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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01화 (801/803)

801====================

과거의 최강

챠라랏!

얼음칼날이 미니언을 스치며 갈라진다.

그 파편 하나가 또도 박사에게 튀긴다.

라인전 중에는 끝도 없이 반복됐다.

또도 박사로선 말도 못하게 고통이었다.

'이제는 버틸 만해진 모양이지만.'

게임은 벌써 20분을 넘어가고 있다.

라인전이 끝나 운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싫어도 알게 된다.

왜 대회에선 탱커류 챔피언들이 득세할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못 커도 위협적이다.

특히 딜챔프에 대한 억제력이 뛰어나다.

잭트나 알칼리 같은 하이브리드는 몰라도 순수AD.

혹은 순수AP 챔피언들은 탱커를 죽이기 힘들어진다.

챠라랏!

봇라인에서 또도 박사와 마주섰다.

얼음 칼날로 긋자 아주 쿨하게 맞는다.

아이템이 나올 대로 나온 덕에 단단하다.

정령힘의 향상과 아테나의 신발.

여기에 망자의 두건을 또 올렸다.

대놓고 마법 저항력만 둘둘 두른 셈이다.

'팀에 AP비중이 높긴 해.'

나와 랄라는 물론 고르키도 절반은 마법딜이다.

무엇보다 이런 스플릿 구도에서 나를 마크하는 게 또도 박사의 역할이다.

맞으면서 파밍이 될 정도로 단단해야 내가 어디 가는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이 안되어 라인전 중에는 무척 손해를 봤다.

앞으로는 용납하지 않겠다.

기특한 생각이지만 무르다.

두구두구두!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선택지.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또도 박사를 어떻게 끊어?

그런데 그게 된다.

─꽁꽁 얼어라!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 어째서 말카림일까.

그것도 포지션 스왑이란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며 말이다.

바로 이 일격을 먹이기 위함이다.

재빠른 기동력으로 잘라먹기에 들어간다.

퍼억!

삼종신기가 나온 말카림의 말발굽.

들이박자 또도 박사의 체력이 묵직하게 깎인다.

마법 저항력은 높지만 방어력은 아직이다.

물론 이 정도 성장하면 그냥 챔피언 자체가 단단하다.

정령힘의 향상과 또도 박사의 시너지.

자랑하는 회복력을 제대로 카운터 친다.

치지직..!

현재 메타에서 또도 박사가 득세하는 이유.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안 쓰이게 된 이유.

가장 큰 건 역시 치유 감소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치유 감소가 있다.

정글러가 무려 발화를 들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신세상 CGVMAXIM님이 학살 중입니다!

또도 박사는 점멸을 써서라도 도망가려 했다.

어떻게든 버텨서 발화를 꺼진 후에 살아보자.

헛된 희망이다.

발걸음을 묶어두고 호되게 두들겨 팼다.

'한 번 걸리면 못 도망가거든.'

Q스킬 얼음 칼날의 쿨타임이 3초가 된 덕분이다.

쿨타임 감소를 한계치까지 맞추차 평타처럼 나간다.

둔화 지옥에 빠져 허우적.

말카림과 함께 두들기자 마무리된다.

부수적인 소득으로 봇라인의 2차 포탑까지 가져왔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물론 이쪽이라고 손실이 없을 리 없다.

스플릿 구도에선 당연하게 행해지는 일.

나머지 적들이 몰려다니며 아군의 미드 1차를 깼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비교할 것도 없이 이득이다.

그럼에도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

상대의 목적은 후반에 접어드는 것이다.

토이치와 한나가 가지는 시너지.

코어템이 갖춰질수록 극대화된다.

그에 반해 고르키는 유통기한이 있는 원딜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딜러의 딜링 기대치가 벌어지고 만다.

'그 전에 끝내면 그만이지.'

말마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직트와 한나를 괜히 가져갔겠는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픽이다.

시즌4 최고의 운영을 자랑하는 삼선 블루.

공격은 물론 수비에 있어서도 완벽에 가깝다.

가까울 뿐 분명히 파훼법은 있다.

그렇기에 뽑은 얼음마녀다.

'미안하지만 메타가 달라.'

시즌4 후반, AP탑챔피언들이 점점 대두되는 시기다.

그리고 또도 박사와 같은 순수 탱커들이 저조해진다.

강제 이니시, 탱커 라인을 무시하는 한타.

그 대표주자 격의 챔피언이 바로 이 녀석이다.

.

.

.

* * *

얼음마녀는 전형적인 스노우볼 챔피언이다.

한 번 승기를 잡으면 겉잡을 수 없이 몰아친다.

이러한 류의 챔피언들은 로드 오브 로드에 의외로 많다.

일단 암살자는 전부 해당된다.

탱커 중에서도 이니시가 좋은 건 해당된다.

하지만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암살자는 적의 포커싱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탱커는 딜도 적을 뿐더러 포탑 공격에 죽을 수가 있다.

어쩌다 한 번 삐끗 하는 순간 도로아미타불.

리스크가 존재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미드 억제 포탑 압박 들어갑니다. 그런데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죠?>

<워낙 수성에 좋은 조합이거든요. 하지만 신세상 매직도 이니시가 좋아요. 언제 한타가 열려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미 돌려깎기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이다.

블루팀의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 대치 구도가 이루어진다.

몰아붙이는 쪽은 당연히 신세상 매직.

하지만 이를 받아치는 삼선 블루도 만만치 않다.

수성의 대가 직트.

슈퍼 세이브 하면 손 꼽히는 한나.

애꾸사자와 또도 박사라는 든든한 탱커진.

그보다 걸리는 건 언제 어느 때 프리딜을 넣을지 모를 토이치다.

아무리 글로벌 골드 차이가 나도 억제 포탑을 낀 진영이다.

잘못 파고들어 왔다간 게임 비벼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럼에도 방심을 할 수가 없다.

사르르..!

서릿밭 길이 일직선으로 그어진다.

그어진 방향은 피아식별 없이 뻔하게 보인다.

즉, 상대 입장에서 대비하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재사용시 해당 위치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안 누르면 안 이동한다.

설마 이걸 들어올까?

들어오던, 안 들어오던 상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다.

한 마디로 양치기 소년.

이거 들어오면 큰일나는데.

그런데 안 들어와도 빼야 돼.

양치기 소년을 도와주러 가던 마을 사람들과도 비슷하다.

<조금씩, 정말 조금씩 갉아먹네요. 물론 치명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기분이 상합니다.>

<저 서릿밭 길이 되게 거슬려요. 안 빼자니 찝찝하고, 빼자니 도망가는 과정에서 갉아먹히고! 이러다 누군가 선고에 걸려 죽기라도 하면 바론 나갈 수도 있습니다.>

2차 포탑을 전부 돌려깎은 이후부터는 스플릿 구도로 재미를 보기 힘들어졌다.

힘차게 굴러가던 눈덩이가 조금은 제지를 받지 않을까.

얄짤이 없다.

더욱 더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서릿밭 길이 그어질 때마다 조금씩 손해가 생긴다.

타워가 깎이든, 아니면 포킹에 두들겨 맞든.

아직까진 결정타를 먹진 않았지만 혹시 모른다.

쓰렉귀의 선고가 날카롭게 들어와 목줄을 잡아 챈다면?

그 길로 바론까지 연결되리란 사실은 불보듯 뻔하다.

심리적인 압박이 삼선 블루의 움직임을 조잡하게 만든다.

사르르..!

또다시 그어지는 서릿밭 길.

만약 들어온다면 큰일나는 거 안다.

알고 있음에도 반응이 최선하고는 거리가 멀다.

왜?

계속 안 들어오니까.

빼게 되면 타워 한두 대씩 두들겨 맞으니까.

움직임 읽혀서 포킹 맞고 체력 깎이게 되니까.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을 도와주다 포기한 이유가 있다.

그러다가 한 번 된통 당한다.

사르르..!

이미 몇 번이나 그어졌던 서릿밭 길이 또 그어진다.

에이, 미니언도 없는데 이걸 들어오겠어?

반복된 학습에 의해 방심을 하고 만다.

아무리 방심을 했다고 해도 대비가 돼있다.

하물며 마음 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는 대회 무대이니 오죽할까.

그럼에도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정말 사소한 틈이 생긴다.

누군가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틈.

그 사이를 억지로 비집어 연다.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파앙!

뜬금없이 나타나 점멸 냉기 폭발.

주위의 적을 즉발로 속박시킨다.

토이치를 포함한 세 명의 적이 휘말렸다.

심지어 그 뿐만이 아니다.

─무릎 꿇어라!

얼음마녀를 중심으로 한기가 폭풍우 친다.

빙하 감옥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한 결과.

냉기 폭발과 연계되니 딜러진의 피가 반토막이다.

강제 이니시가 제대로 열렸다.

<대형 참사! 직트 삭제됐습니다. 한나도.. 죽었네요! 뒷라인 싸그리 전멸하고 있습니다..!>

하도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중계진마저 반응이 조금 늦고 말았다.

상황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들어갈지, 말지 알 수 있는 건 얼음마녀 자신 뿐이다.

지금껏 수차례 페이크만 일삼다 진짜로 저질렀다.

저지르자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다.

광역 속박과 둔화, 그리고 어마어마한 데미지.

신세상 매직의 나머지 팀원들이 돌진한다.

일단 말카림에 의해 직트가 썰렸다.

서포터인 한나는 스치기만 했는데 죽었다.

<토이치 겨우겨우 살기는 했는데 이건 뭐 살아도 산 게 아니죠? 궁극기 쓰고 몇 방 쏘다가 뺍니다.>

<그마저도 얼음마녀 조냐 있어서 별로 안 들어갔습니다. 주요 딜러 다 잘렸는데 탱커 둘이서 이제 뭐합니까?>

까다로운 궁극기에 조냐의 물시계까지 더해진다.

무려 5초 동안 적의 공격을 무효로 돌린다.

어떻게 보면 탱커와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앞라인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줬다.

그런 주제에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누구 하나를 완벽하게 녹일 딜링.

그런 게 안돼서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가던 챔피언이다.

하지만 이렇듯 양념을 치는 데엔 일가견이 있다.

광역 딜링과 더불어 확실한 CC기까지.

나머지는 아군이 알아서 쓸어담는다.

<최악의 구도입니다. 애꾸자사는 먼저 걸 때나 의미가 있는 챔피언이거든요? 그리고 또도 박사는 막말로 무시하면 병풍이에요 병풍!>

<딜러진이 있을 때나 골치가 아픈 거지 이런 구도가 돼버리면.. 와 올마스터 선수의 깔끔한 이니시가 미드를 뻥! 뚫어버렸습니다.>

애꾸사자, 또도 박사는 분명 껄끄럽기 그지없는 탱커진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강제 이니시.

밑도 끝도 없이 체력이 차오르는 불사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물리는 한타에선 할 게 없다.

CC기가 엄청난 것도 아니고, 아군을 지켜주는 능력이 빼어난 것도 아니다.

자랑하는 회복조차 발화가 하도 박혀서 무용지물이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병풍에 불과하다.

아군이 죽으니 뒤로 빼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억제탑 밀고 바론 갑니다. 토이치 부랴부랴 의병대 사고 뛰어오지만 궁극기 빠진 상태에요. 어설프게 막다간 다 잘리고 게임 끝납니다.>

토이치는 물론 애꾸사자도 궁극기가 빠졌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점멸도 사용했다.

바론 스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다.

강제로 굴러가는 스노우볼.

신세상 매직의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

맞는 말이지만 역시 올마스터의 역할이 컸다.

전범준 캐스터가 목이 터져라 소리쳐 외친다.

<이 정도로 게임 화끈하게, 시원하게 푸는 선수 없지 않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 해운대에 주인공이 되기에! 착실하게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신세상 매직! 결승전 두 번째 승리가 코앞이에요!>

아직 해가 저무려면 한참은 멀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은 그 온기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서늘하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오늘 솔로랭크 터져도 제대로 터지겠구나!

그것도 있지만 진짜는 신세상 매직이 만들어내는 전투력이다.

과감하다, 화끈하다, 그러면서도 절도를 보여준다.

이토록 무서운 경기력 보여주는 팀 흔치 않다.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현재 진행형의 살아있는 전설.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다.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임을 인지한다.

의외로 북적거리고 있지 않은 관중석.

경기의 내용이 재미없기 때문이 아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숨이 넘어갈 듯 집중한다.

옆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머릿속이 맑다.

어떤 것을 봐야 할지, 어떤 것에 환호해야 할지.

구태여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이미 10만을 돌파해버린 해운대 특설 경기장의 관중들.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이 돼버렸다.

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올마스터 선수가 펼치고 있는 마술.

그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매료된다.

숨 넘어가는 괴물이 울음소리가 울리자 목청껏 환호한다.

<바론까지 챙기며 추가 스노우볼의 발판 확실하게 마련했습니다. 직트 조냐 나오려면 멀었기 때문에 선방 해도 2억제탑은 무조건 나갈 거라 보이네요.>

<2억제탑 나가고 하나 더 나가면 사실상의 종지부죠? 3억제탑! 다른 말로 게임 승리의 동의어입니다. 이렇게 조합을 잘 구성해왔는데 강제로 무너뜨렸어요. 무섭습니다. 무서워요!>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무섭다는 말이 나왔다.

관중들은 물론 중계진들 또한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

서늘해지는 간담.

어쩌면 예상은 비틀리지 모른다.

삼선 블루가 막아내면서 대역전승!

아니다.

언제나 당연한 듯 그 이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세트에 종지부가 찍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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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프리미엄 전환은 1주일 정도 남았어요.

전환 당일 날에는 연참을 하거나 분량을 추가해서 연재할 것 같습니다.(최소한 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지켜집니다.)

이전에 E-북 여쭤보신 독자님이 계셨는데 이건 아마.. 따로 작업이 필요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가능한 빨리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외 소식들은 확정되는 대로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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