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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22화 (22/255)

우리 동네 야구팀-22화

이틀뒤, 월요일 하교길. 나는 평상시처럼 친구들과 같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문으로 걸어가는 도중, 문 한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음...? 야, 수혁아. 저기 누가 너 쳐다.. 아니 째려보는거 같은데?"

"그러니까, 뭔가 기분이 더럽네."

"그냥 무시해. 이상한 사람이겠지."

"근데 더럽게 이쁘네..."

호진이도 발견한건지 뭔가 꺼림칙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쳐다봤다.그리고 나도 그 여자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그냥 무시하려는 찰나, 뭔가 많이 본듯한 복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 잠만. 저거 면홍중 교복...?'

명찰을 보니까 아마 3학년인거 같고, 혹시 어제 그애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화장이 진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본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난다.

근데 확실히 예쁘긴 예쁘네.

하지만 예쁜것과는 별개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깅한 느낌. 나는 애들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진짜 그애일지는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하는 대비책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는 순간

터업-

내 왼팔에 뭔가 잡히는 느낌이 들어왔다. 설마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어제 봤던 얼굴. 그 여자애가 내 눈앞에 서있었다. 자연스럽게 옆으로 끌려갔다.

"뭐야?"

난 뭔가 하면서 끌려간 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뭔가 어디선 본듯한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어제 나 찼었지?"

그애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누군지 기억이 났다. 그저께 그 다짜고짜 나를 끌고가고 고백했던 그 여자애였다.

"네? 기억이 안나는데요."

"일부러 모르는척 하는거지? 다 알고있어."

나는 모르는 척을 하면서 가려고 했지만 그애는 속지 않았다. 그러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우선 표정부터가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분명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좋은일이 생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 될것 같았다.

우선 내 팔을 잡은 손을 힘으로 뿌리쳤다. 그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애들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가려는 순간 다시 내 팔이 잡히고 몸이 살짝 돌려졌다.

그리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무언가. 그리고 얼굴쪽을 향해서 다가오더니 그대로 입술에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졌다.

"읍!"

정신을 차리고 누군지 보니까 아까 그 여자애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아니, 지금 뭐하는거야?'

난 어떻게든 떨어지려고 몸을 뒤로 움직였지만, 그러면 그애는 자꾸만 나를 따라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기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는 혀로 내 입술을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 그때문에 나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지금 애들이 다 보는곳에서 뭐하는건지. 쪽팔리지도 않나. 그러면서 난 다시 한번 뒤로 한걸을 물러났다.

다행히 이번에는 순순히 풀어줬다. 그리고는 나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우오오!"

"대박! 대박!"

"여자 화끈하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보자 주변에서는 놀라거나 구경거리라도 생겼는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나마나 뻔한 그 사람들의 생각, 이거 이대로 두면 오해가 커질것 같다.

난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일단 그애랑 몇걸음 더 떨어졌다. 그리고 입술에 묻은 틴트를 손등으로 쓱 닦아냈다.

하지만 정작 해명을 하려니까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한 상황. 여기서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몰아갈거 같았고, 무엇보다 난 지금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가족, 친척 이외에 입술을 맞댄 적이 없었다. 지금 나에겐 이 상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에 그애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다시 한걸음 뒤로 빠지니까 또 다시 따라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귀쪽에 입술을 갖다댔다.

"어때...? 이제 발 못빼겠지?"

아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잘못 걸린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애의 표정을 보니까 또다시 사악하게 웃고 있는 얼굴. 악마다, 얘는 확실한 악마다. 그리고 난 재수없게 그 악마에게 찍힌 평범한 사람이다. 딱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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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어쩌다보니 솔로탈출?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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