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68화 (768/803)

768====================

뒤바뀐 심장

결승전이 끝났던 5월 중순.

복숭아의 제철이 시작되는 6월.

그 말이 돼서야 슬슬 막을 올린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섬머 시즌!

바야흐로 여름이, 뜨거운 태양이 다가왔다.

두 가지 기쁜 소식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

<봄이 가고, 꽃샘 추위가 가고, 기온은 올라 가고, 나가서 놀기는 뭣하고! 더욱 시원~해진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서 캐스터 전범준 인사드립니다! 여러분~안녕하세요!>

전범준 캐스터가 롤챔스의 섬머 시즌의 시작을 유쾌하게 알린다.

장소는 평소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상암 E-스포츠 경기장.

하지만 무언가가 분명히 달라져 있다.

달라져도 보통 달라진 게 아니다.

지난 스프링 시즌 도중, 정확히는 8강부터 일이 있었다.

<정말 아슬아슬 했습니다. 기한을 맞춰야 하는데! 공사라는 게 마음처럼 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현장 사정이라는 것도 있고 정말 빠듯했거든요.>

<조금만 늦었으면 조별 리그를 또 잠실실내체육관이나 그에 준하는 다른 곳을 빌려야 했을지도 몰라요. 실제로 LML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치러졌었죠.>

김은준 해설의 전범준 캐스터의 장단을 맞춰준다.

롤챔스의 2부 리그라 할 수 있는 LML.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의 결승전은 지금껏 상암 E-스포츠 경기장에서 치러졌었다.

그런데 그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 당시 공사 중이었다.

지난 스프링 시즌부터 진행돼오던 확장 공사다.

그 작업이 완료된 건 극히 최근.

경기장 내부에는 은은한 새집 냄새가 감돈다.

<확장 공사라고 해서 아주 막 일을 벌린 건 아니고 본관과 보조 경기장을 개조해서 좌석 수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단순히 리모델링을 한 게 아니라 사무 목적으로 쓰이던 층 하나를 통째로, 또 놀려두고 있던 몇몇 룸을 그냥 확 터버렸어요. 실질적인 공간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모니터도 관람에 더욱 더 용이한 형태를 차용…>

한 마디로 최근 흥행하고 있는 해외 경기장과 비슷하다.

직육면체 모양의 대형 스크린이 경기장 중앙에 자랑스럽게 걸렸다.

지금까지는 내부 넓이가 애매해 차용하지 못했다.

확장 공사가 들어가며, 그리고 이러저러 지원을 받으며 이야기가 성립됐다.

아무튼 더욱 근사해진 E-스타디움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는 E-스포츠의 열풍이 국내를 빗겨나가지 않으리란 것.

또한 이번 섬머 시즌의 흥행이 더욱 확고히 되리란 예고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최대치로 갖춰졌다.

-캬~ 이번 시즌부터 가짜에어 독수리 안 봐도 됨ㅋㅋ

-ㅇㅇ하려면 정상급 원딜러 영입해야 하는데 힘들지ㅋ

-스마일처럼 슈퍼 컴퓨터급 카이팅 보여주는 선수.. 찾아보면 없지는 않은데 스타일이 틀려.

-전성기 빅캡틴맨이면 ㅇㅈ!

파프리카TV 등 중계 플랫폼들의 채팅창에서는 이야기가 한창이다.

새로이 개장한 경기장에 대한 관심, 물론 있지만 가장 뜨거운 감자는 그게 아니다.

얼마 전 잉벤을 강타한 하나의 소식에 대해서다.

윈터 시즌의 우승팀이며 명실상부 LCK의 손 꼽히는 강팀.

가짜에어 독수리가 한 시즌 휴식을 선언했다.

상당히 의아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별다른 이변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롤드컵 진출이 확정이었다.

하다 못해 섬머 시즌을 광탈해도 리그 포인트가 충분하다.

100%라고는 할 수 없어도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팬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팀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동떨어져 있다.

이기는데 환장한 가짜에어 독수리가 한 시즌 휴식을 선언한 이유.

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돈이 많긴 많나벼. 선수들 잘 빼가네.

-잘하는 선수들 자꾸 데려가면 한국 게임판은 어떻게 되려나..

-근데 스마일 빼가는 건 개이득인 부분 아님?

-ㅋㅋ스마일 중국 가면 더 이상 그짓거리도 못하고 가짜에어 독수리는 쫑났지.

선수가 교체되고 팀이 리빌딩되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흔들린다.

대표적인 예로 SKY T1 K.

서포터 한 명이 바뀌자 눈에 띄게 약체화됐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진 않는다.

한 시즌 정도 지나면 서로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삼선 게임단도 리빌딩하고 휘청하더니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만약 웬만한 선수 한두 명 나간 거라면 가짜에어 독수리도 밀어붙였을 테다.

나간 선수가 하필 스마일이라 문제가 됐다.

원딜러 중심의 하드 캐리.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이 없으면 기존의 방식은 쓸 수가 없다.

팀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라 휴식 선언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개막식 첫 번째 경기 준비 완료됐습니다. KTX 롤러코스터 A 대 SKY T1 K! 기다리신 분들 진짜 많을 거에요.>

<안 그래도 쟁쟁한 양 팀인데 최근 기세가 물이 올랐어요. 이번 섬머 시즌의 개막식에 어울리는 명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감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에는 사실 어폐가 있다.

KTX 롤러코스터 A.

SKY T1 K.

양 팀 모두 분명 경기력이 모나지 않는다.

맞는 말이지만 같은 선상에서 비교를 하기엔 애매하다.

추가적으로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전적만 따져본다면 SKY T1 K가 조금은 더 우세하다. 지난 스프링 시즌 때는 서포터가 바뀌어서 잠시 부진했던 거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데이터가 있습니다.>

데이터는 김은준 해설의 근간이다.

흔히 말하는 입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경시해서는 안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밴픽과 게임의 흐름을 머릿속에서 그려낸다.

다른 해설가들과 김은준이 명백히 구별되는 이유다.

<최근 스크림, 그리고 솔로랭크 데이터에서 KTX 롤러코스터 A팀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저는 이 팀이 이번 섬머 시즌에서 일을 낼 수 있다. 그럴 만한 저력이 있다. 확신합니다.>

중계진들의 띄워주기.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부터 말이 많았다.

속칭 엄 대 엄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서로 비등한 상황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5대5 느낌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렇게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클끼리 해설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아, 이거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로키 선수의 별명인 보급형 올마스터. 안 좋은 뜻이라 생각될 수도 있는데 아니에요. 비교 대상이 그 올마스터 선수거든요? 진짜 같은 가짜, 어쩌면 진짜 이상의 위력을 보여줄 잠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해는 쏙쏙 된다.

보급형 올마스터라니.

어느 정도의 실력과 스타일을 가졌는지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그 외에도 지난 시즌부터 꾸준하게 상승세인 까메오 선수.

최근 메타의 수혜를 입었다, 이야기가 있는 선데이 선수.

KTX 롤러코스터 A팀은 상당한 고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SKY T1 K! 이미 결승전에 두 차례 올라갔었고, 언제 어느 때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강팀 아니겠습니까? 와우하러 갔던 곰돌이 만두도 돌아왔거든요!>

전범준 캐스터의 드립에 시청자들이 반응이 폭주한다.

지병으로 한 시즌 휴식했던 곰돌이 만두 선수.

과연 소문대로 와우 크래프트를 했던 건지.

아니면 정말 칼을 예리하게 갈고 왔을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첫 경기, 섬머 시즌의 개막식이 막을 올린다.

.

.

.

* * *

스프링 시즌이 끝난지 고작 두 달.

아니, 두 달도 채 되지 못한 기간이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에서 두 달은 강산을 변하게 하고도 남음이다.

─요즘 메타 진짜 골 때린다.

솔로랭크만 그럴 줄 알았는데 대회도 난리네.

진짜 별의별 챔피언들이 다 나온다..

적어도 스프링 시즌처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노잼톤&또바나 메타 깨지니까 이제 탑에 아무거나 막 나옴ㅋㅋ

└프로 무대에선 무조건 네네톤&티바나라고 띄워준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네네톤 선픽 박으면 탑 AP가 와서 겁나 때리잖아.

한때 대회 탑솔러로 네네톤&티바나 이외에는 기용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 어째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고착화가 이루어진 건지.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체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지며 말이 많았다.

이대로 쭉 굳혀진다면 다른 라인은 몰라도 탑은 겁나게 재미 없겠다.

탑은 서로 파밍하다가 한타에서 고기 방패 해주는 게 끝.

불과 세 달도 되지 않은 이야기다.

─대회는 무조건 탱 챔프 해야 한다며?

빽빽대며 입털던 놈들 다 어디 감?ㅋㅋ

지금 조별 리그 탑 픽 나오는 거 봐라.

헤일, 제임스, 나이즈, 랄라 이게 탱챔프?

└ㄹㅇ대회도 결국은 솔랭 메타 따라가게 돼 있음.

└요즘 탑은 춘추전국시대지.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헤일이나 나이즈로 왕귀하면 탑 캐리력 괜찮아. 옛날처럼 버스 라인이 아니야.

최근 메타는 어느 라인도 준수한 캐리력을 가졌다.

탑은 그 어느 때보다 왕귀형 챔피언들이 득세하고 있다.

정글도 당연하다시피 공격력 아이템을 섞는 추세다.

미드는 원래부터 캐리력이 손에 꼽히는 라인이다.

원딜러들은 파밍형 챔피언으로 후반을 본다.

그리고 가장 캐리력이 대두되는 포지션은 서포터다.

사실 현재의 메타는 굉장히 드물고 진귀하다.

후반 지향형 원딜러와 캐리형 탑솔러는 공존을 못해야 정상이다.

후반 지향형 원딜러는 글자 그대로 후반을 보고.

캐리형 탑솔러는 중반 내지 중후반까지 빛을 본다.

캐리형이라는 앞머리가 붙은 이상 팀의 투자는 필수.

탑과 봇을 둘 다 키우는 건 당연하게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OP챔피언 등 필연이 겹쳐 아슬아슬 성립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 무너질지 모를 사상누각인 것도 사실이다.

약간의 균열만 생겨도 금이 쩍쩍 갈라진다.

한 마디로 스노우볼 팍팍 굴러간다.

이 균형을 무너뜨리는 역할은 일반적으로 정글러다.

이전 같았으면 그런 게임이 나왔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글러 하나 동선 예측 못할 만큼 대회 무대가 만만하지 않다.

즉, 세미 정글러라 할 수 있는 서포터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하차니 진짜 잘한다.

그냥 별거 없는 하찮은 녀석인 줄 알았는데 웬일이냐.

로밍으로 전 라인 다 터트리고 이니시도 장난 아니고.

M씨 가문 4대 천왕도 옛말이야.

매일라이프도, 만두 곰돌이도 옛날 같지 않아.

└누가 감히 매라신을 까냐ㅡㅡ 주소 불러라.

글쓴이-매일라이프 기량 하락한 거 사실인데ㅉㅉ 얼밤충 수듄.

└곰돌이 만두도 와저씨된 후로 애매해졌지. 근데 만두 곰돌이는 억지 아니냐?

└그거 클끼리가 쳤던 드립이잖아ㅋㅋ

섬머 시즌 개막식의 첫 경기였던 KTX 롤러코스터 A 대 SKY T1 K.

그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가장 차이가 났던 라인은 다름 아닌 서포터였다.

휴식 기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와우 크래프트에 맛이 들린 걸까.

라인전과 로밍에서 전부 밀리며 스노우볼이 굴러갔다.

쏘냐라는 대중적이지 못한 픽을 한 것도 분명 패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 가져간 쓰렉귀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메타에서 승패의 분기점이 되는 일이 많은 서포터.

경기의 승패로 직결되며 2세트 연속 경기를 내주게 되었다.

─근데 KTX 롤러코스터 A가 물 오른 건 사실이야.

까메오랑 하차니가 둘이서 게임 터트리고 다니잖아.

초반부터 적 정글 들어가서 깽판 치는 게 진짜 개쩜.

SKY T1 K가 실수한 것도 있는데 KTX A가 진짜 잘해졌어.

└요즘 롤챔스는 서포터 차이로 게임 비벼지더라.

└하차니가 설계한 다음 어거지로 걸어서 한 명 녹이고 시작하는 게 큼.

글쓴이-그게 진짜 각 잘 보는 거지. 잘못하면 하드 스로잉도 될 수 있는 건데.

└메타 수혜도 입은 것 같고, 기량도 오른 거 같고 확실히 폼이 상승하긴 한 듯.

현재 롤챔스의 메타에 대한 분석.

각 게임단의 경기력에 대한 평가.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비평.

잉벤에서는 여러가지 화두가 오가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섬머 시즌의 개막이 이토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별 리그는 바야흐로 3일차에 돌입했다.

뭐, 3일차든 4일차든 크게 변하는 건 없다.

완전히 끝나려면 근 3주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변하는 게 있다면 단 하나.

해당 날짜에 경기를 치르는 팀이다.

그렇다.

언제나 메타를 주도하며, 정상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

명실상부 現 한국 롤챔스를 주름 잡는 최강의 팀.

신세상 매직, 그리고 올마스터가 세간의 이목을 모은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