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55화
"갑자기 왜 나오고 그러는건데? 왜! 뭐 때문에!"
그렇게 밖으로 끌려나온 나는 사람들이 없어보이는 골목길로 들어가자 그애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만난건데, 그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얘가 다 망쳤다. 전부 다 망쳐버렸다. 그러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애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만나길 바랬고 그랬는데... 너 때문에 그애가 오해했으면 어떡할건데? 어떡할거나고!"
그러면서 점점 더 높아지는 언성과 커져가는 목소리, 그애는 묵묵히 내 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을 참고 있는것 같았다.
"하아..."
그렇게 화를 내기를 몇분, 나는 지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진 기분, 그제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애를 쳐다보니까 그애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랑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고개를 아래로 숙여버렸다.
"그애... 때문인거지...?"
그애가 고개를 숙인채로 간신히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걸 그애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싫은거지..? 그런거지...?"
그애는 이젠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뒤로 돌아서서 아무말도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애를 가만히 선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여운이랑 연락할수 있다는 것과, 더이상 그애가 달라붙지 않을것 같은 예감에 속으로 기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찝찝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면서 그애가 불쌍한 생각도 조금 들기는 했지만, 그런 생각들은 이미 다 지워져버렸다. 이제 다시 여운이를 만날수 있으니까, 서로 마주보면서 웃을수 있으니까. 난 그걸로 됐다. 행복했다.
*
그뒤로 며칠이 지나서 5월 11일 월요일, 나는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서 애들이랑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분명 3월에는 이 고립된 자리, 아는 얼굴도 얼마 없는 곳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걱정했지만, 4월이 되면서 점차 적응할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번 경기로 인해서 나를 포함한 우리 팀원들은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처음엔 조금 견제나 왕따를 시키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게 친근감의 표시인걸 알고서 편하게 느껴지는 애들. 그러면서 반에도 잘 녹아들어갔다.
드르륵-
"안수혁!"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와중, 교실 앞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까 담임이 얼른 나가보라는 제스처와 하고 있었다.
나는 담임의 말대로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교장, 담임은 내 등을 살짝 밀면서 얼른 교장에게 가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난 담임의 말대로 교장에게 걸어갔다.
"음, 안수혁 학생, 주말은 잘 보냈나?"
교장 앞으로 가자 교장이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안부를 물어봤다.
"네, 최고의 주말이었습니다."
교장의 말에 나는 여운이를 떠올리면서 활짝 웃었다. 그러자 흐뭇해하는 교장의 표정, 살짝 오해가 있는것 같았지만 별로 문제될건 없어보였다.
"아, 내가 오늘 자네에게 뭔가 얘기하려고 하는데, 잠깐 교장실로 따라올수 있겠나?"
교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담임을 쳐다봤다. 그러자 뭔지도 모르면서 괜히 고개를 끄덕이는 담임, 학교 실세라는 사람이 뭘 그렇게 교장을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어쨌든 담임이 고개를 끄덕이자 교장은 말없이 교장실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교장의 뒤를 따르는 나. 그리고 교장실에 들어가서 소파 한쪽에 앉았다.
내가 소파에 앉자 교장은 자기 자리에서 무슨 서류같은 종이를 한장 꺼내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 스윽 내밀었다. 나는 뭔가 하면서 그 종이를 들고서 한번 살펴봤다.
"내가 오늘 자네를 부른 이유는 그것 때문일세."
"음... 황룡기 전국 동네야구대회요?"
"그래, 그걸세."
내가 확인차 물어보자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의 말을 들은 나는 조금더 자세히 그 종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각 지역별로 조를 나눠서 조별리그를 치르고, 그뒤에 전국대회를 출전하는 형식이었다.
참가 제한은 중학생 혹은, 14세~16세의 사람들이면 누구나 팀을 만들어서 참여가 가능한 형식이었다.
그리고 전국대회는 32강부터 시작되며, 4등팀은 상금 2000만원, 3등팀은 3000만원, 2등팀은 5000만원, 마지막으로 우승팀은 체육 특기생의 자격증과 함께 상금 1웍원을 준다고 쓰여있었다.
'음... 일단 나쁘지는 않네.'
종이를 다 읽어본 다음에 가장 먼더 든 생각이었다.
기왕 팀이 있는김에 시합도 하고, 대회도 나가면 우리야 좋았다. 그런데 여태까지의 문제는 딱히 시합할 상대나 대회가 없었다는것. 그런데 마침 이렇게 대회가 생긴다면 우리야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음... 좋은데요?"
"일단 처음이나까 목표는 대충 본선까지만 생각하고 있다만... 어떠나, 괜찮나?"
"네, 그정도면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어차피 동네야구라서 수준이 그렇게까지는 높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신청하겠네. 이만 돌아가보게나."
"네."
교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 업무 책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조심히 일어나서 교장실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내 앞에 서있던 감독, 그리고 나랑 눈이 마주쳤다.
"어, 너도 불렀냐?"
감독은 유니폼을 입은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유니폼 한가운데에 박혀잇는 알파벳 D. 순간 나는 왜 팀명이 D.라이더즈인지 궁금했던게 떠올랐다. 그리고 감독에게 물어봤다.
"아, 감독님. 근데 우리팀 이름이 왜 D.라이더즈에요?"
"아, 그거? D는 동네, 라이더즈는 야구할때 달리니까 라이더즈라고 했는데. 왜?"
"음... 네이밍 센스 진짜 구리네요..."
"뭐 임마?"
내가 감독의 구린 작명센스에 실망하자 감독이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그러다가 안에서 교장이 부르자 부랴부랴 교장실로 들어갔다.
감독이 들어가자 나도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그리고 교실 문을 열자 나에게 쏠리는 시선, 그리고 담임이 나에게 뭔가를 물어봤다.
"무슨 얘기했냐? 혹시 뭐 사고치거나 그런건 아니지?"
담임은 도대체 뭘 걱정하는건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냥 교장이 뭔가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아무에게도 애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담임, 그리고 애들은 그런 담임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거나 각자 할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딱히 할일도 없어서 그냥 책상위로 몸을 엎드렸다. 그러자 옆에서 나를 흔드는 손 하나. 뭔가 하면서 고개를 돌려보니까 내 옆에 앉은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나는 무슨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애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애는 호들갑을 떨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저기, 그 너네팀 감독 있잖아, 가까이서 보면 잘생겼지? 성격도 좋지?"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인지.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애가 다시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일단 잘생기긴 했지. 그런데 성격은... 그래 괜찮네."
"그치? 거봐! 내말이 맞잖아!"
"성격은 그닥 별로일거 같은데..."
"그렇게 잘생긴 사람 치고 성격 나쁜사람 없다니까?
내가 대답을 하자 그애는 이내 자기 친구들이랑 호들갑을 떨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참 한심하게들 무슨짓인지. 어차피 지들이랑 이뤄질 확률도 전혀 없는데.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잠시동안의 꿀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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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애들 프로필(2)2015.03.21.
우리 동네 야구팀-애들 프로필
* 수치는 55화(황룡기 전국 동네야구대회 편) 기준입니다
안수혁
포지션-투수(주장)
평균구속-94~97km/h
투구폼-쓰리쿼터(오버와 사이드 사이)
구종-직구, 커브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소심하고, 기가 잘 죽지만, 열정적이고 성실함. 전동네 에이스. 팀을 어떻게든 보존시키려고 노력함. 팀의 일등공신이자 팀의 실세.
임종빈
포지션-포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무난하고 나름 든든한 타입, 딱히 날카로운 부분은 없음. 현재 아버지의 반대로 야구를 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음
임성빈
포지션-2루수
타격, 수비-우투 양타
성격, 특징-잘 모르는 사람에겐 약간 까칠한 타입. 오른쪽 발목에 고질적 부상이 있음. 현재 아버지의 반대로 야구를 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음
김산욱
포지션-1루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주먹이 잘 나감, 그리고 엄청난 힘으로 자신에게 까부는 애들을 자주 제압함. 운선이가 자꾸만 가슴을 만지려고함.
이호진
포지션-유격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소심함. 그리고 조용함. 그래도 할만은 하는 성격, 수비력이 장난 아님. 팀내 에이스급. 처음에 비해서 팀에 잘 녹아든 모습이 보임
이운선
포지션-중견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활발함, 그리고 가끔씩 같이 다니기 쪽팔릴 정도로 병신같은 행동을 자주함. 산욱이의 가슴을 자주 노림.
이영훈
포지션-우익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완벽한 범생이. 운동신경은 제로, 유리몸. 그리고 순수함. 마마보이 기질도 있음
오선민
포지션-3루수
타격, 수비-우투 우타
성격, 특징-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느낌이 있음. 하지만 생각보다 여린 성격. 학교 배드민턴 선수. 야구랑 병행중
정상민
포지션-좌익수
타격, 수비- 우투 우타
성격, 특징-약올리기를 잘하며, 매우 활기찬 성격. 애들을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잘 띄운다. 본편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 과고 준비하는중.
유용식
포지션-감독
리더십-최상급의 소통력으로 나름 잘 이끌거 가고 있음.
소통력-최상급, 동네 친한 형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만만해 보이는 느낌은 없음.
선수조련-선수들이 호응만 잘해주면 꽤 하는편.
작전, 용병술-아직 밝혀진바 없음.
성격, 특징-프로선수출신,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프로에서 은퇴하고 거의 무명에 가까운 팀들의 감독, 코치칙을 맡다가 D.라이더즈의 감독을 맡게됨.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진지한 성격임.
김석언
포지션-스폰서(개원중 교장)
주로 하는일-수혁이나 용식이 필요하다고 하는것이나 부탁하는것을 들어주는것.
성격, 특징-학창시절에는 뛰어놀고, 몸을 움직이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요즘 애들이 공부만 하고 학원에 박혀있는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 참된 교육인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절대로 꼰대짓을 하지 않는다. 훈화가 매우 짧고,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이벤트를 펼쳐서 교내 평가는 좋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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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반대, 설득(1)201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