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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43화 (43/255)

우리 동네 야구팀-43화

그렇게 몸을 간단히 풀고서 덕아웃으로 들어간 나랑 종빈이. 물을 살짝 마시면서 잠시 쉬고있자 저 멀리서 한 스무명정도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우리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학교측 선수들인가?'

일단 아직 전교생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올만한 애들이라면 대충 우리랑 붙을 애들일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까 학교에서 봤던 몇몇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왔네."

종빈이는 걔네들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렷다. 그리고 마침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애들. 그리고 상대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야구를 잘 하지 않아서인지 종종 보이는 실수들. 특히 외야가 공을 매우 잘 빠트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야가 그닥 좋은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수비는 아예 답이 없는 상태. 상대편 감독을 맡은 체육도 답답한지 게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쯤하면 됐고, 슬슬 투수나 한번 보러 가볼까.'

나는 내가 투수라서 그런지 상대편 투수들을 한번 찾아보려고 덕아웃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저기 외야 구석에서 던지고 있는 몇몇 사람들. 나는 조금더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지 한번 구경하기 시작했다.

펑- 퍼엉-

'오~'

다들 일단 내 예상대로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나보다도 더 빨라보이는 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애들은 모두다 볼이 자꾸만 옆으로, 혹은 위 아래로 빠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포수들은 자꾸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공을 주워오기에 바빴고, 코치를 맡은듯한 교사는 조금 굳어있는 표정으로 선수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케이, 이걸로 됐다.'

나는 미소를 살짝 지은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덕아웃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덕아웃에서 상대편에 대해서 간단하게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지난번 면홍중 야구부보다는 상대하기는 훨씬 쉬워보였다. 적어도 거긴 몇몇 애들은 잘했었으니까.

하지만 지난번에도 생각했듯이, 이번에는 전교생들의 응원의 압박감을 어떻게든 이겨내야된다. 거기다가 거리도 가까워서 한마디 한마디가 다 들릴테니까.

아무래도 이건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될것같다. 안그러면 위축된 플레이를 하다가 우리가 질수도 있었다.

아니, 지는건 둘째치고 아마 엄청난 졸전이 될거다.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할거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야구의 매력을 알려주려던 교장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거다.

'어떻게든 그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내가 잘 이겨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분석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긴장을 떨쳐내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

그뒤로 약 한시간뒤, 운동장 계단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그물망이 설치되었고, 그 계단에는 3학년 전교생이 와서 앉아있었다.

그렇게 거의 내야 양쪽이랑 외야 일부를 다 채운 계단. 비록 다른학교에 비해서 우리학교 전교생이 적은 편이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었다.

거기다가 지금 여기 앉아있는 애들이 내편이라면 모를까, 상대편이라고 생각하니까 더더욱 위축이 되는것 같았다.

'안돼, 이러면 안돼. 정신차리자.'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위축되면 안된다. 나는 스스로 오른쪽 뺨을 찰싹 때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안녕하십나까, 저는 오늘 경기의 진행을 맡은 김성중입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자 방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소개만 간단히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개운중 선수들 입장!]

"꺄아아!"

"와아아!"

방송이 나오자 반대편 덕아웃에서 상대편 선수들이 밖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들은, 특히 여자애들은 아낌없이 환호를 보내주기 시작햇다.

"무슨 아이돌 콘서트도 아니고..."

"야, 우리 완전 나쁜놈 된거 같은데?"

"그래도 너네는 애들이 알기라도 하지, 나랑 호진이는 전학왔던지라 애들이 잘 몰라서 이미지 완전 이상하게 박힐걸. 망할."

애들은 엄청난 환호소리에 그저 멍한 표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예상보다 애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

[자, 그렇다면 상대는... 아, D.라이더스, D. 라이더스 입니다!]

"우우우~"

"나가라~"

이어서 우리팀을 부르는 방송이 들려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들려오는 수많은 야유들. 이 학교는 진짜로 공부만 시키나 보다. 애들이 인성이 너무 안되있는것 같다.

"야, 근데 우리 팀 이름이란게 있었냐?"

"아니, 없었을걸."

"근데 팀 이름이 라이더즈가 뭐냐... 진짜 촌스럽게."

"근데 앞에 D는 왜붙였대?"

"우리 유니폼에 D가 쓰여있어서 그런거 아냐?"

애들은 자기들끼리 궁시렁 거리면서 천천히 그라운드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일렬로 서있는 상대 선수들과 마주보고 일렬로 줄을 섰다.

"어, 뭐냐? 상대가 너네들이었어?"

"거기다가 모르는 얼굴들도 조금 있는데."

"야, 그래도 쌍둥이 얘네는 야구 좀 할걸. 왜 얘네가 없나 했더니 거기 있었네."

"야, 그래봤자지. 얘네들이 야구를 할줄은 알겠냐? 우리도 잘 못하는데."

"뭐... 다들 보니까 운동 좀 할것같은 애는 없어보이는데."

"거기다가 인원수도 딱 맞춘 아홉명인데, 그중에서 제대로 된 투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애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얘기를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정말로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자기들은 잘한다면 얼마나 잘한다고 저런 난리인건지. 내가 보기에는 자기들도 더럽게 못하는구만.

그건 애들도 마찬가지인지 딱히 화를 내고있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애들은 없는것 같았다.

[자, 그럼 양측 선수들. 서로간의 인사, 그리고 악수!]

애들이 어느정도 떠들 즈음, 방송이 이어져 나왔다. 그리고 양팀 모두다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 다음에 앞에 상대가 있는 선수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나는 악수를 하면서 간단하게 인사말을 건넷다. 하지만 그 상대는 나를 살짝 째려볼뿐, 아무말도 없이 악수만 하고는 손을 툭 치듯이 놓아버렷다.

'뭐야, 이새끼는?'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어차피 나중에 경기에서 복수해주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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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개원중 VS D.라이더즈(3)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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