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66화 (766/803)

766====================

뒤바뀐 심장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또한 마지막 남은 가능성이다.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각 지역마다 배정된 티켓의 개수는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는 공평하지 않다.

지역에 따라 티켓 수가 적은 곳이 있고.

어떤 지역은 의아할 정도로 많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은 총 네 장의 티켓이 배정된다.

E-스포츠가 흥행하며 유저수가 부지기수 늘어난 결과다.

한 마디로 EU롤챔스의 포화 상태로 인해 야기됐다.

팀이 너무 많아지자 하나의 리그에 몰아넣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1부 리그에 올라오는 과정을 바늘 구멍으로 만들기도 뭣하다.

자연스럽게 두 개의 리그로 분열되고 말았다.

서유럽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동유럽.

마치 중국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는 롤드컵 직행 티켓의 개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유럽이 두 장, 동유럽이 두 장.

총 네 장의 티켓을 소유하게 된다.

현재 로드 오브 로드에서 유럽이 가진 위상이 고려되었다.

갈수록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도 이에 해당한다.

작년 2013년도 보다 한 장이 늘은 세 장의 티켓을 가진다.

북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 장.

한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 장.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 쪽에 두 장.

남미와 오세아니아에 각각 한 장.

총 열 여섯 팀이 롤드컵에 참가해 격전을 치른다.

하지만 어느 팀이, 어떤 순위로 올라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섬머 시즌의 결과가 반영된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는 목을 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티켓을 차지할 수 있을지.

오직 두 장의 티켓이 배정된 한국은 더욱 치열하게 불꽃이 튄다.

.

.

.

* * *

2014년도의 롤드컵은 한국에서 치러진다.

예정된 역사에서 벗어나면 어떡할까.

내심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뭐, 한국에서만 치르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가.'

지난 2013년도와 마찬가지다.

영국->프랑스->독일로 무대를 이동했다.

이번에는 대만->싱가포르->한국이다.

8강부터는 한국에서 치러지니 비중이 크다.

'그래도 티켓이 두 장 뿐인 건 아쉽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원래의 역사가 이상했다.

7억이 넘어가는 유럽의 인구 수.

6억에 상당하는 북미의 인구 수.

그런 두 지역과 한국이 가지는 티켓 수가 동등했다.

이유는 뭐 따질 것도 없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니까.

열 배가 넘어가는 인구 수 격차를 가뿐히 무시해낸다.

때문에 힘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지금은 배정된 티켓이 오직 두 장 뿐.

유저 수와 단일 나라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섭섭한 대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알고 있음에도 나로서는 살짝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만 날뛰는 것도 애매하지만 그 반대도 좀 그래.'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는다.

불가능한 일인 걸 알아도 원래 사람이 그렇다.

줬던 거 뺐으면 심통이 나기 마련이다.

지금 예은의 상황도 으레 그러하다.

퐁!

부풀어있는 예은의 볼을 손가락으로 누르니 바람이 새어나온다.

쏙 들어가버린 것도 잠시.

반대쪽 볼이 부풀어 솟는다.

똑같이 손가락으로 누르자 이번에는 다시 반대쪽이다.

푸슉!

두 볼따구를 한 번에 누르니 이번에는 입이 대빨 나온다.

삐져도 제대로 삐진 듯 눈길도 피해댄다.

사실 이쯤 되면 조금 재밌어진다.

"뽀뽀하면 죽는다."

"안 했어.. 아직."

둘밖에 없는 집안에서 쇼파에 앉아 입술을 내밀고 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해달라는 말이 아닌가.

물론 지금 상황을 따져본다면 아니긴 하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너 혹시 게이냐?"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어처구니가 없어 쳐다보자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단어 선택이야 어찌 됐든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예은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탐탁지 않을 만하다.

"CLC에는 왜 또 돌아가? 사랑하는 남자라도 남겨뒀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기 있는데? 응?"

"이 푼수딱지가.."

끌어안고 볼을 비비자 싫다는 말은 안 한다.

아무튼 예은의 입장도 백분 이해는 된다.

처음 몸을 담았던 CLC로의 귀향.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으니 귀향이라 할 만도 하다.

'약속했던 일이기도 하고.'

내가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곳.

내가 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곳.

응원해주던 팬들을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

그 약속은 결코 허투루 한 빈말이 아니었다.

시기를 어떻게 잡을지 고심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당장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롤드컵 이후잖아?"

"바보, 그걸로 화난 거 아니거든!"

입술을 대빨 내민 채 볼까지 부풀린다.

본인이 아는지 모르겠다만 애교로 밖에 안 보인다.

귀여운 나머지 꼬옥 안아주자 발바닥으로 내 얼굴을 밀친다.

"내가 화내는 이유 정말 몰라?"

"왜? 뭔데? 참고로 게이는 아니다?"

"흐응.., 핫숏과 사이가 수상쩍던데.."

어떻게 그 복실복실한 털복숭이 양반하고?

그러고 보면 CLC의 망할 자식들 중 그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한 녀석이 있었다.

대체 어떤 눈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오해가 싹 트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너 구단주실에 자주 들락거렸잖아. 애들끼리 말 많았어."

"내가 없을 때 그런 뒷담을 까고 있었냐.. 그 양반이 하도 놀아 달라고 땡깡부려서 어쩔 수 없었어."

아예 근거가 없는 소문이 아니라는 게 더욱 악질이다.

예은이라는 번듯한 여사친이 있음에도 눈길을 하나 안 주고.

오히려 핫숏이 있는 구단주실에 들락거리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하긴 그럴 만도 하네.'

인정할 만한 부분이다.

동시에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핫숏과 사이가 좋은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친구로서다.

그리고 이 누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너일 텐데?

"아주 혼내줄까?"

"자, 잠깐. 기브 업, 기브 업! 하지 마 진짜!"

덮치는 시늉을 하며 짓누르자 예은이 발버둥을 친다.

나와 예은 사이의 주도권은 기본적으로 예은에게 있다.

하지만 밤일 쪽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센 척하고 있을 뿐 모르는 게 많은 아가씨다

진지하게 가버리면 의외로 면역이 없다.

"흠, 흠!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란 건 특별히 믿어줄게."

"특별히는 무슨. 그래서 왜 또 입이 대빨 나온 건지 말이나 해봐."

내가 떠난 신세상 매직의 관리.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지난해에 이미 정답이 나왔다.

한 번 겪어본 만큼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믿는 바도 있다.

예은의 입이 대빨 나온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나 또 버려두고 가면 이번에야 말로 담배가 아니라 바람을 핀다?"

"..오늘 진짜 너 죽고 나 죽어볼래?"

잠시 피바람이 불어닥쳤다.

쇼파 위에서 레슬링을 딩굴딩굴 구르자 예은이 고분고분해진다.

그럼에도 아직 입술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이번에는 같이 갈 생각인데. 싫어?"

"진작 말했어야지 이 바보야. 또 두고 가려고 했으면.. 어디 가둬 둘까도 생각했는데."

"…."

작년 중국에 가기 전날 했던 말이라 가벼이 흘러 들을 수가 없다.

장소가 단순히 밀폐된 건물이 아닌 섬이 될 수도 있다.

한 번 갇히면 평생 빠져나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이 녀석 한 번 빡돌면 진짜로 해버릴지도 모른다.

"농담인 거 알지? 나도 농담이고 싶은데 협조해줘?"

"당연하지. 내가 이래 봬도 약속은 잘 지키잖아 하하하.."

최근 조금 빠져 지내다 보니 이 녀석 옛날 성깔을 잊고 말았다.

절대 밤일 주도권은 뺏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예은의 화를 풀어줄 겸 어깨를 주물러줬다.

"돌쇠야, 조금 더 세게 주물러봐라. 아, 앞쪽으로 손 가면 죽는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님. 근데 허락하는 거 맞지?"

시간으로 따졌을 때 반년 가량 후의 이야기다.

지난번처럼 여유 없이 결정했다가 예은이 회까닥 돌지 않도록 방지책이기도 하다.

사실 회까닥 돌아준 덕분에 개이득 본 감도 있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일만 잘 풀려주면 된다.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한없이 높다.

"일단 롤드컵 갈 수 있나 보고."

"그건 문제없지. 가짜에어 독수리가 시드권 포기한 거 몰라?"

현재 신세상 매직과 가짜에어 독수리는 리그 포인트가 동등하다.

우승 한 번, 그리고 4등 한 번.

섬머 시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붙지 않는다.

그런데 그 중 하나, 가짜에어 독수리가 팀 내부 조정의 문제로 한 시즌 휴식을 공표했다.

"이런저런 말 많으니까. 눈치 보는 거겠지."

"눈치 같은 걸 봤으면 애시당초 시작을 했겠어? 재계약 시즌이니 일이 생겼나 보지."

그들의 사정이야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우승팀은 정말 웬만하면 롤드컵 시드권을 갖는다.

리그 포인트 자체가 우승팀을 밀어주는 구조다.

물론 시드권이 세 장이 아닌 두 장이라 위험하긴 하다.

그 걱정은 가짜에어 독수리가 휴식을 선언하면서 덜어졌다.

섬머 시즌을 불참하겠다는 건 롤드컵 시드권의 포기로도 연결된다.

만에 하나 리그 포인트가 된다고 해도 규정상 못 나간다.

가장 최근의 롤챔스를 뛰어야만 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윈터 시즌에 잘 나갔던 팀이 쪼개지며 2부 리그로 강등 당한다던지.

지역별 대표를 뽑는 만큼 가장 강력한 팀이 나가야 한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룰이다.

"그 웬만하면이 위험한 거잖아. 작년 일 생각 안 해?"

"에이, 그때랑은 상황이 다르지. 이미 4위도 한 번 했고 섬머 시즌 때도 한탕 할 거니까."

작년 롤챔스의 경우가 조금 특이했다.

우승팀, 그것도 섬머 시즌의 우승팀이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하다니.

심지어 윈터 시즌의 우승팀인 삼선 블루가 해체되면서 여유가 있던 상황이었다.

그게 다 누구누구가 벽을 못 넘는 바람에.

맞는 말이지만 신세상 매직이 섬머 시즌 첫 출범이었다는 게 컸다.

하다 못해 스프링 시즌에 본선 진출만 했어도 시드권을 받을 수 있었을 터다.

이미 한 번의 우승을 한 이번 해는 완전 여유가 넘친다.

"핫숏과는 멀어지게 되니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

"너 혹시 진짜로.."

또 헛소리를 하려는 예은의 입을 틀어막았다.

손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입도 벙끗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CLC에 돌아간다는 게 미국으로 간다는 건 아니다.

'CLC는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과거 CLC는 북미는 물론 유럽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트리플리프트로 대표되는 북미의 CLC.

그리고 유럽에도 CLC.EU라는 별개의 팀이 존재했다.

게임단 내부 사정인지 뭔지는 몰라도 해체가 되어 나와는 인연이 없다.

하지만 최근 로드 오브 로드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자 이야기가 나왔다.

유럽에도 다시 지부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

"결국은 자리 잡게 도와 달란 거잖아. 글고 하기 전에 양치하라고 했지?"

"..미안."

점심을 먹고 푹 쉬고 있는 한가한 오후.

TV를 보면서 제철 복숭아를 먹고 있었다.

자연스레 양치질은 이 이후로 미뤄뒀다.

예은이 내 배를 발로 꾹꾹 눌러도 대꾸할 말이 없다.

'근데 이 안 닦은 건 얘도 마찬가지일 텐데..'

내가 했을 때는 분명 복숭아 향밖에 나지 않았다.

이 녀석이 안 나니까 나도 별로 상관없겠지.

똑같이 밥 먹고 후식 먹었음에도 불공평한 세상이다.

"이야기를 꺼낸 건 핫숏이지만.. 결국 수락한 건 나야. 쟁쟁하다는 유럽 리그. 한 번 가보고 싶었어."

"왜 또, 거기서 깽판 치게?"

"아니, 중국은 문제가 좀 있었어서 까칠하게 군 거고.. 내 원래 성격 착한 거 알잖아?"

"그래, 아주 참한 호구 새끼지 깔깔."

굉장히 억울하다는 말밖에 토로할 수 없다.

호구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 게 내 삶의 목표다.

5년간 허무한 연습생 생활을 해왔기에 더더욱이다.

그런데 유독 이 녀석 앞에 서면 체면 구길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오해하는 것도 있을 만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일부러 져주는 거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뒤집어엎는 건 일도 아니다.

"흐응.. 그러세요? 어디 한 번 개겨 보시죠?"

"자꾸 삐딱하게 굴래? 뭐 때문에 화난 건지 말을 해줘. 말해주지 않으면 난 눈치 느려서 몰라."

대빨 나왔었던 예은의 입술.

이제는 쏙 들어갔지만 응어리가 전부 풀린 건 아니어 보인다.

얘가 원래 성격이 배배 꼬이긴 했어도 이유 없이 화내진 않는다.

분명히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

잠시 뜸을 들였던 예은이 토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려고 그래? 그냥 편하게 지내는 편이 낫잖아. 나랑.."

뒷말이 조그마해서 하마터면 못 들을 뻔했다.

참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다.

그런 부분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친구가 아닌 애인으로서의 예은.

사이가 틀어지는 건 아닐지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

'고생이라….'

예은의 말이 사실 정론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활동을 하는 것.

이는 상당히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위다.

지금까지는 좋은 결과로 끝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그러고 싶어.'

솔직하게 나는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

가진 바 재능은 한없이 비효율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부딪히고 넘어서야 한다.

안주한다면 멈출 것만 같은 불안감.

그리고 또 하나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