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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심장
마진 공격대는 팀 이름에 걸맞게 공격적인 운영이 특기다.
무언가를 가진 상황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
매섭게 몰아치며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것을 장기로 한다.
그럼에도 운영이 약점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쉽게 무너진다.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지금 흘러가는 게임처럼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쿠로이의 산다라가 또다시 갱킹을 당했다.
어떻게 사리려고 했지만 각이 나오지 않는다.
타겟팅에 가깝게 쏘아버린 악어밥을 맞는 순간 사망 확정이다.
"아.. 이게 알고도 당하니까 어이가 없네. 탈력 들 걸 그랬나.."
이제 와서 후회한다 한들 돌이킬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산다라가 탈력을 들다니.
금시초문 말도 안되는 일이다.
초반 라인전 견제가 지극히 강력한 산다라다.
그 장점을 백분 살리기 위해서는 발화가 필수불가결이다.
그리고 실제로 제법 재미도 봤다.
만약 순수하게 라인전이 진행됐다면 문제될 건 없었다.
"정글이 미드를 봐줄 수가 없나?"
"내가 봐줘도 먼저 걸리면 2대2가 안돼."
"처음에 점멸 빼고 죽었던 게 크네."
피드백이랄 것도 없다.
문제는 결국 한 가지다.
끠즈의 궁극기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끠즈가 근거리 미니언을 타며 악어밥을 발사.
뚜벅이 챔피언인 산다라는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무빙으로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대가 상대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는 각도로 날려온다.
악어밥의 판정이 좋다는 것도 한몫한다.
무엇보다 스턴으로 떨쳐낼 수 없다는 게 크다.
"거미여왕 아니었으면 후속딜 부족해서 사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있나. 다음 용 타이밍 때 반전 노려보자."
산다라의 E스킬 검은 파동.
스턴과 함께 밀치는 효과까지 있다.
적 정글이 갱킹을 와도 스턴 걸고 튀면 그만이다.
여차하면 궁극기로 역관광도 가능하다.
탱탱한 정글러면 모를까 육식 정글러는 한 방에 터트린다.
스턴 걸린 적에게 풀콤을 먹이기만 하면 되니 손쉽다.
그런데 상대 미드&정글이 전부 짜증나는 챔피언이다.
검은 파동을 흩뿌리는 순간 거미줄로 절묘하게 피한다.
끠즈를 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재롱잔치를 써버린다.
악어밥이 달라붙는 순간 눈 뜨고 죽는 수밖에 없다.
"일단 점멸 돌아왔으니 한 타이밍 사릴 수는 있어. 용까지 버틸 수는 있겠다."
"오케이. 어차피 끠즈 커도 조냐의 물시계 전까지는 한타 애매하니까 괜찮아."
솔로랭크에서는 끠즈가 제법 쓰인다.
어떻게 라인전 잘 버텨서 2코어만 띄우면 무쌍.
혼자서 딜&탱&어그로 핑퐁을 다 소화하는 만능캐가 된다.
이런 만능캐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 바로 잡캐다.
아이템이 나오기 전에 충분히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다.
초중반 끠즈는 라인클리어도 안되고 한타 진입각도 안 나온다.
현재 마진 공격대가 걸어볼 수 있는 건 한타 뿐이다.
다른 방법을 찾기엔 운영 능력이 빈약하다.
하지만 그 한타의 승산이 상당히 높다.
다시 한 번 용을 먹을 수만 있다면 승기가 넘어온다.
꼬여버렸던 게임 풀이도 돌파구가 보인다.
경기의 이목은 미드와 봇라인의 사이, 용으로 모여진다.
.
.
.
* * *
초반 다이브 이후 확 기울어지는 듯도 싶었다.
하지만 이내 킬 스코어를 따라붙는데 성공했다.
미드에서 연달아 터진 두 번의 갱킹.
깔끔한 갱호응으로 연거푸 킬을 만들었다.
<미드에서 산다라가 두 번 허무하게 죽은 것. 덕분에 따라오긴 했지만 아직 전체적인 힘의 균형은 마진 공격대 쪽으로 기울었어요.>
<글로벌 골드부터가 앞서고 있죠. 탑라인은 CS차이가 안 날 수가 없고, 미드도 산다라라서 CS 수급에 문제는 없습니다.>
신세상 매직은 산다라를 따낸 이후 추가적인 이득을 가져가지 못했다.
용은 이미 먹혔고,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점멸, 궁극기 등 많은 것을 투자했으니 당연하다.
밀린 미니언 웨이브도 이블퀸이 회수했다.
경기가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옵저버의 움직임에 맞춰 김은준 해설이 입을 열었다.
<이러면 이제 주목해야 할 게 용입니다. 슬슬 용 젠될 타이밍이고, 마진 공격대가 시야 장악을 하고 있어요. 반드시 가져가겠다 작정을 한 거죠.>
경기 시간이 12분을 향해 다가간다.
두 번째 용이 젠되는 타이밍이다.
마진 공격대의 움직임에서는 분명하게 한타의 의도가 배어있다.
<신세상 매직도 이거 그냥 내주면 기분 안 좋습니다. 용이 주는 글로벌 골드 절대 무시할 수 없거든요? 탑 1차 가져가는 정도로 만족을 하기엔 찝찝합니다.>
성장 기대치가 높은 조합을 선택했을 때.
용 하나 정도는 쿨하게 내줘도 된다.
추가적인 손해만 안 보면 기분 나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가 아니라 두 마리.
두 마리를 내주는 순간 세 마리로 연결된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이르게 용을 먹힌 경우라면 더더욱이다.
세 번째 용이 젠되는 타이밍은 늦어도 20분이다.
특별히 잘 크지 않는 이상 2코어가 나오지 않는 시점이다.
그런데 용을 연달아 먹은 상대는 코어템이 나올 수 있다.
서로가 가진 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필연이 된다.
그렇게 하나, 둘 내주다 보면 어느샌가 점점 게임이 굳어진다.
마진 공격대가 특기로 하는 운영.
주도권을 잡았을 때 휘몰아치는 능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여기서 용 내주면 마진 공격대가 너무 편해집니다. 오브젝트 챙겨나가면서 꼬그모 성장만 시켜도 신세상 매직으로서는 답답해져요.>
<운영이라는 건 결국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능력이에요. 상대에게 선택지를 주고 그 과정에서 사소한 미스를 후벼 파는 것. 그런데 그 운영이란 고삐를 현재 마진 공격대가 쥐고 있습니다.>
지금껏 롤챔스에서 먹은 짬밥이 어디 한두 스푼이겠는가.
라인 주도권을 잡은 미달리가 탑라인을 압박한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이 용 쪽의 시야를 장악한다.
말카림의 움직임만 봐도 신세상 매직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구태여 먼저 미달리가 합류할 이유가 없다.
상대가 용을 포기하고 얻을 이득을 최소화하는 것.
유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노우볼을 굴리는지 마진 공격대는 도가 텄다.
<미달리 움직임 영리합니다. 주위에 미리 와드와 덫 깔아서 만에 하나의 변수 차단했어요!>
누구보다 스플릿을 사랑하는 클끼리가 중요한 점을 짚는다.
신세상 매직이 고를 수 있는 최선.
미달리를 끊고 탑1차를 가져가는 것이다.
마진 공격대의 새로운 탑라이너 두크.
안정적인 스타일인 그는 구태여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말카림을 디나이시키기 보단 본인의 안전과 팀의 이득을 우선한다.
그래도 되는 조합을 갖췄기 때문이다.
<꼬그모 무럭무럭 성장만 해도 한타에서 괴물됩니다. 미달리는 그냥 앞에서 탱킹해주면서 간간히 힐만 줘도 역할 수행 지장 없습니다.>
<대자연의 축복에 공격 속도 버프가 있어서 원딜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오큐 선수, 요즘 커뮤니티에서 괜히 핫한 게 아니거든요?>
마진 공격대의 새로운 원딜러 오큐.
그는 약팀으로 취급되던 페닉스 게임단 출신이다.
마진 공격대로 영입되자마자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편다.
최근 활약상이 기대가 되는 원딜러로 손꼽히고 있다.
더욱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이 하드 캐리형 원딜러 꼬그모.
팀이 어느 정도 앞라인만 해주면 무서운 프리딜이 가능하다.
미달리의 부족한 성장 기대치를 보충해주고도 남음이다.
이대로 경기가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구도가 일방적이다.
신세상 매직이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지.
말카림이 귀환을 타는 것이 신호가 됐다.
.
.
.
* * *
─아군의 포탑이 파괴됐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 없는 일이다.
선템으로 삼종신기를 가는 미달리.
한 번 자리를 비우면 타워가 부숴지는 건 순식간이다.
슈우웅..!
그 대신이다.
타워가 부숴질 걸 알고도 귀환을 탔다.
고작 한타에 앞서 아이템을 보충하기 위함이 아니다.
'슬슬 한 방 크게 터트릴 때지.'
말카림이 구입한 것은 다름 아닌 의병대.
8초 동안 이동 속도를 몹시 올려주는 신발 업그레이드다.
라인 복귀도 빨라지지만 여기서 노리는 건 텔레포트와의 시너지다.
특히 말카림과 의병대의 상승 효과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악어다~!>
텔레포트가 도착하기 직전.
용을 치고 있는 상대 진영에 악어밥을 던진다.
지금 중요한 건 누구를 맞히냐가 아니다.
누구든 맞히는 거다.
손님을 가리지 않는 이상 적중률은 10할에 수렴한다.
이로써 한타는 완벽하게 걸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신세상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현재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심지어 당하는 입장에서도 사태를 파악하는 게 늦고 만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마진 공격대의 기둥인 꼬그모가 죽었다는 것.
아직 원딜러가 게임을 지배하는 시간대는 아니지만 영향이 적을 수가 없다.
적팀에서 가장 잘 성장했던 꼬그모다.
이번 한타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무거웠다.
허무하게 죽어버린 이상 한타는 아비규환이다.
퍼엉!
쿠확!
용 앞의 강은 완전히 난장판이 돼버렸다.
서로가 얽히고설켜 치고 박고 난리가 났다.
대회 무대에서는 보기가 드문 진귀한 광경.
마진 공격대도, 우리 신세상 매직도 공격적인 성향이라는 이유도 있다.
가장 큰 건 나와 말카림이 대놓고 적 꼬그모를 물었다는 사실이다.
서로가 뺄래야 뺄 수가 없을 만큼 깊게 파고들었다.
일단 나는 살아 돌아갈 수가 없었다.
적팀의 서포터 광우스타.
나를 점멸로 내려찍었다.
이미 재롱잔치도, 점멸도 꼬그모를 잡을 때 써버렸다.
점사가 쏟아지니 몇 초 버티지도 못하고 녹아버렸다.
그 몇 초를 버텼다는 게 중요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신세상 올마스터님의 학살이 종결되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상대팀의 조합은 마법 피해의 비중이 무척 높다.
그 균형을 잡아주던 꼬그모가 죽자 무너져 내린다.
적팀의 생각보다 조금 더 버텨버린 것.
첫 코어로 심홍의 완드를 뽑았기 때문이다.
마법 저항력이 높아서 딜러치고 단단하다.
게다가 디버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마법 저항력을 20감소시킨다.
아군의 프리딜을 넣을 환경을 제대로 제공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트리플 킬!
신세상 아이돌이 학살 중입니다!
거미여왕은 물론 고르키도 마법 피해 비중이 상당하다.
심홍의 완드에 의해 더욱 강렬하게 박힌다.
프리딜 구도가 되자 일방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딜이 왜 이렇게 잘 박히나 했더니 심홍의 완드 떴구나. 체감이 꽤 많이 되네."
"쟤네 아직 마저템이 없잖아. 광우스타 예은이 잡고 나머지는 미드 밀자."
미드에서 2킬을 먹은 덕에 1코어가 빠르게 떴다.
그 차이가 이번 한타의 분기점이 되었다.
물론 이 상황을 그려낸 건 다름 아닌 말카림이다.
텔레포트 의병대에 유령화까지 켜버렸다.
채 아이템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가공할 위력이다.
갖다 박자 꼬그모의 체력바가 반토막.
나머지는 내가 점멸로 마무리했다.
구워어어-!
꼬그모를 지키지 못한 광우스타가 구슬프게 운다.
어떻게 밀거나 내려쳐서 막을 수 있는 이니시가 아니었다.
말카림의 궁극기는 CC기 무시.
끠즈는 악명 높은 재롱잔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광우스타까지 정리했다.
아군은 나와 말카림.
두 명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용을 먹히기는 했지만 명백한 이득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드 라인의 1차 포탑을 파괴했다.
하고 많은 포탑 중에서도 가장 중요도가 높다.
한 마디로 첫 단추다.
미드 1차 포탑을 파괴하는 쪽은 운영의 주도권을 가진다.
초반 라인전이 강력한 미달리와 산다라.
그리고 봇라인에서의 4인 다이브.
한 번 넘겨줬던 주도권을 되가져올 시기다.
찰칵!
솔로랭크에선 잘만 나오는 끠즈.
어째서 대회픽으로는 기용이 안될까?
대치 상황에서 해줄게 없다.
라인 클리어도 굉장히 애매하다.
미드는 팀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독특한 스킬 구조를 가진 끠즈는 2% 아쉽다.
이를 아이템트리와 조합을 통해 극복해낸다.
'제법 매서웠지만 부족해.'
상대는 분명 이번 경기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마진 공격대의 저력은 생각했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쪽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얕지 않다.
착실하고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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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슬비님이 예은 팬아트 그려주셨습니다. 작품 공지사항에 올려뒀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