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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최강
<해외에선 종종 나옵니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올려서 아링과 비슷하게 암살자로서 운용을 해요. 반대로 말하자면 딜이 부족하기 때문에 올리는 거기도 하거든요?>
김은준 해설위원이 아주 날카롭게 꼬집었다.
아링과 AP타이온이 반드시 올리는 죽음의 불타는 손길.
최대 체력의 15%에 달하는 마법 피해와 함께 4초간 가하는 마법 피해를 20% 증가시킨다.
그런데 사실 저 두 챔피언이 죽불손을 올리는 이유는 딜이 안 나와서다.
저게 없으면 순간적으로 누구를 확! 녹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얼음마녀도 데미지가 부실한 편에 속한다.
<대신 CC기가 많아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말카림과 함께 로밍과 정글 싸움을 유도할 수 있다면 또 몰라요?>
조합의 유불리는 단순히 한타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게임을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게 있다.
과거 얼밤이 득세를 하던 시절에는 그런 게 부족했다.
라인전은 약한 대신 한타에서 비빌 기량이 되는 팀.
하지만 최근에는 라인전이 무너지면 한타고 나발이고 없다.
역설하자면 한타의 얼밤은 운영과 스노우볼이 빈약했던 당시이기에 성립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라인전, 삼선 블루는 결코 빈약한 팀이 아니다.
<이전 판은 탑이 좀 너무하긴 했죠. 거의 반 강제 수준이었으니까요.>
<동감입니다. 절대 루시퍼 선수가 실수한 게 아니에요. 그 상황이면 누구라도 당했을 겁니다.>
광우스타가 서폿이 아닌 탑으로 오다니?
갱호응도, 다이브도 어쩔 수가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상대가 올마스터.
탑이 터졌던 건 루시퍼의 잘못이라 볼 수 없다.
결국 밴이라는 강경책에 의해 막혔다.
그 임팩트를 생각한다면 오늘 내내 나올 일은 없을 듯하다.
6레벨 이후 강제 스노우볼을 굴리던 애꾸사자도 뺏겼다.
전체적인 조합 완성도에서 밀리는 건 필연이었다.
<탱커 둘과 든든한 미드AP, 그리고 하드캐리형 원딜러와 이를 보조해줄 서포터! 조합의 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전 판의 고르키도 좋았지만 코볼트 선수하면 역시 토이치죠! 한나와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딱 삼선 블루 다운 조합이 구성됐다.
그러면서도 상대 조합에 대한 저격을 잊지 않았다.
두 마리를 토끼를 잡는 것은 당연하게도 어려운 일이다.
상대라고 놀고 있을 리 있겠는가?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선수들의 우월한 챔피언 폭.
한 수 앞을 바라본 심리전.
그리고 있었을 한 줌의 행운.
여러가지 여건이 맞아 떨어지며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코리아나 고민하다가 역시 직트 가져가네요. 혹시 또 모르거든요.>
<퐁 선수가 워낙 코리아나와 악연이 깊어서.. 물론 직트도 애꾸사자와 시너지가 좋습니다.>
애꾸사자가 강제 이니시를 걸었을 때 호응할 수 있는 챔피언.
가장 손가락에 꼽히는 건 버프를 줄 수 있는 코리아나와 랄라가 맞다.
하지만 직트도 원거리에서 스킬 지원을 통해 한타를 유리하게 열 수 있다.
<상대 이니시가 워낙 좋으니 미드가 뚝심 있게 버티면서 한타로 끌고 나가겠다. 삼선 블루의 비장한 각오가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조합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이끌어나갈 힘도 분명히 있다.
차만 좋은 게 아니라 엔진도 빠방하다.
조합의 완성도에서 솔직히 차이가 난다.
게임을 어떻게 푸냐에 따라 달라진다.
해설진들이 그런 말도 했지만 솔직하게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신세상 매직이 마지막으로 가져갈 픽은 그나마 AD 비중이 높은 이블퀸.. 어, 쓰렉귀? 이건 조금 의아한데요?>
<이러면 랄라가 라인이 됩니다? 굳이 정글을 갈 수 있는 챔피언을 꼽자면 말카림인데..>
밴픽을 예상하던 김은준 해설이 깜짝 놀라 당황한다.
언제나 그러하듯 산으로 가고 있다.
산으로 가는 흐름이 어색하지 않다.
각 포지션이 재조립되며 시작한다.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른다.
.
.
.
* * *
끄헤헤! 우히, 우하! 우하하하하*#@#%%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르고야 말았다.
시작하자마자 범상치가 않다.
이 구역의 광년은 나다.
온몸으로 주장하며 나아가고 있다.
"내가 다 창피하다. 그만 눌러."
"꼬우면 위로 가등가 키킥."
내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컨트롤4를 연타해댄다.
우리 팀에서 이짓거리 할 인간이 달리 누가 있겠는가?
사실 하나 더 있긴 하지만 나한테 말대꾸를 할 수 있는 건 한 명 뿐이다.
'아니지. 둘 다 말대꾸는 따박따박 하는데 한 명은 맞을 뿐이지.'
이번 세트는 포지션을 꽤나 꼬았다.
각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함.
챔피언 폭이 한정돼 있다는 것도 크다.
'말카림은 씨지맥의 전문이니까.'
탑이 아닌 정글로 가는 말카림.
지금 메타에서 말카림을 쓰자면 최선이다.
팀에 AD 비중이 부족해서 가져간 것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씨지맥이 정글 유저도 아니고.'
예은이야 내가 많이 신경을 써줬다.
처음 프로 생황을 시작했을 때.
까놓고 말하자면 첫 번째 제자 아닌가?
현재 랄라는 어느 포지션에 가도 이상하지 않은 만능 챔피언이다.
그래서 연습을 시켰고 상황이 맞아 떨어지자 이렇듯 사용이 가능하다.
솔직히 조금 불안한 면도 있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다.
방금 전 쾌활한 모습을 보아하니 걱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
그에 반해 씨지맥은 어설프다.
아무리 장인이고, 평소 말카림 정글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뚜렷하다.
챔피언의 숙련도가 드러나는 부분은 한타.
본래 포지션이 정글이 아닌 만큼 라인전에서는 미숙함이 보인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점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있을까.
또도 박사가 나온 시점에서 정해졌다.
상대가 원하는 게임 풀이.
방향성이 정해진 이상 카운터 치면 그만이다.
챠라랏!
보기만 해도 시원한 얼음 다발이 미니언을 가른다.
얼음마녀의 Q스킬 얼음 칼날.
미니언과 함께 적 또도 박사의 체력을 깎는다.
꼬우면 위로 가라는 예은의 말대로 탑을 왔다.
당연히 농담이고 원래부터 탑으로 쓸 작정이었다.
'얼음마녀는 탑으로 가는 게 맞아.'
출시 이후 정말로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다.
연구한 사람들은 많았으나 결과는 늘 실패.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AP챔피언 주제에 사거리가 미묘하게 짧다.
데미지도 2% 부족해서 원콤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만든 차선책.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올려 한 방에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챔피언의 스킬 메커니즘이 즉발이다.
투사체인 죽불손은 얼음마녀와 안 맞는다.
데미지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뤄진 상향 패치.
Q스킬 얼음 칼날의 쿨타임이 1초 줄었다.
이 1초가 어떻게 보면 정말 별 게 아니다.
딱히 눈에 띄게 데미지가 세지지 않았다.
심지어 W스킬 냉기 폭발의 계수는 줄기까지 했다.
상향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하다.
활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챔피언이 돼버린다.
챠라랏!
얼음 칼날을 퍼부어 라인을 푸쉬한다.
동시에 깨작깨작 견제를 욱여넣는다.
이 얼음 칼날이라는 스킬은 독특한 면이 있다.
실제 사거리는 짧다.
하지만 의외로 길다?
한 마디로 모순이 존재한다.
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깨지기 때문이다.
챠라랏!
얼음 칼날에 안 맞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던 또도 박사.
또다시 파편에 스치며 체력이 한 움큼 깎인다.
아니, 이게 왜 맞아?
'이 챔피언이 원래 그래.'
미니언을 스치는 순간 사거리가 조금 늘어난다.
거리 조절을 확실하게 안 하면 말도 안되게 맞는다.
원거리 챔피언이면 모르되 근접 챔피언에게는 고통이다.
찰싹!
물론 또도 박사도 나름의 해법이 있다.
CS수급 하나는 찰진 챔피언이 아닌가?
딸피 미니언이 식칼을 맞자 힘이 빠진다.
근접 챔피언 주제에 원거리 파밍이 된다.
'그렇게 먹어도 체력이 은근히 계속 깎일 걸?'
또도 박사는 모든 스킬이 체력 코스트다.
라인전 단계에선 식칼을 던지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차후에야 막타를 치면 체력을 전부 돌려받지만 지금은 아니다.
게다가 모든 CS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챠라랏!
미니언 막타를 챙기기 위해 접근하는 순간 스친다.
얼음 칼날에 의해 체력이 또 깎여나간다.
체력 상태는 분명 여유가 있는 편.
그럼에도 또도 박사는 마음이 초조하다.
함부로 미니언을 먹을 엄두를 못 낸다.
서서히 CS차이가 벌어져 간다.
상대가 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정글러가 발화거든.'
어째서 씨지맥이 정글을 갔을까?
그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컨드 스펠로 점멸을 안 들어도 되는 말카림.
시즌5에는 발화텔 선택이 당연하게 될 정도다.
유령화 스펠이 상향되기 전이라 발화 효율이 오히려 좋다.
물론 정글로선 살짝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솔로랭크면 모르나 대회 게임.
자칫 잘못하면 적에게 잘릴 확률이 높다.
챠라랑!
그 점을 나와 랄라가 완벽하게 커버한다.
탑과 미드의 라인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예은의 랄라가 아주 유쾌하게 웃으며 빡견제를 하고 계신다.
후후후! 헤헤헤! 으에헤헤헤!
아주 잠깐 화면을 밑으로 내렸을 뿐인데 고막이 따갑다.
마음 같아서는 키보드를 뺏어서 4버튼을 뽑아버리고 싶다.
"이미지 관리 안 해?"
"그렁가. 뭐 어때!"
신바람이 나셨는지 멈추지를 않는다.
나도 해봐서 알지만 저거 한 번 맛 들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잦아드는 것이 슬슬 이성을 찾기는 하는 모양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자중해야지.'
이따금 경기가 끝나고 선수 준비실에서 만날 때가 있다.
사인을 받고 싶다며 찾아오곤 한다.
그 대상이 나일 때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은이다.
가서 부탁하면 사인을 해준다더라?
소문이 퍼지니 사인 받으러 오는 일이 잦아졌다.
결승전인 만큼 확률은 적겠지만 만에 하나.
얼굴을 마주했을 때 무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중하는 것이 옳다.
아무튼 예은이 라인 주도권을 팍 잡을 수 있게 된 건 다름이 아니다
'애꾸사자의 고질적인 단점.'
6레벨 이전 갱킹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아군 라이너들이 판을 그려주면 모를까.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기는 힘든 챔피언이다.
그런데 적 챔피언들은 갱호응이 안 좋다.
그리고 아군 챔피언들은 갱회피가 뛰어나다.
애꾸사자는 하염없이 정글만을 돌 뿐이다.
초반 정글 싸움이 밀릴 수밖에 없는 씨지맥.
그에게 안심하고 정글을 맡길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무난하게 가는 것도 상대의 노림수 중 하나다.
'그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제는 슬슬 본색을 드러낼 때다.
얼음마녀라는 픽의 의의.
이 챔피언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견제력도 견제력이지만 진짜는 라인 클리어다.
내가 원하면 어느 때든 라인을 밀어버릴 수 있다.
심지어 얼음 칼날의 데미지가 하나도 너프 먹지 않은 시점이다.
여기에 다른 한 가지가 얹어진다.
갱호응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음마녀의 E스킬 서릿밭 길.
타워를 끼고 CS를 먹는 또도 박사를 향해 그어진다.
사르르..!
파앙!
단순한 견제의 의도인지, 이동을 하려는 건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가 없다.
재시전을 하면 해당 위치에 고스란히 이동.
냉기 폭발을 시전하자 또도 박사가 얼어붙는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키잉-!
부쉬에서 불현듯 튀어나왔다.
고질라의 쓰렉귀가 로밍을 왔다.
상대도 예상을 하고 있었겠지만 강제적이다.
냉기 폭발 이후 들어가 버린 점멸 선고.
그 위로 말발굽까지 지나간다.
씨지맥의 말카림이 들이박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3인갱이다.
하지만 대회에선 당하는 쪽이 바보다.
프로 탑라이너를 바보로 만드는 챔피언이다.
깔끔한 갱호응으로 선취점을 가져왔다.
크허엉!
상대도 역시 역갱을 보고 있었다.
쓰렉귀가 사라진 순간 미아핑이 찍혔을 것이다.
부쉬에서 튀어나온 애꾸사자가 말카림을 찍는다.
한 명이라도 데려가서 손해를 만회하자.
안타깝게도 타워의 어그로는 내가 받았다.
잠깐 목줄에 묶인다고 죽을 턱이 있을까.
쓰렉귀가 랜턴을 던져주자 손쉽게 살아 나온다.
"또도 박사는 이렇게 한 번 말려줘야 제맛이지."
"탑도 유리하고, 미드도 잘하고 있고. 완전 잘 풀렸는데?"
"빼애애액! 내가 고통 받잖아!"
최근에 좀 잠잠하다 싶더니 갑자기 또 유난스럽다.
예은의 랄라가 잦아들자 이번엔 초홍이의 사자후가 귀를 찌른다.
확실히 서운할 만한 것도 사실이다.
쓰렉귀가 로밍 간 사이 CS를 입에도 못 댔다.
6레벨이 안된 고르키라 미사일 파밍도 안된다.
상대 봇듀오가 프리징을 하니 접근할 방법이 없다.
'내가 친히 달래줘야겠구만.'
초홍이를 너무 갈군다며 예은에게 가끔 한 소리 듣는다.
근데 솔직히 갈굼 받을 짓을 하는 걸 어떻게 해.
그래도 채찍만 들기 보단 당근도 줘야 한다.
봇라인에 들러서 입에 굵직한 걸 하나 먹여줘야겠다.
찰칵!
얼음마녀를 하는 이유와도 같은 아이템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