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31화 (31/255)

우리 동네 야구팀-31화

"아... 어떡하지... 개네들 마음을 되돌려 놔야지 팀이 유지가 될수 있을텐데... 미치겠다..."

볼일을 보는 도중,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면서 혼잣말이 나와버렸다. 그러면서 한숨도 같이 나왔다. 그러면서 앞으로 야구를 못하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뒤, 볼일을 다 보고 바지 지퍼를 다시 올렸다. 그리고 손을 씻으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교장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뭐 잘못한게 있나 하면서 양심이 살짝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본 결과 내가 잘못한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교장은 내가 기억을 더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명찰을 보는것 같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안수혁 학생? 자네 혹시 축구하나?"

"네?"

교장의 말은 내 예상 밖이었다. 일단 잘못한거는 없으니까 뭔가를 꾸짖지는 않을거 같았다. 그리고 지금 얼굴이 헬쑥한것을 봐서 가벼운 덕담이나 미소를 지어줄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그렇다고 이런 질문을 할줄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 머리는 잠시동안 하얗게 비워져 버렸다.

"아닌가..."

내가 가만히 있자 교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뒤로 돌아섰다.

교장이 뒤로 돌아서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 팀을 유지하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화장실을 나가려는 교장에게 대답했다.

"야구합니다!"

내가 대답을 하자 교장이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야구...? 야구를 한다고?"

"네, 저랑 몇몇 친구들이 같이 야구팀을 만들었습니다."

후, 교장이 나를 쳐다봐서 조금 떨리긴 했지만 제대로 말했다. 그러자 교장은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면서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간절한 목소리로 나에게 부탁했다.

"안수혁 학생, 혹시 야구팀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내가 원하는건 뭐든지 팍팍 지원해주겠네!"

나는 교장의 파격적인 제안에 깜짝 놀랐다.

원래대로의 내 계획은 이랬다. 교장이 우리팀을 지원하게 만들어줘서 그걸로 유니폼도 구하고, 야구를 할수 있을만한 장소랑 된다면 소정의 장학금 정도를 받을수 있게 하는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장을 설득하는게 관건이었다. 물론 교장이 내 조건에 응해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은 이 팀은 사라지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마침 교장도 뭔가 스포츠팀을 만들려고 하는듯한 질문을 해봤다.

나는 거기서 가능성을 보고 교장을 설득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교장은 내 예상 밖으로 자기가 먼저 자기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나에게 거의 부탁하듯이 제안했다. 그것도 교장이 일반 학생한테 말이다.

이미 부탁을 한다는것 자체부터가 주도권은 나에게 있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나에게 온 주도권을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최대한 이용해야만 했다.

"진짜요...?"

그래도 혹시 모른다. 이렇게 얘기해놓고 나중에 교장이 발뻄을 한다거나 그러면 상황은 더욱 안좋아질수가 있었다.

거기다가 교장은 아직 여기에 온지 몇달 되지도 않았다. 아직 영향력이 약할수도 있었다.

"물론이네. 학교 예산에서 안되면 내 사비를 들여서라도 해주겠네!"

사비를 들여서로 한다는 말에 나는 잠시 흠칫했다.

아무리 스포츠팀을 만들길 원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비까지 쓰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다. 그러니까 방금 교장의 말은 지금  매우 간절하거나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유니폼, 훈련할 장소, 그리고 예쁜 여자 매니저까지도 준비해줄수 있네! 못믿겠으면 지금 내가 게약서를 만들어서 사인도 해줄수 있네. 제발, 부탁이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걸, 학창 시절에는 뛰어 노는게 중요하다는걸 전교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네!"

교장은 내가 말할틈도 없이 자신이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줄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진심이었다. 이거는 가식이 아닌 진심이었다.

지금 교장의 간절한 목소리와 학생의 손을 붙잡고 하는 간절한 부탁, 그리고 거의 90도로 접혀있는 허리. 확실히 가식은 아닌거 같았다. 아니, 가식일지라도 확실히 당분간은 팀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 같았다.

만약 지금 교장이 진심이라면 계속해서 스폰서로 두면 되는거고, 아니라면 스폰서로 쓰다가 슬슬 지원이 줄어들때 눈치보면서 조절을 해 나가면 되는거였다.

나에게는 전혀 나쁠게 없었다. 교장이 내민 조건도, 우리의 지금 상황에서도 빠느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만들게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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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스폰서(3)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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