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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33화 (33/255)

우리 동네 야구팀-33화

"아, 그건 제가 먼저 스카웃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해보게."

교장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수첩에 메모해뒀다. 그리고 펜이랑 수첩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자, 그러면 더이상 조건은 없는건가?"

교장이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말할 조건들은 다 말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교장은 자신이 수첩을 다시 들어서 자신이 적은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펜도 들었다.

"자, 그럼 이제 내가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되나?"

교장의 물음에 나는 잠시 흠칫했다. 분명 화장실에서 봤던 교장의 모습은 그저 야구팀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인거 같았다.

그런데 조건이 더 있다면은 조금 곤란해질수가 있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팀이랑 교장이 생각하는 팀이 다를 경우에는 언젠가는 분명히 일이 틀어져버릴수도 있었다.

나는 순간 부탁을 들어야 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교장은 내가 고민을 하는 모습이 보이자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에게 스포츠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네. 그래서 전교생을 상대로 야구 시합을 해줬으면 좋겠다만."

"네?"

교장이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말한 부탁, 나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란 얼굴로 교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는 할수 있겠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무언으로 다시 한번 질문을 했다.

물론 나야 시합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마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전교에서 선수들을 뽑아서 나온다고 치더라도 상대는 전교생이다. 그중에서 우리는 적일테고. 그렇다면 관건은 크게 두개였다.

첫번째는 우리가 그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길수 있느냐다. 우리 학교의 성 비율을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이었다. 거기다가 대체적으로 시끄러운, 수다를 많이 떠는 여자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여중이랑 비슷해 보이는 분위기 같았다.

그런 애들은 조금 한쪽에 치우치거나 선동되기 쉽다는거다. 아마 자기 편은 엄청나게 응원하고, 상대편인 우리에게는 수많은 야유와 비난을 할것이 예상되었다. 그리고 과연 나를 포함한 애들이 그 야유를 이겨낼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두번째는 아무리 공부만 하는 학교라고 치더라도 좀 노는 애들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운동신경이 좋은 애들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상대들을 이겨야 한다라. 조금 부담이 되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닥 무리한 부탁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도 많은 것을들 조건으로 내세웠으니까 이정도쯤은 받아들이는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보다 경험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스포츠다. 우리가 쉽게 지지는 않을것 같았다.

"네, 받아 들이겠습니다."

"그럼 시합은 언제 할건가?"

"감독이 정해지고 나면 그때 다시 날짜를 잡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하지."

교장은 내가 말한 것들을 꼼꼼히 메모하고는 다시 수첩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럼, 앞으로 열심히 부탁하네 안수혁 학생."

나도 살짝 어색하게 웃으면서 양손으로 교장의 손을 맞잡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

"흐음... 일단 놀러 오라고 해서 가기는 간다만..."

그날 오후, 나는 학교가 끝난 다음에 면홍동에 도착했다. 오늘 금요일이라고 자기 집에서 밤새도록 놀자고 오성이가 부른것 때문이었다.

나도 뭐 어차피 그 사람을 스카웃하러 그 동네에 가야 됬으니까 수락을 했고, 그래서 지금 여기에 와있는 것이었다.

비록 이제 우리동네가 아니지면 몇달 전까지만 해도 살았던지라 지리가 어색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오성이네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까 오성이의 집이 보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인지 마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오성이. 나는 뒤를 쫒아가면서 큰 목소리로 불렀다.

"얌마!"

내가 소리치자 걔가 뒤를 돌아봤다.

"역시, 이쯤에 올줄 알았어."

"야, 석이는 왔어?"

"아직. 씻고온대."

내가 방금 석이라고 부른 사람은 이 동네에서 연락하는 몇 안되는 또 다른 친구였다. 제대로 된 이름은 류만석. 내가 이사가기전에 윗집에 살았던 녀석이었다.

여튼, 우리는 간단하게 얘기나 나누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들고온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물좀."

"냉장고에 있어."

"손님을 이따위로 대접하냐?"

"손님은 개뿔."

오성이는 웃으면서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물이나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물을 꺼내서 마시는 도중에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야, 오성아. 누구 온거 같은데. 열어 말아?"

"일단 열어봐."

오성이는 별 생각없이 문을 열라고 말했다. 아마 만석이가 왔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런식으로 문을 두드리는 녀석이라면 얘가 거의 유일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어락을 풀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역시나 문 앞에는 만석이가 서있었다.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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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스카우트(1)201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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