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화
헐, 이건 또 무슨소리래.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내성이 생긴건지 이번에는 비교적 빨리 제정신이 돌아왔다.
"안돼. 돌아가."
일단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도 안들을거 같았지만,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 안그래도 지금 골치아프고, 순식간에 급 피로해졌는데 여기서 얘랑 더 있다가는 나 오늘 쓰러질지도 모른다. 절대로 안된다.
하지만 절대로 갈 생각이 없어보이는 예영. 결국 떼어 놓으려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 길 하나도 모르는 여자애를 버리고 도망갈수도 없고, 그리고 내가 도망가더라도 충분히 쫓아올거 같다.
결국 어쩔수없이 어울려야 되는 상황. 그때, 나름 괜찮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다음번에, 다음번에 같이 있어줄게. 오늘은 돌아가."
일단 다음에 보자는 말로 어르고 달래서 보내는 작전, 그리고 그뒤로 잠수타면 그만이다. 물론 그애가 찾아온다면 그때 조금 있어주면 되겠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아니다. 피곤한 뿐더러, 내일 변명거리도 생각해놓아야 된다.
하지만 예영의 표정은 그닥 좋아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를 의심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 순순히 넘어갈거 같지는 않아보인다.
"내일, 내일 내가 찾아갈게. 됐지?"
하, 결국 어쩔 수 없이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근데 이러면 내가 나중에 엄청 귀찮아질텐데... 진짜 미치겠네.
"진짜?"
내가 구체적으로 말하니까 그제서야 표정이 조금 풀리는 그애.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자칫하다간 오늘 개고생할 뻔했다.
*
다음날 학교, 등교하자마자 남녀 불문하고 반애들이 나에게 몰려왔다. 아마 어제 그 일때문인거 같았다.
"야, 안수혁, 너 어제 어떤 여자애랑 찐하게 키스했다면서?"
"그 애랑 무슨 사이야?"
가장 먼저 물어본 애들은 내 주변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이었다. 아침마다 학교에 와서 화장으로 온갖 떡칠을 하고 자기들끼리 떠들기만 하던 그 애들이었다.
그 애들의 질문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모습까지 보이고서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하면 분명 애들이 오해를 할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욱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애들. 부담감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니까... 조금 애매하긴 한데..."
"뭐가?"
"뭐가 애매해?"
겨우 한마디를 꺼내니까 애들이 각자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더욱 긴장이 되고 있었다. 미치겠다.
그러면서 머릿속은 더더욱 갈등이 심해지고 있었다. 이걸 사실대로 말해야 되나, 아니면 대충 둘러대고 마무리를 지어야되나. 이 두 생각이 게속해서 번갈아 가고 있었다.
결국 엄청나게 고민한결과, 간신히 솔직하게 말하기로 선택했다.
"걔가 고백했는데 거절한 적이 있어서... 아마 날 곤란하게 만드려고 한거야."
"에이, 설마."
"제대로 얘기해봐."
하지만 애들은 내 애기를 믿지 않고 있었다. 뭐 우연히 만나서 서로 설레거나 썸도 타보고 뭐 그런 얘기를 원했던 거라면 잘못 찾아온거다.
나는 다시 한번 얘기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교실 밖으로 나온 순간
"야, 어제 그 키스한놈 누구냐? 여자쪽이 장난 아녔다던데!"
다른반에 몇몇 남자애들이 반대편 교실 문을 세게 열어제꼈다.
'뭐야, 아침부터 찾아오는거야?'
나는 순간 뜨끔하면서 재빨리 다른쪽으로 걸어갔다. 만약 지금 붙잡힌다면 또 해명을 해야 될테고, 해명을 한다고 치더라도 아까처럼 애들이 믿어주지 않을거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게 아닌, 왠지 놀리거나 그걸로 뭔가를 할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일단 지금은 튀는게 상책이다. 그러면서 난 걸음속도를 더욱 올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주변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마침 주머니 속에서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받아보니까 뭔가 익숙한 목소리, 그애, 유예영이었다.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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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네가 내 마음에 들어올 자리는 없어201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