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00화 (800/803)

800====================

과거의 최강

얼음마녀가 미드가 아닌 탑으로 오다니?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그 뿐이다.

실제로 탑으로도 종종 활용이 된다.

대회에도 나온 이력이 있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저조.

안 쓰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만 보여줬다.

그런 얼음마녀를 꺼내든 이유가 무엇일까?

"아, 클린즈 들어서 라인전이 빡세네.."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퐁이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솔로랭크에서 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아 AP룬 들어서 라인전이 힘드네!

특성만 제대로 들었어도 그냥 이기는 건데!

라인전을 지게 되면 자존심이 상한다.

사람의 속마음이 절로 새러나온다.

대회 무대라고 다를 바가 없다.

직접 대화로 주고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해진다.

그리고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팀의 정글러 대디가 이죽댄다.

"쪽팔려서 사인 받겠냐? 능욕이나 당하고."

"야, 나한테 관심 있어서 그러는 거라니까?"

"퍽이나."

남자들 간에 흔히 있는 자존심 지키기!

누가 봐도 까인 건데 아니라고 발버둥 친다.

당연히 진지하게 주고 받는 말은 아니다.

결승전 중에 설마 사적인 감정을 담을까.

바로 그 설마다.

아무래도 상대가 뮴뮴 선수.

경기 끝나고 사인도 받고 싶었다.

그런데 라인전을 밀리니 쪽팔리다.

정글이면 몰라도 미드에서 만났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잡담 그만하고 집중해. 게임 불리하다."

"미안~."

"라인 복귀 중에 잠깐."

삼선 블루의 주장이자 메인 오더를 맡고 있는 마차.

조금 해이하게 풀렸던 분위기를 다잡는다.

경기의 스코어는 0대2.

탑에서 내준 선취점 이후 봇에서도 한 차례 사고가 있었다.

얼음마녀가 텔레포트를 타고 내려왔다.

타이밍이 절묘했던 탓에 뺄 수가 없었다.

결국 한나가 잡히며 킬을 헌납했다.

물론 큰 손해는 아니다.

원딜러가 잡혔으면 몰라도 서포터.

마차의 희생으로 코볼트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

하드캐리형 원딜러의 선두주자 토이치가 말이다.

"이대로 크기만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아니, 나도 이제 풀렸어. 더티하면 CS 금방 따라잡아."

퐁이 굉장히 억울한 목소리로 반박한다.

잡담이란 것도 여유가 있으니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스펠과 상성 차이 탓에 초반에 조금 디나이를 당한 정도다.

조화의 술잔이 갖춰지고 블루를 먹은 이상 맞파밍 구도가 이루어진다.

그렇다.

상대가 얼음마녀를 뽑은 이유는 라인 스왑으로 골탕을 먹이기 위함이었다.

신세상 매직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두 눈 뜨고 코 베이게 만든다.

특히 얼음마녀는 맞라이너의 클린즈를 강제시킨다.

클린즈는 라인전에서 도움이 하나도 안된다.

초반 주도권을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부터 다시 잘하면 될 일.

장기전을 보기 위해 뽑은 직트이기도 하다.

팀 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말렸던 탑도 금세 복구가 됐다.

"갱 와도 웬만하면 안 죽을 것 같아. 혹시 몰라서 포션도 든든하게 사왔고."

"고생 좀 해줘. 1코어 나오면 네가 이기지?"

"엉. 딱히 챔피언이 아픈 애는 아니라."

현재 프로 레벨에서 또도 박사가 선호되는 이유가 있다.

어떻게 초반에 한두 번 죽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심지어 코어템이 뜰수록 존재감이 앞선다.

이를 플레이 하는 선수도 안정적이기로 유명한 루시퍼다.

게임은 다시 균형감을 찾았다.

이 정도로 만족할 삼선 블루가 아니다.

"나 봇 가면 호응 돼?"

"쓰렉귀 점멸 30초 조금 넘게 남았어. 빨리 와. 이거 다이브 각도 볼 수 있으니까 또도 박사도 텔 타고."

"알겠어."

"퐁은 탑에 궁 써주는 거 잊지 마."

여타 프로팀에 비하자면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또한 삼선 블루가 결승전까지 올라 올 수 있었던 이유다.

메인 오더인 마차가 너무 잘해준다.

팀원들 하나하나를 특정해서 할 일을 짚어준다.

그러면서 봇 라인전을 밀리지도 않는다.

모 해설이 자칭으로 붙인 별명 전자두뇌.

사실 마차에게 더욱 알맞은 별명이다.

두근! 두근!

계획은 착착 진행된다.

애시당초 실패할 수가 없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그려냈다.

슈우웅..!

상대 레드 지역에 와드를 박았다.

라인 주도권으로 바탕으로 얻어낸 시야.

몰래 발걸음을 뺀 또도 박사가 텔을 탄다.

상대도 슬슬 눈치를 챘을 것이다.

판단하기 전에 속전속결이다.

허공에서 한 마리의 사자가 튀어나온다.

크허엉!

애꾸사자라는 챔피언이 골 때리는 이유다.

쥐도 새도 모르게 접근해 잡아먹는다.

특히 점멸이 없는 상대를 노리는데 특화돼있다.

휘리릭!

이제 곧 점멸이 돌아오니 괜찮겠지.

자신도 모르게 안심을 하게 된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이때 노리면 상대가 잘 당해주더라.

프로라면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다.

게임 중에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미뤄지고 만다.

방심한 쓰렉귀를 향해 목줄이 던져진다.

"잡았다. 이거 무조건 잡았어!"

"고르키 잡아? 빼?"

"빼! 빼! 타워 깨고 용 가자."

어쩔래야 어쩔 수 없는 강제 이니시!

이전 판에서는 정말 호되게 당했다.

고대로 되돌려준다.

물론 상대의 반항도 제법 거셌다.

날아오는 동시에 사신의 선고.

채찍 쓸기와 궁극기 연계로 러브샷을 노렸다.

발화가 걸린 탓에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다행히 코볼트가 힐을 써주며 깔끔하게 살았다.

빠르게 도주한 고르키는 놓치긴 했으나 이득이다.

오브젝트 두 개를 한 번에 가져갈 발판을 마련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승리에 취한 나머지 한 눈을 팔아버렸다.

그래도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만에 하나 뒤늦게 백업이 온다고 한들 문제가 없다.

타워를 끼고 싸워도 이기는 수준이다.

빨리 부수는 것에만 의식을 두었다.

흥분한 탓에 확인이 다소 늦고 말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포탑에 정신이 팔린 사이 미드에서 일이 났다.

미드 포탑을 끼고 무난하게 사리고 있던 직트.

불현듯 등 뒤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뭐지? 판정 왜 이래?"

"너 죽었어?"

"아니, 잘 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네.."

팀에서 유일하게 개인 행동을 하고 있던 한 명.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퐁이 난데없이 사망했다.

.

.

.

* * *

초반 스타트는 신세상 매직이 좋게 끊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냥 유리하리란 법은 없다.

주도권이라는 건 한 마디로 탁구다.

한 번 공을 쳐냈으면 받아내는 시간도 존재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리할수록 받는 시간이 짧아진다.

즉, 불리한 팀은 그 짧은 시간 안에 공을 쳐내야 한다.

삼선 블루는 성공해냈다.

완벽한 설계, 약간의 운.

쓰렉귀를 잡아내고 봇라인 1차 포탑을 부쉈다.

고군분투 끝에 게임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뻔했으나.

─꽁꽁 얼어라!

한순간의 꿈이었다.

미드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탑라인을 밀고 미드로 내려간 얼음마녀.

어찌 보면 뻔한 로밍에 직트가 당해버렸다.

<클린즈가 있었는데 이게 죽네요..?>

전범준 캐스터의 비유야 어쨌든 정말 어쩔 수 없는 죽음이긴 했다.

아니, 뻔한 로밍 아니었나?

마법이 걸려있다.

이 선수가 하는 건 하나하나가 마법 같다.

방금 전 광경을 유심히 지켜본 김은준 해설이 입을 떼었다.

<얼음마녀의 서릿밭 길. 이동 거리는 길지만 상대에게 뻔히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은 그 단점이 없었어요.>

단점이 없었다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대형 모니터를 통해 다시 한 번 송출된다.

그러자 현장의 관중석에도 아! 소리가 흘러나온다.

블루팀 미드 1차 타워 옆의 두꺼운 벽.

그곳에 서릿밭 길을 사용하자 안 보인다.

벽을 넘어 나타나기 직전까지 알 수 없었다.

직트의 입장에선 완전히 눈 뜨고 코 베였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인 결과를 낳는다.

고작 한 명의 죽음이라 생각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숫자가 맞춰졌다.

위치 또한 미드라 용과 가깝다.

봇 1차를 파괴한 후 용을 가려던 삼선 블루의 계획이 무산됐다.

<이런 사소한 스킬 활용 하나하나가 이 선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줍니다. 같은 챔피언도 이 선수에 손에 들리면 달라요.>

<라인전에서 하나, 로밍으로 둘. 벌써 세 개의 킬을 만들어냈죠? 얼음마녀를 어째서 꺼냈는지! 올마스터 선수,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꿀챔을 발굴한 게 아니다.

오랫동안 안 쓰이던 챔피언이다.

이 챔피언을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무도 감을 잡지 못하고 버려져 있었다.

어쩌면 그냥 잘하는 선수가 해서 좋아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빅토리도, 뽀로로도 하는 선수이니 오죽할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게임 굴러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어? 이건 조금 의아한데요? 의병대를 벌써 샀습니다?>

<챔피언에 따라 구입할 수도 있긴 합니다. 공익 트페라고 비슷하게 운용하는 플레이 방식이 있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얼음마녀는 딜이 많이 부족해질 거 같은데..>

클끼리 해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의 말마따나 공익 트페라는 게 있다.

선템으로 의병대를 올리는 트와이스 페이크를 뜻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라인전이 말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종종.

귀환을 되풀이하며 라인전을 버티고 궁극기각을 보는 정도다.

굳이 말린 것도 아닌데 선템으로 사야 하나?

2티어 신발을 빨리 올리고, 475골드로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나?

잘못하면 그 약간의 골드로 인해 라인전을 질 수도 있을 텐데?

적어도 게임 플레이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챠라랏!

얼음칼날이 미니언 웨이브를 스친다.

한 번 더 스치자 깔끔하게 정리된다.

그리고 또 사라진다.

<또도 박사가 일단 망자의 두건이 나와서 맞파밍은 돼요. 되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죠?>

<라인 푸쉬 차이가 워낙 극단적이라 위치 파악조차 안됩니다. 삼선 블루는 사방팔방에 빽핑 찍히고 난리 났을 겁니다. 게다가 텔 쿨도 돌아왔어요.>

시야에 자꾸 안 보이니 전 라인전이 소극적이게 된다.

언제 어느 때 로밍을 올지 모른다.

탑에 있으면서 마치 트페와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 끔찍한 건 킬 결정력이 배는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슈우웅..!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얼음마녀가 텔레포트를 탔다.

노리는 위치는 봇라인.

심지어 그냥 탄 게 아니다.

일부러 상점에 귀환하는 수고를 들였다.

고작 아이템 한두 개 구입하기 위해서?

이유는 이미 제시돼 있었다.

사르르..!

의병대 특유의 엄청난 이동 속도.

재빠르게 접근해서 서릿밭 길을 긋는다.

아무리 뻔히 보인다고 하나 지근거리다.

토이치의 목숨이 풍전등화다.

크허엉!

하지만 삼선 블루, 삼선 블루의 정글러 대디다.

대디의 장막이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허공에서 튀어나와 덮친다.

─무릎 꿇어라!

상대 한 명을 1.5초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흔하게 있는 스턴 효과를 가진 궁극기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다르다.

얼음마녀 자신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렇게 버텨주면 끝났죠! 쓰렉귀 들어가고, 말카림 지원 오고 있고!>

<조냐가 없어도 조냐시에이팅이 되는 유일한 챔피언 아닙니까?!>

올 여름 해운대를 강타할 시원한 한 방!

해운대는 몰라도 일단 봇라인은 강타했다.

얼음마녀의 궁극기, 빙하 감옥.

자기 자신에게 시전시 조냐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데미지는 물론 광역 둔화 장판도 있어 이니시에 효과적이다.

─숨을 곳은 없어!

느려진 상대를 향해 쓰렉귀가 점멸로 들어간다.

얼음마녀는 한 번 더 점멸로 적을 속박시킨다.

강제에 가까운 CC기 연계.

그렇게 시간을 끌자 말카림이 도착해 쓸어담는다.

<애꾸사자에 토이치까지.. 시간을 너무 잘 끌었습니다.>

<천만다행, 한나는 점멸 빼고 살아 돌아갔네요. 그래도 포탑이랑 용이 분명히 나갈 거기 때문에 좋지 않아요.>

주도권이라는 건 탁구다.

삼선 블루가 받아치자 이번에는 신세상 매직의 시간이다.

알고 있었고, 대비도 했지만 그럼에도 당해버렸다.

<당장 봤을 때는 할 만했거든요. 말카림 안 보이니 빨리 한 명 끊으면 이기겠다. 물론 안이했던 감은 있습니다.>

<삼선 블루의 생각보다 교전이 좀  많이 끌렸을 겁니다. 말카림이 상당히 멀었는데 어그로 핑퐁이 너무 좋아서 버텨버리네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는 클끼리 해설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역전의 기회를 노리려면 역시 봇라인 교전.

토이치가 잘 컸다는 걸 이용해서 한 번 해먹어야 했다.

실패로 돌아가자 게임이 삽시간에 기운다.

한 발자국 느리던 말카림의 백업도 이제는 아니다.

기대볼 수 있는 희망은 토이치의 하드 캐리 뿐.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올마스터의 얼음마녀가 소환자의 전장을, 해운대를 시원하게 강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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