렸던 때가 떠오른다.
손가락 하나도 잘 안 들어가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그때가 불과 한두 달 전인데 완전히 달라졌다.
들어가는 길이 좁기는 커녕 빨아들인다.
"안 막을 테니 놔줘."
"싫어. 이게 더 흥분돼."
"너 진짜 나중에 죽.."
소리치려던 예은이 말꼬리에서 힘이 빠진다.
어느 곳이 얼만큼 약한지.
나와 예은의 사이에 비밀은 없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몸을 맡긴 채 숨을 몰아쉰다.
나는 두 번째 손가락.
앞서 쓸 일이 있을 거라 여겼던 약지를 조심히 움직였다.
'두 개를 넣는 건 처음인데.'
애무의 과정에서 넣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하는 건 처음이다.
아플 정도로 조이며 비좁게 느껴지더니 이윽고 풀어졌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서 예은의 호흡이 가빠져 간다.
두 손을 틀어잡았던 왼손은 풀은지 오래.
예은의 배꼽 조금 아래에 올려두었다.
굉장히 따듯하다.
힘을 뺀 채 가볍게 눌러주자 반응이 있다.
가빠지던 호흡이 숨 넘어갈 지경으로 변했다.
고개를 젖힌 채 다리를 쭉펴고 정말 제멋대로 편한 자세다.
그만큼 나에게 체중이 하달되지만 불편하진 않다.
오히려 몸을 맡겨줌으로서 내가 움직이기 편해진다.
"어땠어?"
"몰라.. 눕고 싶어."
마지막 순간에 입을 맞추자 오른손이 흥건히 젖어들었다.
입술을 뗐을 때 예은의 표정은 전례없이 풀려있다.
나는 대답을 듣자마자 쇼파에서 일어났다.
두 팔로 예은을 들어안은 채 하나뿐인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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