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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심장
곰곰이 생각해 보자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비교 문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뱉는다.
XX는 하던데 넌 왜 못해?
못하면 못하는 거지 꼭 남을 걸고 넘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사회의 문제든, 교육의 문제든.
어느 쪽이든 비교가 당연해진 현실이다.
SKY T1 내에서도 불화설이 있더라.
그런 소문이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는 다른 게임단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現한국 로드 오브 로드계를 주름 잡는 3대 명가.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반드시 들어갈 팀이다.
삼선 게임단에서도 은근한 알력 다툼이 존재했다.
"애들아, 슬슬 적응됐잖아?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지. 삼선 레드 걔네들 별거 아니야. 내가 진지하게 코치로서 말하자면 너희가 훨씬 더 잘해!"
"아, 예에.."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째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많이 들었다.
現삼선 블루의 코치 백성현.
선수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대강 대답한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現삼선 블루의 원딜러인 前삼선 레드의 원딜러였던 코볼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서지훈 감독처럼 속이 시꺼멓지는 않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능력.
코치로서 상당히 부실하다.
삼선 블루의 부진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더욱 선수들을 닥달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열혈파.
자기 딴에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더 민폐다.
"그러니까 이번 SKY T1 K전은.."
주저리주저리 백성현 코치가 열심히 설명한다.
이를 듣는 선수들의 반응은 시큰둥.
솔직하게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내용이다.
게다가 거슬리는 부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치님, 곰돌이 만두는 원딜러가 아니라 서포턴데요."
"아아, 헷갈렸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뭐냐면.."
선수의 포지션은 헷갈린다.
사실 말을 빠르게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다.
결코 큰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어설프다.
그렇다고 코치의 말을 대놓고 지적하기는 뭣하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반항.
이윽고 지루했던 시간이 흘러갔다.
"아.. 우리도 좀 선수 출신 코치님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백형도 일단 선수 출신이긴 했지."
토의가 끝나고 연습실로 내려가는 길.
코볼트의 한탄에 마차가 별 의미 없이 대답한다.
글자 그대로 별 의미가 없다.
전 프로게이머면 뭐하겠는가?
로드 오브 로드가 아닌 갤럭시 크래프트다.
한 마디로 전압이 안 맞는다.
돼지코를 끼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갤럭시 크래프트 출신의 코치나 감독은 한두 명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력.
이미 4시즌이나 돼버린 시점에서 스타트가 늦다.
무엇보다 본인이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잘 모른다.
노력은 하나 아직 한참은 모자란다.
언제가 되어서야 제 역할을 해줄런지.
기대를 하기엔 당장이 급박하다.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너 생각도 하고 사냐?"
"아! 너까지 토달지 말고."
평소 생각 없는 플레이로 유명한 코볼트 선수.
특히 게임 내에서 무리수를 어지간히 둔다.
자신의 피지컬을 믿고 소위 개기는 플레이를 해버린다.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마차가 제지를 안 걸면 큰일낼 선수다.
그렇게 생각 없이 게임 하는 주제에 과연 어떤 의견을?
마차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아니, 나는 다 계산하고 들어가는 거라니까.."
"됐고 뭔 생각인지 말이나 하렴."
삼선 블루의 원딜러 코볼트.
그는 머리 쓰는 포지션은 아니다.
몸으로 움직이는 행동파다.
그런 그가 생각한 것은 당연하게도 단순했다.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보자."
"그럴 줄 알았다 임마."
역시나의 대답에 나머지 선수들이 혀를 찬다.
네놈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그럼 그렇지.
하지만 사실 속내는 한결 같다.
작년 스프링 시즌의 사태 이후 리빌딩된 삼선 게임단.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코치 중 한 명이 잘리게 됐다.
남아있던 한 명의 코치는 삼선 레드를 전임하고 있다.
즉, 삼선 블루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새로 백성현 코치가 왔다지만 능력이 전무하다.
솔직하게 토로하자면 도움이 하나도 안된다.
"백형이 뭔가 해보려는 건 알겠는데 우리는 그냥 하던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진지한 얘기 중이니 닥쳐라."
"네 형.."
코볼트와 마차는 한 살 차이다.
사실 사회 생활에 들어가면 한 살 정도는 동갑이나 다름없다.
입사 동기라면 특히 더 따지지 않는다.
때문에 평소에는 어울려 지내지만 심각한 경우.
현실이든 게임이든 형으로서의 위엄은 있다.
팀의 두뇌를 맡고 있는 마차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우리가 늘 연습하는 건 한 가지잖아. 그것만 갈고 닦으면 된다고 봐. 굳이 안 맞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어."
삼선 블루의 팀 색깔은 이전부터 확고했다.
자신들이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나.
한 번도 갈피를 못 잡은 적은 없다.
그럼에도 성적이 조금 부진했던 이유.
정확히는 삼선 레드에 밀리던 이유.
아직 채 완성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대기만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플레이 난이도가 지극히 높다.
하루 이틀 시간으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다.
백성현 코치가 조급해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선수들의 의견은 간단하게 모아졌다.
"코치형에게는 내가 잘 말해볼게."
"그게 낫겠다 진짜.."
"그놈의 삼선 레드 소리 그만 좀 들었으면 좋겠네."
형제팀인 삼선 레드는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신세상 매직과 호각을 이뤘다.
비교를 하려는 세간의 시선.
코치까지 저 모양이니 아주 이골이 났다.
자신들이라고 좋은 성적 안 내고 싶겠는가.
특히 코볼트와 마차는 속이 쓰라리다.
그 둘은 작년까지만 해도 삼선 레드였다.
리빌딩 과정에서 삼선 블루로 팀을 옮기게 됐다.
옮긴 이후로 성적이 저조하다.
그에 반해 삼선 레드는 다시 상승세.
슬슬 자신들도 무언가 하나 터트려야 한다.
더 이상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왔어? 오늘 스크림 스케줄 말인데.."
연습실에 도착하니 백성현 코치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삼선 블루의 팀원들로서는 상당히 뻘쭘하다.
원인이야 어찌 됐던 뒷담을 깐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해맑다.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닌데.
팀을 위해 헌신하는 좋은 사람인데..
조금 현장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런 사람을 안 좋게 생각했구나.
이유가 무엇이건 반성해야겠다.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것도 잠시였다.
"삼선 레드랑 잡아 놨어. 잘했지? 역시 직접 붙어보면서 우리가 삼선 레드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연습실 안의 공기가 다시 싸늘하게 식는다.
백성현 코치 이외에는 전부 눈치챘다.
지나가던 멍멍이도 알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착한 만큼 눈치도 없다.
어째서 롤하다 못하는 팀원 만나면 욕이 나오는지.
최근 대회 준비가 바빠 잊고 있던 솔로랭크가 생각난다.
같은 팀원으로 얽히면 착하고 나발이고 필요없구나.
어차피 게임 잘 풀리면 성격이 나쁘든 말든 싸울 일이 없는데.
심기를 살살 건드리기까지 하니 도저히 못 참겠다.
"예에, 한 번 족쳐보져."
"삼선 레드인지 그놈들 담그면 되는 거 아닙니까? "
"어.. 애들아? 할 마음이 생긴 건 좋지만 말이 조금 심한 것 같은데.."
당황한 백성현 코치를 내버려두고 삼선 블루의 팀원들은 자리에 착석했다.
8강 D조에서 맞붙게 될 상대는 SKY T1 K.
그놈의 삼선 레드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는 난적이다.
잡고 올라간다면 이번에야 말로 만나게 된다.
지난 스프링 시즌의 설욕을 되돌려줄 기회다.
그리고 저 백성현 코치의 입을 다물게 만들 유일한 방법이다.
타오르는 불길을 더욱 크게 만드는 방법이 오직 정성 뿐일까.
좋은 장작을 넣어주고, 바람을 불어넣고.
그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냥 탈 만한 거 아무거나 막 던져 넣는 거다.
결과야 당연히 복불복.
하지만 낮은 확률로 불길이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일어난다.
한 마디로 개빡쳤으니 어디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
정말 의도치 않게 백성현 코치의 행보는 삼선 블루의 선수들에게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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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엄선된 팀들이 올라가며 숱한 기대를 몰고 왔던 본선 무대.
롤챔스 섬머 시즌의 8강은 이미 절반이 넘게 마무리됐다.
세 조의 경기가 끝나 준결승전 진출팀들은 거의 정해졌다.
잉벤에서는 어제 있었던 C조의 경기가 주된 화제다
─마진 공격대는 장렬히 산화했네.
경기도 재밌었고 임팩트는 있었는데 뻔하다고 해야 하나.
이미 조별 리그 때 신세상 매직 상대로 썼던 거잖아.
대처를 못하는 게 바보지.
└ㅇㅇ라인전 세게 가는 건 좋은데 너무 유통기한 픽이라.
└솔로랭크에선 미달리 진짜 무서운데..
글쓴이-미달리는 그냥 라인 스왑 하면 끝이자너ㅋㅋ
└산다라도 야흐오한테 탈탈 털리더만. 발암을 맞아라~ 하면 궁 다 막힘!
어제 토요일에는 8강 C조의 경기가 있었다.
삼선 레드 대 마진 공격대의 접전.
3대1로 삼선 레드가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는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불꽃이 튀었다.
양 팀 모두 공격적이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팀이다.
승패를 결정지은 건 아무래도 기량 차.
라인전에서 서서히 전조를 보였다.
다대기의 야흐오가 산다라를 압도.
미니언을 타며 검은 구체를 슉슉! 피했다.
한타에 들어가니 양 챔피언의 성장 기대치가 역력하다.
다른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은 다 비슷하게 막혔다.
신세상 매직과의 경기에서 이미 써먹었던 챔피언.
다시 꺼낸다 한들 당연하게도 대비가 돼있었다.
그럼에도 한 세트 내주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래도 두크 탑나무카이는 쩔었지 않나?
2세트도 당연히 바를 줄 알았는데 두크 하드캐리ㅋㅋ
라인전에서 또도 박사 찍어 누르고 한타에서 불사신이고.
장군님 야흐오 상대로 1대1 이긴 건 진짜 하이라이트감이었다.
└불사신이 아니고 세계수지 나무카이는ㅋㅋㅋ
글쓴이-세계수 드립ㄹㅇㅋㅋ 근데 올마스터급은 아니었음.
└올마스터 미드 나무카이가 개쩔었지. 혼자 게임을 다해먹어.
└피차는 게 또도 박사보다 무섭더라. 완벽한 상위 호환이야.
삼선 레드로서는 한 방 크게 먹었다.
지난 8강 B조의 올마스터가 꺼낸 나무카이.
미드로 사용된 탓에 아직까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챔피언이 좋은 건 확실하다.
그런데 갱킹에 조금 많이 약하다.
과연 어느 라인으로 어떻게 써야 하겠는가?
마진 공격대의 경기 이후 탑으로서 픽률이 조금은 더 올라갔다.
그렇게 A조부터 C조까지 결과가 나와버렸다.
남은 것은 이제 한 조.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너무도 섭하다.
─오늘 진짜 누가 올라가든 준결승전은 박터지겠네ㄷㄷ
삼선 블루가 올라가면 내전 성립이고.
SKY T1 K가 올라가면 라이벌 매칭이고.
마지막 한 조가 이번 대회 키포인트네.
└한 조? 한조각..? 당장 하러 갑니다.
└스프링 때 삼선 레드가 블루 잡고 올라가지 않았나? 이 둘도 은근히 라이벌임.
글쓴이-ㅇㅇ사실 따지고 보면 작년 스프링 때도 만났었지.
└그때 삼선 블루는 아예 다른 팀 아니었나? 올마스터 있던.
현재의 삼선 블루는 아직까지 한 번도 날아오른 적이 없다.
제법 준수한 실력의 팀으로 기량은 분명 나쁘지 않다.
선수들도 솔로랭크, 대회 가리지 않고 고평가 받는다.
팀의 성적 또한 중상위권.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이제는 슬슬 날개를 펼쳐도 될 시기다.
롤챔스 섬머 시즌 8강 D조의 경기.
바로 오늘 삼선 블루 대 SKY T1 K의 경기가 막을 올린다.
도저히 승부를 예상하기 힘든 강팀들 간의 격전이다.
또한 어느 쪽이 이기든 불가피한 미래가 예정된다.
뭐, 그건 해당 팀들 입장에서고 팬들한테는 그냥 치킨각이다.
준결승전 A조는 잡힌지 오래.
KTX 롤러코스터 A 대 신세상 매직이다.
A조에 이어 B조는 얼마나 꿀잼 매치업이 성사될지.
흥미진진 불타오르는 구도다.
게다가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어지간한 결승전에 준한다.
일요일의 상암 E-스포츠 경기장.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것은 SKY T1 K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양 팀 모두 재도약의 계기가 될 첫 보다.
움츠리고 있던 날개를 피는 쪽은 어느 쪽일지.
준결승전의 마지막 멤버가 곧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