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50화
"위에!"
공이 맞는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외치면서 위를 가리켰다.
공은 생각보다 높게 튀어오르면서 나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바운드되면서 많이 낮아진 높이, 하지만 역시 처리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지금 타구가 향하는 방향은 유격수쪽 방향, 호진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호진이의 실력으로도 조금 힘들어보였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호진이를 쳐다보니까 타구를 잡으러 와야될 호진이가 3루에 가있었다.
'어, 뭐야? 왜 걔가 거기에 있어?'
호진이가 3루에 있는 모습을 보자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호진이도 잡기 힘들어 보이는 까다로운 타구, 거기다가 주자들도 가득이나 쌓여있었다.
그런데 호진이가 3루로 갔다는건 다른 누군가가 공을 잡으러 달려왔다는건데, 그렇다면 공을 잡을만한 사람은 선민이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까
"으아아아!"
선민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다시 튀기고 붕 떠오르는 타구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은 이미 튀어오른 상황, 글러브가 조금만 빗나가도 실책이 되기 때문에 자칫했다가는 피해가 더 커질수도 있었다.
"뒤에서 잡아!"
내가 안전하게 잡으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선민이는 공을 향해서 뛰어올랐다. 그리고 공은 글러브 안으로 잘 들어갔다.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공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잡은 타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명정도는 홈으로 들어와도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지금 보니까 홈으로 들어올만한 상황도 아닌것 같고.
선민이는 공을 잡고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현재 2, 3루는 거의 도착해서 이미 늦은상황, 하지만 타자는 발이 느렸는지 아직 1루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1루!"
내가 주변을 둘러보던 선민이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제서야 1루를 쳐다보는 선민이, 그리고 급하게 공을 뺴내다가
"어, 어어...!"
그만 공을 뒤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뛰어라! 뛰어!"
선민이가 공을 놓친 순간, 갑자기 상대편 덕아웃에서 누군가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주자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홈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민이는 더더욱 당황하면서 자기 바로옆에 있는 공이 어디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었다.
"발 뒤에!"
결국 내가 소리치자 그제서야 공을 찾은듯한 선민이, 호진이는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한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선민이는 뒤늦게 공을 잡고서 종빈이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미 거의 다 도착한 주자, 사실상 아웃을 시키는건 힘들어보였다.
거기다가 선민이의 송구는 다른곳으로 종빈이가 서있는 곳에서 한참 왼쪽으로 빗나갔다. 이제 완벽하게 실점이 되는 상황, 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으악!"
쿠당탕탕-
내가 눈을 감자마자 뭔가 비명소라와 함꼐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하면서 보니까 발을 헛디였는지 베이스 근처에서 넘어진 주자, 동시에 종빈이의 미트 안에 공이 들어갔다.
주자는 종빈이가 공을 잡은걸 확인하고는 반정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홈으로 몸을 던지면서 베이스를 향해서 팔을 쭈욱 뻗었다.
종빈이도 공을 잡은 다음에 곧장 홈을 향해서 몸을 돌렸다. 망설임도 없이 홈으로 몸을 던져버렸다.
촤아악-
두 사람이 홈으로 몸을 던지면서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리고 흙먼지가 사라지자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두사람, 자세히 보니까 종빈이의 미트가 주자의 손을 막고 있었다.
"아아아아웃!"
"하, 하아... 막았다..."
"아...:
심판이 과한 액션을 취하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주자는 아쉽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종빈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려서 벌러덩 누운채로 미트를 위로 들어올렸다.
"나이스!"
"최고다!"
"아자!"
그러면서 덩달아 같이 흥분하는 우리들, 관중들이 아쉬워하면서 우리들에게 야유를 보내왔지만 지금은 그딴 소리에 신경이 쓰지 않았다. 아직 경기가 끝난것도 아닌데 그냥 기뻤다. 이긴것보다 더욱더 기뻤다.
*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셋!"
"이겼다!"
경기는 그 뒤로 별일없이 흘러가서 4대 1로 우리팀이 승리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심해지는 야유들, 그런데 경기 처음과는 다르게 별로 신경스지이 않았다. 적응이 된건지, 아니면 이겨서 그런거지는 모르겟지만, 그냥 즐거웠다.
내가 마운드 위에서 그렇게 승리를 만끽하고 있자 언제 올라온건지 종빈이가 내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오른주먹을 내밀었다. 그리고 난 아무말없이 오른주먹을 툭 갖다댔다.
"오늘 피칭 좋았다."
내가 주먹을 갖다대자 종빈이가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도 덩달아서 같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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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다시 돌아온 불청객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