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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KTX 롤러코스터 A와의 첫 번째 세트가 시작됐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목표이니 더더욱이다.
'그런데 파사딘을 가져갔네.'
리메이크가 돼버린 파사딘.
침묵이 사라졌다고 하향이라 생각할 게 아니다.
그 대신에 라인전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실제로 리메이크 이후 너프를 수차례 먹게 된다.
오히려 리메이크 전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즉, 너프를 먹지 않은 현재 시점의 파사딘은 어지간히 사기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건 아니지.'
이전에도 몇 번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무대가 한국이 아니었다.
어지간히 내 경기를 챙겨본 게 아닌 이상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예 사이즈도 안 나오는 천적이 있거든.'
리메이크가 되기 이전의 피로라.
워낙 비주류라 발굴이 안 됐을 뿐이다.
스킬 구조 하나하나가 파사딘을 쌈 싸먹는다.
사리면서 적당히 파밍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기본 공격력부터 차이가 심하니까.'
피로라의 W스킬 반사.
평타 한 방을 막아내며 공격력을 패시브로 올려준다.
그 공격력의 증가치가 롱스워드 한 자루하고도 반이다.
미니언을 끼고 싸워도 이기는 수준이다.
사리려고 해도 타겟팅 돌진이 두 번이다.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때리면 맞는 수밖에 없다.
'이걸로 도차를 무지하게 팼었는데.'
작년 LCF의 준결승전에서 선보인 이력이 있다.
물론 그때는 파사딘이 리메이크 되기 전이다.
리메이크 이후의 파사딘은 라인전이 제법 괜찮다.
그것조차 피로라를 상대할 땐 악수로 작용한다.
촤앗!
2레벨을 찍자마자 돌격한다.
피로라의 Q스킬 이연격.
상대에게 돌진하는 명료한 효과를 가졌다.
스킬 이름 그대로 정확히 두 번 돌격한다.
촤앗!
써컹!
한 번 더 추격하며 파사딘을 베어낸다.
상대도 당연히 반격을 하지만 무르다.
투웅-!
파사딘이 자랑하는 강화된 평타.
황혼의 칼날이 반사에 막히고 만다.
마법 데미지 정도는 감수 할만하다.
딜교환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렇게 한 번 당해보면 CS먹기가 싫어지지.'
파사딘은 이제 미니언 근처도 올 수 없다.
오는 순간 어떻게 될지 몸으로 배웠다.
경험치만 먹으며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스킬로 먹는 건 허락해줄게.'
그 정도의 자비는 있는 편이다.
쿨타임 9초 짜리 타겟팅 스킬로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천천히 막타만 치며 CS 차이를 벌려나간다.
서걱!
두란검과 패시브에 의한 흡혈.
한 번 라인 주도권을 잡으면 체력 관리가 손쉽다.
앞서 딜교환에서 깎였던 체력이 차차 복구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원하던 빅웨이브가 만들어진다.
'피로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챔피언이 조금 많이 비주류다.
여자 마검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천상계 픽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
손에 꼽기도 민망한 수준의 장인들만 쓴다.
그런데 그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킬각.
얼마나 정교한지, 당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당해보기 전까지는 정말 모른다.
한 번 더 몸으로 배울 시간이다.
촤앗!
점멸로 다짜고짜 들어가 평타로 썬다.
순식간에 세 번의 공격이 중첩된다.
이연격에 이어 두 번의 평타.
E스킬 속검술로 평캔을 욱여넣었다.
이 속검술에는 두 가지 효과가 붙어있다.
서걱!
서걱!
일단 공격 속도가 무척 빨라진다.
스킬 레벨 1임에도 60% 증가.
이동 속도 증가도 상당하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조루 스킬이라는 점이다.
지속 시간이 고작 3초에 불과하다.
즉, 속전속결로 끝내면 상관이 없다.
죽기 직전까지 썰어내고 발화를 걸은 후 빠져 나온다.
치지직..!
대포 미니언이 죽지 않아 채 3레벨을 찍지 못한 파사딘.
점멸로 한순간에 접근해 다이브 킬을 따버린다.
맞점멸을 사용한다 한들 두 번의 돌진이다.
피로라가 파사딘의 하드 카운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여차하는 순간 죽을 수가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이렇게 킬각이 잡힌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발화에 의한 딜계산은 완벽했다.
자칫 미련이 남았다간 타워 한 대 더 맞고 러브샷이 됐을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빠져나간 방향이 적 정글.
기도를 했지만 이미 백업이 와있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미드 라인이 불안불안했던 상황이다.
게다가 꺼낸 챔피언이 누가 봐도 심상치 않다.
까메오의 이블퀸에게 뒤를 잡혔다.
"미드 노플, 노텔. 오면 무조건 죽임."
"응, 너도 노플. 봇 갈꾸야."
예은의 리심은 역버프 시작을 했다.
동선상 나를 봐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대신 봇라인에 한 가지 필연을 만들어냈다.
쾅!
부시안&브라운 조합은 분명 강력하다.
특히 라인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선 장난이 아니다.
브라운이 얼음을 맞히고 부시안이 탕! 탕!
스턴이 걸리며 체력이 엄청나게 빠진다.
광우스타처럼 라인전이 약한 근접 서포터 괴롭히기 딱 좋다.
하지만 붙어야 한다.
근접 챔피언인 브라운은 물론 부시안도 사거리가 짧다.
무조건 한 번은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광우스타가 부시안을 점멸로 띄웠다.
그리고 아군을 향해 배달했다.
라인전 약한 광우스타 회심의 필살기.
상대 정글 위치가 보인 이상 거칠 것이 없다.
한 가지 예상에서 벗어난 점은 상대의 반항이다.
라인전 와중 체력이 깎인 광우스타가 앞점멸을 했다.
이거 때리면 딸 만하겠는데?
그런데 의외로 죽지를 않는다.
'한타를 보고 탈력을 들은 대가야.'
근접 서포터는 십중팔구 발화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힐을 반감시켜 킬각을 잡을 수 있다.
안 들면 짤짤이 챔피언들이 만만히 보고 괴롭힌다.
하지만 상대가 광우스타.
심지어 미드가 피로라다.
한타를 보고 탈력을 든 게 화근이 되었다.
광우스타가 한 타이밍 더 오래 버텨냈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초홍이의 고르키가 2킬을 먹었다.
그리고 광우스타는 브라운이 마무리했다.
상대팀의 톱니바퀴가 하나씩 엇물렸다.
그 사소함이 만들어낸 나비 효과다.
밴픽 단계에서의 스펠 선택이.
미드에서의 솔킬이.
원래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던 결과를 도출시켰다.
'그게 아니더라도 미드는 어차피 피바다 행이지만.'
덕분에 게임이 조금은 더 쉽게 끝날 듯하다.
빅웨이브를 꼴아박고 죽었다.
파사딘이 부활하자마자 텔을 탔지만 당연히 다 놓쳤다.
라인이 당겨진다는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미드 라인에 복귀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막타를 친다.
급할 것이 전혀 없다.
이렇게 파밍만 해도 CS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진다.
결정적으로 6레벨을 찍을 수 있다.
어째서 피로라가 파사딘의 하드 카운터인가.
3레벨 다이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려준다.
티링!
어쩔래야 어쩔 수 없는 구간이다.
나는 6레벨, 그런데 파사딘은 5레벨.
솔킬을 따이고 빅웨이브를 잃었기 때문이다.
타워를 끼고 있다 한들 얄짤이 없다.
촤앗!
미끄러지듯 미니언을 탄다.
그러자 파사딘이 공허한 파동을 흩뿌린다.
그 효과는 1초간의 둔화.
본래 3초였으나 얼마 전 패치를 통해 조정 당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침묵도 사라진 파사딘은 내 두 번째 돌격을 막지 못한다.
이연격의 타겟팅 돌진이 파사딘을 향해 쏘아진다.
서걱!
서걱!
순식간에 중첩되는 세 번의 공격.
그 한 방, 한 방이 파사딘의 체력바를 묵직하게 덜어낸다.
피로라는 평타만으로도 누킹이 가능한 챔피언이다.
스킬 덕에 공격력이 보정되지 않는가.
1레벨 공격력이 100이 넘는 유일한 챔피언이다.
단순하게 때리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스킬딜 준한다.
그런데 아직 진짜는 시작도 안 했다.
챠라락!
어둠 속에서 이블퀸이 튀어나왔다.
아까처럼 다이브를 칠지도 모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블퀸의 발톱이 닿기 전에 사용한다.
촹! 촹! 촹!
허공을 수놓는 다섯 번의 참격.
피로라가 여자 마검사라 불리우는 이유다.
마치 알파 슬래쉬처럼 일순간 무적 효과를 가졌다.
타워의 공격을 회피하며 파사딘과 이블퀸을 베어낸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무적 시간이 약간 길다.
구체적으로 대략 2초 정도다.
아군 정글러의 호응을 기다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아!
리심의 음파가 이블퀸에게 적중했다.
따라가 땅을 쳐서 적들을 둔화시킨다.
타워의 어그로가 바뀌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파사딘을 마무리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여자 마검사라 불리우는 두 번째 이유다.
파사딘을 마무리한 순간 속검술의 쿨타임이 초기화됐다.
다시 한 번 사용하며 서걱!
평캔에 의해 이블퀸이 깔끔하게 썰린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지는 방법을.."
옆 자리에 앉은 예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채 배우지도 않았을 범의 일격으로 내 종아리를 걷어찬다.
인터뷰 때 맞은 게 퍽이었다면 이번에는 폭이다.
'피로라가 절대 안 좋은 챔피언이 아니야.'
피로라의 단점은 주도권을 못 잡았을 때 할 게 없다.
라인전 상성도 엄청 타고, 갱킹에도 약하다.
대회는 물론 솔로랭크에서도 안 쓰이는 이유가 있다.
'그래도 가끔 만만한 녀석들이 있거든.'
일방적으로 패는 구도가 되면 태도가 급변한다.
주도권을 잡았을 때 스노우볼 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방금처럼 궁극기를 사용해 어그로 핑퐁.
다이브 하나는 그 어떤 챔피언보다 기가 막히게 잘 친다.
여자 마검사라 불리우는 세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한 번 맛이 들리면 바라게 된다.
어떻게든 한 번 솔킬 따서 스노우볼 굴리는 것.
마검사와 비슷한 정신병자 부류의 챔피언이다.
'확실히 충 챔피언이긴 해.'
그만큼 폭발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할 줄 아는 사람 손에 잡히면 솔킬 따는 머신이 된다.
라인 주도권을 잡는 순간 괴물로 변한다.
공교롭게도 나는 피로라 아주 잘한다.
기용할 타이밍도 정확하게 꿰고 있다.
이렇게나 잘 성장한 피로라는 막을 수가 없다.
반항의 여지없이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
.
.
* * *
촹! 촹! 촹!
시원한 파공성이 경기장 안을 울리운다.
피로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
다섯 번 적들을 베어가른다.
적들의 숫자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다섯 명이든 정확히 다섯 번이다.
지금 피로라의 칼끝이 향하는 적은 하나.
그 다섯 번의 모든 칼질이 파사딘 하나에게 쏟아진다.
무참한 유린이다.
<파사딘 궁극기 쓰는 타이밍에 맞춰 검의 댄스! 걸린 순간 못 벗어나요.>
<알파 슬래쉬랑 비슷한 판정이거든요. 우주 끝까지 따라갑니다. 또다시 미드 솔킬! 학살! 파사딘 이제 어떡하나요.>
어떻게든 솔킬만 안 주고자 추격자의 손목 보호대를 올렸다.
그런 파사딘의 발악이 무안하게도 인정사정이 없다.
거리 주는 순간 냅다 풀피 다이브를 쳐버린다.
챔피언이 워낙 다이브에 특화돼 있다.
심지어 레벨 차, 아이템 차, 기동력 격차.
무려 파사딘의 기동력을 웃돈다.
점멸로, 궁극기로 도망쳐도 따라잡힌다.
무려 세 번의 돌진.
이연격과 궁극기는 타겟팅이다.
사리면서 파밍하는 것조차 불가능이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드 1차 포탑이 아니다.
1차 포탑은 이전의 다이브 때 파괴되었다.
이번에는 2차 포탑이 철거되고 만다.
솔킬을 따자 쿨타임이 돌아온 속검술.
챔피언도 아니고 포탑을 두부 마냥 썰어낸다.
<이블퀸이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습니다. 티아매트가 나왔기 때문에 잘못 갔다간 갱승이 날 수 있어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정글러도 매번 완벽하게 역갱각을 잡을 수는 없다.
라이너가 어느 정도는 버텨줘야 한다.
그런데 그 어느 정도가 전혀 안된다.
허구헌날 미드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강빈 해설의 말마따나 갱승의 위험도 커졌다.
부족한 설명은 김은준 해설이 보충한다.
<피로라의 궁극기는 위웍과 비슷한 온힛입니다. 한 방, 한 방이 평타 판정이에요. 티아매트의 광역 데미지가 궁극기에 다 들어갑니다.>
뭉쳐있는 적들을 아이스크림 마냥 녹여버린다.
게다가 한 명 따면 속검술이 초기화된다.
파사딘도, 이블퀸도 이렇다 할 CC기가 없다.
즉, 피로라를 막을 수단이 없다.
<옛날 파사딘도 아니고 요즘 파사딘이 이렇게 망하면 게임 끝날 때까지 존재감 사라져요. 큰일난 수준이 아니죠?>
강빈 해설의 조냐가 절로 풀릴 정도로 게임이 시원시원하다.
콕 짚어줄 부분이 대충 훑어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승기는 확실하게 기울어졌다.
전망은 이미 짙은 어둠으로 휩싸였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등불은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법이다.
KTX 롤러코스터 A의 슈퍼 에이스.
까메오 선수가 승부수를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