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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45화 (45/255)

우리 동네 야구팀-45화

나는 타자를 보던 시선을 종빈이의 미트로 돌렸다. 그리고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린 다음에 앞으로 쭉 뻗으면서 팔에 힘을 뺴고 가볍게 휘둘렀다.

슈욱- 팡-

"스트라이크!"

공이 들어가자 심판이 시원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조금 놀란눈으로 미트를 쳐다보는 타자. 하지만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아마 이 공을 칠수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방금 내가 던진공은 가볍게 던진공, 구속도 원래보다 못미쳤을거다.

'아직은 볼만한가보네? 역시 운동 좀 하는 애들이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공을 받았다. 그리고 종빈이를 쳐다보면서 사인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직구.'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트를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이번에도 가볍게 공을 던졌다.

슈욱- 팡-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심판이 시원하게 외쳤다. 그리고 타자는 이제서야 제구가 좀 된다는걸 깨달았는지 나를 한번 쳐다봤다.

나는 그런 타자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다시 공을 받았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직구로 가자.'

이번에도 직구 사인이 전해졌다. 나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뭔가 심리적으로 부담감이라도 있는지 표정이 조금 굳어있었다. 아마 카운트가 매우 불리해서 그런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타자는 1번타자, 그것도 경기 첫 타자였다. 그리고 지금 3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 아마 어떻게든 출루를 하려고 할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프로야구나 그런거고, 여기는 동네야구다. 그리고 동네야구에선 대부분이 팀의 승리보다 자신이 안타를 얼마나 쳤는지, 얼마나 잘 던졌는지 그런게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배트가 나올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선택할만한 경우는 두가지다.

구위로 눌러잡거나, 일단 공 하나를 뺴보던가. 이 둘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팀의 투수는 나 하나였다. 기왕 투구수를 줄일수 있다면 최대한 줄이는게 답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경우는 하나, 구위로 눌러 잡는것이었다. 그리고 마침 앞에 두공을 가볍게 던져서 효과도 있을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리를 앞으로 쭉 뻗으면서 이번에는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의 배트가 시원하게 돌아가면서 미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오버액션을 취하면서 아웃을 외치는 심판, 타자는 그런 심판을 한번 째려보고는 신경질을 내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1번 타자가 들어가고 이어서 2번타자가 올라왔다. 그리고 사인을 보내오는 종빈이, 이번에도 직구 사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간정도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까앙-

타자는 초구부터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면서 운좋게 공이 맞았는지 꽤나 크게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공은 힘없이 내 앞으로 굴러오고 있었다. 나는 조금 앞으로 뛰어가서 공을 잡은 다음에 1루로 가벼게 던졌다. 그러면서 타자는 아웃처리 되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계속 무작위로 휘두르다가 삼구삼진, 단 7개의 공만으로 1회말을 가볍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미소를 살짝 지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덕아웃으로 들어가서 앉자 감독이 약간 미소를 띄운채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어깨를 두어번 툭툭 쳐주고는 내 옆에서 들어오는 애들에게 격려를 해주기 시작했다.

"잘했다. 이대로만 가자! 나 한번만 좀 이기게 해줘!"

감독은 셀프디스를 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조금은 나아진것 같은 분위기. 외야는 몰라도 내야는 몸을 조슴 움직여서 그런지 확실히 경기 전에 굳어있던 몸들이 조금은 풀려있는것 같았다.

"수혁아, 이번에 너부터 시작이야."

내가 가만히 앉아서 쉴려고 하자 성빈이가 나에게 헬멧을 건넸다.

"아, 맞다."

나는 그제서야 뒤늦게 헬멧을 쓰고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리고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타석 안으로 들어간다음 투수를 잠시 쳐다봤다.

뭔가 1회때보다 조금 더 위축되어있는 느낌, 아무래도 맞다보니까 주눅이 든것 같았다.

보통 선수들은 이럴때면 실투로 가운데를 던지지만, 이건 동네야구. 아마 제구력에 난조를 보일거다.

그렇다는건 기다리면 분명히 볼넷으로 걸어나간다는뜻. 그리고 내 예상대로

"포볼."

상대 투수는 존 안에 하나도 넣지 못하고 볼넷으로 나를 내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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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개원중 VS D.라이더즈(5)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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