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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지지직!
미니언을 썰자 번개가 터진다.
이미 티아메트가 있는데 어째서?
당연하게도 고작 라인 클리어 보고 올린 스토커의 단검이 아니다.
'비주류 챔피언인 이상 어쩔 수 없지.'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연구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스토커의 단검을 선택했는지.
오히려 아는 사람들이 더 어이가 없을 거다.
'한타에서는 이게 더 좋거든.'
유령의 영혼검은 스플릿용이다.
방어구 관통력과 액티브.
여러모로 활용 가치가 높다.
하지만 피로라는 스플릿 특화 챔피언은 아니다.
잘 컸을 때는 가능하지만 변수가 좀 많다.
상대의 깜짝 이니시에 잘린다던지.
방템이 갖춰지니 딜이 안 박힌다던지.
자드와 달리 거의 순수한 평타 기반 챔피언이다.
피지컬로 찜 쪄 먹을 여지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때문에 정면 한타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경우가 많으나.
'상대가 산개 하면 잘 안 들어가.'
솔로랭크에선 기회를 노려볼 만하겠지만 대회 무대다.
아무리 비주류 챔피언이라도 기본적인 대항책은 안다.
피로라가 궁극기를 썼을 때 산개 하는 것.
그러면 기본 데미지만 들어가고 티아매트의 광역딜이 안 묻는다.
서로 뭉치지 않는 한 피로라의 궁극기는 치명적이지 않다.
모션도 즉발이 아니라 대비하는 것이 쉽다.
그 맹점을 찌른다.
─아군이 미드 억제 포탑을 지목.
억제 포탑 앞에서의 한타는 확실히 애매하다.
상대가 좋은 진영을 잡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포킹으로 갉아먹으면 좋겠지만 없다.
미드 피로라를 뽑은 이상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다.
이 요새를 뚫으려면 정말 강렬한 한 방.
완전히 뒤집어엎어 놔야 한다.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 바론을 먹었다.
뺏겨버린 탓에 살짝 흐름이 끊겼다.
바론의 젠 시간은 7분.
말렸던 상대가 어느 정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음 바론부터는 상대도 견제를 할 게 분명하다.
아이템부터 방템만 덕지덕지 둘렀다.
명백히 나를 겨냥한 아이템트리.
내 스플릿과 한타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다.
파사딘도 5분 내에 조냐의 물시계가 뜬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은 하나 없다.
쿵! 쾅!
어째서 타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을까.
기다리면 한 번은 틈이 나오기 때문이다.
상대도 라인 클리어가 부실한 조합이다.
고질라의 광우스타가 점멸 쿵쾅으로 화끈하게 들이박았다.
쿠와앙-!
그 위에 덮쳐지듯 티바나가 뛰어든다.
용으로 화해 적 진영을 난장판으로 들쑤신다.
얼핏 성공적인 다이브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운영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동수의 다이브.
잭트도 곧바로 티바나의 뒤를 따라 합류했다.
상대로서는 충분히 대비가 되는 상황이었다.
진영이 좋은데다 타워를 끼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한타 구도가 어디 있을까.
방템 위주로 두른 앞라인은 나름 단단하다.
아군 조합이 반쯤은 올AD이기 때문이다.
티바나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마법 피해.
고르키가 쏘아대는 미사일과 폭죽탄.
그 정도야 맞아도 치명적이지 않다.
그런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콰과광!
아군이 무리하게 진입하자 적들의 스킬이 빠진다.
브라운의 궁극기 얼음 계곡.
나를 노리고 있었을 탈력도 소비됐다.
중반 타이밍의 리심과 티바나는 손실 없이 막을 수 있는 브루저가 아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득도 봤다.
상대는 무난하게 아군의 진입을 저지했다.
티바나를 잡고 리심의 점멸과 궁극기를 뺐다.
남은 것은 앞라인 싸움.
그것 또한 웃어주지 않는다.
이런 난전이 됐을 때 딜러진은 포지셔닝 잡기 정말 애매해진다.
초홍이의 고르키가 앞으로 들어가기엔 껄끄럽다.
잘못하다 CC기 걸리고, 타워한테 얻어 터지고.
잘못 시도했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버린다.
적어도 피로라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촤앗!
이블퀸의 심장을 찌른다.
이연격으로 시작하는 6연 콤보.
피로라의 숙련도가 일정 경지에 들은 사람들만 뿜어낼 수 있는 신기다.
사실 미숙했는데 중국에 있을 때 숙달됐다.
90King이라는 녀석을 만나지 않았던가.
그 녀석 하는 거 보고 쪼오금 배웠다.
나름 탱커인 이블퀸의 체력이 묵직하게 깎인다.
만약 딜러진에게 들어갔다면 순살 치킨으로 만드는 위력이다.
안타깝게도 사거리가 닿지 않았지만 원하는 바는 달성했다.
지지직!
스토커의 단검에 의해 전류 피해가 터졌다.
그 효과는 주위 네 명의 적에게 체인 라이트닝처럼 옮겨진다.
고작 100에서 200 정도의 데미지.
그런데 이것이 네 번 연달아 터진다면 과연 어떨까?
촹! 촹! 촹!
콤보가 끝나자마자 궁극기를 사용한다.
주위의 적을 다섯 번 가격하는 검의 댄스.
적이 많다고 가격 횟수가 올라가진 않는다.
이렇게 다섯 명이 있는 정식 한타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적들을 딱 한 대씩만 때린다.
뭉쳐있지 않는 한 글자 그대로 양념 수준이다.
그 양념에 한 가지 특별한 소스가 가미된다.
지지직!
지지직!
궁극기 사용 도중 전류가 두 번 연달아 튀긴다.
아니, 왜 갑자기 스토커의 단검이 터져?
검의 댄스는 온-힛 스킬이다.
위웍과 비슷하게 한 방, 한 방이 평타 판정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동한다.
적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한 대씩 친다.
스토커의 단검은 평타 가격시 전류가 충전된다.
그리고 이동할 때도 전류가 충전된다.
검의 댄스와 궁합이 기가 막히다.
상대가 산개를 할수록 충전 속도가 빨라진다.
─더블 킬!
궁극기 한 번으로 이 모양이다.
두 명이 전사하고 세 명의 적이 치명상을 입었다.
브라운의 방패는 효율적인 대처 수단이 되지 못한다.
사사삭!
방금 전 궁극기만으로도 과하게 강렬했다.
하지만 피로라의 진가는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다.
킬을 먹으면 속검술의 쿨타임이 리셋.
여자 마검사라는 이명이 붙은 이유다.
─트리플 킬!
쿼드라아 킬!
마무리..!
한 명, 한 명 잔당을 썰어버린다.
속검술은 일반 스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치의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증가치를 가졌다.
지속 시간이 너무 짧은 조루 스킬이라는 게 단점.
지금처럼 킬을 쓸어담는 구도가 되면 단점이 될 수 없다.
'한타 혼자 한다는 게 이런 거거든.'
잘 큰 피로라가 한타 최적화 템트리를 갖추면 이렇게 된다.
물론 아군이 판을 잘 짜줬기 때문에 진입각을 잡을 수 있었다.
잘못 들어가면 탈력 맞고 궁극기 풀리자마자 점사 당해 죽고.
피로라가 왜 비주류인지만 보여주고 끝났을 것이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그 진입각을 보는 것도 결국은 능력이다.
여유롭게 이긴 덕분에 한 방에 고속도로다.
피로라의 타워 철거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
.
* * *
혹시나를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역시 올마스터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경기장 중앙 대형 모니터를 통해 첫 세트의 하이라이트가 송출된다.
촹! 촹! 촹!
피로라가 한 번씩 훑고 지나가자 걸레짝이 돼버린다.
첫 코어로 올린 배고픈 하이드라에 의한 광역 피해.
KTX 롤러코스터 A는 적절히 산개하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난다.
스토커의 단검이 튀겼기 때문이다.
지지지지직..!
짧은 하이라이트 중 전류가 무려 네 번이나 튀겼다.
데미지로 환산하면 어지간한 미드 누커의 궁극기에 준한다.
전류 피해만 따져도 그 정도.
궁극기 데미지까지 포함하면 카서트의 궁을 두 번 맞은 꼴이다.
미드 억제 포탑을 낀 한타였음에도 일방적으로 유린 당한다.
<스토커의 단검을 괜히 간 게 아니었네요. 광역딜이 진짜 무시무시했습니다. 톨라리 펜던트는 커녕 기본적인 마법 저항력도 갖춰지지 않아서 훅훅 파고드네요.>
설마가 현실로 터져버리자 김은준 해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스토커의 단검 안 올린다며?
강빈 해설은 오래간만에 흡족한 상황이다.
-이걸 강소리가 캐리하네ㅋㅋㅋ
-강빈도 짬밥을 괜히 먹은 게 아니라니까?
-ㄹㅇ가끔가다 예리할 때 있음ㅋㅋ
잉벤, 롤갤 등 커뮤니티와 중계 플랫폼 채팅창에선 당연히 난리가 났다.
올마스터가 피로라를 괜히 한 게 아니었구나?
피로라와 스토커의 단검이 이런 상승 효과가 있다니!
이를 예상하지 못한 김은준 해설을 까내릴 건 아니다.
게다가 나름대로의 변명도 있었다.
김은준 해설은 한국은 물론 해외의 경기도 늘 찾아본다.
특히 올마스터에 한해서는 안테나를 빠릿하게 세워놓는다.
그 안테나가 오히려 악수로 작용했다.
그때는 스토커의 단검 안 올렸는데.
이번에도 당연히 안 올리겠지.
자료가 없으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팬들이! 환호하는 거 아닙니까?! 이 선수의 손에만 잡히면 그토록 안 좋았던 챔피언도 주인공이 됩니다! 오늘 정말 첫 세트부터 난리가 났어요!>
난리가 나면, 롤챔스가 흥하면 신바람이 나는 전범준 캐스터다.
빨리 끝나기까지 하면 퇴근 시간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잠시간의 휴식 시간 이후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밴픽 단계부터 치열한 심리전이 오간다.
<일단 파사딘이 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가져가기 애매~하죠?>
<또 피로라 나올 수도 있거든요! 아무리 한 번 상대해봤다고 해도 껄끄러울 겁니다.>
첫 번째 세트와 달리 리심이 밴됐다.
신세상 매직 측에서 잘라버렸다.
파사딘은 살았으나 KTX 롤러코스터에서는 엄두를 못 낸다.
어찌저찌 밴픽이나 게임 풀이의 방향을 바꿔 써볼 수는 있으나 손이 안 간다.
이전 판에서 워낙 호되게 털렸다.
당분간은 파사딘을 쳐다보기도 싫을 지경으로 트라우마가 싹피었다.
무엇보다 지금 KTX 롤러코스터 A가 분주한 이유는 그게 아니다.
<나무카이 살았습니다. 안 가져가니까 칼같이 뺏어오네요. 분명히 십중팔구 준비해온 픽입니다.>
김은준 해설은 해외 경기 뿐만 아니라 스크림 경기도 엄청 관전한다.
유난히 패치와 메타 변동이 잦은 이번 섬머 시즌.
프로팀들간의 스크림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현재 프로 탑라이너들 사이에서 나무카이가 엄청 고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데이 선수도 솔로랭크에서 몇 번 했어요. 안 가져갈 이유가 없죠.>
이전 판에서 호되게 데인 KTX 롤러코스터 A.
안정적인 조합을 구성하는데 밴픽의 초점을 맞췄다.
OP챔피언을 필두로 한타를 보자.
미드 라인도 맞파밍의 대명사가 나왔다.
<로키 선수는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코리아나.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주력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건 확실하게 한타 조합으로 갈피가 잡혔네요.>
나무카이에 코리아나.
그리고 원딜러도 꼬그모다.
프로 무대에서 이런 한타 조합 굉장히 흔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상황에서 무난한 한타를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무언가 변화를 꾀하지 못하면 이번에는 무난하게 질 수가 있어요!>
오늘따라 은근히 날카로운 강빈 해설이다.
강소리가 한 번 들어맞자 자신감이 붙었다.
방금의 지적 또한 제법 일리가 있다.
신세상 매직을 상대로 무난한 한타?
첫 세트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안전만 찾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수도 있다.
애시당초 팀의 색깔이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일까.
아니면 정말 예상을 하고 한 발언일까.
어느 쪽이든 맞았다는 게 중요하다.
KTX 롤러코스터 A가 가진 팀의 색깔.
슈퍼 에이스인 까메오 선수가 꺼내들었다.
<설마 하나요? 했네요. 카지트! 이건 결코 그냥 꺼낸 게 아닙니다!>
3대 정글러라 불리던 리심, 거미여왕, 이블퀸.
대회에서는 이 셋만 돌려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다른 픽을 기용하기가 어렵다.
왜냐면 저 셋이 너무 좋으니까!
그런데 최근 패치로 인해 다 너프 먹었다.
그나마 덜 너프 먹은 리심이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리심이 밴된 이상 충분히 해봄직하다.
<부족한 AD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조합 차원에서도 좋은 픽입니다. 가장 큰 건 지금 팀이 위기에 몰렸다는 거죠. 여기서 한 세트 더 내주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그러니까 그 전에 승부를 보겠다!>
팀의 에이스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숨겨두었던 카드가 있다면 이제는 꺼내야만 한다.
한 걸음 더 물러선다면 벼랑 끝이다.
그래서 꺼낸 카지트다.
너프가 많이 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캐리력은 알아준다.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조커 카드로 기용될 만하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현재 가장 핫하다는 까메오.
정말로 공교롭다.
마침 신세상 매직도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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