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3화
"하... 진짜 내가 왜 지금 너랑 같이 집에 가야되는건데? 여기 너네동네도 아니잖아!"
"뭐 어때? 너랑 가니까 좋은데."
결국 찐하게 입술 한번 맞닿은 다음,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쩔수없이 같이 걸어가게 됬다.
그런데 단 둘이 걸어간다면 모를까, 엎친데 덮친격으로 애들이 자꾸만 그애에게 질문을 하면서 같이 따라가고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전화번호 뭐에요?"
"드립 꺼지고, 어떻게 만났어요?"
"얘 어디가 좋아서 만나요? 딱히 좋은점도 없는데."
아니, 우리 지금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자꾸 그런걸 물어보는건지. 거기다가 얘는 지금 또 그걸 일일히 대답해주고 있다. 망할. 이거 더 꼬여버렸다. 짜증나 죽겠네.
이런 내 속을 아는건지 애들은 계속 나를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내가 리드를 해야 된다니, 앞으로 커플은 꺼지라느니, 등의 말도 간간히 들려왔다.
얘들아, 그런말을 할거면 제발 나를 좀 찢어놔주렴, 부탁이다.
그런데 지금 시간은 하교시간, 내가 기억하기로는 거기나 여기나 월요일은 똑같이 6교시인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미리 와서 대기를 타고 있었다는건 학교를 빼먹었다는 것으로밖에 안보이는데...
"야."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기로 했다. 만약 그랬다면 거기 교사한테 다 일러바칠 생각도 있고.
"응? 왜?"
내 한마디에 그애가 나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아주 눈빛에 초롱초롱한게, 공부할때나 그런 눈빛을 쓰지 왜 지금 이러는지 모르겠다.
"너 학교 쨌지?"
"아니, 그냥 아픈척하고 조퇴했어."
"그게 그거지..."
역시, 생긴거답게 하는 짓도 똑같았다. 어떻게 내 예상을 하나도 안벗어나는지. 혹시 날라리 동네는 날라리들만 전학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물론 그곳에 전학갔었지만, 그건 어린 시절이었다. 아직 순수할 때였다.
후우, 내가 어쩌다 이런애랑 엮이는지.
"어, 야 간다. 내일봐."
"어, 낼봐."
속으로 답답한 한숨만 쉬고있을즈음, 어느새 갈라지는 길이 나왔는지 대부분 애들이 반대쪽 길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제 같이 가는 애들은 산욱이 뿐이었다. 그리고 산욱이도 버스를 탄다는 핑계로 나를 슬쩍 보면서 옆으로 빠져버렸다.
'하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애들이 있었다면 더 심하게 꼬였을거다. 거기서 애들이 본걸 얘기한다면 소문이 퍼질테고, 거기에 만약 이상한 내용이 있다면 내 학교생활은 그냥 끝나는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그런 심정을 알기는 하는건지 그애는 그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하아..."
"왜그래? 아까 그것때문에 삐졌어?"
내가 한숨을 쉬자 턱을 살살 간질이는 그애. 이젠 더이상 따지거나 뭐라고 할 생각도 없다. 그냥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라지. 그러면서 한숨을 한번 더 내쉬었다.
"그나저나 너 이름은 뭐야."
그래도 일단 이름은 알아야겠다. 앞으로 계속 찾아올거 같은데, 언제까지 야, 너, 이런식으로 부를수틑 없으테니까.
"아참, 그러고 보니까 아직까지 내 이름을 얘기 안했네. 유예영이야."
그애, 아니 예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라면 예쁘다는거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사는 동네랑 햑고까지 다 알아서 온거지? 분명 누군가가 말해줬을텐데, 누군지 감이 딱 잡힌다.
"아,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왔냐"
"아 그거? 권오성한테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아, 그... 아오!"
아, 설마했는데 그녀석이 말해줬을줄은... 하긴, 아마 걔가 물어볼만한 사람은 오성이밖에 없을만 했다. 그런데 그녀석은 그걸 또 그냥 알려준거고.
생각해보니까 그녀석을 한대 쳐야만 될거 같은 기분이다. 걔가 말만 안해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수 없는법, 일단 난 얘를 어떻게든 자기 동네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한 3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너무 많이 지쳤다. 피곤해 죽겠다.
"너 돌아가는 길은 알지?"
"모르는데?"
내가 물어보자 예영은 모른다고 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길도 모르면서 온건지. 한번 물어볼까 했지만,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택시하나 잡아타고 온거 같았다.
"하... 데려다 줘야되냐?"
"아니! 나 오늘 너랑 있을건데?"
헐, 이건 또 무슨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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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사고친놈 따로, 수습하는놈 따로201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