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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52화 (52/255)

우리 동네 야구팀-52화

"끝났다고?"

그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곧바로 내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혹시 뭘 훔쳐가거나 이상한 낌새가 없는지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했어. 필요없는것들은 다 버린거밖에 없어."

그애는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 내 모습이 웃겨보였는지 웃으면서 해명했다.

나는 진짠가 하는 의심의 눈빛으로 그애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일단 믿기로 하면서 둘러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나저나 어때? 확실히 좋지?"

내가 의심의 눈빛을 풀자 그애가 자랑이라도 하듯이 당당하게 물어봤다. 그 말에 다시 한번 방안을 둘러보니까 확실히 오늘 아침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가지런히 개어진 이불에 깨끗한 바닥, 무엇보다 필요없는 물건들이 버려지고 깔끔해진 책상까지. 확실히 많이 깨끗해진것 같았다.

나는 의외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원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애가 내쪽으로 얼굴을 확 내밀었다.

"뭐, 뭐야?"

나는 놀라면서 몸을 뒤로 뺴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는 그애. 그러면서 방 밖에서 겉옷을 챙겨입더니 내 겉옷을 들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나 오늘 피곤한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왜 너하고 같이 나가야 되는건데."

"왜에~ 같이 가장~"

나는 싫다는 의미로 무시했지만 그애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됬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나는 어떻게든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그래도 그애는 계속 내 옆에 붙어있었다. 그렇게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쳐다본 시계, 그리고 아직 점심을 안먹어서 그런지 조금씩 배도 고파오고 있었다.

"밥도 먹어야되고... 가자."

결국 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옷좀 갈아입는다면서 그애를 방 밖으로 내보낸 다음에 문을 잠궜다. 그리고 대충 티셔츠에 후드 가디건, 그리고 아래에는 아무 바지나 주워입은 다음에 다시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그애가 날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옆구리에 팔을 둘렀다.

"뭐, 뭐해?"

나는 당황하면서 재빨리 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놀란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진정이 되었을 즈음, 이번엔 그애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는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상황, 다행히 문은 제대로 닫았지만 신발은 게속해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선 그애, 나는 그사이에 잽싸게 신발을 제대로 신었다.

신발을 제대로 신고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손을 붙잡는 그애,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그 안을 감싸는 어색한 기운, 하지만 나만 느껴지는건지 그애는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봐."

멀쩡한척 하면서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내 머리로 향해오는 손 하나,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야, 야, 머리, 머리망가져."

"뭐, 어때. 어차피 거기서 거긴데."

내가 싫은 기색을 보이자 그애는 더욱더 내 머리를 쓰다듬기, 아니 이제는 거의 헝클어트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그러자 그애는 다시 내 손을 잡고는 아파트 밖으로 걸어나갔다.

밖으로 걸어나오자 어디론가 향하는 그애, 나는 대충 배만 채우면 상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말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큰 길가로 나와자 점점 어디로 가는지는 조금 궁금했다. 그러면서 그애를 살짝 쳐다봤다.

"어디로 가는거야?"

"나도 몰라. 일단 나온건데."

아, 혹시나 했다. 그애의 무책임한 대답에 나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어쨰 애랑만 있으면 뭔가 만사가 귀찮아지고 복잡해지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어디로 갈지는 내가 골라야 되는 상황, 일단 나는 지갑을 한번 꺼내봤다. 지갑에는 만원권이 세장, 오천원, 천원이 각각 한장씩 들어있었다,

"뭐먹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이 주변에 왠만한 곳은 다 있으니까 메뉴는 평범하기만 하면 별 문제는 없었다. 문제라면 난 지금 딱히 먹고싶다는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뭐 먹고싶은거 있냐."

"사줄거야?"

"아니."

내가 단칼에 거절하자 그애가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환한 얼굴로 돌아오면서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어때?"

그애가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니까 보이는 한 돈가스집,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애가 다시 나를 이끌면서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 그 앞에 메뉴판이 놓여있었다. 나는 일단 한번 펼쳐보고는 슬쩍 둘러보다가 다시 덮었다. 어차피 난 방금 막 치즈 돈가스가 땡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딱히 볼 필요가 없었다.

그애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지, 아니면 이미 정한건지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침 옆으로 지나가던 직원을 조용히 불렀다.

"저기요."

"네."

"치즈돈가스 두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대답한 다음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직원이 가고나자 살짝 내 눈치를 보는 그애.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이제 주문한 음식이 나올댸가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 단둘이 있는건 아니라서 덜했지만, 서로 마주앉아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더더욱 어색한것 같았다.

하지만 그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냥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물론 내가 다 밀어내면서 거절했지만.

"그런데 너네 오늘 왜 집에 있었어? 학교는 안갔어?"

그애는 이제서야 그게 떠올랐는지 나에게 물어봤다. 그나저나 참 빠르게도 물어보네.

"오늘 전교생 상대로 야구시합했어."

나는 대충 대답하고는 테이블 위에 그대로 엎드렸다. 그러자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는 그애, 결국 난 어쩔수없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만해."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면서 경고했다. 하지만 내 경고는 그닥 소용이 없었는지 그애는 계속해서 웃고만 있었다.

"나 에쁘지?"

헝클어진 머리가 대충 정리됐을 무렵, 갑자기 그애가 나에게 물어봤다.

그애는 확실히 예쁘긴 에뻤다. 지금 보니까 화장으로 떡칠은 안한거 같은데,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행동이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제일 싫어하는 머리 빈 날라리. 맨날 화장만 해대고, 딱 질색이다. 그래도 뭐 솔직하게 말할건 말해야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예뻐, 예쁜건 맞아."

"그 성의없는 말투는 뭐야? 그리고 예쁜건 맞아? 뭐가 이상한건데?"

내가 대답하자 그애가 조금 인상을 찌푸리면서 나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예쁘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건지. 괜히 대답한것 같았다. 그냥 엎드려서 잠이나 잘걸.

나는 잡생각들을 하면서 그애의 쏘아붙이는 말들을 모조리 다 무시해버렸다. 그러자 내내 얼굴 앞으로 확 다가오는 어떤 물체, 다시 고개를 돌리니까 그애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뭐, 뭐하는거야?"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냈다. 그러자 더욱더 들이대는 그애, 그러면서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우하고 그래?"

"그게 아니라... 일단 얼굴보터 좀 치워."

내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애는 그제서야 고개를 뒤로 빼냈다. 그리고 잠시뒤 나온 음식, 나는 아무말도 없이 열심히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애도 먹는데 신경이 쓰이고 있는지 별말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중간주간 슬쩍 나를 쳐다보긴 했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자, 아~"

그렇게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내 앞으로 포크 하나가 내밀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까 그애가 돈가스 조각을 찍어서 나에게 내밀고 있었다.

"됐어."

나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는 얼른 먹고 나가기 위해서 남은 음식들을 흡입하듯이 해치워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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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익숙한 얼굴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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