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96화 (79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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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서포터가 아닌 탑으로 가는 광우스타.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의외로 괜찮다.

아니, 괜찮은 수준을 넘어 사기까지 닿는다.

쿵!

정말 별것 아닌 스킬 활용이다.

광우스타의 W스킬 들이박기.

적 한 명을 멀리 밀어버린다.

아군을 지키는데 최적화된 스킬이다.

그런데 이것을 공격용으로 쓴다?

퍼억!

데미지 자체는 정말 별것 없다.

견제기로서 딱히 효율적이지 않다.

심지어 쿨타임도 길어서 난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퍼억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단순히 들이박기만 하는 게 아니다.

들이박는 순간 마우스를 우클릭.

적 챔피언을 찍으면 평타가 나간다.

이 평타 한 방에 의해 광우스타는 우리 소 한우가 된다.

뀨웅!

하지만 결국 쿨타임이 긴 스킬이다.

10초가 넘는 공백 시간동안 턴이 넘어간다.

나무카이는 인삼을 던지며 파밍할 수 있다.

그 여유로운 농사도 이걸로 끝이다.

'굉장히 불합리할 거야.'

2레벨을 찍는 순간 라인전은 끝났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옴짝달싹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다.

이제부터는 CS 하나하나 허락 받고 먹어야 한다.

뀨웅!

나무카이가 다시 인삼을 던진다.

내 견제를 받기 전에 웨이브를 클리어하겠다.

옳은 판단이지만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쾅!

근접하는 순간 땅을 분쇄한다.

광우스타의 Q스킬 내려치기.

지면을 내려쳐 주위의 적을 공중에 띄운다.

그럼에도 나무카이는 우직하다.

이래 봬도 나름 탱커다.

때려도 견딜 만하다.

걸어가서 미니언을 향해 스킬을 쓰려고 한다.

쿵!

그 직전에 밀어버린다.

밀어내면서 어퍼컷 한 방을 잊지 않는다.

누적된 견제에 절반 이상 깎여버린 나무카이의 체력.

그보다 열받는 건 양념시킨 미니언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강제 디나이라는 게 이런 거거든.'

지금 당장 미니언 몇 마리 못 먹은 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는 이제부터 쭉 이런 흐름이 이어질 거란 사실이다.

어쩌면 나무카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탑라인에 오는 견제형 챔피언이 어디 한두 마리겠는가.

프로 레벨의 탑솔러들은 저마다 대처법을 알고 있다.

공격적으로 대응해 상대를 주춤하게 만들거나.

아예 수비적으로 몸을 움크려서 최대한 덜 맞거나.

삼선 블루의 탑라이너 루시퍼는 후자에 속한다.

그 후자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반열에 든다.

명실상부 시즌4 세계 최고의 탑라이너.

그 명함은 결코 고스톱으로 딴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쿵!

미니언 막타를 치기 직전에 밀어낸다.

어쩔 수 없이 CS를 흘리게 된다.

쾅!

이번에는 띄워서 방해한다.

1.5초라는 긴 공중 체류 시간.

낮았던 미니언의 체력이 마무리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접근을 안 할 수도 없다.

'먹고 싶으면 기어와야지 별 수 있나.'

일련의 행위가 반복된다.

CS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나무카이의 포션은 전부 소비됐다.

버텼지만 버틴 게 아니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그 숨조차 이제 곧 끊길 운명이다.

쾅!

사실 서포터로 쓰는 광우스타는 상당히 애매하다.

최근에야 마나 소모가 줄어서 쓸 만해진 정도.

조합에 따라 가져갈 만한 대회 픽이다.

그럼에도 솔로랭크에선 여전히 잘 안 쓰인다.

이유인 즉, 챔피언이 너무 수동적이다.

먼저 들어가서 뭘 만들 수가 없다.

차후에야 다른 서포터들이 너프를 먹으면서 라인전이 할 만해진다.

하지만 현재는 라인전 능력이 굉장히 부실한 편에 속한다.

이런 광우스타를 대체 왜 쓰는 걸까?

하나는 한타 능력이 원체 뛰어나다.

웬만한 탱커에 준할 정도로 단단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갱호응이다.

쿵!

점멸로 나무카이를 내리찍었다.

그리고 아군을 향해 배달했다.

뒤쪽의 수풀에 대기하고 있던 애꾸사자.

지체 없이 뛰어들어 강화된 목줄을 칭칭 감는다.

휘리릭!

하드 CC기에 맞은 상태에선 행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그러진 전진은 물론 점멸조차 사용이 안된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지금의 상황을 탈피할 수 없다.

그냥 죽으면 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억지 갱호응!

이것이야 말로 광우스타가 라인전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너무 신나서 견제하다간 내가 점멸 호응 해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정글빨, 로밍빨을 타는 수동적인 챔피언이다.

하지만 그건 서포터로 쓸 때의 이야기.

탑 광우스타는 적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해부까지 한다.

'그래도 텔이 있으니까.'

시즌4에 들어 공격형 탑솔러들의 픽률이 줄어들었다.

탑나이즈 등 안 나온 건 아니지만 금방 사장되고 말았다.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역시 대세 스펠에서 비롯됐다.

딜러가 스노우볼 굴리기 쉽게 만들어주는 발화.

탱커가 라인전을 버티기 수월하게 해주는 텔레포트.

까놓고 말해 한 번 죽어도 라인전에는 큰 지장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인생 망했을 나무카이가 텔레포트로 빅웨이브를 받아먹는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찰칵!

선취점을 먹은 덕에 그 아이템이 나왔다.

삼종신기의 하위템인 광채의 칼.

스킬 사용시 다음 평타를 강화시켜준다.

'정말로 별것 아닌 효과지.'

데미지가 챔피언의 레벨에 비례한다.

기본 공격력이 올라가야 강해지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첫 아이템으로 뽑는 경우는 적다.

온-힛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그런데 그게 있다.

현재 광우스타에겐 온-힛 스킬이 존재한다.

길고 긴 로드 오브 로드의 역사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힌다.

사상 최악의 탑솔러는 그렇게 탄생했다.

.

.

.

* * *

경기의 내용은 지극히 평이하다.

라인 스왑 없이 치러지는 라인전.

솔로랭크에서 당연하게 행해지는 구도다.

그만큼 별 일이 생기기도 힘들다.

프로 레벨에서 솔킬이 생길 리 만무하지 않은가?

생긴다 해도 심각한 스노우볼로 연결되는 일은 잘 없다.

남은 가능성이 외부 개입에 의한 킬 연결.

그마저도 강팀간의 대전에서는 빈도수가 낮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도 기본 틀을 따르고 있다.

<미드는 무난하게 서로 견제보단 파밍에 주력하는 분위기입니다.>

<때려봤자 서로 안 달아요. 알칼리는 피흡이 되고, 파사딘은 마법 실드로 막습니다.>

두 챔피언 모두 6레벨 이전까지는 공세적으로 나오기 힘들다.

라인 중간을 잘못 넘어갔다간 갱킹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다 보니 지극히 수비적.

대회 무대에선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카메라는 봇 라인을 향해 내려간다.

<역시 삼선 블루! 마차가 아주 날카로워요! 방금도 선고 끌렸으면 스펠 빠지는 각 아니었습니까?>

<확실히 라인전의 기세를 잡았네요. 고르키&쓰렉귀 한 번 주도권 잡으면 매섭거든요.>

<신세상 매직이 웬만하면 고르키를 선픽하는데 가져올 카드가 많다 보니 미뤄졌어요. 그 점을 삼선 블루가 잘 파고들었습니다.>

신세상 매직의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캐리형이다.

미드라이너 올마스터는 말할 것도 없다.

탑솔러인 씨지맥도 익히 알려진 바 대로다.

정글러도 완전한 육식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상대적으로 양보를 해주는 라인이 바로 봇이다.

수비적인 라인전을 진행하며 정글러 콜을 덜 받는다.

그 핵심이 되는 픽이 바로 고르키.

이전에는 치비르도 사용했지만 너프 이후 안 쓰이는 추세다.

그 대신에 대부분의 경기에서 고르키를 선픽한다.

굳이 막을 정도의 카드가 아니다 보니 상대도 밴이나 선픽에 의한 강탈을 하진 않는다.

그런데 현재 게임에서는 먼저 광우스타와 랄라를 가져온 탓에 뺏겨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즈레알이라 파밍은 문제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끌리는 것도 끌리는 거지만 쓰렉귀의 로밍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큽니다. 그런데.. 그러기엔 상황이 많이 애매하긴 해요.>

삼선 블루의 기본 전략은 언제나 비슷하다.

코볼트와 마차의 강력한 라인전.

정글러가 시팅까지 해주면 이길 수밖에 없다.

굳이 킬로 연결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M씨 가문 4대 천왕이라는 직함이 괜히 붙었겠는가?

마차의 날카로운 로밍은 어지간한 정글러를 능가한다.

봇라인이 주도권을 잡은 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주특기.

의도한 대로 풀렸음에도 클끼리가 말을 곱씹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탑 어떡하나요? 웨이브 몰고 가면 또 강제 다이브에요.>

<이블퀸 어설프게 역갱 보다간 더블 킬 날 수 있습니다. 쭉 빼야죠. 빼면 또 타워 안 때리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탑라인이 터져버린 정도가 아니다.

정글러가 역갱을 봐주는 것조차 안되고 있다.

마차의 날카로운 로밍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3인으로 가도 애꾸사자가 뒤 봐주는 순간 막힙니다. 최악의 경우 게임 돌이킬 수 없게 터질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손을 놓기엔 탑이 좀.. 저 광우스타를 어떻게든 한 번 잡아서 제압킬을 먹어야 합니다. 못하면 탑라인 스노우볼 계~속 굴러가요.>

선취점 이후 벌써 두 번이나 죽었다.

아니, 갱 한 번 당했다고 그렇게 터지나?

딜교환이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크다.

전범준 캐스터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얼마나 급하면 수호자의 유리수정도 안 올리고 은전자 망토부터 올렸겠습니까? 데미지가 감당이 안되거든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습니다. 문제는 순수 AP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은 안돼요.>

김은준 해설의 설명은 의아하게만 들린다.

광우스타 스킬들 전부 마법 데미지 아닌가?

내려치기와 들이박기는 물론이고 패시브 또한 마법 피해다.

이론에 강한 김은준 해설답게 요지를 제대로 꿰고 있었다.

쿵!

광우스타가 나무카이를 들이박는다.

은전자 망토를 올린 덕에 확실히 덜 아프게 들어온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이어진 후속타에 체력이 한 움큼 더 깎인다.

<광우스타 장인이라면 쿵쾅과 함께 기본적으로 익히는 테크닉입니다. 밀어내면서 평타 한 방! 사실 실용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라인전에서 잘못 스킬 빠졌다간 적 서포터의 견제에 호되게 맞으니까요. 그런데 탑으로 쓰니 다르네요. 광채의 칼이라 평타 진짜 아프게 들어갑니다.>

심지어 광채의 칼이 첫 귀환에 나왔다.

안 그래도 말린 나무카이.

어퍼컷 한 대 맞을 때마다 혼이 빠진다.

결국 한 번 더 다이브각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텔타고 복귀하는 거 기다리고 있다가 또 다이브. 광우스타가 궁극기 쓰고 몸 대면 풀피라도 상관이 없죠.>

<챔피언의 특성을 잘 활용한 셈이긴 한….. 진짜 잔인하게 스노우볼 굴리긴 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 연달아 죽었다.

아무리 현재 텔레포트가 유용한 스펠이라고 한들 어느 정도다.

6레벨이 되기도 전에 세 번 연속으로 죽으면 인생 종친 셈이다.

그래도 탱커라서 나름 파밍은 되지 않나?

궁극기를 사용하면 타워 다이브가 우습다.

정글러가 있으면 그냥 생 다이브.

정글러가 없어도 시간 문제다.

나무카이는 광우스타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만 보는 인생, 아니 목생이다.

<날 아무리 짜봐야 우유 안 나와! 도발이네요. 넘어올 꿈도 꾸지 마라. 타워 일부러 안 부순 거거든요.>

<2차 포탑 앞에서 대놓고 농성.. 팀 차원에서 해결을 해줘야 합니다. 이러다간 장작조차 안될 수 있어요.>

잘 큰 나무카이를 세계수라 부른다.

못 큰 나무카이는 장작이라 비웃는다.

지금 진행되는 게임에서의 나무카이는 장작이라는 말조차 과하다.

탑라인의 레벨 격차가 3이다.

나무카이는 궁극기조차 배우지 못했다.

갱이나 로밍이 와도 기본적인 호응이 안된다.

차라리 빨리 타워라도 부숴주면 좋을 텐데.

알고 있다는 듯 일부러 치지를 않는다.

미니언 웨이브가 포탑에 먹혀 사라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삼선 블루도 그걸 알고 있어요. 봇에서 한 번 싸움을 열어보자..!>

<광우스타가 나무카이를 압박할 수 있는 건 결국 애꾸사자가 뒤를 봐주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말하자면 애꾸사자는 봇을 볼 수가 없는 거죠. 일단 판단 자체는 좋습니다.>

신세상 매직의 봇라인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라인전의 주도권도 주도권이거니와 정글러의 동선이 탑 위주다.

즉, 이블퀸이 한 번쯤 파고들 여지가 나온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탑라이너의 개입.

이제 곧 나무카이도 텔레포트의 쿨타임이 돌아온다.

현재 텔레포트는 포탑에 사용시 쿨타임이 무척 짧다.

교전을 어떻게 여냐에 따라 승산은 충분하다.

삼선 블루의 서포터 마차.

라인 주도권의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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