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9화
"이봐, 학생."
누군가가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내 어깨에 손 하나가 올라왔다.
"네?"
뒤를 돌아보니까 한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익숙한 얼굴, 생각해 보니까 우리 학교 교감이었다.
교감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학교하는 학생을 불러놓고 빤히 쳐다보는건지. 나를 포함한 모든 애들이 아무말도 없이 교감만 쳐다봤다.
"...아니다. 가라."
한참동안 쳐다보던 교감은 손을 내리면서 다른곳으로 걸어갔다. 도대체 뭐하자는건지. 보니까 뭔가 할 사람을 찾고 있는거 같아보였는데. 뭔가 기분이 찝찝했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도 잠시, 우리는 다시 걸음을 돌려서 가던 길이나 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최근 교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보다. 자신이 직접 학생들을 찾아다니는걸 보면. 그러면서 설마 돈이라도 빼돌렸나 하는 망상도 잠깐 들었다.
"뭐, 별거 아니겠지."
하지만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만약 진짜로 돈을 빼돌렸거나 하면 알아서 걸리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걸어갔다.
*
"후... 도대체 이놈의 학교는 운동하는 학생들이 없나?"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개원중학교. 그리고 어딘가 복도에서 교감이 화를 내고 있었다.
처음엔 아무리 운동을 하는 애들이 없어도 한두명쯤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감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학교에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있었다.
문제는 그게 딱 한두명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애매한 스포츠를 하는 학생이었다. 수영, 테니스 등의 개인 운동을, 그것도 취미로 하는 학생들이 한두명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학생들로는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좀 노는 애들 뿐이었다.
물론 교감도 좀 노는 애들이라도 무시하지 않은건 아니었다. 하지만 개원중학교에서 내세울만한 특징이라고는 성적, 그들도 대부분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거기다가 운동을 진지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놀면서 하는 수준이었다.
이 학교에는 운동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모두들 오로지 공부, 공부 뿐이었다.
"이제 하다하다 별별 애들에게까지 물어볼 생각을 하다니..."
교감은 아까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지금 절박하다는 소리였다.
현재 엄청나게 밀린 업무들도 다 제쳐두고 찾고 있는건데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자기 무덤을 파는것도 모자라서 묘비랑 영정사진까지 준비해 놓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후아... 미치겠네"
다시 한번더 한숨을 내쉬는 교감,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
학교 정문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 하교길,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까 최근에 그애 떄문에 애들이랑 연습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마침 보이지 않는 그애, 나는 애들에게 물어봤다.
"아, 맞다. 얘들아 오늘 연습할건데 시간 되는사람?"
"나 안되는데."
"나도, 오늘부터 슬슬 학원에서 시험 준비한대."
"나돈데."
아, 망할. 드디어 고비가 시작됬다. 이제 슬슬 시험을 준비한다면서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학원들. 팀이 굴러가는데 최대의 적이었다.
그리고 애들도 그걸 피할수는 없었다. 다들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 궁시렁댔다.
"어... 그래. 그럼 다음에 하지 뭐. 나 간다."
"내일봐."
난 씁쓸한 기분을 최대한 숨긴채로 애들과 갈라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같은 길로 가는 산욱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야, 왜그래?"
"뭐... 그냥. 이제 애들끼리 모여서 연습하기도 힘들것 같아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살짝 올려다봤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연습을 할거면 오늘같은 날에 해야되는데.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이동네는 너무 공부만 시킨단 말야."
"망할, 간만에 배트좀 휘둘러 보고 싶었는데."
산욱이도 아쉬운지 내 말을 거들면서 중얼거렸다. 참, 이 좋은날에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건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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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스폰서(1)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