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71화 (771/803)

771====================

뒤바뀐 심장

조별 리그 1주차.

본선 진출팀을 예상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이 팀들이 한바탕 날리겠구나.

레이더에 걸린 건 크게 다섯 팀이다.

현재 잉벤에서는 관련된 이야기가 한창이다.

─삼선은 기세가 완전히 무르익었네.

레드는 당연하고 블루도 미쳤어.

프로들이 코볼트 고평가 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한타 포지셔닝에서 광기가 느껴지지 않냐?

└토이치 잡았을 때가 제일 쩔지. 궁극기로 프리딜각 잡는 건 타고 났어.

└앞라인 치는 척 하면서 뒷라인 다 쓸어버리는 게 진짜..

└탑도 개잘해지지 않았나? 텔포 타이밍 미쳤던데.

└합류 싸움이 오져. 탑이 존재감 없는 거 같아도 은근히 게임 지배함 ㅇㄱㄹㅇ

삼선 레드의 탑솔러 아콘.

삼선 블루의 탑솔러 루시퍼.

두 선수의 특징은 안정적이다.

흔히 말하는 묻어가는 스타일이다.

현재 메타에서 가장 원하는 선수상이기도 하다.

더 이상 프로 무대에서 탑솔러는 발화를 들지 않는다.

텔레포트를 들고 파밍 위주, 백업 위주의 게임을 지향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안정감.

그리고 적재적소에 텔레포트를 타는 것이다.

두 선수는 메타의 수혜를 상당히 입었다.

안 그래도 강팀인 삼선이 더욱 굳건해졌다.

이는 비단 삼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TX는 A팀에 거의 올인 모드 아닌가?

까메오랑 썸데이를 A로 이동 시켰을 때 알아봄.

B팀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야.

M씨 가문 4대 천왕 고통 받는다..

└리빌딩을 좀 잘못하긴 한 듯. 마빠 빼면 너무 저조해.

└듀를 정글로 보낸 게 에러..

└몰아주는 것 까지는 아니고 걍 꼬였어. 재조정해야 돼.

└근데 A팀이 날아다니는 거지 B팀이 못하지는 않아. 올드팀들이 다 힘들어하는 추세잖아.

삼선 레드, 삼선 블루, KTX 롤러코스터 A.

현재 팬들 사이에서 높은 기대치를 받고 있는 팀들이다.

메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덕에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반대로 적응하지 못한 팀들도 많다.

대체적으로 오래된 팀들이 그러하다.

얼마 전 신세상 매직에게 혼꾸멍이 난 얼밤.

올마스터의 도라이븐이 무참한 학살을 자행했다.

─요즘 대회가 서폿 캐리 메타라 기대 좀 했는데.

더 이상 매멘은 없다.

클끼리 일침이 정말 사무친다.

도라이븐한테 찢어지는 건 정말 눈물 나왔어.

왜 쏘냐 같은 걸 픽해서 고통 받았지?

└한나 카운터 치려고 뽑은 거 아님?

글쓴이-그래도 쏘냐 자체가 요즘 별로 같은데.

└자기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낀 거겠지. 솔직히 유니버스 노답이라..

└얼밤 가장 큰 문제가 원딜 존재감이 희미해.

신세상 매직과의 경기는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3킬을 마셔버린 올마스터.

그만큼 두 번 죽기도 해서 원래라면 해볼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챔피언이 하필 도라이븐이다.

킬을 먹었을 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챔피언.

그 수식어가 과장이 아닐 만큼 위협적이다.

심지어 그냥 킬 먹은 것도 패시브를 제대로 터트렸다.

이후 아이템이 쭉쭉 나오자 힘으로 찍어누른다.

─원딜 차이가 진짜 넘사벽이었다.

도라이븐 한 방, 한 방에 탱커진 영혼 나가는데.

테러스티나는 툭툭 쳐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가.

스토커의 단검 아니었으면 딜 아예 없었을 듯.

└열심히 때리는 게 귀여웠음ㅋㅋㅋ

└오히려 쏘냐 딜이 더 세보이더라.

└매라가 괜히 쏘냐한 게 아니지. 만약 광우스타였어봐. 팀 딜 제로였을 걸?

└근데 결국 AP라서 도라이븐이 스킬 포식자 올리니까 안 죽더라ㅋ

테러스티나는 현재 1티어 원딜이다.

고질적인 초반 딜로스가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

부족한 딜링은 스토커의 단검과 스킬딜로 만회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거 전부 마법 데미지다.

얼밤의 조합도 전체적으로 AP딜이 강했다.

도라이븐이 스킬 포식자를 뽑자 딜이 안 박힌다.

서포터도 한나라 여차하면 슈퍼 세이브 해버린다.

위험천만한 다이브를 시도 때도 없이 하며 몰아붙인다.

테러스티나가 2코어를 띄우기도 전에 승기가 확연히 꺾였다.

도저히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이 기울어졌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에서도 별다른 돌파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얼밤은 2패를 해버리며 조별 리그 첫 경기에 X자가 쳐졌다.

안타깝게도 다음 상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엔타로 얼밤..

신세상 매직에도 털리고..

마진 공격대한테도 털리고..

조별 리그 광탈 사실상 확정이네.

└ㅠ.ㅠ 조가 너무 안 좋았어..

└신세상 매직은 몰라도 리빌딩한 마진 공격대한테 진 건 실드가 안되는데;

└얼밤충들아, 현실을 깨달을 때가 되지 않았니?

글쓴이-얼밤의 품으로..

근 1주일간 얼밤은 두 번의 경기를 치렀다.

하나가 탈탈 털렸던 신세상 매직전.

다른 하나가 올드팀간의 대결이었던 마진 공격대전이다.

신세상 매직때처럼 아예 탈탈 털리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를 변화시키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연달아 패배하며 조별 리그의 탈락을 확정.

남은 대 IM 2팀전을 이겨도 의미가 전혀 없다.

─불밤도 재경기 가지 않는 한 힘들어 보인다.

삼선 레드한테 진 건 둘째 치고 가짜에어 비둘기랑 무승부..

MKZ 잡아도 1승 1패 1무임.

잘못하면 섬머 시즌 맛밤 쌍으로 광탈이다.

└하아.. 맛밤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 건가.

└가도 진작 갔지. 요즘 누가 맛밤을 찾아.

└요즘 잘하는 팀들 많아서 맛밤 안 그리움ㅋ

└그래도 충격적이긴 하다. 잘못하면 강등도 당하겠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충격을 몰고 오는 소식도 있다.

한국 로드 오브 로드를 대표하던 거대한 두 기둥.

작년부터 골골거리던 맛밤이 드디어 무너져 내렸다.

─불밤은 그래도 구색은 유지하는데.

얼밤은 진짜 동네북이 다됐다.

그냥 뭐 쪽도 못 쓰고 털리네.

그나마 싸이가 억제탑 역할을 해주는데 다른 라인이 전혀 못 버텨.

└ㄹㅇ 잭트 크기 전에 게임 이미 다 터짐.

└싸이가 그나마 정상인 거지. 잘하는 건 절대 아닌데?

└텔포 타는 클라스도 그렇고. 문제 많아.

└그게 왜 싸이 잘못이야? 아래가 버티지를 못하는 게 문제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어서 털리고.

무언가 시도를 하면 시도를 했다고 털리고.

근본적인 타개책이 필요하다.

사실 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일부 팬들의 시선이다.

얼밤, 그리고 불밤의 경기력이 이전만 하지 못해진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본선조차 진출하지 못하고 조별 리그 광탈.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는 선을 넘어버렸다.

가히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맛밤 게임단의 팬이든, 아니든 간에 씁쓸하다.

과거 찬란했던 해가 완전히 저물었음을 뜻한다.

그것이 한국 로드 오브 로드계가 쇠퇴했음을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다.

─맛밤 폼 떨어진 건 아쉽지만 롤챔스는 더 재밌어졌음.

잘하는 팀들이 많아지니까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

그리고 맛밤은 그냥 못하는 게 맞아.

작년부터 애매했는데 실드만 쳐주면 안되지.

가끔은 방패로 때려주기도 해야 진정한 팬이야.

└이분 글 검색해보니 진성 불밤충..

글쓴이-나는 그래도 마! 가끔 일침도 날리고 그랬어..

└응 뭐어라고? 불밤 빠는 찐따라서 잘 안 들리는데?

└얼밤은 몰라도 불밤은 까지 마!

現한국 롤챔스를 주름잡는 다섯 팀.

더욱 다채로워지고, 흥미 깊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중 두 팀이 이르게 맞붙게 됐다.

같은 조에 속한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신세상 매직 대 마진 공격대.

C조의 1위를 결정하는 격전이 불붙는다.

.

.

.

* * *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행사가 있었다.

후환을 생각해서라도 움직이는 것이 옳았다.

바로 어제가 나와 예은의 400일.

그러고 보면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엎드려 절 받기였지만. 그취?"

"미안.. 다음부터는 잘 챙길게."

두꺼운 커튼으로도 막을 수 없는 늦은 아침의 햇살.

일어나자마자 예은에게 한 소리 구박을 들어야만 했다.

변명인 건 알지만 바쁜 나머지 잊고 있었다.

"요놈, 다음 번에도 그렇게 넘겨봐?"

"1주년 때 잘했잖아. 한 번만 봐줘."

연인간의 기념일에 딱히 집착이 있지는 않았다.

처음 사귀었던 작년에는 100일도 서로 까먹어서 다음날 챙기고 그랬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에 갔다온 이후 조금 달라졌다.

예은쪽에서 시시콜콜 걸고 넘어진다.

싫다는 것도, 귀찮다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연인 사이 같아서 은근히 들뜬다.

1주년 행사도 미리미리 준비해서 성대하게 치렀다.

'솔직히 400일은 건너뛸 줄 알았지..'

게다가 이번에는 롤챔스 기간이다 보니 바빴다.

까먹은 것도 정상참작을 해줘야 한다.

물론 예은도 진짜로 화내고 있는 건 아니다.

"봐줄게. 나 샤워하고 오는 동안 아침 차려 놔."

멋대로 식사 당번을 정하더니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침 정도로 봐준다면 상관없지만 알몸일 텐데.

밝은 곳에서 몸을 보이는 건 부끄러운지 예은이 이불을 뺏어 들어 몸을 가렸다.

"좀 걸리니까 천천히 해. 빵으로 차리면 죽는다?"

"어련히 알아서 차릴 테니 공주마마는 기대하고 있어요."

장난으로 엉덩이를 툭 두들기니 베개를 들어서 퍼억! 복수해온다.

순간 숨이 안 쉬어졌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이다.

방에 나가기 직전 뺨에 맞춰온 뽀뽀 덕인지 아픔은 가셨다.

'된장국에 겉절이라도 해볼까.'

아침으로 먹기에는 적절한 메뉴다.

심심하면 젓갈이라도 곁들이면 된다.

누렁이라 놀리는 주제에 입맛은 서로 잘 맞는다.

5분만 더 잘까도 생각했지만 예은이 나가면서 불을 켰다.

여러모로 철두철미한 기지배다.

칼같이 일어나 준비한 아침 식사는 호평이었다.

찰칵.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간 나는 컴퓨터를 켰다.

딱히 겜돌이의 본능은 아니고 일을 할 시간이다.

만약 휴일이었다면 조금 더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죽였을 것이다.

어젯밤의 여운을 녹일 겸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당히 바쁜 나날이다.

'어제 경기가 어떻게 됐으려나.'

섬머 시즌의 조별 리그는 3주에 걸쳐 치러진다.

한 주마다 경기가 있는 요일은 화수, 하고 토일.

어제 화요일에 얼밤 대 마진 공격대의 경기가 있었다.

'역시 마진 공격대가 이겨버렸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도 그럴게 섬머 시즌의 마진 공격대.

리빌딩이라는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아직 과거의 연을 버리지 못한 맛밤과는 사뭇 다르다.

두 게임단 모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전통, 오래됐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해마다 완전히 바뀐다.

지난 시즌만 해도 날고 기었던 선수가 갑자기 영 아니올시다.

개개인 별로 차이는 있으나 E-스포츠는 선수 생명이 짧다.

물론 많이 가는 선수는 몇 년씩도 해먹지만 평균을 따지자면 그러하다.

패치가 잦은 로드 오브 로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다.

마진 공격대는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대규모 리빌딩을 감행.

현재 조별 리그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을 하고 있다.

'딱히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만.'

어제자 경기의 녹화본을 쭉 훑어본 감상이다.

일이 있었던 탓에 실시간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검색하면 다 나온다.

새로워진 마진 공격대의 전력.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이번 시즌에 주의해야 할 상대는 마진이 아니야.'

딱히 스프링 시즌의 강적, 삼선 레드를 일컬음이 아니다.

부진한 현재의 SKY T1 K도 적수가 되지 않는다.

진정 앞길을 방해하게 될 적은 두 팀.

마진 공격대는 분명 강력하지만 둘에 비하자면 모자람이 있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지.'

이번 섬머 시즌에선, 아니 사실 매시즌마다 노리고는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 풀린 적이 한 번도 없었을 뿐이다.

롤챔스 최초 전승 우승의 위업.

이제는 슬슬 할 때도 되었다.

'한다면 지금 만큼 적기가 없어.'

작년 섬머 시즌 때는 아쉬웠다.

SKY T1 K에 의해 결승전에서 1패.

그전까지 쌓아 올렸던 연승이 도로아미타불 되고 말았다.

솔직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최전성기의 SKY T1 K를 상대했었다.

고작 1세트 내주고 이겼다는 것이 기적이다.

더욱이 지난 스프링 시즌도 여유라고는 없었다.

봄의 제왕, 더욱 더 물이 오른 다대기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봄은 지나갔다.

뜨거워진 햇살이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보다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다.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여느 대회 이상으로.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최선의 지름길을 그려낸다.

============================ 작품 후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오프 더 레코드 에피소드는 다른 파트에서 추가해볼게요.

그제 거는 그냥 드립 정도고 딱히 재밌을 만한 포인트는 적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