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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37화 (37/255)

우리 동네 야구팀-37화

용식이 감독을 하기로 하고 삼일뒤, 학교가 끝나고 우리팀은 모두들 운동장에 모여있었다. 지난번에 팀을 나갔던 선민이랑 상민이도 같이 모여있었다.

"야, 너네 그만 둔다면서?"

"교장이 우리 불러서 하라고 했는데?"

"나도. 배드민턴은 자기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하면서 문상도 주고 그러더라고."

애들이 애기하는걸 들어보니까 교장이 어떻게 저 둘을 설득했는지 대충 감이 오고 있었다. 아마 물량 공세를 펼친것 같았다. 그리고 얘네들은 그거에 넘어간거고.

일단 교장이 어떻게 끌어들였는지는 법을 어기지 않는 이상 상관 없었다. 일단 중요한건 얘네 둘이 돌아온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워지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얼굴이 보였다.

유용식, 이제부터 우리 팀의 감독이 될 사람이었다. 물론 팀 전반적인 운영권은 내가 주도하지만.

용식, 아니 감독은 우리 앞까지 걸어오더니 걸음을 멈춰섰다. 그러자 그에게 집중되는 애들의 시선, 나도 그를 한번 훑어보니까 양손에 종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반갑다. 오늘부로 이 팀의 감독을 맡게된 유용식이라고 한다."

애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감독이 짧고 굵게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무겁게 잡으려는 의도같은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것 같았다.

"어, 그 지난번 연습경기..

"맞다. 그때 너네때문에 해고되고 한~참 술퍼마시다가 그... 수혁인가? 걔가 설득해서 여기로 왔다."

감독은 마친 친구하고 대화하듯이 약간 리액션을 넣으면서 자신이 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양손에 들고있는 종이가방을 우리들에게 내밀었다.

"자, 교장선생님이 너네들을 위해서 준비하신 유니폼이랜다. 생각보다 심플하고 깔끔한게, 면홍중보다 훨씬 낫더라."

"면홍중은 어땠는데요?"

감독의 말에 운선이 손을 번쩍 들면서 물어봤다. 그 질문에 감독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려, 완전구려. 그냥 답이 없었어."

그러면서 감독은 만족하는 표정으로 입고 나온 유니폼을 한번 쳐다봤다.

그나저나 애들을 확실하게 휘어 잡으려는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만약 그러다가 나중에 애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려면 어쩔려고 저러는지...

'뭐, 그런 경우에는 내가 사이에서 중재하면 되겠지. 어차피 여긴 비교적으로 순해서 그럴일도 없겟지만.'

"자, 안수혁. 네 거다."

혼자서 생각하는 사이에 감독이 나에게 유니폼을 내밀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애들은 이미 포장을 뜯어서 자기 유니폼을 구경하고 있었다.

원래 사람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하거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하거나 가질수 없는걸 하거나 얻게 된다면 기분이 새롭고 의욕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의욕을 잘 유지하거나, 그걸 원동력으로 삼으면 그 분야에서 확실히 성과를 낼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푹 빠진 사람들도 처음엔 뭔가 사소한게 멋저보여서 시작한 사람들이 많을거다. 내가 야구에 빠진것도 우연히 한 야구 애니메이션을 접한것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방법이 애들에게도 효과가 있는것 같았다. 지금 얼굴만 봐도 딱 알수 있었다. 매우 설레는 모습이 딱 보였다.

"자, 그럼 이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와봐. 기왕 받은거 바로 입고 한번 뛰어보고 싶지 않냐?"

감독은 씨익 웃으면서 우리들을 쳐다봤다. 나를 포함한 애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다시 운동장으로 나왔다.

애들은 유니폼을 처음 입어봐서 그런지 뭔가 어색하거나 불편한 느낌이 조금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다르지 않았다. 여태까지 야구를 하면서 유니폼을 입어본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야~ 역시 유니폼을 입혀놓으니까 뭔가 달라보이긴 하네."

감독은 우리들의 모습이 괜찮았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없이 우리들을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우리들도 아무 말없이 감독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서로 할말이 없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먼저 말을 걸기 쉬운 상대도 아니고, 그렇게 뭔가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는것 같았다.

"오늘 훈련 합니까?"

결국 내가 손을 살짝 들면서 물어봤다.

첫날이어서 훈련을 안할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지금 이렇게 유니폼을 입혔을리도 없고. 아마 애들도 지금 유니폼을 입은 김에 한번 뛰어보고 싶을거다.

"기왕 유니폼 입었는데, 이대 돌아가긴 아쉽지 않냐? 흙한번 묻히고 간지나가 돌아가자! 그리고 오늘은 첫날 기념으로 내가 삼겹살 쏜다!"

"우와아!"

감독이 마지막 한마디를 크게 소리치면서 말하자 모두들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그런 우리들을 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들 글러브 챙겨들고 각자 위치로!"

그 다음, 감독은 그렇게 지시하면서 가장 먼저 운동장 구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우리들도 각자 글러브를 챙겨들고서 대충 자신의 위치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들이 각자 위치로 들어간걸 확인하자 감독이 오른손으로 공을 살짝 위로 던졌다. 그리고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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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첫 훈련(2)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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