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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53화 (53/255)

우리 동네 야구팀-53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밖은 여전히 밝았다.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해보니까 시간은 약 2시반 정도. 아직도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지금 집에 간다면 딱히 할것도 없었다. 피곤하고 딱히 할것도 없고, 그렇다고 지에 가서 잔다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것 같았다. 그러면서 멍하니 거리만 쳐다봤다.

"같이가~"

멍하니 서있던 도중, 그애가 뒤늦게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번엔 매우 자연스럽게 깍지까지 끼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애를 쳐다봤다. 그러자 같이 쳐다보는 그애. 그때, 꽤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얘랑 놀아주는 김에 시간도 떄우면 되겠는데?'

얘라면 충분히 시간을 때우고도 남을것 같았다. 어차피 맨날 노는애니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알테고, 그렇다면 충분히 시간도 때울만했다.

거기다가 지금 내 친구들은 전부다 학교에 있을터, 우리학교 애들은 아마 전부다 피씨방에 있을거다. 그러니까 어차피 지금 같이 있을만한 사람은 단 한명뿐. 얘밖에 없었다.

"야."

"응?"

내가 부르자 그애가 곧바로 대답했다.

"오늘 시간 되냐?"

"응! 돼! 완전돼!"

그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외쳤다. 왠지 그러는 모습이 주인 앞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 같아보였다.

"그럼 나 오늘 하루동안 좀 놀아줘봐."

"진짜?"

나는 진짜라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엄청나게 좋아하는 그애. 그리고는 내 손을 잡은채로 바로 옆에 보이는 지하철역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약 한시간 가까이 지하척을 타고 면홍동에 도착한 우리 둘. 나는 혹시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슬그머니 손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붙잡히는 내손, 다시 손을 빼내서 주머니에 넣어봤지만 그러자 이번엔 팔짱을 끼면서 걷기 시작했다.

"야,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뭐, 어때."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애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애는 볼테면 보라는듯이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하아...'

결국 난 포기하고 주변이나 둘러봤다. 어느새 주변에는 어느새 하교시간이 된건지 곳곳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혹시 아는애라도 있을까 싶어서 곁눈질로 쳐다봤지만 그애는 정말로 신경따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야,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한참을 걷다가 궁금해진 나는 그애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그애는 조금만 더 가면 알게 될거라면서 알려주지 않았다.

난 이상한데면 아니면 되니까 다시 입을 닫았다. 그뒤로 계속 걸어가는 우리둘, 그러다가 갑자기 그애가 걸음을 멈춰섰다. 나도 같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애가 보는곳을 쳐다봤다.

그애가 쳐다보는곳은 어느 한 건물이었다. 그리고 위로 크게 처져있는 그물망, 간판을 보니까 타격, 투구 연습까지 전부다 가능한 야구 연습장이었다.

"뭐야, 이동네에 이런게 있었어?"

"최근에 지어졌어."

"음..."

나는 그 커다란 모습에 넋을 놓고서 쳐다봤다. 우리 동네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규모에다가 맑게 들려오는 나무배트와 알루미늄 배트의 타격음, 그리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이 꽂히는 소리가 매우 설레게 들려왔다.

"들어가자."

내가 가만히 서서 구경하던 도중, 그애가 다시 나를 끌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투구 연습장으로 걸어갔다.

나는 들어와서도 주변을 구경하느라 눈알이 쉴새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격 연습장은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꽤나 차있었다. 그리고 다들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번트 연습을 하는지 배트 가운데를 잡고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리고 조금 걸으니까 도착한 투구 연습장. 여기는 타격연습장에 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보였다. 그리고 하는 사람들도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너 던지는거 한번 보여주면 안돼?"

그애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한번 쳐다봤다. 물론 나도 이런곳에 온 이상 꼭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하는동안 던진 공은 개수는 약 50개,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빠르게 늘린 덕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투구수가 아니었다. 난 오늘 경기를 뛰어서 피곤했고, 돌아오는동안 의자에서 졸았었다. 그러면서 조금 피곤함이 해소됬다고는 해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온김에 한번 던져보고 싶었다. 결국 난 투구연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옆에 걸려있는 글러브를 꺼내든 다음에 붙여진 설명서대로 천원짜리 지폐 두장을 넣었다.

드르릉- 덜컹-

돈을 넣고 조금 있자 옆에 긴 관을 통해서 공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 아무 공이나 하나 집어들고는 발판같아 보이는 곳 앞부분에 오른발을 댔다. 그리고는 어깨를 돌리면서 살짝 움직이면서 풀어준 다음에 살살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팡-

다행히 공은 존 안으로 잘 들어갔다. 그리고 옆을 쳐다보니까 찍혀있는 77km. 힘을 거의 안주고 던졌으니까 그럴만 했다.

"뭐야, 그정도밖에 안돼? 김시헌이 너 맨날 100km 찍는다는데, 그거 다 뻥이야?"

고개를 돌려보자 그애가 실망을 하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 살살 던진거 안보이나, 나는 살짝 자극을 받고 조금씩 세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번더 던지자

파앙- 삑-

[100km]

힘들게 100km를 찍을수 있었다.

"우와, 진짜네..."

"후아... 나를 뭘로보냐..."

100km를 찍고 고개를 돌려보자 그애가 신기한건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란 거는 나도 마찬가지, 한 90대 중반까지만 나올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잘나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입가에 걸리는 미소, 그러면서 피곤한것도 잊은채로 다시 공 하나를 집어들면서 계속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분뒤, 개수를 다 채웠는지 더이상 공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정도면 다 끝난것 같아서 문을 열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그애가 자석처럼 내 옆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면서 몸까지 완전히 밀착시켯다.

"야, 더운데..."

"내가 시원하게 해줄게."

내가 덥다고 하자 그애는 나에게 입김을 불어주기 시작했다.

"아 됐어. 그나저나 이제 뭐할거야? 설마 게속 던지라는건 아니지?"

나는 입김을 피하면서 그애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뭔가 망설이는 그애, 그런데 표정이 뭔가가 이상했다.

뭔가 꺼려지는게 있는듯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이내 사라지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뭔가가 수상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뭔지 알아낼수는 없었다. 거기다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거 같았다. 그애가 무슨 일이 있건간에 나는 별로 관심 없었다.

"아, 잠깐. 나 화장실좀 갔다올게. 어디 도망가지마!"

내가 가만히 있는 사이, 그애는 화장실이 급했는지 나를 그대로 둔채로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나. 그냥 집에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그애를 기다리면서 여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에 있는 투구 연습장은 깔끔해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수가 따로 앉을만한 자리도 있어보였다. 아마 사회인야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듯 싶었다.

그리고 출구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타격연습장, 규모도 크고, 구속도 130km까지 다양하게 있는걸 보니까, 앞으로 종종 여기서 훈련해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둘러보는 와중에도 돌아오지 않고있는 그애, 도대체 뭘 하는건지. 그러면서 애꿎은 휴대폰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자

"어...?"

뭔가 매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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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재회, 질투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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