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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6화 (6/255)

우리 동네 야구팀-6화

"이봐요, 교감. 이거 운동장이 너무 좁은거 아닙니까? 어떻게 좀 넓힐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아, 교장선생님. 저 그게 생각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해서..."

"학창시절에는 좀 뛰어 놀아야 되는데 말이지..."

어느 한 학교의 교장실, 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또 다른 사람, 이 학교의 교감이었다.

'이 나이때에는 뛰어 노는게 공부만큼 중요한 법인데...'

그가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약 25년차. 드디어 교장으로 처음 발령이 났다. 그리고 그의 꿈을 한번 실현시켜보고 싶었다.

바로 학교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뛰어놀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요즘 애들은 너무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것도 자기들이 원해서, 즐거워서가 아니라 대다수는 사회가 반 강제적으로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뛰어다니면서 몸도 단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어렸을때는 그랬으니까.

교장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교감을 쳐다봤다. 그러자 살짝 움찔하는 교감. 그리고 혹시 무슨 이상한 일을 시킬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학교에서 여러가지 스포츠를 지원하고, 발전시키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 순간 교감의 머리는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학교가 설립되고 7년밖에 안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주변 명문학교, 공부 잘하는 타이틀을 늘 지켜왔던 학교였다.

그런데 만약 지금 스포츠를 지원하게 된다면? 아마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은 줄어들고, 이는 학교 평균에도 영향을 끼칠수가 있었다. 그로서는 그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저, 교장선생님, 그건 아무래도 지금 우리학교 시설도 조금 빈약하고, 무엇보다 운동장이 좁아서..."

'역시 안되는건가...'

교감이 살짝 반대하는 의사를 비추자 교장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기가 교장이기는 하지만, 이제 막 들어왔고, 무엇보다 지금 반대하는 사람은 교감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교사들이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거였다.

뭔가 처음부터 안맞을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왜 하필 이제서야 자신의 생각대로 학교를 운영할만한 자리에 올랐는데 결국 이렇게 막혀버린건가. 교장의 입에서는 한숨만 나오고 있었다.

전 교장이 밀어붙여서 만든 배드민턴부처럼 그도 충분히 밀어붙일수는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작 학생들도 교사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밀어붙여도 하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엔 무용지물. 결국 교장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네, 그럼 가보세요."

"넵."

교장의 힘없는 한마디에 교감은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살았다는 표정과 함께 교장실을 나가버렸다.

"하... 애들은 어느정도 충분히 뛰어놀아줘야 되는데 말이지..."

교장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

깡-

"마이볼!"

타앗-

슈욱-

파앙-

"아웃! 나이스 플레이!"

내가 시합 일정을 말해준 이후로, 우리는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모여서 펑고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닥 의욕이 없어보이는 애들도 다른 애들이 모두 나오니까 다들 나와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다행히 수비의 핵심인 키스톤 콤비(호진과 성빈)의 호흡도 어느정도 맞춰지고, 안정이 되었다.

1루수 산욱이는 이제 조금 빠지는 타구 등은 안전하게 잡을수 있었다. 평범한 송구는 거의 다 잡을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겨울내내 거의 던지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투구 감각을 찾기 위헤서 매일 조금씩 투구를 하면서 감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면 투수를 나갈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중요했다. 매우 중요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니까.

그리고 그쪽 애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다시 부활했다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된다면 그애도 만날수 있다면... 됐다. 아마 그럴일은 없겠지.

나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잡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앞을 쳐다보자 내쪽으로 천천히 굴러오는 타구. 간단하게 포구한 다음에 1루로 가볍게 던져줬다.

펑-

타이밍상 여유롭게 아웃, 이런 플레이를 했는데 세이프가 될리가 없었다.

1루수를 맡은 산욱이는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더니 펑고를 쳐주는 종빈이에게 던져줬다. 종빈이는 그 공을 받고는 다시 가볍게 공을 쳐냈다.

깡-

"선민아!"

이번에는 3루수 쪽으로 가는 평범한 땅볼. 선빈이는 조금 어색한 자세로 타구를 잡았다. 그리고 글러브에서 공을 꺼낸 다음에 1루로 공을 던졌다.

파앙-

"아웃! 잘했어!"

깔끔하게 들어간 송구. 역시, 학교 배드민턴 선수다 보니까 확실히 어느정도의 운동신경은 있는듯 했다. 처음에 비해서 가장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야는 이정도면 아예 힘없이 무너지지는 않을것 같다.

그리고 실제 우리팀의 문제는 외야였다. 일단 내가 동네야구경기를 해본 경험으로는 타구들은 거의 내야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외야로 가더라도 뜬공으로 가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내야쪽에 운동신경이 좋은 애들을 잔뜩 몰아넣었었다.

그리고 지금 외야에 서있는 삼인방, 우선 좌익수에 서있는 상민이는 심각하게 문제될건 없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것 같아보이진 않았지만, 선민이랑 같이 배트민턴을 했고, 머리가 좋은 덕분인지 위치는 잘 잡고 있었다.

그리고 캐치나 송구도 약간 불안한 감은 있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연습이랑 경기를 치르다보면 많이 좋아질것 같아보였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경험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다. 그래서 마흔이 넘어서도 잘하는 선수들도 많은거고.

그다음은 중견수 운선이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운동신경도 괜찮은 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야에 넣어도 연습만 하면 문제될건 없어보였다.

하지만 얘가 아니면 빠른발을 가진 사람이 없다. 유격수에 호진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석이 유격을 안해주면 해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넣었었다.

하지만 어깨가 조금 약한건지 송구력이 조금 별로다. 하지만 단지 그 빠른발로 타구가 뒤로 더 빠지지 않게 막아주기만 해도 된다. 적어도 이번 시합에서는.

마지막으로 우익수 영훈이. 솔직히 말하자면 얘가 제일 문제다. 발도 느리고, 몸도 약하고, 무엇보다 어깨가 강해야 되는데. 어깨도 약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어울리는 포지션이 있는것도 아닌 상황이다.

3루에 둬서 유격수가 거기까지 커버하게 할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그녀석이 너무 힘들어질거 같았다. 그래서 경기중에 가장 타구가 안오는 우익수로 배치했다.

"하... 다시 한번 둘러보니까 외야는 막막하네..."

뒤로 돌아서 그녀석들을 보니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뭐 어쩔수 있나. 이제 시합은 일주일도 채 안남았다.

결국 어쩔수 없다. 거기다가 어차피 이번 시합은 이기려고 한게 아니라고 내가 이미 말했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연습에 집중했다.

깡-

"마이볼!"

텁-

"아웃! 잘했어!"

그나마 아주 평범한 뜬공정도는 잡긴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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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첫 시합, 면홍중 야구부(1)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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