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90화 (7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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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과아아아아-!

관중석의 열기가 몹시 뜨겁다.

피로라가 쿼드라 킬을 했을 때처럼 달아올랐다.

아직 경기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일까.

<맞불 제대로 놨습니다! 카지트로 캐리한다고? 일단 나부터 막아봐. 확실히 뿔날 만하거든요!>

이전 세트에서 한 차례 사달이 났었다.

승리는 가져갔으나 기분이 영 편할 수가 없다.

신세상 매직의 정글러 뮴뮴 선수.

화끈하게 활약했지만 한 가지가 아쉬웠다.

하필 중요한 대목, 바론을 빼앗기고 말았다.

혹시 이거 바론 때문에 비벼지는 거 아니야?

경기 중에는 그런 설레발도 분명히 나왔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터져버렸던 것. 뮴뮴 선수의 활약 없이는 힘들었습니다. 봇라인, 미드 라인 갱킹 연달아 성공시키며 게임을 굳히는데 크게 일조했어요. 그래도 솔직히 자존심 상합니다?>

<이 자리에 클끼리 해설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네요.>

<있었으면 아주 난리 났죠.>

전범준 캐스터의 드립 욕심은 끊이지를 않는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관중석이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떠들썩하다.

강타 싸움은 5대5!

언제나 부르짖는 클끼리의 명대사다.

클끼리가 해설을 맡기 전에는 오브젝트 스틸 당한 정글러 죽일 놈 만드는 게 일상이었다.

진위 여부야 둘째 치고 정글러의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한 건 맞다.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는 함께 하고 있지 않으나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아무튼 정글러의 잘못이든 아니든 간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건 옳은 소리다.

특히 뮴뮴 선수는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플레이 성향이 과격하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는 성격이 괴팍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애꾸사자 픽 박혔습니다.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거에요..!>

지난 8강에서 한 번 선보인 이력이 있다.

당시에는 워낙 경기가 일방적이라 빛을 못 봤다.

하지만 충분히 괜찮은 카드라는 사실은 입증했다.

그렇다고 해도 뽑는 것이 망설여질 상황이다.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구태여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사양이다.

거미여왕과 이블퀸이 멀쩡히 살아있지 않는가?

구태여 지금 애꾸사자를 꺼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이건 절대로 카지트를, 이전 판을 염두에 두고 뽑은 픽이다.

<두 괴물의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게임의 승리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만에 하나 카지트가 이기기라도 하면 4단 진화 하는 거거든요!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되었습니다!>

강빈 해설도 덩실덩실 어찌나 신났는지 모른다.

두 챔피언이 대회에서 만나는 일.

생각보다 흔치가 않다.

챔피언 특성상 같은 메타에서 서식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어쩌다 만나게 되면 게임이 굉장히 불꽃 튄다.

카지트가 애꾸사자를 죽이면 4단 진화!

애꾸사자가 카지트를 죽이면 패시브 풀강화!

이 두 챔피언이 속한 게임에서 후반 한타는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게 된다.

어떻게든 아군 카지트가, 아군 애꾸사자가 이기게 만들어야 한다.

게임의 승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랄지언데 아직 밴픽은 끝나지 않았다.

<알칼리 나왔습니다! 애꾸사자가 탑으로 갈 가능성. 그 마지막 경우의 수도 확실하게 사라졌어요.>

<기묘한 픽들이 계속해서 나오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이번에는 과연 어딜 갈까요? 참고로 알칼리는 탑과 미드 둘 다 됩니다.>

김은준 해설조차 갈피를 못잡는 기기묘묘한 상황.

신세상 매직이 경기를 펼칠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윽고 어느 쪽이든 크게 타오를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올랐다.

.

.

.

* * *

카지트가 픽이 됐을 때 있었던 일이다.

절대 지고 못 사는 우리 예은 누님.

애꾸사자를 하겠다며 단단히 못을 박았다.

'어느 안전에 감히 대꾸를 하겠습니까.'

하고 싶다는데 하게 해줘야지.

경기 중에 스트레스 쌓이면 제일 고통 받는 사람이 나다.

다른 팀원들에게 성깔 내비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나름대로 인성 세탁 열심히 하고 있는 예은이다.

둘이 있을 때 엄청 찡찡댄다.

때리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불평도 오래 들어줘야 하고.

가끔 남자 입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때도 있지만 아닐 때가 더 많다.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한 걸음도 양보할 수 없다.

결코 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방심하지 않고 차곡차곡 CS를 파밍한다.

푸웅-!

파사딘의 Q스킬 허무의 마격.

코리아나가 구체를 던져옴과 즉시 시전했다.

미니언 막타를 치며 상대의 공격 또한 막아낸다.

'아주 기본적인 파사딘의 파밍법이지.'

이번 판에서 내가 픽한 챔프는 파사딘이다.

무난한 하드캐리형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라고 어디 OP챔피언들을 못하겠는가.

상황에 따라 맞는 픽을 지향할 뿐이다.

즉, 지금의 상황에서는 내가 굳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미드에서 밀리지 않고 파밍만 하면 된다.

나 대신 캐리를 해줄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

슈루룩-!

탑라인에서 교전이 이뤄진다.

나무카이가 일그러진 전진으로 알칼리를 속박했다.

이어서 들어가는 스킬 콤보.

그 위로 메뚜기 한 마리가 떨어진다.

쿠화악!

떨어졌을 때는 이미 사라져버린 후다.

알칼리가 자랑하는 생존 스킬.

안개지대가 적들의 시야를 흐린다.

그 효과는 고작 은신 만이 아니다.

'지금 알칼리의 장막은 상당히 좋거든.'

차후 패치가 이뤄지며 이동 속도 상승으로 바뀐다.

하지만 현재는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올려준다.

그 수치는 콩머스처럼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쏠쏠하다.

상대가 넣은 순간딜이 생각보다 잘 안 박힌다.

모든 스킬이 빠진 이상 턴이 넘어간다.

크허엉!

예은의 애꾸사자가 성난 포효를 울부짓는다.

부쉬에서 역갱을 대기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카지트를 향해 일직선으로 그어진다.

콰직!

교전 자체는 화끈하지만 서로가 필사적이지는 않다.

솔로랭크 마냥 무조건 죽이자는 각오로 갱을 가는 게 아니다.

당연히 상대도 알칼리의 안개지대를 의식하고 있었다.

핑크 와드를 구입하기엔 아직 이른 타이밍이다.

만에 하나 역갱이 아니라면 킬을 노려보자.

대화의 여지가 있는 선에서 교환이 오갔다.

카지트는 점멸이 빠졌고 알칼리는 체력이 바닥났다.

"나 복귀텔 써야 돼. 근데 나무카이는 아마 안 쓸 거야."

체력이 빠진 상황에서 라인전을 진행할 수는 없다.

애꾸사자가 라인을 밀어주고 간다.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손해.

경험치를 공유한다는 것과 텔레포트의 사용 유무다.

스프링 시즌 이후 탑의 텔레포트는 점차 당연하게 됐다.

탑라이너가 텔레포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부분도 당연히 기본적인 이론이 자리 잡았다.

가능하면 쓰지 않고 아끼는 게 좋더라.

나무카이는 귀환 전에 다시 한 번 라인을 쭉 밀었다.

이 탓에 씨지맥은 복귀텔을 쓸 수밖에 없었다.

라인이 아군 타워에 가깝게 형성되기 때문에 상대는 복귀텔을 쓰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라인이 점차 당겨질 뿐더러 갱킹의 위험.

만에 하나 애꾸사자가 일직선으로 다시 갱을 온다면 당할 수 있다.

"쳇."

무서운 누님께서 혀를 차셨다.

실제로 귀환 후 블루 지역을 어슬렁 거리고 계셨다.

애꿎은 독두꺼비에게 발톱이 사정없이 내리찍힌다.

'내가 풀렸으니 나름 괜찮은 수확이지.'

적 코리아나는 갱호응이 좋은 편이 아니다.

카지트도 CC기가 부실한 정글러다.

하지만 딜갱의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쌍으로 점멸 써서 강제로 죽이는 것.

대회 무대에서는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그렇게 따내도 명백히 이득이니까.

특히 상대팀의 에이스 선수를 견제할 때 자주 쓰인다.

게다가 지금 내가 플레이하는 챔피언은 파사딘.

6레벨 전까지는 위험 부담이 확실히 있다.

그런데 점멸이 빠졌으니 웬만해서는 안 당한다.

키잉-!

어디까지나 웬만해서다.

웬만한 수준을 넘으면 당할 수도 있다.

격한 파밍 이후 귀환을 탔던 양 팀의 봇듀오.

적 서포터 쓰렉귀가 라인에 복귀하지 않고 로밍을 왔다.

사신의 선고가 미니언에게 적중했다.

참 다행인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재미삼아 혼자 미드를 방문한 게 아니다.

철썩!

선고로 들어와 점멸 채찍 쓸기로 나를 넘긴다.

얼핏 어설퍼 보이는 애매한 로밍.

랜턴을 타고 카지트가 들어오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쿠화악!

이런 식의 억지 갱킹이 굉장히 껄끄럽다.

6레벨까지 고작 한 칸 남은 경험치 바.

원망을 한다고 올라가는 일은 없다.

선고가 빠진 쓰렉귀, 카지트, 코리아나.

하드 CC기는 없으나 각자 조금씩 둔화 스킬이 있다.

궁극기 없는 파사딘 하나 요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 한들 무조건 죽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조금이라도 버티는 것.

탑라인에서 일어났던 교전이 한 가지 필연을 만들어낸다.

두근!

두근!

빨간 장갑을 사고 정글링 위주로 돌았다.

라이너의 경험치를 대량 공유하게 됐다.

이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 6레벨이 진짜 빨리 찍힌다.

궁극기를 쓴 애꾸사자가 카지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다.

내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카지트가 먼저 죽었다.

애꾸사자에 비해 2레벨이 낮았다는 게 크다.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한 탑라인에서의 갱킹.

안 그래도 정글링 느린 카지트에게는 치명적이다.

게다가 점멸이 빠진 탓에 고스란히 풀콤보를 맞아야 했다.

목줄로 묶을 필요도 없이 강화된 발톱에 순삭된다.

단 한 명 죽었을 뿐인데 상황이 비벼진다.

어시스트로 경험치를 먹자 아쉬웠던 한 칸이 올라간다.

구웅!

부왁!

레벨이 올랐다고 한들 죽음은 피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딜을 넣고 죽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궁극기를 칼같이 찍고 앞으로 전이해 부왁!

공허한 파동을 흩뿌리며 강화된 평타로 쓰렉귀를 내리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발화가 걸린 이상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할 건 다 하고 죽었다.

이 정도 했으면 미련은 없다.

─더블 킬!

상대 쓰렉귀도 점멸이 빠져버린 상황이다.

그리고 고질라의 인어가 백업을 왔다.

한 박자 늦었다는 게 아쉽기는 하나 이건 상대가 날카로웠다.

인어에게 버프를 받은 애꾸사자가 쓰렉귀를 마무리.

점멸을 써야 했지만 명백히 이득이다.

물론 이렇게 깊숙히 들어가면 빼는 것이 쉽지 않다.

호롱!

콰드득!

마찬가지로 코리아나도 6레벨을 찍었다.

쇼크웨이브가 터지며 곧바로 연계된다.

텔레포트를 타고 온 적팀의 탑솔러 나무카이.

일그러진 전진으로 속박하자 벗어날 수단이 없다.

결과적으로 동수의 교환을 거둬갔다.

"살짝 아쉽긴 한데 이 정도면 선방했네."

"괜찮아 괜찮아. 탑에서 라인 이득 봤어. 그리고 내가 적 레드 빼먹고 있어."

카지트가 점멸이 없었듯 아군은 텔레포트가 없었다.

합류를 하지 못한 건 씨지맥의 실수가 아니다.

그 대신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손해를 메꿨다.

탑라이너로서 그가 어떤 색깔을 가졌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누님이 만족하고 계시고.'

뿔난 예은에게 누님 만큼 잘 어울리는 호칭이 없다.

그리고 본인도 은근히 그런 거 즐긴다.

경기의 상황이 적어도 정글은 확실하게 이겼다.

물론 승기를 굳혔다고 보기에는 한참 이르다.

아직 초반이고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날카로웠던 쓰렉귀의 깜짝 로밍.

KTX 롤러코스터 A가 결코 정글 원맨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뭐, 결국 실패했지만.'

상대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지고 시도한 로밍이었다.

나 하나를 따기 위해 스펠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파사딘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미묘하게 비틀리며 난전이 되고, 이득이 아니게 되었다.

'투자가 실패했으니 그 리스크를 짊어져야지.'

탑라인의 균형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나무카이는 분명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우수한 탑솔러다.

하지만 알칼리는 그 안정감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폭발력을 지닌 챔피언이다.

E스킬 보름달 베기가 너프되지 않은 지금이라면 더더욱이다.

퀴릭!

챠캉!

낫을 던지며 궁극기로 돌진해 서걱!

현재 알칼리는 스킬로도 표식을 터트릴 수 있다.

딜교환에 있어, 킬각에 있어 압도적인 강점이다.

레드 버프까지 활활 타오르자 딜교환이 성립하지 않는다.

승기는 조금씩, 하지만 착실하게 넘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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