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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25화 (25/255)

우리 동네 야구팀-25화

[잘 잤어?]

"너 같으면 잘 잤겠냐."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순간적으로 혈압이 확 올라가는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무턱대고 화를 낼수도 없다. 나는 일단 심호흡을 하면서 진정을 시켰다.

"왜 전화했어."

[남자친구한테 아침인사 정도는 해줘..]

뚜-뚜-뚜-

남자친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춰버렸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끊어버린 전화. 하지만 다시 전화를 걸었는지 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 난 할얘기 없는데."

[왜그래? 어제 그거때문에 그래?]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

[무슨 소리야? 난 진짜로 너가 좋아서 그러는 거라니까?]

"일단 끊어봐. 급하게 할거 있으니까."

나는 갑자기 일이 생긴 척을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크게 한숨이 나왔다.

하아, 아무리 고백했다가 차여도 그렇지. 그렇다고 이런식으로까지 복수를 하다니, 뒤끝이 정말로 장난 아닌것 같았다.

거기다가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돌려서 말하거나 접근하는것도 아니고, 확 돌직구로 고백을 하는건지. 그것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자신의 외모를 믿고서 그런거라면 난 전혀 먹히지 않는다. 나도 남자라서 예쁜 여자가 좋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만 바라보는 타입이니까.

아무리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만 바라보는 순정마초 타입이다. 지금 내 마음속에 그애가 들어올 공간은 하나도 없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등교시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일단 애들이 갔나 확인을 하기 위해서 교실 근처의 복도를 힐끔 쳐다봤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아까 그 애들도 자기 교실로 돌아간것 같았다.

나는 다시 태연하게 걸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곧바로 엎드렸다. 그리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가 나를 툭툭 건드리면서 깨우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니까 옆 분단에 앉은 남자애가 손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을 쳐다보니까 담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어제 왠 여자애한테 기습키스 당했다면서? 여친이냐?"

담임은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주변에 여자가 없어서 그러는것 같았다. 소문대로라면 애들한테 소캐팅도 주선받는다고 하던데, 지금 웃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그러고도 남을것 같아보였다.

"아뇨, 여친 아닌데요"

"뭐야? 근데 그런다고? 수상한데..."

담임은 내 반응이 재밌는지 나를 더욱 놀려대기 시작했다. 에라이,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그러면서 난 다시 책상위로 고개를 박아버렸다.

'아놔, 진짜 미쳐버리겠네...'

눈을 감고 있어도 그애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면서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예비종이 울릴때까지 숙면을 취하기는 커녕, 머리만 더 아파졌다.

"자, 그럼 수업 잘하고. 난 가본다."

종이 치자 담임은 간단하게 말하고는 교실을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애들도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교과교실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매 시간마다 수업을 하는 교실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 애들이 교실 밖으로나 가는거고.

일단 일이 꼬인건 꼬인거고, 수업은 들어야 되니까 나도 일어났다. 그리고 교과서를 챙긴 다음에 해당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안에는 몇몇 애들이 먼저 와서 책을 놓고는 다른반 애들이랑 떠들고 있었다.

여기 온지 반년밖에 지난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애들은 이교실 저교실 막 옮겨다니는게 어색하지 않은것 같아보였다.

난 더럽게 불편한데 말이지.

띠링-

그러면서 책상위에 다시 엎드리려는 순간, 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뭔가 확인해보니까 보이는 메세지 하나. 그애, 유예영이었다.

"아놔 진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문자를 읽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엎드린채로 눈을 감아버렸다. 이번에도 머리는 아파왔지만 왠지 잠은 잘 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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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울며 겨자먹기식 데이트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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