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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받아칠 여지가 없는 완벽한 다이브.
가끔은 너무 완벽한 것도 문제가 된다.
한 마디로 레파토리가 너무 뻔하기 떄문이다.
아무리 빠른 강속구라도 받다 보면 눈에 익기 마련 아니겠는가?
똑같은 투구법만 고수하면 언젠가 받아친다.
그래서 야구에는 삼진 아웃이라는 룰이 있다.
하지만 롤에는 그런 거 없다.
더 빨리 끝날 수도 있고,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는 경기는 후자에 속한다.
"쿵쾅만 어떻게 무력화시키면 구도가 나오지 않을까..?"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퐁이 확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직 언젠가가 터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이 오기는 한다.
한타를 눈 앞에 둔 상황.
방금의 피드백은 분명 가치가 있었다.
"최대한 안 뭉치면서 들어올 때 쿵쾅 씹어보자. 그런 이야기지?"
"쓰렉귀가 끊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나 앞에 있다가 포킹 잘못 맞으면 집가야 돼."
게임 시간 20분 중반대를 넘었다.
더 이상 라인전에서 털리던 이즈레알은 없다.
얼음 장갑이 뜨고 마나바라기가 완성되는 시점이다.
파삭!
한 대 맞자 얼음지대가 깔리며 활활 탄다.
온-힛 스킬의 특성상 레드 버프가 묻어나온다.
성장이 저조한 삼선 블루에겐 위협적인 포킹이다.
그 대상이 서포터라면 더더욱이다.
경기의 구도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구워!
울부짖어 대는 저 미친 소가 언제 어느 때 들이박을지 모른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저 소만 어떻게 막으면 되는 거 아닐까.
안타깝게도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
두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시야에 보이는 것과 거의 동시다.
은신을 쓴 애꾸사자의 이니시.
심지어 랄라가 버프를 걸어줬다.
크허엉!
용맹한 울음소리와 함께 목줄이 던져졌다.
대상은 앞에서 시선을 끌고 있던 파사딘.
라인 클리어와 어그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미드 AP로서 적게나마 광역딜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존기가 우월하다.
점멸에 준한다는 파사딘의 궁극기.
그 우월함이 오히려 맹점이 되었다.
엄밀히 따졌을 때 파사딘의 궁은 점멸과 다르다.
도약 거리의 길고, 짧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시전 시간이 존재한다.
반대로 애꾸사자의 목줄은 현재 시전 시간이 없다.
육안으로는 분별하기 힘든 사소함.
그 사소함이 180°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판정상 이동은 됐으나 묶였다.
애꾸사자가 던진 목줄에 파사딘이 칭칭 감겼다.
쿵! 쾅!
묶여진 자리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점멸을 사용한 날카로운 호응.
광우스타의 점멸 쿵쾅에 띄워진다.
파사딘은 물론 옆에 있던 쓰렉귀까지 휘말렸다.
당황했던 파사딘은 이동 위치를 곱씹을 여유가 없었다.
기껏 산개했던 진영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타는 지금까지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고 학살 당한다.
"아니, 저거 왜 이렇게 세? 뭐야?"
"단단한 건 둘째 치고.. 데미지가 이상하네."
첫 번째 세트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미 미드 억제탑이 깨져버린 상황.
봇 억제탑 앞에서의 한타까지 패배하자 넥서스까지 쭉 밀렸다.
하지만 한 번의 패배로 정신줄을 놓기에는 이르다.
패인을 분석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삼선 블루라는 팀이 강해진 방식.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음에 있다.
"나 죽고 나서 광우스타한테 너무 많이 맞아줬어. 그거 아니었으면 최소한 손해는 안 봤을 걸?"
"평타가 생각보다 세더라고. 나눠 맞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광우스타 궁극기 공격력 엄청 올려주잖아. 몰라?"
"게임 하다가 알았지."
"어쩐지.. 너무 뻔하게 다 맞아주더라."
프로게이머라고 기본적인 챔피언 스펙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하는 챔피언 외에는 의외로 잘 모른다.
대략적인 수준은 아나 완벽하지는 않다.
각 챔피언들이 가진 사소한 특징.
부가적으로 딸려오는 건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광우스타는 궁극기 사용시 공격력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1레벨 궁극기만 따져도 증가치가 60이다.
VF대검 한 자루를 아득히 초월한다.
데미지 감소와 CC기 해제 이 두 가지 효과만 주목된 나머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심지어 스킬 사용시 비비기 데미지도 은근히 아프게 들어간다.
그런 광우스타를 어떻게든 잡자고 꾸역꾸역 때려댔다.
근접한 이상 반격을 맞는 건 자명한 이치.
알칼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체력 상태가 안 좋았다.
쓸어담기에 최적의 환경이 제공된 셈이다.
"그렇다고 안 잡을 수는 없었잖아?"
"잡을 만했지.. 그런데 서폿이랑 비교도 안되게 단단해서 딜계산이 꼬인 감도 있어."
"저거 진짜 좋은 건가? 왜 좋은 건지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혀."
"다른 건 몰라도 라인전 버티는 게 안돼. 밴을 해줬으면 싶다."
정말로 드문 일이다.
삼선 블루의 탑라이너 루시퍼는 우직하다.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안정감 있는 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탑솔러다.
KTX 롤러코스터 A의 선데이와도 비슷한 성향.
하지만 챔프폭 면에서 확연히 넓다.
AP탑솔러도 무리없이 소화할 줄 안다.
차후 시즌4 세계 최고의 탑솔러라 불리우는 이유가 있다.
그런 루시퍼의 입에서 힘들다, 버티는 것조차 안된다.
결코 엄살로 내뱉은 소리가 아니다.
과장 없이 라인전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갱만 좀 조심하지 그랬어."
"아뇨.. 조심한 건데 광우스타가 점멸로 박으면 어쩔 수가 없어요."
팀 내에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백성현 코치.
그의 물음에 루시퍼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다른 선수들은 알고 있지만 코치는 모를 만도 하다.
광우스타의 갱호응 능력은 사기에 가깝다.
점멸로 쾅! 내리 찍어서 아군에게 배달하면 끝이다.
맞점멸로 피한다는 선택지도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점멸 쾅! 이 아닌 쾅! 점멸을 해버리면 예측이 아닌 이상 못 피한다.
그래도 봇라인에서는 거리 조절이 어느 정도 된다.
원딜러들은 당연히 원거리 챔피언.
서포터들도 항상 접근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탑라인에선 서로가 항상 마주한다.
근접 챔피언이 CS를 먹으려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즉, 언제 어느 때든 갱각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블루팀이니까 뺏어오는 게 어때?"
"밴 안 하고?"
"밴카드 빠듯하잖아. 아니면 뭐 니가 하던가."
"야, 난 못하지. 연습 하나도 안돼있는데."
"그럼 내가 할게."
광우스타는 프로 서포터의 기본 소양과도 같다.
조합 상의 이유로 요구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마차의 챔피언 폭에 당연히 속해있었다.
상대가 가져가기 전에 뺏어온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맞는 말이지만 팀의 정글러 대디는 보다 넓게 생각해야 했다.
"애꾸사자부터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애꾸사자? 확실히 거슬리긴 하지."
"한 번 주도권 먹히면 이니시가 답도 없긴 해."
리메이크 된지 꽤 시간이 흐른 챔피언이다.
전체적으로 하향이 아닌가?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얼마 전까지다.
신세상 매직의 뮴뮴 선수.
처음 정글 애꾸사자를 선보인 이후 솔로랭크 픽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이미 천상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픽이 됐다.
프로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연습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까 이번 경기 끝나고 사인 받자고?"
"일단 내가 1등 찜."
"야, 난 팬클럽 카페도 가입했어. 정회원인 몸이야. 어디서 준회원 나부랭이가 엉?"
"헛소리 그만하고 밴픽이나 빨리.."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거 순식간이다.
뮴뮴 선수는 프로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히 높다.
경기 끝나고 사인 받는 광경은 흔히 있는 일이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경기가 급하다.
첫 번째 세트의 패인 중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정글러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상대가 어디를 노리려고 하는지.
저 애꾸사자라는 챔피언은 적잖이 성가시다.
"궁이 있기만 해도 사리게 되는 게 커."
"PBE에서 1렙 궁쿨 늘린다던데 지금은 답이 없는 거 같다."
현재 애꾸사자의 1렙 궁쿨은 불과 120초다.
게다가 주위에 애꾸사자 있을 때 뜨는 느낌표.
그 범위가 협소해서 대처하는 것이 진짜 힘들다.
하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라이너가 아닌 정글러인 대디다.
직선 갱이 가능하다는 점이 엄청나게 골 때린다.
상대 입장에선 굳이 자신의 정글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 마디로 상대 정글러의 위치 특정이 안된다.
역갱은 물론 주도적으로 갱을 갈 수 있는 라인도 한정된다.
첫 번째 세트가 주구장창 답답하게 흘러간 근본적인 이유였다.
이에 대한 대비책.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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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애꾸사자! 픽 박았습니다.>
<역시 준비를 해온 모양입니다. 본계정으로 한 모습은 보여준 적 없지만 연습할 가치가 충분한 픽이거든요.>
관중석이 술렁인다.
첫 번째 세트에서 활약했던 애꾸사자.
최근 뮴뮴 선수가 자주 꺼내던 카드가 뺏겼다.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광우스타 또한 내버려두지 않았다.
<광우스타를 자르고 애꾸사자는 뺏어온다. 이로써 이전 세트에서 패배의 요인이 됐던 챔피언들은 전부 사라졌습니다.>
<삼선 블루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스타트를 끊었네요. 그리고 요즘 애꾸사자가 정말 괜찮은 픽이기도 합니다. 솔로랭크 데이터를 봤을 때 픽률과 승률이 나날이 오르고 있어요.>
김은준 해설이 누구보다 좋아하는 솔로랭크 데이터!
롤챔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애꾸사자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일반 유저들은 물론, 선수들도 연습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대디 선수도 오늘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견제 차원에서도 굉장히 좋았어요. 신세상 매직으로선 살짝 기분이 상하죠?>
<팀의 탱킹과 이니시를 담당하는 두 챔피언을 모두 뺏긴 셈이니까요. 분명 고민이 될 겁니다.>
삼선 블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다.
단순한 견제를 넘어 신세상 매직의 조합을 깼다.
이전 세트와 비슷한 게임 풀이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즉, 새로운 형식의 조합을 짜야 한다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물론 이 자체는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 신세상 매직도 나무카이 잘라서 한 방 먹이지 않았습니까? 요즘 대세인 랄라와 고르키도 가져왔어요!>
<말씀대로 서로 자르거나, 가져간 OP의 비율만 보자면 신세상 매직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가져갈 조합이 한정됐다는 부분이에요.>
신세상 매직이 지금까지 선보인 조합.
색깔만 따져도 여러가지가 있지 않았던가?
전범준 캐스터만이 눈치채지 못했다.
반박을 한 김은준 해설은 물론 클끼리도 보자마자 한 마디 한다.
<너희 AP 많지? 정글도 AP할 거지? 그럼 우리 또도 박사 가져간다? 이거 뭘로 잡을래?>
<심지어 앞으로도 AP챔피언을 할 수밖에 없죠. 애꾸사자를 뺏겼으니까요. 삼선 블루는 분명 여기까지 내다봤을 겁니다.>
신세상 매직이 매 세트마다 꼭 가져가던 고르키.
고르키는 명실상부 현 메타의 1티어 원딜러다.
다재다능하여 무난하고 좋은 픽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문제라 함은 물리딜과 마법딜의 비중이다.
원딜 챔피언 치고 마법 피해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 점때문에 좋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애매할 때도 있다.
현재 신세상 매직이 가져간 조합.
완성된다면 높은 확률로 AP비중이 높아진다.
지금부터라도 AD챔피언 하면 되잖아?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
<남은 정글이 거미여왕, 그리고 이블퀸 정도에요. 게다가 탑도 알칼리 아니면 티바나. 물론 말카림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하기 무섭게 픽하네요. 말카림 가져가면 일단 부족한 물리딜이 메꿔지기는 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돼요.>
말카림은 일단 AD챔피언이다.
하지만 또도 박사의 성장을 막기 힘들다.
갱으로 한두 번 따더라도 어느샌가 못 죽이게 된다.
챔피언 자체가 탱커를 잡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라인전 오래 하면 안 좋을 거 아니까 로밍 싸움으로 가자! 그래서 꺼내 들은 것 같죠?>
<얼음마녀라.. 이거 진짜 의외인데요?>
<최근에 약간 조정이 되긴 했어요. 올마스터 선수라면 꺼내볼 만도 합니다.>
게임 전문가인 해설진들이 불리하다고 평하고 있다.
만만하게 간다면 저 또도 박사를 잡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꺼내든 올마스터 특유의 독특한 챔피언!
글자 그대로 독특할 뿐 조커 카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시된지 이미 1년 하고도 절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신규 챔피언은 커녕 리메이크도 되지 않았다.
혹시 연구가 많이 안된 것은 아닐까?
대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기용이 됐다.
해외 대회에서는 최근에도 나오고 있다.
물론 국내에선 올해 들어 한 번도 안 나왔다.
OP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안 쓰는 이유.
두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그럼에도 꺼내 들었다.
다시 한 번 첫 번째 세트와 같은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을지.
알고 있음에도, 속고 싶지 않음에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