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0화
"어, 저기 투수 누구야? 괜찮은데?"
"너 또 남자 밝힘증 나온거야? 그러면서 건드린 남자만 몇명이냐."
"작년 2학기때 전학오고나서... 한 5명 정도 건드렸나? 그것도 거의 여자애들 부탁 들어주면서 한거고, 정작 사귄애는 한명밖에 없었잖아."
"자랑이다."
수혁이 잠시 먼곳을 쳐다보면서 화를 가라앉힐즈음, 조금 떨어진 곳에 얼굴을 화장으로 하얗게 도배한 몇몇 여학생들이 앉아있었다.
야구부에 잘생긴 사람들을 탐색하러 온건지 최대한 예쁜척을 하면서 매의 눈으로 면홍중 야구부쪽을 둘러보고 있는 그녀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각각 자신들의 기준이랑 비교해서 평점을 매기고 있었다.
물론 그 여자애들 주변에도 구경하러 온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들 그냥 경기나 보러 와본것일뿐, 그들처럼 신경을 쓰고 오지는 않았다.
한편, 수혁에게 관심을 보이는 한 여자, 평균보다 조금 작은 키와 등까지 내려온 긴 생머리와 작은 얼굴,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수혁에게 관심을 보이는 그여자, 그녀의 친구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야, 그런데 오늘 상대팀 누구야? 보니까 야구부는 아닌거 같은데."
"나도 몰라. 차림새를 보니까 그냥 동네 야구팀 같은데"
잠시뒤, 경기를 지켜보던 여자가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가 대답해주자 여자는 또 궁금한게 있었는지 마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한번 더 물어봤다.
"이번엔 저 애냐?"
"누군지 말하기나 해봐."
그녀의 친구가 또 시작됐냐는 식으로 물어보자 여자는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결국 친구는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아마 넌 모를거야. 너 전학오기 직전에 전학간애라. 이름은 안수혁, 애들한테 들은바로는 범생이에 야구좀 한다나 뭐라나... "
"아~"
친구의 설명에 여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수혁을 쳐다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괜찮은데?"
*
"후..."
멍하니 먼곳을 쳐다보니까 잠시 진정이 되는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투구판에 발을 들여놓고 타자를 쳐다봤다.
이번 타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비상식적으로 키가 커보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순수해 보이고 젖살이 빠지지 않은듯한 얼굴, 그리고 덩치도 꽤나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서있으면 순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위축시킬것 같았다.
그리고 그 위압감은 나도 압축시키고 있는것 같았다.
'그저 타자일 뿐이야. 쫄지 말자고.'
이런 타자들은 배트에 잘못 맞으면 멀리 날아갈수가 있었다. 파워가 있을테니까. 그래서 커브로 게속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잡아내는게 좋을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종빈이의 사인을 확인했다. 종빈이도 나랑 생각이 같은지 커브 사인을 보내왔다.
끄덕-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볼."
커브는 그럭저럭 잘 꺽여서 들어갔다. 하지만 존 밖으로 벗어나서 던질 생각이었기 때문에 볼. 타자는 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공도 확 떨어지는 커브, 하지만 타자는 또 다시 배트가 나가지 않으면서 볼 판정이 나왔다.
'뭔가 이상한데?'
나는 살짝 타자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구는 일단 어떤공인지 지켜보기 위해서 가만히 있었던 걸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공도 가만히 서있었다.
물론 내가 연속으로 같은 공을 던진것도 그렇지만, 배트는 아예 움직이려는 미동조차 없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때마침 사인을 보내는 종빈이. 보니까 손가락이 두개, 이번에도 커브였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내 무덤을 스스로 팔것 같았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인 다음에 손가락 하나를 팔에다가 잘 보이게 갖다대었다. 직구로 간다는 뜻이었다.
'오케이, 그럼 직구로.'
내가 사인을 보내자 종빈이는 별 반응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에 난 잠시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타자의 배트도 쳐다봤다.
타자의 배트는 전혀 움직일것 같지 않은 느낌을 풍겨내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 감이었다. 그리고 난 길게 숨을 내쉬고는 공을 던졌다.
슈욱-
"읏!"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다리의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공을 던졌다.
파앙-
"스트라이크!"
그러면서 한 가운데로 몰린 공, 내가 봤을때는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코스는 몰라도, 구위나 구속 면에서는 분명히 실투였을거다.
하지만 타자는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오려다가 마는 시늉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난 설마 하면서 감독을 쳐다봤다. 그리고 무슨 수작인지 이제서야 알것 같았다.
아마 감독이 내 다리를 보고 어떻게든 투구수를 많이 끌어내라고, 오래 끌라고 지시했던거 같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에 커트할 실력은 없을테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한거고. 그럼 다리가 정상이 아닌 내가 스스로 무너질거라고 생각했나보다.
'허, 그럼 빠르게 마무리해주지.'
난 어이가 없다는듯히 한번 웃은 다음에 사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내딛는 폭을 줄인채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앙-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삼진으로 처리하고서 내려왔다.
*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셋."
그뒤로 경기는 별일없이 흘러서 경기는 우리팀의 4대 0 승리, 그리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완봉승을 거두었다.
"이겼다!"
"야, 우리가 이겼어!"
"대박! 설마했는데 진짜로 이겼어!"
애들은 내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자마자 곧바로 모이면서 자기들끼리 얼싸안고 기뻐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 경기고, 첫 승리니까 그럴만 했지만, 극적으로 역전타를 맞고 이긴것도 아닌데 지금 너무 좋아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내 생각대로 지금 상대팀은 그닥 기분이 좋은듯한 눈치는 아니었다. 이제 하다하다 동네 야구팀에게 지니까. 정식 야구부로서는 확실히 기분이 나쁠만 했다.
거기다가 이 동네는 애들이 그리 착한 동네는 아니다. 기분이 상하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옳은건 아니지만, 괜히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야, 야, 그만하고 슬슬 가자."
"..아, 오케이."
나는 한참 기뻐하고 있는 애들에게 상대편을 쳐다보면서 슬쩍 눈치를 줬다. 그제서야 애들은 점차 소리가 줄어들면서 다들 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 감독과 선수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에 운동장 밖으로 나왔다.
"야, 벌써 4시야."
"우리가 몇시쯤에 시작했었지?"
"아마 1시쯤에 왔으니까..."
"1시 32분, 내가 확인했었어."
경기가 끝나고 나오니까 순식간에 거의 두시간 반이나 지나버린 시간, 집에 돌아가는데 대충 1시간정도 걸릴니까 아마 5시쯤에 집에 도착할것 같았다.
우웅-
애들이랑 떠들면서 가는 도중, 주머니 속에 넣어놨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서 휴대폰을 꺼내보니까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난 애들이랑 약간 떨어져서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야, 오늘 완봉 쩔던데?]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전학가기전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 오성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오성이의 말에 살짝 잘난척을 하면서 맞맏아쳤다.
"야, 이래뵈도 나 옛날에 에이스였다니까?"
[그건 과거고. 아, 야 우리집으로 놀러와라. 나 지금 심심하다.]
음? 지금 빡세게 경기 뛴 사람보고 놀자는건가. 나는 순간 귀찮다는 생각과 함께 곧바로 거절했다.
"꺼져 임마. 나 지금 힘들어."
[저녁 제대로 쏠게.]
"진짜?"
[오면 최소 만원어치 쏘겠음.]
오, 마침 부모님도 어디 나가서 직접 차려먹어야 했는데, 마침 잘됐다.
"콜. 집에 들렸다간다. 두시간 정도 걸린다."
[오케이.]
뚝-
오성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새 조금 앞서서 걸어가는 애들에게 달려갔다.
애들은 다들 힘들었는지 약간 지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첫 경기를 뛰면서 긴장하다가 풀린것 때문에 그런듯 싶었다.
"나 오늘 홈런친거 봤냐?"
"야, 나도 안타는 쳤다고."
"내 포수리드가 아주 그냥 지렸지!"
하지만 모두들 쉬지 않고 오늘 자신의 활약상에 대해서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두들 웃고 있는 얼굴. 야구의 맛을 제대로 알게된듯 싶었다.
'완벽한 성공이네.'
나는 희미하게 미소만 지으면서 묵묵히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나자
"하암..."
외마디 하품과 함께 눈이 자연스럽게 감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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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프로필(1)2015.02.05.
우리 동네 야구팀-애들 프로필
* 수치는 20화(첫 시합 에피소드까지) 기준입니다
안수혁
포지션-투수
평균구속-94~97km/h
투구폼-낮은 쓰리쿼터(쓰리쿼터와 사이드 사이의 느낌)
구종-직구, 커브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소심하고, 기가 잘 죽지만, 열정적이고 성실함. 전동네 에이스.
(쓰리쿼터-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사이에서 던지는 투구폼이다.)
임종빈
포지션-포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무난하고 나름 든든한 타입, 딱히 날카로운 부분은 없음.
임성빈
포지션-2루수
타격, 수비-우투 양타
성격, 특징-잘 모르는 사람에겐 약간 까칠한 타입. 오른쪽 발목에 고질적 부상이 있음
김산욱
포지션-1루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주먹이 잘 나감, 그리고 엄청난 힘으로 자신에게 까부는 애들을 자주 제압함.
이호진
포지션-유격수
타격, 수비 우투 우타
성격, 특징-소심함. 그리고 조용함. 아직 성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된 부분은 없음, 수비력이 장난 아님. 팀내 에이스급.
이운선
포지션-중견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활발함, 그리고 가끔씩 같이 다니기 쪽팔릴 정도로 병신같은 행동을 자주함.
(잠시 가벼운 분위기, 개그위주캐릭)
이영훈
포지션-우익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완벽한 범생이. 운동신경은 제로, 유리몸. 그리고 순수함.
(잠시 가변운 분위기, 개그위주 캐릭)
오선민
포지션-3루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느낌이 있음. 하지만 생각보다 여린 성격의 소유자. 아직은 정식으로 팀원지 되지 않은 상태.
(불쌍하지만 분량 별로 없을거 같은 인물1)
정상민
포지션-좌익수
타격, 수비- 우투 우타
성격, 특징-약올리기를 잘하며, 매우 활기찬 성격. 애들을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잘 띄운다. 아직은 정식으로 팀원이 되지는 않은 상태.
(불쌍하지만 분량 별로 없을거 같은 인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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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해고, 이상한 여자애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