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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철썩!
과감하다.
그러면서도 절도가 있다.
점멸 채찍 쓸기로 랄라와 이즈레알을 넘겨버린다.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하나의 스킬.
슈우욱!
아무것도 없었을 공간에서 무언가 랜턴을 타고 나타났다.
은신해 있던 이블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바닥에서 가시가 솟아난다.
"싸워! 이거 다 잡는다."
삼선 블루의 서포터 마차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들떠있다.
그럴 만도 하다.
답답하게 진행되던 게임.
보이지 않았던 돌파구.
처음으로 부여잡은 기회다.
<커져라~♪>
랄라가 궁극기를 사용해 반항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두 번 중첩돼버린 둔화.
랄라가 빠져나갈 방향은 한정돼있다.
쓰렉귀의 선고가 목덜미를 날카롭게 낚아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광우스타가 텔레포트를 타고 나타났다.
도착하자마자 망설임없이 들이박는다.
쿵! 쾅!
두 개의 스킬이 한 번에 터지며 만들어내는 위압감.
마치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보는 듯한 광경이다.
고르키는 점멸로 피했지만 나머지 두 명은 맞았다.
1.5초간 공중에 떠오르며 무력화된다.
그래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적 한 명을 순삭시켰다.
애꾸사자는 분명 위쪽에 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찍어누른다.
슈루룩-!
한 걸음 늦기는 했으나 도착했다.
지금껏 탑라인에서 무한한 고통을 받고 있던 나무카이.
되돌려주기라도 하듯 곧바로 빨려든다.
일그러진 전진으로 광우스타를 묶어버렸다.
구워어어-!
물론 상대의 반항은 거세다.
광우스타의 궁극기 굳센 황소의 의지.
사용시 자신에게 걸린 모든 방해 효과를 제거한다.
그리고 7초간 받는 모든 피해를 70%나 감소시킨다.
사실상의 무적이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다르다.
때리면 조금씩 착실하게 박힌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믿는 바가 있다.
"알칼리는?"
"괜찮아. 내가 무조건 빨라!"
양 팀 미드라이너의 기동력 격차.
파사딘은 백업 능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글로벌 궁극기를 제외하면 비교할 챔피언이 없을 정도다.
그에 반해 알칼리는 느리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이 고작이다.
도착하기 전에 상황을 종료시키면 된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손실이 없을 수는 없다.
살아남아 마법 화살을 쏘아대는 이즈레알.
광우스타 본체도 일반적인 서포터가 아니다.
공중에 띄워진 쓰렉귀는 무참하게 사망했다.
이즈레알은 둘째 치고 광우스타가 강하다.
쿵쾅을 정통으로 맞았을 뿐더러 아이템도 공격적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서포터의 죽음이다.
이블퀸과 고르키가 여전히 건재하다.
무엇보다 이제 슬슬 도착할 때다.
부왁!
파사딘이 굉장히 서둘러 왔다.
궁극기를 세 번 연속으로 사용.
마나 소모가 극심하지만 괜찮다.
"이즈?"
"이즈 여눈이야. 광우스타부터."
쫄랑쫄랑 평타를 두드리는 이즈는 문제가 아니다.
슬슬 비전 점프의 쿨타임도 돌아왔을 것이다.
잘못 물었다간 쓸데없이 시간만 소비한다.
광우스타부터 제압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워!
광우스타가 구슬프게 운다.
조금 체력이 차오르지만 그 뿐.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툭툭 때리자 체력바는 차곡차곡 줄어든다.
때리다 보면 결국 죽기 마련이다.
샤라라락-!
거대한 금빛 화살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한숨 돌린 이즈레알이 궁극기를 날렸다.
뭉쳐있던 탓에 광역딜이 제대로 들어갔다.
살짝 데미지는 있지만 전세를 역전 시키기엔 턱도 없는 수준이다.
이제 곧 있으면 광우스타의 궁극기가 끝난다.
궁극기가 빠진 순간 다진 소고기가 될 운명이다.
구워!
광우스타가 또다시 구슬프게 운다.
그리고 체력이 또 조금 차오른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회복량.
그럼에도 심각하게 거슬린다.
무언가 한 가지 잊은 기분이다.
위험 신호가 세차게 울린다.
쿵!
슬슬 7초가 지나 궁극기가 풀렸다.
많았던 체력도 이미 붉게 물들었다.
죽기 직전의 광우스타 해버린 사소한 반항.
이블퀸이 위쪽 부쉬로 밀려났다.
그래봐야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그 사소함이 도화선이 될 줄이야.
타항!
파사딘보다 두 걸음 이상 늦었다.
그렇다면 두 배 이상 해내면 될 뿐이다.
알칼리가 이블퀸을 향해 바람같이 쏘아졌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뚜벅뚜벅 걸어 내려오던 알칼리.
광우스타가 이블퀸을 밀어준 덕분이다.
궁극기를 활용해 순식간에 접근했다.
풀콤보를 박아넣자 깔끔하게 삭제.
이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쾅!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블퀸을 밀어낸 탓에 딜이 부족해졌다.
아찔한 게임이 터지며 체력이 또 회복됐다.
광우스타의 체력이 아슬아슬 남아버렸다.
그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한 대 더 때리면 그만이지 않은가.
문제가 있다면 쿨타임이다.
그 약간의 차이로 인해 돌아왔다.
두 손을 든 광우스타가 땅을 힘껏 내리친다.
파사딘과 나무카이가 공중에 띄워지며 다음 표적이 됐다.
─적 더블 킬!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한 번 더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광우스타의 E스킬 울부짖기.
자신과 아군의 체력을 소량 회복시킨다.
그리고 두 가지 숨겨진 효과가 있다.
하나는 적이 쓰러질 때마다 쿨타임이 감소.
다른 하나는 너무나도 당연한 광채의 칼 활성화다.
은근하게 데미지를 누적시키며 쓸어담을 환경을 제공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신세상 AllMaster님의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물론 자신들도 목표하던 바를 이뤄냈다.
상당히 오래 버텼지만 여기까지다.
지금껏 호되게 얻어맞던 광우스타가 드디어 쓰러졌다.
대신 광우스타의 시체가 있는 자리에 알칼리가 서있다.
나무카이를 썰어버렸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그 앞에는 생존기가 전부 빠진 고르키가 얼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살아나갈 구석이 없다.
─적 트리플 킬!
신세상 CGVMAXIM님이 학살 중입니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
분명 합류는 파사딘이 빨랐다.
하지만 난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환은 갑작스레 어둠에 휩싸였다.
"아.. 이거 에반데…."
"쟤네 용 가겠다."
"줘야지. 나 마나 없어서 못 막아."
들떴던 부스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졌다.
서로를 탓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라도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한다.
강팀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
종종 말도 안되는 역전이 나오는 까닭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세트에서는 연이 없어 보인다.
.
.
.
* * *
─트리플 킬!
모든 화력을 광우스타 하나에게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삼선 블루의 승부수는 도리어 자충수가 돼버렸다.
<천만다행, 타워 근처라 파사딘 살기는 했어요. 일단 목숨은 연명합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니죠. 동료들은 이미 다 죽었거든요. 그나마 균형을 유지하던 미드와 봇마저 힘들어졌습니다.>
쓰렉귀의 판단은 분명 절묘했다.
아니, 이보다 더 좋게 열 수가 없었다.
로밍을 가는 척 모습을 은폐.
뒤로 뺑돌아가 용 앞 강을 건너 나타났다.
그 자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로밍 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돌아오는 경우는 흔하다.
진짜는 점멸과 함께 연계된 두 가지 스킬.
채찍 쓸기과 랜턴 호응이 기가 막혔다.
<랄라 순삭 깔끔했고, 나무카이 뒤늦게라도 텔 탄 거 좋았아요. 좋았는데 광우스타가 미쳤네요.>
해설자의 입에서 미쳤다는 소리.
결코 자주 나오는 말이 아니다.
방송 용어에 어긋난 건 아니지만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의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간히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것말고는 설명이 안되니까.
방금 전 광우스타의 플레이는 미쳤다.
글자 글대로 미친 소 한 마리가 날뛰었다.
하지만 그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든 건 아니었다.
<방금 한타는 두말할 것도 없이 광우스타가 캐리했습니다. 킬을 먹은 사람은 알칼리지만 판을 만든 건 광우스타거든요. 그러나 전 이즈레알의 센스 있는 플레이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이론에 충실한 김은준 해설은 조금 다른 것을 보았다.
삼선 블루의 집중 공격을 버텨냈던 광우스타.
이는 딜량을 과대 평가한 미스라고 볼 게 아니다.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미니언을 스쳤죠. 미니언이 죽으면서 힐쿨이 빨리 돌았어요. 결국 세 번까지 회복하면서 한타를 크게 비비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RPG게임에선 당연하게 성립되는 이론이다.
탱커가 방어력이 높아야 힐 효율이 좋다.
적의 공격을 70% 흡수하는 광우스타에게는 미량의 회복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무려 세 번이나 돌렸다.
이즈레알의 궁극기 덕에 미니언이 양념된 결과다.
양념만 치면 광우스타가 비비지 데미지로 마무리한다.
울부짖기의 쿨타임이 자꾸자꾸 초기화.
상대의 예상보다 두 타이밍은 족히 더 살아버렸다.
<미드에서 원딜로 전향하면서 스타성이 묻혔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원석은 결국 눈에 띄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런 부분은 일일이 말을 맞추기 힘드니까요. 개인의 센스를 요구하는데 아이돌 선수는 그럴 만한 재치가 넘치는 선수에요. 표정도 항상 재기발랄해서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뮴뮴 선수도 그렇고.. 평소에 여성 선수들의 표정을 항상 살피나 봐요? 너무 잘 아는 거 아닙니까?>
<저 자신에 대해 잠깐 변호를 하자면 습관이 돼서 그렇습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유부남들은 분명히 공감하실 거에요. 저는 무죄입니다.>
전범준 캐스터의 돌발 질문을 클끼리가 자연스럽게 받아친다.
유부남이라는 면책 특권이 과연 어디까지 먹힐지.
적어도 오늘은 어찌저찌 넘긴 듯하다.
아무튼 경기의 흐름은 조금 많이 기울어졌다.
삼선 블루로서는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물이 3대2의 교환.
용을 뺏겼다는 걸 감안하면 큰 손해다.
합류하지 못한 애꾸사자는 탑 2차를 절반 이상 밀어 놨다.
사실 이는 운영 주도권을 뺏겼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항상 강팀의 입장에서 게임을 논하는 김은준 해설이 불난 데 부채질한다.
<신세상 매직은 이제부터 게임 풀이 간단합니다. 그냥 다이브 치면 돼요. 광우스타가 몸 대면 알칼리가 싹~ 쓸어 담습니다.>
솔로랭크 기준으로 픽률이 낮은 광우스타.
어째서 대회에서는 나오는 일이 잦은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팀에 탱커가 부족할 때 골라주면 조합 안정감이 확 올라간다.
레벨링도, 아이템도 부실한 서포터가 그 정도다.
그런데 만약 라이너로 쓰인다면?
심지어 킬을 먹고 성장을 잘했다면?
대체 어느 정도 단단할지 상상이 안 간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쿵! 쾅!
어째서 대회에서는 스노우볼이 팍팍 안 굴러갈까?
완전히 기울어진 게임도 30분, 40분 가는 게 왜 다반사일까?
비단 프로들이 서렌을 잘 안쳐서 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비측의 이점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지형적인 요소.
포탑을 중심으로 한 시야 장악.
일정 선에서 넘어지지 않고 줄다리기를 한다.
답이 없는 게임에서 상대가 실수하길 바라며 천천히 쓰러진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은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강제 다이브! 이블퀸이 뒤 봐주면 뭐합니까? 나무카이 따라오면 뭐해요? 고르키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죽습니다.>
탑을 밀던 광우스타가 미드로 내려왔다.
포탑 뒤로 뺑 돌아가 무턱대고 쿵쾅!
점멸이 없는 고르키는 피하지도 못한다.
그걸 알칼리가 야무지게 받아먹는다.
포탑의 공격이 문제가 안되니 할 수 있는 억지 다이브다.
그러면 알칼리라도 점사 해서 잡아야 하는데 힘들다.
이미 건블레이드가 완성되어 피흡이 장난 아니다.
지원까지 빠방하니 더더욱이다.
─커져라~♪
슈퍼 세이브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챔피언이다.
랄라의 궁극기가 들어가자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다.
고르키가 잡힌 삼선 블루는 작전상 후퇴.
전략적 요충지인 미드 1차를 허무히 내주게 된다.
정말 밉살맞게도 김은준 해설이 한 마디 덧붙인다.
<이래서 간단하다는 겁니다. 앞으로 방금의 상황 반복될 텐데 어떻게 막나요? 적어도 저는 떠오르는 바가 없습니다.>
강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가 김은준 해설이라면, 그 반대는 바로 클끼리 해설이다.
역전할 방법이 있다, 언제나 부르짖지 않았던가?
지금 이 순간만은 클끼리도 입이 무겁다.
자기 변호는 그렇게 사력을 다한 주제에 게임 내용은 왜?
삼선 블루, 그리고 팬들로서는 서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떠오르지 않는 걸 어떻게 할까?
오랫동안 뜸을 들이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이건.. 신세상 매직이 던져주는 것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확실히 불투명하긴 합니다.>
<그 던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합이라서 문제죠.>
클끼리가 있는 말 없는 말 짜내서 만든 한 마디.
그것마저 김은준 해설이 가차없이 짓밟는다.
앞으로 그려질 게임의 미래는 상상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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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