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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어, 이거 도발하라는 거죠?>
까메오 선수의 손에 마이크가 쥐어졌다.
마음껏 떠들어도 된다는 소리 아닌가?
특유의 까불까불한 웃음소리가 유난히 강조된다.
<제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봤거든요? 신세상 매직을 이길 수 있을까, 없을까.>
<시뮬레이션 좋죠! 해보니 결과가 어떻습니까?>
<슈퍼 컴퓨터가 말하길 3대2, 제 캐리로 이길 거라네요.>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깐족댄다.
매 경기마다 으레 있는 행사다.
안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요즘은 다 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KTX 롤러코스터 A의 까메오 선수.
평소부터 행실이 사람 인내심 자극하기로 소문나 있다.
도발이란 면에서는 타고난 선수다.
실력 또한 손가락에 꼽히는 정글러다.
<이미 시나리오도 다 짜놨습니다. 제가 탑이랑 봇을 퍽퍽 찔러서 킬을 만들고 용을 먹고 한타를 해서 이깁니다.>
<퍽퍽 찌르나요? 폭폭 찌르면 안되나요?>
<폭폭 찌르면 잘 안 뚫리더라고요.>
캐스터랑 농담 따먹기도 주고 받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단순히 농담이라고만 볼 것도 아니다.
퍽퍽과 폭폭, 어감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오늘 어떤 경기를 할 건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런데 3대2는 임팩트가 살짝 부족해요. 아직 경기 시작 안 했기 때문에 막 질러도 되거든요?!>
<현실적으로 계산을 해보니 그렇게 나왔어요. 블라인드 가서 리심 잡고 하드 캐리 보여드리겠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어서 신세상 매직의 주장 올마스터 선수, 한 말씀 해주시죠!>
어떻게 보면 쫄아있다.
그리 생각할 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하는 발언이다.
현실적이라는 건 정말 진지하게 고려를 해봤다는 소리다.
까메오 선수가 오늘 얼마나 자신감이 충만한지.
단순히 도발로만 생각할 내용이 아니다.
아무튼 할 말 다한 듯하다.
마이크는, 발언권은 상대편으로 넘어간다.
신세상 매직의 주장 올마스터의 손에 무기가 들린다.
<저는 오늘 빨리 끝내고 여친이랑 놀 예정이라 3대떡으로 후딱 마무리 짓겠습니다. 3대2 예상하셨는데 죄송하네요.>
관중석에서 실시간으로 야유가 빗발친다.
금일 경기장에 찾아온 1만이 훌쩍 넘는 관중들.
커플로 온 이들도 제법 있지만 대부분은 솔로다.
원망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커플로 온 남자들도 표정이 썩 밝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옆에 있는 여자친구.
솔직하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올마스터 선수와 뜨거운 열애에 빠진 애인분, 지금 이 자리에 나와 계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지금 제 등 뒤가 따끔따끔해요.>
선수의 사생활이라고 하나 이미 공공연하다.
그리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여자친구 사귄 선수들은 다 성적이 떨어지더라.
올마스터에 한해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어떻게 꼬셨는지 저를 포함해서 알고 싶은 분들이 진짜 많을 거에요. 그런데 이 이상 진행을 하다간 진짜로 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무리 반응이 좋다고 하나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된다.
관중석에서 한탄이 쏟아지지만 여기까지다.
그런 전범준 캐스터의 씀씀이에는 안타깝게도 일이 나버렸다.
뒤에 있던 뮴뮴 선수가 발로 퍽!
올마스터의 궁둥이를 걷어차며 퍽과 폭이 어떤 차이인지 손수 보여줬다.
솔로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 듯 폭소가 쏟아진다.
<마지막으로 짧게, 그리고 진지하게 오늘 경기의 컨셉 미리 밝히신다면?>
<잠깐, 잠시만요. 이거 진짜 아파서 눈물 날 것 같은데.. 일단 답변하겠습니다. 까메오 선수가 캐리력 대결을 원하는 거라면 당연히 받아야죠.>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잡은 것 보면 장난으로 맞은 게 아니다.
가까이서 보면 표정 관리도 무척 안되고 있다.
그래도 뭐 여자가 때린 건데 얼마나 아프겠어.
정말 맞아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고통이다.
아무튼 올마스터의 희생 덕에 경기장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제는 경기를 치를 일만 남았다.
KTX 롤러코스터 A 대 신세상 매직.
준결승전 A조의 경기가 막을 올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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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근 기세가 물이 오른 KTX 롤러코스터 A.
과연 이 팀은 어떠한 색깔을 가진 팀일까?
구태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까놓고 말해 단순 무식.
좋게 말하자면 열혈이다.
한 마디로 일단 부딪히고 본다.
강팀 치고는 운영이 부실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운영 위주의 한국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
그럼에도 해나갈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너 대단하다. 거기서 잘도 입을 터네."
"그런 건 그냥 지르고 보는 거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멍청한 거야."
"하긴 저쪽은 여친 자랑을 하더라."
KTX 롤러코스터 A팀의 부스 안.
짤막한 인터뷰가 끝나고 선수들은 경기를 준비 중이다.
딱히 두뇌 회전 필요 없이 단순 작업만 조금 하면 된다.
잡담이 오고 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잡담의 내용이라 함은 방금 전 인터뷰다.
까메오가 해버린 구체적인 승리 선언.
임팩트 면에서 묻혀버렸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나도 어디서 한 명 안 떨어지나?"
"응, 안 생겨."
"그걸 왜 니가 말해. 지도 없으면서."
"하아.. 여태껏 들은 어떤 도발보다도 빡치네."
북쪽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솟구친다.
그냥 여친이야 사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예쁘면서 이해심도 깊고 게임도 잘한다.
게이머의 이상과도 같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여친이다.
그런데, 그걸 왜 인터뷰 자리에서 대놓고 자랑을 해.
안 그래도 시린 솔로의 옆구리를 푹푹 찔러댄다.
오늘 경기를 꼭 이겨야만 이유가 하나 더.
할 마음이 200%는 더 들게 만들어줬다.
이윽고 잡다한 시간들이 전부 끝났다.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된다.
참으로 긴장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KTX 롤러코스터 게임단의 코치 오채종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오늘은 특히 더야. OP챔피언들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나. 바로 그것이 승리의 열쇠가 되겠지."
대 신세상 매직전에 대한 해법.
구태여 복잡하게 머리를 굴릴 것은 없다.
아니,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KTX 롤러코스터 A는 전략적인 팀이 아니다.
머리를 굴려서 무언가를 한다거나.
그보다는 몸을 움직여서 직접 이루어낸다.
때문에 코치가 잡아주는 것은 방향성.
현재 메타에서 승산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제시다.
바로 OP챔피언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것을 일컫는다.
"하긴 요즘 OP들이 많이 사기긴 하죠."
"나무카이는 진짜 답 없더라. 스크림 기준으로 말이지만."
"솔랭은 갱으로 박살낼 수 있는데 스크림은 정글이 몇 번만 봐주면 세계수되잖아."
지난 8강 이후 나무카이는 프로 레벨에서 엄청나게 연구되는 추세다.
무난히 크기만 해도 한타에서 말릴 수가 없더라.
세계수라는 이명이 정말로 잘 어울린다.
그 외에도 사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OP챔피언들이 있다.
숫자만 따지면 적지만 못 가져올 것도 없다.
이는 신세상 매직이 가진 약점에서 비롯됐다.
"올마스터와 그 여친.. 이 둘을 제외하면 챔피언 폭이 넓지 않아.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저격밴 위주로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보자."
지난 스프링 시즌의 우승을 차지한 신세상 매직.
이번 섬머 시즌에서도 역시나 날뛰고 있다.
그 기세가 조금도 죽지를 않았다.
하지만 적이 강한 만큼 KTX 롤러코스터 A도 강하다.
그렇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서 봤을 때 결코 밀리지 않을 뿐더러 한 가지.
신세상 매직은 확실하게 약점을 가진 팀이다.
"아, 코치님도 솔로셨지.."
"되게 쿨하게 있더만 역시 신경 쓰고 계셨네."
"..헛소리들 말고 이야기나 새겨들어."
탑과 봇은 챔피언 폭이 좁다.
밴픽 여하에 따라 이득 보는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윽고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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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양 팀의 밴이 완료되고 첫 번째 픽이 박혔다.
김은준 해설이 상황을 나지막하게 설명한다.
섬머 시즌 기준 가장 밴픽률 높은 두 챔피언.
리심과 파사딘이 동시에 살아버렸다.
즉, 양 팀이 하나씩 가져가는 구도다.
블루팀인 KTX 롤러코스터 A에게 선택권이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한 결과.
리심을 포기하고 파사딘을 가져왔다.
<리심 잡은 까메오는 말릴 수가 없다. 하지만 리심을 안 잡아도 충분히 잘하는 선수에요. 리심 포기하고 파사딘을 가져왔다는 건 부담을 나눠 들겠다는 거죠.>
<로키 선수가 미드에서 잘 버텨줘야 정글러도 마음 놓고 갱을 다닐 수 있는 거거든요? 파사딘은 무상성이라 누가 와도 파밍은 돼요!>
간만에 강빈 해설이 옳은 말을 했다.
리메이크 이후 저평가를 받던 파사딘.
근 몇 달 사이에 평가가 부쩍 올랐다.
오른 정도가 아니라 사기 수준이다.
특히 대회에서는 밴률이 8할이 넘어간다.
픽밴률도 아니고 밴률만 따졌을 때 그 정도다.
그만큼 프로 레벨에서 인정 받는 픽이 됐다.
이유인 즉, 라인전이 이전보다 편해졌다.
언제나 부연 설명이 부족한 강빈 해설을 대신해 김은준이 말을 이었다.
리메이크 이전의 파사딘은 정말 CS 안 먹어도 상관 없었다.
라인전 승리 조건은 6레벨 전에 안 죽고, 첫 블루 먹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이길 수 있는 폭발력을 가졌다.
막말로 6레벨에 CS 10개 먹어도 죽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하지만 리메이크 이후 침묵이 사라지고 말았다.
궁극기의 AP계수가 사실상 삭제된 수준이다.
이전 만큼의 파괴력을 발하지 못한다.
대신 라인전이 꽤 쉬워졌다.
AD챔피언이 나와도 은근히 잘 버틴다.
상대 챔피언에 따라서는 이기기도 한다.
그렇게 2코어, 3코어 갖출수록 괴물이 되어간다.
너프니 뭐니 해도 결국 파사딘은 파사딘.
오히려 대회픽으로 활용 가치가 높아졌다.
이번 섬머 시즌에서의 밴률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신세상 매직도 리심 가져갔습니다. 뮴뮴 선수도 까메오 선수 못지 않게 리심 장인이에요.>
<오늘 사전 인터뷰 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범의 일격으로 올마스터 선수를 한 방에 보내버릴 뻔했어요!>
정말로 호되게 얻어맞았다.
엉덩이를 끌어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를 실시간으로 본 관중들의 히죽 웃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전범준 캐스터의 드립은 어쨌든 밴픽은 계속해서 진행된다.
<리심, 그리고 광우스타까지! 이러면 절대 손해 보는 교환은 아닙니다. 광우스타 선픽 하면 쓰렉귀한테 두들겨 맞는다. 얼마 전 상향 이후 옛말이 됐거든요.>
광우스타 또한 최근 떠오르고 있는 픽이다.
근접 서포터는 선픽이 애매한 편이나 괜찮다.
얼마 전 마나 소모와 궁극기가 상향되었다.
이미 솔로랭크에서는 픽률과 승률이 급상승.
대회라고 사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를 받아칠 카드가 존재했다.
<브라운 가져간다는 건 한타를 보겠다는 이야긴데.. 공격적인 픽으로 라인전 승기를 가져가는 게 어땠을까 조금 아쉽네요.>
브라운 또한 근접 서포터로서 널리 사용되는 추세다.
광우스타와 비슷하게 아군을 지키는데 특화돼 있다.
즉, 라인전 단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픽은 아니다.
강빈 해설의 설명은 정론이나 아직 원딜러의 픽이 되지 않았다.
솔로랭크 데이터를 신성시 하는 김은준 해설이 정확하게 짚었다.
<솔로랭크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부시안&브라운! 광우스타 신나게 팰 수 있는 조합입니다. 신세상 매직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솔로킬 나올 수도 있어요.>
부시안과 브라운, 두 챔피언은 시너지가 엄청나다.
특히 부시안의 리메이크 이후 정말 강력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부시안이 필밴이라 나오지 못했다.
대쉬하고 평평! 또 대쉬하고 평평!
그 사기적인 카이팅이 결국 너프를 먹었다.
너프 이후 필밴이 풀리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숙련도가 필요하나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애로우즈 선수, 도라이븐 장인으로 유명한 만큼 인파이트형 원딜러에 특화돼 있습니다. 분명 부시안의 숙련도도 이미 맥스를 찍었을 거에요.>
부시안 만큼 잘했을 때 멋있어 보이는 원딜러가 없다.
쌍권총을 두둥! 두둥!
시도 때도 없이 앞대쉬 하면서 적의 혼을 쏙 빼놓는다.
도라이븐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진 챔피언이다.
그 도라이븐의 장인으로 유명한 애로우즈 선수.
부시안 또한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기대된다.
그런데 여기에 한 명 더 그 도라이븐의 장인이 있다.
<원조 장인이죠. 롤챔스 사상 최초로 도라이븐을 꺼내서 결국 너프까지 먹인 올마스터 아닙니까? 오늘도 한바탕 파란을 예고할 가능성 높아요!>
<정말 뭘 꺼내도 이상하지 않고, 뭘 꺼내도 잘하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다.
흑역사를 그토록 써내리다 드디어?
김은준 해설이 당당하게 소리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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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연참 못하고 있는 구체적인 변명입니다.(...)
최근 파트가 국내 경기로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아졌어요..
오리지널 파트는 제가 그냥 쓰면 되는데 고증이랑 여러가지 하다 고려해야 하는 파트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실제로 북미나 중국 파트 쓸 때는 연참을 당연하게 했고 하루에 세 편씩도 많이 올렸었죠.
또 화 수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전 경기랑 안 겹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손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이전에는 그냥 쭉쭉 써내렸다면 이제는 의식을 하면서 써야 되거든요.
혹시 나도 모르게 이미 했던 내용을 반복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보니 글 쓰는 속도가 살짝 느려졌습니다.. ㅠ.ㅠ
그리고 수정한 원고를 다시 살펴보고 있어요.
수정을 했다고 끝이 아니고 원고 넘겨주고 제가 다시 받아서 확인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요.
여기에 연참까지 병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이유야 어쨌든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