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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9화 (9/255)

우리 동네 야구팀-9화

까앙-

내가 한숨만 푹푹 내쉴 즈음, 공이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뭐야?"

고개를 들어 보니까 공이 공중에 붕 떠서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산욱이가 공을 건드린 것이었다.

"헐, 대박."

"야 저거 그냥 뽀록이지."

"김산욱 스윙도 느릴텐데."

애들은 보고도 못믿겠는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분명 산욱이의 스윙은 거의 힘으로만 휘두르는 스윙이었다. 한마디로 자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그 괴물같은 공을 건드렸다. 물론 이제 처음이니까 운좋게 건드린 걸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다음 공에서 확 달라졌다.

까앙-

"어?"

"뛰어!"

이번에도 공을 배트에 맞춘 것이었다. 그것도 이번엔 끝에 살짝 맞은게 아닌 조금 빚맞은 수준. 그러면서 공은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산욱이는 공을 맞추자마자 배트를 던지고 미친듯이 1루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아웃. 아무리 실력이 별로고,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었어도 야구부는 야구분가보다. 확실히 우리보단 수비가 안정적이었다.

"올- 김산욱!"

"그걸 어떻게 맞추냐?"

애들은 산욱이가 돌아오자 다들 들뜬듯한 목소리로 맞아줬다. 그리고 타석에는 3번타자 운선이가 들어갔다.

타석에 들어간 운선이는 평상시의 여유롭고 장난끼가 넘치는 표정이 아닌, 뭔가 긴장한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몸도 마치 굳은것같이 자세를 잡고는 절대로 옴직이지 않고 있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운선이를 잠시 지켜보는 사이에 초구가 들어왔다. 결과는 당연히 스트라이크, 그리고 운선이는 뒤늦게 배트를 휘둘렀다.

흠, 이거 그냥 이대로만 있으면 안될거 같다. 아무리 첫바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잠시 타임을 외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운선이에게 달려갔다.

"야, 운선아."

"왜 타임했어?"

운선이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손을 귀쪽에다 가져다대자 이내 평상시에 하던 병신짓이 나와버렸다.

"아흥, 수혁찡 간지러웡~"

"한대 맞자."

"아, 형. 왜그래."

내가 한대 치려고 하자 운선이는 순식간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해봐서 써본건데, 확실히 효과는 있네.

쨌든 난 운선이에게 귀쪽으로 얼굴을 기울인 다음에 손으로 귀 주변을 가렸다.

"그냥 하다가 안될거 같으면 번트대. 아웃당해도 상관은 없으니까."

"그냥 대라고?"

"어, 아웃되도 상관 없으니까."

나는 그말을 하고는 다시 계단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앉자 다시 진행되는 경기. 운선이는 일단 배트를 길게 잡고 있었다. 한번 더 도전해볼 생각인듯 싶었다.

잠시뒤,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을 힘껏 휘두르는 순간, 운선이가 자세를 조금 오른손으로 배트의 중심부분을 잡았다.

티잉-

알루미늄 배트가 맑은 소리를 내면서 공과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운선이는 배트를 바닥에 내던지면서 1루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운선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달리자 공을 잡으러 앞으로 나온 3루수도가 운선이를 힐끔 보더니 몸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이래뵈도 운선이가 교내에서 스피드는 상위권에 속해있는 녀석이다. 그런 애가 1루로 전력질주를 하니까 확실히 부담될만해 보였다.

슈욱- 파앙-

"세이프!"

덕분에 결과는 세이프, 하지만 마냥 기뻐할수는 없었다. 이제 상대편이 번트의 가능성을 열고서 대비할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까 번트타구를 처리하는 3루수의 움직임이 동네야구 치고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분명 다급함은 있어도 그와중에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정확하게 송구했다.

만약 앞으로 전진수비를 한다면 번트로도 출루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전진수비!"

헐, 설마 여기까지 생각한걸까. 포수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수비수들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제길, 이럴줄 알면 함부로 지시하지 말걸 그랬나보다. 내 실수다.

"아 진짜 틈을 안준다. 틈을 안줘."

"우리가 번트 대봤자 얼마나 성공한다고... 어차피 번트로 득점내기도 어려운데."

성빈이랑 종빈이는 전진수비를 지시하는 포수가 영 못마땅한지 궁시렁댔다.

그런데 그게 정상적이고 당연한거 같은데, 물론 상대랑 실력차이를 보면 그냥 확인사살이나 혹은 양민학살로 보이는거 같지만.

그나저나 이제 번트도 힘든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안타를 만들수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자, 그럼 문제는 이번에도 번트 지시를 내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가야되나. 확실히 고민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간단히 나왔다. 어차피 지금은 2사에 주자 1루. 상대는 전진수비. 지금 번트를 댄다며 백퍼센트 희생 번트가 될게 뻔했다. 그러면 이닝이 종료되니까 다른 수가 없다. 그냥 마음껏 휘두르게 냅두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막 나가려는 성빈이를 불렀다. 그러자 성빈이가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성빈아"

"설마 나도 번트시키게? 2산데?"

내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성빈이는 내가 했던 같은 생각을 한건지 오히려 반대로 물어봤다. 역시, 말이 통해서 훨씬 더 수월하네.

"마음껏 휘둘러"

"오케이, 그럼 간다"

성빈이는 대답하고서 타석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우타자 타석으로 들어갔다.

성빈이는 좌타, 우타 둘다 가능한 타자다. 간단히 말하면 스위치 타자다. 물론 좌타는 아직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일단 자기 입으로는 둘다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성빈이가 좌타를 연습하게 된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이유는 오른쪽 발목을 다친적이 있어서 고질적 부상으로 남아있었고, 그리고 타격할때마다 무게중심을 뒤쪽(오른쪽)에 두었기 때문에 발목에 무리가 간다고 성빈이가 내게 말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왠일로 우타석에 들어갔다. 상대 투수도 우투인지라 좌타가 유리할텐데. 아마 아직은 우타가 조금 더 익숙한것 같았다.

성빈이가 타석에 들어가자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막 던지려나 싶은 참에 몸을 1루쪽으로 휙 돌렸다,

'견제다!'

슈욱- 파앙-

"세이프!"

하지만 다행이라면 운선이가 베이스에서 거의 붙어있어서 견제사는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2사에 주자는 1루, 아무리 발이 빠른 주자라도 여기 앞에있는 애를 충분히 아웃시킬수가 있는데 왜 굳이 견제를 한걸까?  뭔가 연결이 잘 안되는듯한 플레이였다.

그러면서 혹시 주자가 있으면 흔들리는 타입인가 생각해봤다. 그러나 내가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세게의 공이 미트 안으로 들어갔고, 배트가 세번 허공을 가르면서 이닝이 종료됬다. 그냥 한번 찔러본듯 싶었다.

"쓰리아웃, 체인지!"

이닝이 종료되자 면홍중 수비수들은 모두들 자기편 벤치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엔 우리팀원들이 각자의 수비위치로 들어갔다.

나도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다른 땅과는 다르게 실제 마운드처럼 조금 올라가있는 땅의 높이가 보였다.

그리고 내 발 옆에는 하얀 마운드가 박혀있었다. 그걸 보니까 이제 실전이라는 생각에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후우... 떨려 죽겠네."

나는 힘빠진 웃음을 지으면서 포수 종빈이를 쳐다봤다. 종빈이는 내가 쳐다보자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연습투구를 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가볍게 몇번 던지고는 또 몇번은 실전투구처럼 한번 던져봤다.

슉- 파앙-

"오케! 이대로만 던지면 되겠다!"

오늘 내 공이 좋은지 경기 전부터 종빈이의 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아니면 그냥 내 사기를 올려주려는 립서비스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빈말이라도 이렇게 말해주면 기분은 좋기 마련, 지금 내 얼굴에도 자동적으로 미소가 살짝 지어졌다.

그렇게 몇번 연습구를 던지자 심판이 내 모습을 보더니 준비가 다끝났다고 생각하는지 타자를 타석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자,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어디 한번 되는데까지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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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첫 시합, 면홍중 야구부(4)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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