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
뒤바뀐 심장
좌아악-!
빅토리의 어깨에 달린 제3의 팔에서 레이저가 쏘아진다.
빅토리의 E스킬 파멸의 광선.
일직선상의 적에게 피해를 가한다.
그 끄트머리에 르풀랑이 또다시 긁히고 말았다.
퍼엉!
체력이 40% 이하로 내려가면 르풀랑은 패시브가 터진다.
본체와 분신으로 갈라지며 적을 교란한다.
암살 이후 쉽게 도주하기 위함.
역으로 공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터억!
도망가지 않은 쪽이 진짜였다.
르풀랑이 파괴의 표식을 던져온다.
몇 달 전 너프 이후 스킬명이 바뀌었다.
침묵의 표식에서 파괴의 표식으로.
변한 것은 침묵의 유무 뿐이다.
즉, 데미지는 여전히 괴랄하다.
촤악!
어째서 르풀랑을 상대로 빅토리를 뽑았을까.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빅토리의 Q스킬 힘의 선회.
파괴의 표식과 비슷한 타겟팅 스킬이다.
적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신에겐 실드를 씌운다.
딜교환에 있어 이만큼 효율적인 스킬이 없다.
물론 실드의 양은 아직 애매한 수준이다.
파괴의 표식 데미지를 흡수하는 정도일까.
아직 진짜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르풀랑이 자랑하는 강제 딜교환 말이다.
파앗!
퍼엉!
날조로 들어와 표식을 터트린다.
내 체력이 눈에 띄게 깎인다.
여기까지 맞아버리면 명백히 손해.
그럼에도 상황은 웃어준다.
철컹!
날조는 재사용시 원래 위치로 되돌아간다.
그 원래 위치에 깔아놨다.
빅토리의 W스킬 중력실.
데미지는 전무하지만 CC기로서 메리트가 있다.
적을 둔화시키며 잠시 후 기절 상태로 만든다.
이제 곧 파멸의 광선의 쿨타임이 찬다.
좌아악-!
한 번 더 긋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르풀랑의 체력이 위태위태하다.
언뜻 손해 봤던 딜교환은 완전히 역전됐다.
'어지간히 답답했을 거야.'
르풀랑이라고 무리하게 들어오고 싶었을까.
하도 짤짤이를 당하다 보니 눈이 뒤집혔다.
현재 파멸의 광선은 사거리가 상당히 길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바로 메커니즘이다.
'빅토리가 안 쓰였던 이유의 5할이지.'
궁극기 잘 깔기 힘들기로 유명한 파이어뱃.
빅토리의 파멸의 광선도 이와 비슷하다.
한 번 쓸 때마다 겁나게 번거롭다.
조금만 잘못 사용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나간다.
챔피언이 썩 좋은 것도 아닌데 숙련도 요구치는 쓸데없이 높다.
쓰이지 않았던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사용하는 법을 안다면?
빅토리의 활용 가치는 주류 챔피언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맞라인을 서고 있는 저 르풀랑을 이길 정도로 말이다.
좌아악-!
르풀랑은 어쩔 수 없이 귀환을 택했다.
내 레이저에 스치고 점멸 평타 맞으면 그대로 아웃.
안 맞을 자신이 없었다.
한 마디로 패기에서 밀렸다.
찰칵!
미니언 웨이브를 타워에 꼴아박고 나도 아이템을 사온다.
첫 번째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정해져 있다.
빅토리라면 당연히 올려야 하는 필수품이다.
'패시브 업그레이드.'
빅토리의 패시브는 사뭇 독특하다.
아이템을 하나 가진 채 시작한다.
상점에서 돈을 주고 업그레이드해 스킬을 강화시킨다.
내가 선택한 것은 E스킬 파멸의 광선.
레이저에 스친 적에게 4초간 3할의 추가 피해를 가한다.
주문력도 무려 45나 올려주는 가성비 킹왕짱이다.
첫 귀환에 이게 나오는 순간 라인전은 질 수가 없다.
좌아악-!
라인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하게 긁는다.
고작 5레벨임에도 원거리 미니언이 한 방이다.
단일 스킬의 가치만 놓고 봤을 때 로드 오브 로드에서 손꼽히는 수준.
챔피언에게 맞혔을 때 더욱 뚜렷해진다.
좌아악-!
라인에 복귀한 르풀랑이 한 방 크게 긁힌다.
이전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게 강렬하다.
단 한 방에 르풀랑의 체력이 3할 가까이 빠졌다.
'그리고 도트 피해까지.'
빅토리를 하는 이유와도 같은 밥줄 스킬이다.
차후 리메이크 이후에는 똑같은 곳을 한 번 더 긁는다.
게다가 사거리도 눈에 띄게 짧아진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처하기 어렵지 않아졌다.
대신 전체적으로 버프를 먹어 주류 챔피언이 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빅토리도 애착이 있다.
단점이 큰 대신 장점 또한 확연하다.
좌아악-!
쿨마다 긁어주는 레이저는 엄청난 압박이다.
원거리 미니언을 깔끔하게 클리어.
범위가 길어서 르풀랑까지 스친다.
맞는 순간 억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레이저 짤짤이 하나만으로 빅토리는 라인전 최강에 선다.
어떤 챔피언이 와도 라인전 하나는 지지 않는다.
물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르풀랑의 원콤은 위협적이다.
아무리 침묵이 사라졌어도 르풀랑은 르풀랑이다.
한 번 거리를 내주고 사슬을 맞으면 위험할 수 있다.
'응, 안 줄 거야.'
거리는 안 주면 그만이다.
억지로 들어오면 역으로 킬각을 잡는다.
일반적인 짤짤이 챔피언들과 달리 빅토리는 맞딜도 상당하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도 르풀랑은 우주 끝까지 말린다.
CS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어느 순간 미니언에 입도 대기 힘들어진다.
누적되는 체력 손해가 킬각이란 두려움을 상기시킨다.
'한 마디로 이독제독이지.'
독은 독으로 제압한다.
산다라, 그리고 르풀랑.
상대는 라인전 주도권을 잡을 속셈이다.
그렇다면 훨씬 더 강력한 챔피언으로 찍어누른다.
좌아악-!
앞으로 한 번만 더 레이저에 스치면 집 생각이 간절해진다.
귀환하는 순간 정글러 불러서 타워 철거.
특기로 하는 공격적인 운영은 이쪽도 잘한다.
게임을 어떻게 하면 답도 없이 만드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토록 라인전이 강한 빅토리가 안 쓰이는 이유.
하나는 바로 유통기한 때문이다.
그 정도야 운영을 통해 극복하고도 남는다.
그보다 큰 건 다른 하나다.
쿠확!
레이저 쿨이 빠지자마자 들이닥친다.
적팀의 정글러 이블퀸.
발밑에 가시가 깔리며 나를 둔화시킨다.
이것이야 말로 빅토리의 가장 큰 단점이다.
이전 판 산다라와 마찬가지로 뚜벅이다.
게다가 확정 CC기가 아니라 애매하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르풀랑이 앞대쉬해온다.
터억!
상대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
이블퀸이 나에게 받아 넣은 점멸 평타.
레드가 묻은 이상 무빙이 크게 제한된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경우의 수가 적다.
르풀랑이 날려올 사슬을 피하는 건 힘들다.
그래서 들은 유령화다.
'뚜벅이는 뚜벅이 나름대로 사용법이 있거든.'
차후 뚜벅이 AP챔피언들이 연구되면서 스펠의 변화가 생긴다.
미드가 꼭 발화나 보호막만 들 이유가 있을까?
유령화를 들고 카이팅 하는 것이 유행한다.
지금도 쓸라면 쓸 수는 있다.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숙련도의 문제.
당연하게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앗..!
르풀랑의 점멸 사슬을 맞점멸로 피해낸다.
벌어진 거리, 곧 풀리게 되는 둔화 효과.
한 번 더 사슬을 복사해 날리지만 가볍게 비틀어 피한다.
증폭된 이동 속도가 이를 가능케 한다.
콰지지직..!
상대의 모든 스킬이 빠졌다.
이제는 반격의 시간이다.
빅토리의 궁극기 공허의 폭풍.
순간 데미지는 약하지만 지속딜이 뛰어나다.
르풀랑과 이블퀸의 머리 위에 천둥이 내리친다.
쿠룽!
공허의 폭풍은 매초 적에게 지속 피해를 가한다.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도망가면 그만이긴 하다.
그런데 상대는 모든 스킬이 빠졌다.
이동 속도는 내가 훨씬 더 빠르다.
천둥이 치는 구름 안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다.
좌아악-!
그리고 가장 강렬한 한 방을 먹여준다.
일직선으로 그어진 레이저가 이블퀸의 체력바를 태운다.
아쉽게도 르풀랑은 날조를 재사용해 도망쳤다.
짤짤이를 여러 번 맞아 체력이 거덜난 상태였다.
무리한 갱호응이 실패로 돌아가자 걸음아 나 살려라.
궁극기에 스친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직감한 모양이다.
혼자 남은 이블퀸은 대신해서 궁극기를 전부 뒤집어쓴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요했던 소환자의 전장에 울리우는 첫 번째 승전보.
상대가 어떻게든 따내려고 발악했던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가져가는 것은 내가 되었다.
"오~ 미드 솔킬. 좀 하는데?"
"좀만 하냐?
"까불긴."
말장난을 치는 거지 놀고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예은이다.
바론 벽을 넘어 탑라인의 삼거리.
그대로 돌아가 미달리의 뒤를 잡았다.
이~쿠우!
차내자 씨지맥이 받아 문다.
티바나의 이빨이 사정 없이 물어뜯는다.
차내면서 음파까지 적중시켜놓은 상황.
미달리는 도주를 포기하고 결사를 다진다.
내가 르풀랑을 괴롭혔듯 미달리도 어지간했다.
수풀을 드나들며 티바나를 부단히 쪼아댔다.
그 결과, 체력을 상당히 깎아 놓았다.
타악!
코앞에서 창을 던지며 퓨마로 변해 아그작!
그 강렬한 한 방은 티바나의 숨통을 끊기에 충분했다.
그래야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쌔신의 신발과 스킬 포식자.
탑미달리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한다.
마법 실드가 터지며 상쇄되고 말았다.
결국 미드는 갱승, 탑은 갱킹 성공이다.
'참 안타까운 결말이네.'
마진 공격대로서는 최선의 최선을 다했다.
모르긴 몰라도 비장의 카드.
상당한 투자를 했을 거라 생각된다.
단순한 실험픽이라고 생각하기엔 완성도가 높았다.
'정말로 포텐이 터진 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마진 공격대의 실력 상향선은 여기까지다.
이 이상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은 아니었다.
무언가 계기가 있었다면 또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운영이 약한 팀이 라인전까지 안 좋게 흘러간다라..'
마진 공격대의 미드라이너 쿠로이.
그의 실력은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상황이 두 가지 안 좋았을 뿐이다.
나는 르풀랑의 스킬 메커니즘을 꿰고 있다.
그에 반해 상대는 잘하는 빅토리를 만나봤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상대가 나거든.'
조별 리그라고 대충 치른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상대에게 가장 걸맞는 카드.
굳이 꿀챔이 아니더라도 충분하다.
조금만 픽을 꼬아도.
적절한 조합을 구성해도.
한결 쉽게 게임을 푸는 것이 가능해진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건 좋지 않다.
전용칼을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법이다.
오늘의 경기를 정리하자면 대략 그런 느낌이다.
.
.
.
* * *
이러다가 모든 챔프 다 한 번씩 꺼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말문이 막히는 선수다.
<사실 올마스터 선수가 빅토리를 처음 꺼낸 건 아닙니다.>
조금 많이 당황했을 뿐이다.
올마스터에 대한 조사는 누구보다 많이 했다.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킨 김은준 해설위원이 말을 이었다.
<올해 초에 있었던 LCF. 1대1 토너먼트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설마 소환자의 전장에서, 그것도 대회에서 꺼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밴픽 마스터 김은준조차 질려버렷다.
대체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다.
해괴망측 기괴한 플레이가 아주 전매 특허다.
클끼리도 이 선수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심지어 뽀로로도 했어요. 국내 대회는 아니고 중국에서 였는데.. 그때 한참 뽀로로 사기설이 돌았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었습니다.>
<뽀로로가 잘 크기 힘들어서 그렇지 잘 크면 또 좋거든요? 근데 빅토리는 라인전 센 거 빼면 좀 애매하다. 근데 이 선수의 손에 들리니 아니에요.>
라인전이 강력한 대신 다른 것들이 애매하다.
성장 기대치가 영 아니올시다.
뚜벅이라 갱킹도 잘 당한다.
의아하게도 올마스터가 잡으니 전혀 다르다.
<스킬쿨 한 번 돌리면 할 게 없는 뚜벅이 챔피언. 그 고질적인 단점을 유령화로 극복하네요. 방금 이블퀸이 뚜벅이라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된통 당했죠?>
<사실 그건 르풀랑의 사슬을 연속해서 피한 올마스터의 미친 피지컬 덕분이긴 한데 확실히 유령화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플레이긴 했어요.>
하지만 역으로 유령화라서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킬을 피하지 못하는 이상 유령화, 스펠 하나의 의미가 사라진다.
정말로 입롤을 실현했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중국에서 사용했던 뽀로로 때와 마찬가지다.
빅토리도 한 차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오랜만에 또 솔로랭크 터지겠구나.
오늘 경기 끝나면 빅토리 밴 때려야겠구나.
겸사겸사 끠즈도 자르는 것이 좋겠구나!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비주류 챔피언.
빅토리의 활약상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