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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51화 (51/255)

우리 동네 야구팀-51화

"후아... 이겼다..."

그날 경기가 끝나고 우리집, 나는 거실바닥에 누운채로 뒹굴거리고 있었다.

경기에 이기고 나서 감독이 회식하자고 했지만, 갑자기 교장이 불러내는 바람에 회식은 다음 모임때로 미뤄졌고, 그 때문에 시합이 끝나고서 아무일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일단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간다음 샤워를 한 다음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그뒤로 진짜로 할일이 없었다. 원래 할일이 없었긴 했다만, 학교가 일찍 끝나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더욱 할일이 없었다. 거기다가 몸은 훨씬 더 피곤하고.

그러면서 가만히 있다보니까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감겨버린 눈. 그대로 잠에 빠져버리려는 찰나,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면서 잠들뻔한 나를 깨워버렸다.

"아 누구야..."

궁시렁 거리면서 휴대폰을 쳐다보니까 익순한 이름이 보였다. 나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화면을 스윽 밀고는 그대로 스피커폰을 눌러서 바닥에 내려놨다.

"오성아, 형 잠좀자자."

"아, 닥치고, 유예영 걔 지금 너네집 가고있는데. 1교시 끝나고 조퇴함."

"뭐?"

그 말을 들은순간, 나는 졸린것도 다 잊어버리고 곧바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집안에 있는 불이랑 불은 전부다 꺼버렸다. 그리고 오성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다시 누워버렸다.

하지만 좀전까지만 해도 잘만 오던 잠이 갑자기 오지 않기 시작했다. 아니, 왜 평상시에는 졸린데 왜 하필 이럴때만 잠이 안오는건데.

딩동-

그렇게 얼른 잠이 들기를 기도하면서 누워있을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올게 온거였다. 나는 숨소리마저 죽이고서 꼼지락 거리던 몸마저 완전히 멈추었다.

"택배요~"

밖에서는 내 예상을 깨고 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안심하면서 문쪽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택배를 받고 다시 문을 닫으려는 순간

"잠깐만!"

하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와서 닫히고 있는 문 손잡이를 꽉 잡아버렸다.

문의 손잡이가 잡히는순간, 아니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나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찾아오다니, 그러면서 혹시 다른사람인가 고개를 내밀었지만 역시나 그애가 문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

"하아... 왜왔어?"

"너 보고 싶어서~"

내가 한숨을 쉬자 그애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물론 예쁘긴 예뻤지만 내 마음에 들거나 그러지는 않고 있었다.

나는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애가 놓지않고 온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러면서 잠시 정적이 흐르는 대치상황, 결국 내가 백기를 들었다.

"하아...들어와."

"진짜지?"

내가 한숨을 쉬면서 손을 놓자 그애가 잽싸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야, 거긴 보지말고."

"너... 진짜 방청소 안하는구나?"

내가 급하게 말렸지만 그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말을 무시하고는 내 방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래뵈도 청소 하나는 잘하거든. 기다려봐."

그애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입고온 걷옷을 나에게 넘기고는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들, 그런데 뭔가 물건을 옮기는게 아닌, 더 엉망으로 만드는것 같이 느껴졌다.

'설마 방을 다 때려부시는건 아니겠지?'

나는 속으로 불안해하면서 방문만 쳐다봤다. 그렇게 몇분정도 있었을까, 그애가 방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 끝났어?"

"아니,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봐. 시간 좀 걸릴거 같네."

그애는 내 질문에 대충 대답하고는 나를 거실로 밀고갔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로 청소기를 들고는 다시 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나는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애는 왜 도대체 우리집에서 이러고 있는건지 갑자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걔가 내방을 청소해준다면 일단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어차피 방청소 하기도 귀찮았으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찾아와서 내 방을 보고는 내 방을 청소하려고 하는걸까? 그러면서 내 머릿속은 별별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작업거는 방법이라거나... 아니면 내 귀중품을 훔쳐간다거나 하는거 아냐?'

그러면서 자꾸만 샘솟는 의심들, 사람을 봐도 첫날엔 화장으로 완전 떡칠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니까 연하게 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학교 앞에 찾아왔을때도 교복치마는 엄청나게 줄여 입고 있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안그래도 샘솟는 의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더욱,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뭔가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로 그러나 확인하려고 일어난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면서

"청소 끝!"

그애가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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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껌딱지같은 그애201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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