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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32화 (32/255)

우리 동네 야구팀-32화

"만들게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뭔가? 뭐든지 다 들어주겠네!"

교장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애기하면 시간이 조금 길어질거 같았다. 일단 장소를 좀 옮겨야 할거 같았다.

"일단 장소를 조금 옮겨서 이야기 해야될거 같은데요."

"아, 그렇네. 기왕 이렇게 된거 교장실에서 차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지. 이렇게 된것도 인연인데 말야."

교장은 처음의 모습과는 다르게 털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잡고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

잠시뒤, 나랑 교장은 교장실에 들어와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교장실은 교장이 업무를 보는 챗상 앞에 낮은 테이블 하나와 소파가 양옆으로 길게 두개, 문과 마주보는 쪽에 일인용 소파가 하나 놓여있었다.

일단 나는 종이컵에 담겨있는 차 한모금을 살짝 마셨다. 그리고는 교장을 쳐다봤다.

교장은 나를 살짝 보더니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마 조건을 말하라는 신호 같았다.

나는 속으로 어떤 말을 할지 대충 생각하고는 내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흠, 일단 제 첫번째 조건은 이렇습니다. 우리 팀의 유니폼을 제공해줄것. 그냥 시합을 뛸수있을 정도면 됩니다. 막 엄청나게 비싸거나 그런건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유니폼 만으로도 감탄할 애들이니까요."

"첫번째, 유니폼 제공..."

내가 조건을 말하자 교장은 어디서 가져온건지 수첩 하나를 꺼내들고서 펜으로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번째 조건. 훈련을 할 장소를 마련해 주세요. 너무 좁습니다. 적어도 우리학교 운동장 정도는 되야지 펑고가 제대로 될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 운동장도 작지 않나? 야구를 하는데는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지"

교장은 내 조건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물어봤다.

확실히 우리 학교 운동장의 규모로도 야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통 학교의 운동장의 20퍼센트 정도의 크기니까. 그래서 축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정말 공부만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연습하는 운동장은 그것보다 훨씬 더 작았다. 지금은 그정도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교장이 더 큰 곳을 구할수만 있다면 우리야 더 좋다. 하지만 이 주변에는 그런데가 없을텐데, 나는 교장에게 물어봤다.

"혹시 생각해둔 다른곳이라도 있나요?"

"...없네. 그럼 일단 이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할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네."

내 물음에 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이 주변은 전부 산이나 마찬가지라서 딱히 넓은 공간이 없다. 하, 이럴때 갑자기 면홍중이 그리워진다. 거긴 야구할정도의 크기는 되는데 말이지.

여튼, 잡생각들은 지워버리고는 다시 조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번째 조건, 선수들을 뽑는데는 꼭 제 동의를 거쳐야하며, 단독적으로 결정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음... 선수를 뽑는데는 안수혁 학생의 동의 필수, 단독으로는 금지..."

후, 일단 가장 핵심적인 세번쨰 조건까지는 다 말했다. 이제부터는 세세한 조건들을 얘기할 차례다.

"그리고 그 이외의 조건들로 3학년 3반의 오선민, 3학년 4반의 정상민 학생을 어떻게든 스카웃 해주시길 바랍니다."

"303 오선민, 304 정상민 스카웃..."

"그리고 마지막 조건입니다. 비공식 야구팀, 그러니까 그냥 동네 야구팀같은 모양을 유지했으면 합니다. 특히 정식 야구부로는 더더욱 만들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마지막 조건에 교장은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소리다. 거기다가 면홍중 야구부를 보고서 깨달은 것도 있었다.

"우선 정식 야구부가 되면 단점이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우리 실력으로는 뭐 전국대회나 그런곳을 나가려먼 과정이나 일이 복잡해지며, 우리나라 아마야구 육성 시스템의 구조상 선수로 진로를 잡지 않은 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았기게 됩니다.

두번째로, 만약 정식 야구부가 되면 점차 성적만 중시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장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죽어라 훈련한 하는 모습만 보여질겁니다.

마지막으로, 정식 야구부가 된다면 아마 제대로 하는 애들은 몇 되지 않을겁니다. 다들 처음에 호기심으로 몇번 나오다가 관두는 애들, 연습중에 열심히 하지 않고 대충 설렁설렁 하면서 뺀질대는 애들 투성이일 겁니다. 전 그렇게 되는걸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길고 긴 설명을 한 다음에 갈증이 나는 목을 축이려고 차 한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교장을 쳐다보자 그도 그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그런데 아무리 비공식 팀이라고 하고, 즐기는게 목적이라고 치더라도 학생들을 이끌만한 사람은 필요하지 않나?"

교장은 마땅한 사람이 없는건지 물어봐 놓고는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순간, 나에게 딱 알맞은 사람이 한명 떠올랐다.

"아, 그건 제가 먼저 스카웃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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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스폰서(4)201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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