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36화
"진짜... 감독으로 데려가려는 거냐?"
뒤를 돌아보자 그 남자가 약간 의심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느껴지는 간절함,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월요일에 1시, 그때 개원중학교로 찾아오세요. 그때 자세하게 말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한 다음에 잡은 손을 떼어놓고는 가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그 사람이랑 어느정도 멀어지게 되자
"됐다! 거의 넘어왔어!"
저절로 두 주먹이 쥐어지면서 좋은 느낌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
이틀뒤 학교, 나는 평상시처럼 수업을 듣고, 애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게 아닌, 교문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리를 살짝 떨면서 그 사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과연 올까... 그때 반응이나 지금 그 사람의 상태로 봐서는 안올것 같지는 않은데...'
시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은 자꾸만 왔다갔다 하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있었다.
현재 시간은 12시 56분, 이제 슬슬 그 사람이 올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하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 사람. 아니, 아예 사람 자체가 보이지를 않고 있었다.
"아... 살떨려 죽겠네..."
덜컥-
내가 혼자서 중얼거릴즈음, 택시 하나가 내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천천히 내렸다. 커다란 키와 엄청난 덩치, 평범한 옷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머리. 그 사람이었다.
"여, 마중나왔냐?"
그 남자는 나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왔다.
"예. 그럼 가시죠."
나는 최대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말하면서 그 사람을 교장실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장실 앞에 도착하자 노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 왔는가."
교장실 안에는 교장이 이미 마실것까지 준비해놓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짓으로 우리에게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사람은 자주 와본 티라도 내는건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나도 자리에 앉자 교장이 차를 한잔 홀짝이고는 그 사람을 유심히 쳐다봤다.
"이름이 뭔가요?"
"유용식이라고 합니다."
"선수 출신입니까?"
"네, 영신중, 영신고를 나왔고, 프로 1군에서도 몇년 뛰었습니다."
교장은 말없이 쳐다보다가 대뜸없이 몇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식이라는 그 사람은 그런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나.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번에 찾아온 목적은 용식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잘 되고 있었으니까 상관없었다.
난 잠시 차를 홀짝이면서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로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는 두사람, 둘다 별말없이 서로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1분정도 흘렀을까, 교장이 차를 한잔 홀짝이고는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음... 좋습니다. 일단 월급은 3개월간 매달 250으로, 그 이후 월급은 차차 정하도록 하죠."
"네?"
용식은 교장의 제안에 흠칫하면서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면홍중에서는 한참 못미치는 월급을 받은것 같았다.
"싫습니까?"
"아뇨, 좋습니다."
용식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봉투를 받아들었다.
"자, 그러면 이제 훈련 일정은 둘이 알아서 잘 맞추도록 하고, 수혁학생은 슬슬 수업 들어가봐야 되지 않나?"
교장의 말에 나는 시계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지난건지 시계는 이제 곧 수업이 시작할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그럼 전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일어난 다음에 교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와... 됐다... 이제 됐다..."
밖으로 나오자 이제서야 팀이 어느정도 제대로 갖춰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모든 털이 곤두서는 느낌도 들었다.
처음에 팀을 만들고 애들을 설득했을때, 교장이 부탁할때, 용식을 설득할때만 해도 진짜로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일이 잘 풀려줬다. 하늘이 도와주기라도 한걸까, 엄청난 운이 따라준 기분이었다.
이제 팀이 해체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껏 야구를 할수가 있다. 그게 현실이 되자 온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 진짜 됐다..."
그러면서 입밖으로는 똑같은 말만 반복되서 나오고 있었다. 너무 기뻤다.
이젠 마음껏 야구를 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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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첫 훈련(1)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