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7화
"그냥... 그닥 잘생긴것도 아닌데, 참 신기하게 너한테 자꾸만 끌린단 말야..."
뭐지, 얘 지금 뭔가가 이상한것 같다. 보통 이런 말은 속으로만 생각하던데, 지금 얘는 그런거 없이 그냥 막 솔직하게 다 말해버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당황했다.
내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그애가 갑자기 내 얼굴로 확 돌진해왔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있던 팝콘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면서 내 시선이 잠시동안 그쪽으로 향했다. 아, 팝콘 아깝네.
쨌든 그러면서 그애랑 내 얼굴이 매우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나는 놀라면서 급하게 고개를 뒤로 빼버렸다. 다행히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던 덕분에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너... 나랑 사귀자..."
"어...어...?"
그애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고백을 하고 그러는거야?
거기다가 스크린에서도 마침 키스신이 나오는 상황. 그리고 주변의 커플들도 지금 영화는 뒷전이었다. 다들 서로 스킨십을 하느라 바쁜지, 아니면 내가 지금 민감한건지 자꾸만 그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미 좋아하는 애가 있다. 비록 연락이 안되고,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나는 그애를 좋아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애의 어깨를 잡고 뒤로 살살 밀어냈다. 그리고
"싫은데. 나 간다."
이라는 말만 남기고는 상영관을 나가버렸다.
상영관을 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온몸에 확 와닿았다. 그리고 혹시 따라왔나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인지 그애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애 성격이라면 따라오고도 남았을텐데. 혹시 내가 다른애를 좋아하는걸 눈치챈건가 싶었지만, 짝사랑이거나 지금 연락이 안된다는 것까지는 모르는것 같았다. 거기까지 알면 점쟁이겠지.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건물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리고 뒤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겟지만 그애가 떠올랐다.
처음에 거의 장난식으로 뻔뻔하게 고백하던 그 모습과 방금전에 진지한 얼굴을 하고 고백하는 그 모습,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데 두번째 고백에서는 뭔가 진심같은게 느껴지는것 같았다.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됐다. 난 아직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적도 없고, 저애는 아마 수많은 남자들이랑 연애를 해봤을거다. 일부러 저러는 걸수도 있었다. 방심하다가는 제대로 당할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아무리 저렇게 꼬시려고 해봐도 절대로 소용이 없는 상태였다. 절대로 홀리지 않는다.
짝-짝-
그렇게 생각하면서 양손으로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별로 미련 없는것같이 곧장 쭉 걸어갔다.
*
며칠뒤 금요일, 오전 수업이 다 끝나고 점심시간. 신기하게 그날만 해도 엄청나게 물어봤었던 애들이 오늘따라 아무도 그때 그일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고 있었다.
역시 소문은 쉽게 떴다가 쉽게 가라앉는것 같았다. 물론 애들끼리 이야기 할때는 꽤나 오랬동안 오르내리겠지만.
쩄든 무난하게 점심까지 먹고서 돌아온 교실. 나를 포함한 모든 애들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 수혁아. 우리 시합 또 언제해?"
그렇게 가만히 있을 즈음, 산욱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아마 지난번에 홈런을 쳤던지라 아마 제대로 재미가 붙은거 같았다.
"..."
산욱이의 말에 난 잠시동안 머리가 새하얘졌다.
사실 지금 면홍중 야구부 말고는 시합할만한 상대가 없다. 우리 수준에 맞는팀이 없는게 아니라 아예 팀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회인 야구단이랑 붙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 조만간 할거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대충 둘러댔다.
일단 이 팀이 유지가 되려면 애들이 있어야되고, 그럴려면 애들이 야구를 하고싶은 의욕이 생겨야된다.
그래서 난 그 방법으로 시합을 선택했고, 그 시합에 승리하면서 애들이 어느정도 의욕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지금부터였다. 애들이 의욕이 생겼다면 그 의욕을 그대로 지속되게 만들어 줘야한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붙을만한 팀이 없는 상황이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이 이후의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거기다가 선민이는 이번 시합까지만 해보고 더 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었고, 상민이는 용병 형식으로 데려와서 같이 시합을 한거였다.
만약 이 둘중 한명이라도 안한다고 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구하거나,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더이상 경기를 할수 없게 될수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든 될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까 막막하네.
'아... 어떡하지...'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떡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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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피폐해진 교장201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