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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21화 (21/255)

우리 동네 야구팀-21화

수혁의 일행이 나간 뒤의 면홍중학교 교장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교장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서있는 한 사람, 면홍중 야구부의 감독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졌다... 이말이죠?"

교장은 의자를 반대편으로 돌린채로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얼음보다 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 하지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신..."

"미쳤습니까? 내가 유감독을 믿어준게 얼마나 되는줄 아십니까? 이미 몇달을 맡았지만, 변함이 없었어요. 변한게 하나도 없었어요!"

교장에게는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는 감독이 짜증났는지 감독쪽으로 몸을 돌려서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감독은 그런 교장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인채로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왠만하면 학생들이 야구를 즐기는게 목적이라서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즐기기는 무슨 개뿔.'

교장의 말에 감독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면홍중학교는 에전에 서울시 8등의 야구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교장은 자기 손으로 야구부를 없애놓고는 나중에 다시 그 위엄을 재현하려고 그냥 야구부를 딱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감독을 앉혀놨었다. 그러면 알아서 성적을 내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중학교 야구는 거기서 거기일테니까.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그당시 면홍중학교를 빛내주었던 그당시 선수들은 이미 다 졸업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대충 마구잡이로 뽑아서 끼워맞춘 야구부. 거기다 프로를 목적으로 하는 야구부가 아닌 그냥 거의 동아리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교장은 그런 상황에서 다시 야구부가 매일 이길거라고 확신하면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길거라고, 겉으로는 아이들이 야구를 즐겼으면 난 됐다는 식의 가식적인 말을 하고 있었다.

감독은 지금 그런 교장이 당연히 맘에 들지 않았다. 자기가 만들어놓고서 아예 무신경에 지원도 거의 없고, 오직 경기에서 이기기만을 바랬으니까. 감독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열불이 날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로서는 여기를 나가버리면 마땅한 곳도 없는 상황. 백도, 실력도 없고 논란이 있는 과거를 가진 그로서는 더이상 야구를 할곳이 없었다.

결국 현실이 그를 무릎꿇게 만들었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주먹을 쥐었다.

"어떻게 동네 야구팀에게 질수가 있습니까? 예 그게 말이되요? 평범한 땅볼로 뒤로 빠트라고, 뜬공 하나 제대로 못잡는 그런 애들 아닙니까? 지금 장난합니까?"

교장은 어이가 없는지 자꾸만 소리쳤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감독도 할말이 있었다. 분명 면홍중 야구부원들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몇몇 애들을 제외하면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다.

감독은 그 점을 교장에게 어필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교장이 자신의 말을 들을려고 하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오로지 동네야구나 하는 학생들한테 졌다는 사실에 분노할 뿐이었다.

"유용식씨, 해고입니다! 그런줄 알고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마세요!"

결국 교장의 입에서 그가 절대로 듣고싶지 않은 말이 나왔다. 해고. 이제 더이상 감독이 아니라는 소리. 이제 더이상 야구를 할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그의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역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양반을 앉혀놓으면 안되는 거였어. 이번엔 돈을 좀 써서라도 좋은 감독을 데려오든가 해야겠어.'

교장은 그런 그는 상관이 없는지 씩씩 화를 내면서 서류 몇장을 챙기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그. 교장이 나가자마자 자동적으로 눈물이 터져나왔다.

주륵-

눈물은 몰을 타고 흘러서 턱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눈물이 땅바닥에 톡 떨어지는 순간

"아... 아..."

그의 희미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머리를 한껏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

*

띵동-

"얌마, 문열어."

다시 집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온 동네. 그리고 오성이의 집으로 찾아갔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길이 별로 안막히더라고."

한 3초정도 있자 오성이가 나오면서 문을 열어줬다. 나는 이젠 거의 내집 못지않게 안으로 들어가서 거실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쏜다며."

"어, 기다려봐."

오성이는 내 말에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뒤 방문을 열고 다시 나왔다.

"야, 가자."

"뭐 먹을건데?"

"돈가스, 콜?"

내가 물어보자 오성이는 태연하게 돈가스 얘기를 꺼냈다.

"...최소 만원이라며?"

"2번 할부 콜?"

"콜."

역시, 얘가 이런걸로 이럴애는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나가려는 순간

"야, 나 잠만 화장실좀."

"오케이. 먼저 내려가있는다."

"응."

오성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난 먼저 나가서 기다리려고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떡하니 서있는 한 여자애. 난 놀란 채로 잠시동안 몸이 굳어버렸다.

'뭐지? 일단 얘네 가족은 아니고... 얼굴에 화장으로 떡칠을 한걸 보니까 양아치 같은데...'

나는 잠시동안 머리를 굴려봤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럼 결국 오성이게 볼일이 있어서 온거겠지. 난 잠시 화장실에 간 오성이를 부르려는 찰나

"권오성! 얜 내가 데려간다!"

라는 한마디와 함께 내 손을 잡고는 끌고 나와버렸다.

"야, 야! 오성아!"

난 오성이를 부르면서 그애를 째려봤다. 그러자 귀여운 척을 하는 그 여자애, 부담스러웠다. 결국 난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왜 내가 끌려가고 있지?'

그러고 보니까 얘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상대는 여자, 내가 지금 잡고있는 이 손을 뿌리치고 도망칠수도 있을거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난 내 손목을 잡고있는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따지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일단 모르는 사람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을수 있으니까 반말로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로 미안한 기색이나 쫄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 여자애. 그리고는 내 멱살을 잡고 나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음... 잘생긴건 아닌데, 왠지 귀엽단 말야."

"네?"

아니, 이건 또 무슨소리야. 다짜고짜 사람을 끌고 와서는 얼굴을 평가하는건 도대체 어느나라 풍습인지.

난 어이가 없었지만 한숨을 내쉬면서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서 멱살을 잡은 손을 다시 놓으려는 순간

"너, 나랑 사귀자."

"뭐?"

그 여자애가 폭탄발언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내 입에서도 순간 반말이 나와버렸다.

내가 왠만해선 잘 모르는 사람은 최대한 존중하면서 존칭을 쓰고 배려를 많이 하려는 생각이 있는 타입이다.

그런데 이건 처음부터 버릇없게 사람을 막 끌고 나가고, 멱살을 잡고, 사귀자고 한다면 당황하면서 반말이 튀어나오는게 이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여튼, 내가 그런 반응을 해도 그 여자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아무리 예쁘다고 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고, 자기 바로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 당황하는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난 지금 딱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고, 코를 찌르는 화장품 냄새에 정신은 아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쁜 편이었다. 아마 화장을 지우고 나면 더 에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화장이 얼굴을 망치고 있는것 같았다.

난 우선 잡혀있는 멱살을 천천히 떼어냈다. 그리고 그애를 한번 쳐다봤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한듯한 눈빛. 왠지는 모르겟지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 저기, 저 누군지 아세요?"

난 일단 적당한 이유를 대서 대충 돌려보내기로했다. 그리고 난 최대한 논리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쪽이 안다고쳐도 전 아직 그쪽을 모르는데, 그쪽은 제 이름 아시긴 해요?"

됐다. 일단 대충 어느정도 코너로 몰아넣은것 같다. 그리고 그애가 제대로 변명하지 못하면 정중히 떼어 놓을 멘트까지 생각을 해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지금 내가 미쳤다고 뭐라 하겠지만, 난 이런 스타일의 여자는 솔직히 별로다. 화장으로 떡칠을 하고, 보나마나 딱 치마도 엄청 줄이고 날라리처럼 하고 다닐것 같아보였다.

아무리 본판이 예뻐도, 골빈 여자처럼 생각하고, 양아치처럼 꾸미고 다닌다면 아마 웬만한 사람들도 좋다는 반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으음..."

내 예상대로 그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생각을 조금 할줄 아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에 이러지도 않았을거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오성이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문자를 보냈다.

"아, 기억났다. 안수혁! 나 전학오기 전에 전학갔다면서!"

갑자기 그애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살짝 움찔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애가 대답을 하던 말던 내 대답은 똑같았다.

"...알긴 아네요. 그러니까 다른 남자나 꼬셔보세요."

그리고서 나는 다시 몸을 돌려서 오성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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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첫키스?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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