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35화
드디어 그 사람을 찾았다. 이젠 그 사람을 만나서 설득을 하는 일만 남았다.
다행히 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그닥 어렵지 않을것 같았다.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야구부 감독이라면 야구를 하는 사람일거다. 그리고 아마 선수출신일거다.
우리나라에서 선수 출신들이 잘하는 거라고는 야구뿐이었다. 아마 선수가 못됐다면 코치를 하는게 정석적인 사람일테고, 개판인 야구부를 맡을 정도였다면 여태까지의 성과, 스펙이나 뒷배경이 그닥 좋은것도 아니었을거다.
스펙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곳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야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는건 지금 이 사람은 할줄 아는건 야구뿐, 하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불러주지 않고 있는 상황일거다.
그렇다면 설득하기는 더더욱 쉬워진다. 아마 내가 제안만 해도 넘어올수도 있다. 거기다가 지금 취해있으니까 설득하기는 딱 좋은 상황이다.
'오케이, 그럼 해보자.'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 사람이 있는 테이블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그를 불렀다.
"저기요."
"뭐 이 새... 뭐, 뭐야? 네가 여기는 왜 온거야?"
그 사람은 욕을 하려다가 내 얼굴을 보자 말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혹시 꿈인가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만난적 있었죠? 개원중학교의 안수혁입니다."
나는 최대한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 사람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혹시 제말 들리세요?"
"어, 어. 들려, 들려."
내가 다시 말을 걸자 그 사람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건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볼을 꼬집어도 보고, 눈을 비비고서 다시 나를 쳐다봤다.
"진짜네..."
"그럼 꿈인줄 알았습니까?"
그 사람은 나를 마치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의심의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왜 왔냐."
아, 이제 드디어 본론을 말할 차례다. 나는 굳이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우리 야구팀의 감독직을 맡아줘요."
"뭐?"
그 남자는 내 제안에 놀라면서 잔을 잡으려선 손이 멈칫했다.
확실히 그럴만도 했다. 혼자서 열심히 퍼마시는 와중에 웬 중딩이 오더니 자신을 스카웃을 하는 상황이면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일만 했었다.
저런 새라팧게 어린 녀석이 갑자기 저런 제의를 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아마 나라도 이런 제안은 안믿겠다. 아마 그러면서 저리 가라고 한소리 했겠지.
하지만 그 남자는 이내 다시 침착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물어봤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나를 너네팀 감독으로 데려가겠다?"
"그렇죠. 월급도 나쁘지 않게 나올겁니다."
다시 물어본 질문에 나는 꽤 넉넉한 월급이라는 고명을 얹어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월급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건 없었다.
하지만 교장은 뭐든지 팍팍 지원해 주겠다고 했었다. 감독 월급 가지고 쪼잔하게 굴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봤던 교장의 태도는 절대로 갑이 아닌, 오히려 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협상도 마찬가지. 저 사람이 거절을 한다면 나로서는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내가 갑인 상황이다.
"크하하! 지금 나를 데려가겠다고 여기까지 온거야? 이거 대단한 녀석이네!"
그는 내 제안이 웃기기라도 한건지 크게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맥주를 한입에 다 털어넣고는 잔을 세게 내려놨다.
"그래, 내가 해주면 뭐가 좋냐? 무슨 대회같은거라도 나가냐? 내 커리어가 쌓이긴 쌓이냐?"
그는 닭다리를 뜯으면서 심드렁한 말투로 대답했다. 하긴, 어른이 오는것도 아니고 고작 학생이 와서 스카웃을 하려는건데, 아무리 지금 상황이 그렇다고 쳐도 그닥 관심이 가지 않을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 그 사람은 우리팀이 그냥 동네 야구팀으로 알고있는 상황, 교장이라는 스폰서가 생긴걸 모르고 있었다.
"지금 동네 야구팀이라고 무시하는 건가요?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뭐, 임마?"
내가 살짝 도발적인 말투로 물어보자 그 사람이 순간적으로 나를 쨰려봤다. 나는 잠깐동안 그 기세에 위축되었지만, 이내 다시 할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저희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저희 팀을 지원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월급이 적어도 200은 나오지 않을까 에상해 봅니다만, 이래도 싫으십니까?"
내가 월급의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자 그 사람이 갑자기 흠칫하면서 동공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쐐기를 박을떄다.
"뭐, 그래도 싫으시다면 어쩔수 없죠. 혹시라도 하고 싶으시다면 개원중학교로 오세요. 자세한 애기는 그때 하겠습니다."
나는 내 할말을 다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손 하나가 내 팔을 붙잡았다.
"진짜... 감독으로 데려가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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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스카우트(3)201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