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47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끝나버린 2회초. 나는 다시 글러브를 낀 채로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 막 나오고 있는 4번타자, 내가 좀전에 봤었던 그 1루수였다.
타자는 배트를 두어번 휘두르고는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나를 노려보면서 배트를 몇번 더 휘둘렀다.
꿀꺽-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덩치에서 주는 위압감에 눌린건지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거기다가 관중들의 나를 향한 야유까지.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후우, 일단 침착하자.'
나는 속으로 침착하자고 중얼거리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고 있는 타자. 내 감이 틀리지 않는다면 아마 고의사구로 내주는게 가장 나을것 같아보였다.
그래도 일단 타자가 서있는 이상 그 타자를 막아내는게 내 할일. 일단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하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종빈이는 그닥 위압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대놓고 몸쪽 높은 직구를 보내왔다. 아마 허를 찌르거나 기본기가 부족한거를 노려서 헛스윙을 노리는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기본기는 확실히 있는것 같았다. 아니, 조금더 정확히 애기하자면 뭔가 타격센스가 일반인을 능가할것 같았다. 그러면서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른걸로 하자.'
'그럼 바깥쪽 직구로.'
다행히 종빈이는 내 의견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인을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슈욱-
다행히 공은 쭉 뻗으면서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하는 타자의 배트, 그러면서
까앙-
하는 명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슈욱-
공은 구장 가운데를 가르면서 쭉 뻗으면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야를 벗어나더니 외야에 나가서도 전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운선이가 재빠르게 타구를 쫒아갔지만 외야 끝부분에 가서도 도저히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홈런! 홈런입니다! 한현우 선수의 추격하는 솔로포!]
"헐..."
안내방송이 나오자 나는 잠시동안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그리고 공이 넘어간 담장만을 멍하니 쳐다봤다.
공은 사인대로 대충 바깥쪽으로 잘 들어갔다. 그렇다고 몰린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바깥쪽으로 빠진 공이었다.
그런데 그 공을 맞춰서 담장 한가운데를 넘겼다는건 파워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전혀 중3의 몸에서 나올수 없는 파워, 덩치가 크긴 하지만, 프로 선수들도 그럴수 있는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됐다.
"미친... 뭐 저런 괴물이 다있어...?"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게속 궁시렁댔다. 그러면서 타자를 쳐다보니까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고있는 타자. 그 위를 쳐다보니까 관중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타자가 베이스를 다 돌고 홈으로 들어오자 다음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냥 짓고있는 미소가 아니라 완전히 비웃는것 같은 미소, 아마 4번이 치는걸 보고는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일단 내가 보기에서 덩치는 되는것 같았으니까 나름대로의 자신감인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별로 위협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일단 내 느낌이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애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 타자는 기본기가 어느정도 되어있었지만, 지금 이 타자는 아니었다. 그냥 운동 조금 한다고 대표팀에 있는것 같아보였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냐?'
나는 자연스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는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선을 돌렸다.
종빈이는 가랑이 사이에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나와있는 미트, 바깥쪽 직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어디 한번 쳐보라는 식으로 힘을 주면서 던졌다.
팅-
공은 배트 끝부분에 살짝 맞았는지 희미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내 앞으로 굴러왔다. 그리고 내가 여유롭게 잡고서 1루에 던져서 가볍게 아웃으로 처리했다.
"아웃!"
심판이 아웃 판정을 내리자 타자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한번 째려봤다. 그러더니 궁시렁 거리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홈을 쳐다보니까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와서 배트를 휘둘러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뭔가 비쩍 말라보이는 타자, 요즘엔 6번도 파워가 좋은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경우가 있는데 테이블 세터같은 타자라니,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그건 내 알바는 아니고, 나는 지금 이 앞에 누가 서있든 타자를 잡아서 아웃을 시키는게 내 임무였다.
나는 종빈이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단 가볍게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약간 가운데로 몰린것 같은 공, 하지만 타자는 칠 생각이 없었는지 가만히 서있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투!"
하지만 두번째 공에도 가만히 서있더니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3구째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으로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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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개원중 VS D.라이더즈(7)201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