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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39화 (39/255)

우리 동네 야구팀-39화

감독과의 첫 만남 이후 이틀이 지난 수요일. 수업이 끝난 학교 운동장에는 나를 포함한 9명의 애들이 모여서 간단히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 야구팀의 정식 훈련일은 월, 수, 금요일 이렇게 일주일에 총 세번을 모였었다.

원래는 주말에 한번, 평일에 두번 모이려고 했으나 애들이 주말에 학원에서 하루종일 썩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평일에 3번 모이는걸로 정했었다.

그리고 지금 막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는 감독, 무슨 동네 마실 나오는것 같은 매우 편안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여, 다들 왔냐?"

감독은 오른팔을 흔들면서 우리들에게 인사했다. 애들은 감독에게 어색해하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역시, 아무리 친해지려고 노력해봐도 아직은 친해지기 조금 힘든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감독은 어느 우리 주변에 와서 자기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크게 소리치면서 우리들을 전부 집합시켰다.

"얘들아, 내가 오는길에 교장한테 들은 얘기인데, 너네 전교생 상대로 야구시합 한다면서?"

"네?"

감독의 말에 애들은 놀라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마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시합을 한다고 해서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거기다가 일반 팀이 아닌, 전교생을 상대로 시합을 한다니까 몇몇애들은 조금 쫄은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뭐야, 몰랐어? 교장이랑 계약할떄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데?"

"네? 저희 그런소리 들은적도 없는데요?"

종빈이가 손을 들면서 감독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잘 모르는건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그냥 그런 얘기만 들었다면서 시합 날짜만 통보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럼 시합 날짜는 언젠데요?"

"그게... 다행히 중간고사 끝나고 5월 9일에 한다는데, 지금부터 딱 한달 남았네."

"헐."

"미친."

감독의 말에 애들은 절망적인 반응을 하면서 순간 모든걸 포기한 사람같이 보였다. 하지만 이와중에 한사람, 운선이만이 태평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고 있었다.

"야 운선아, 넌 걱정 안되냐?"

"뭐, 어때. 지금 그래봤자 바뀌는것도 하나 없을텐데."

내가 물어보자 운선이는 그저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평상시에 병신짓만 하지만, 이럴때 나오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운선이의 최대 장점인것 같았다.

쨌든 지금 다른 애들은 거의 패닉에 가까운 상황. 감독도 당황한건지 놀란 얼굴만 하고 있었다.

그럼 별수있나, 결국 내가 말리는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주장이니까.

"얘들아, 그거 교장이 이기지 못해도 된대. 그 시합으로 조건 건것도 없고, 그냥 애들에게 야구의 맛을 알려주고 싶다고 해서 부탁한거야."

"야, 네가 받아들였냐?"

"미쳤냐?"

내 말에 감독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를 향해서 온갖 욕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번 상대는 지난버보다 훨씬 더 쉬울거다. 세경이처럼 구속이 110~120km가 나오는 녀석도 없고, 야구를 꾸준히 하는 애들도 없었다.

물론 어느 학교나 운동 좀 하는 애들, 운동신경이 좋은 애들은 있을거다. 하지만 야구는 단순히 운동신경만 좋다고 해서 할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서 기술, 경험의 비중이 많은 스포츠다. 그러니까 야구를 좀 해본 사람이 아니면, 거의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아도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랑 실력이 맞먹을수도 있는 스포츠였다.

"야, 야, 어차피 저쪽에서 선수로 나오는 애들은 많아야 스무명 남짓이야. 거기다가 야구는 왠만한 실력으로는 땅볼 하나도 못잡는 스포츠라고."

"..."

내 말에 온갖 욕을 해오던 애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호진이를 비솧란 야구를 좀 하는 쌍둥이까지는 내 말에 공감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쪽은 아무리 훈련을 해도 얼마 하지도 못해. 무엇보다, 저쪽에는 투수가 없어. 공을 존 안에 집어넣을수 있는 투수가 없다고."

"어,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그렇긴 하네. 어차피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니까."

다행히도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빈이랑 종빈이 쌍둥이서 내 말에 인정하면서 말을 덧붙여줬다. 그리고 그제서야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하는 애들, 감독은 왠지 모르겠지만 같이 끄덕이고 있었다.

"저기,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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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쌍둥이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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