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49화
글러브를 끼면서 마운드 위로 올라가자 타자가 슬슬 타석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후우... 여기, 여기만 잘 막으면 오늘 경기는 끝난거나 다름없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타석 안으로 들어온 타자를 한번 쳐다봤다.
타자는 어떻게든 살아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배트를 짧게 쥐고, 홈플레이트에 최대한 붙어있었다. 여차하면 맞거나, 어떻게든 배트에 맞춰서 주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인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어느정도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고, 특히 기본적인 컨텍 능력이 있는 경우에서 먹히는 이야기다. 만약 그 조건지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러나 마나 다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부웅-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1번타자는 삼구 삼진으로 힘없이 물러나버렸다.
'후, 일단 한명 처리했다.'
1번타자가 삼진으로 아웃되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환호했다. 하지만 2번타자는
"으앗!"
2루수 성빈이가 공을 더듬으면서 세이프. 그다음 3번타자는
따악-
"어, 어...?"
빚맞은 타구가 3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면서 안타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결국 앞에 주자를 쌓아둔 상태로 4번타자까지 오게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씨... 4번까지는 안오길 바랬는데...'
4번타자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저절로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타자에게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고, 그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돌아오는 타석, 뭔가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내정도의 공은 쉽게 칠수 있다고는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타자가 내공을 쉽게 칠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 타자로 인해서 우리팀이 진다는것은 난 절대로 용납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특히 지금은 더더욱, 용납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난 머리를 천천히 굴려보기 시작했다.
일단 고의사구로 타자를 내보내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일부러 만루를 만들도 승부를 걸기에는 너무 부담감이 컸다. 자칫하다간 더 큰 점수를 내줄수도 있었다. 절대로 사절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타자는 어느 곳에다가 넣은 간에 다 쳐버리니까 어디로 던질지도 막막한 상태다. 그렇다고 초구부터 커브를 꺼낼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조건 초구에 스윙이 나간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커브가 있다는걸 모르는 상태에서 오는것과 아는 상태에서 오는것은 천치차이다. 알고 있다면 대비책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다행히 지금까지 커브를 단 한번도 던지지 않았다. 그런데 초구부터 커브를 던진다는건 완전히 도박이었다. 배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더욱 힘들어진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머릿속은 갈등이 심해지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종빈이도 마찬가지인지 아직 사인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동안 고민했을까, 종빈이가 결정한건지 사인을 보내왔다. 사인의 내용은 커브, 그냥 도박에 걸어보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난 그 도박이 그닥 내키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가 만약 스윙을 한다고 해도 헛스윙이 된다면 그건 스트라이크 하나잡고 끝나는거다. 성공했을떄의 효과보다 실패했을떄의 후유증이 더 컸다.
'아니, 다른걸로.'
나는 그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커브만 요구하는 종빈이. 결국 난 어쩔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종빈이의 말대로 커브를 던졌다.
슈욱-
일단 다행히 커브는 잘 긁혀 나간것 같았다. 그리고 더 다행히도 타자의 배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
팅-
하는 소리와 함꼐 공이 땅을 튀기고는 공중으로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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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개원중 VS D.라이더즈(9)201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