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56화
그뒤로 수업이 다 끝난뒤의 운동장, 그곳에는 나를 포함한 우리팀, 그러니까 D.라이더즈 선수들과 그 앞에 감독이 서있었다.
"흠..."
감독은 나란히 한줄로선 우리들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는 첫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 우리가 대회를 나가게 됐다!'
"네?"
감독은 뭔가 빙 돌아가거나 뭔가 다른 설명도 없이 그냥 교장에게 들은 그대로를 전달했다.
"뭐야, 갑자기 무슨 대회?"
"우리가 나갈만한 대회가 있기는 있어?"
"나갔다가 망신만 당할거 같은데..."
그리고 역시나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웅성거리는 애들, 하지만 감독이 소리치자 모두들 조용해졌다. 그리고 감독은 평상시 말투와는 다르게 매우 권위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세부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갈 대회는 이번에 대한야구협회에서 아마야구, 그중에서도 동네야구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대회라고 한다."
"동네야구요?"
감독이 한마디 하자 운선이가 손을 들면서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우리가 나가는 대회의 정식 명칭은 '황룡기 전국동네야구대회'. 우리는 그곳에 출전하게 된다."
"전국대회요?"
"그렇다. 하지만 기껏해야 동네야구 수준일거다."
"헐, 대박."
"야, 동네야구여도 전국이면 엄청 빡센거 아냐?"
"교장이 미쳤네."
감독이 질문에 자세하게 설명해줄수록 애들은 점점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듯한 모습이 아닌, 놀라움과 두려움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자, 조용!"
그렇게 소란스러운 우리들을 휘어잡은건 감독, 하지만 그 이후로 할말이 없었는지 자꾸 헛기침만 해대고 있었다. 아마 자기도 오늘 급하게 들은거라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우지지 않은것 같았다.
'진작에 생각 안하고 뭐한거야...'
결국 난 작게 한숨을 쉬면서 감독 옆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애들쪽으로 몸을 돌렸다.
"감독님, 잠깐 제가 애기해도 되죠?"
나는 그렇게 물어보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가 처리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감독도 그걸 눈치챈건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발짝 옆으로 물러났다.
후, 나는 일단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애들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내 계획을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일단 우리들이 나가는 대회는 말 그대로 전국대회야. 하지만 처음부터 전국대회는 아니라는거야."
내 말에 애들은 일단은 내 얘기를 들어보자는 자세인지 아무말도 하지않고 내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새에 애들이의 집중력이 다시 흐트러질까봐 얼른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전국을 4개로 나눈 다음에 거기서 4팀씩 4조가 들어가. 그리고 거기서 리그전을 한 다음에 상위 두팀만 전국대회에 진출, 운만 조금 따르면 전국대회까지는 갈수도 있어."
"그런데 우리가 거기 나가서 얻을수 있는게 뭔데?"
내 말이 끝나자 선민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 보상, 확실히 보상이 있어야지 의욕이 생기기는 하지. 그러면서 나는 왼손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1억, 우승하면 상금 1억이야. 그리고 추가적으로 야구 특기생 자격증까지 준대. 고등학교 야구부에 원서를 넣을수 있다는 거지."
"...!"
내가 보상을 말하자 모든 애들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돈의 힘은 엄청나게 위대한것 같았다. 나는 이제 됐다는 생각으로 애들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는 앞으로읙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평일 매일마다 훈련할거야. 우선 원래 모이는 월, 수, 금요일은 체력 위주로 하거야. 그리고 화, 목요일은 기술이나 기량 위주로 훈련을 할거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감독을 슬쩍 쳐다봤다. 사실 이 훈련 일정은 내가 즉흥적으로 생각해낸것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아직 감독이 허락하기는 커녕, 아예 모르고 있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감독은 내 생각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보고 이제 들어가라는 눈짓을 했다. 이제 자신이 알아서 한다는 뜻인것 같아보였다.
나는 감독의 말대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다시 우리들이 앞에 서있는 감독, 그리고는 크게 외쳤다.
"얘들아, 우승하고 싶지 않냐? 1억, 그러니까 개인으로 1000만원씩 가지고 싶지 않냐?"
감독이 크게 소리치자 애들은 아무말도 없이 감독을 쳐다봤다. 그러자 조금 뻘쭘해 하는것 같은 감독, 하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까짓거 우승 한번 해보자! 우리 못할게 뭐가 있냐? 안그러냐? 우린할수있다! 우승하자!"
감독이 오른팔을 들어올리면서 외치자 애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감독의 의미는 분명히 화이팅을 하자는 것일터, 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일단 외쳐야 하긴 하겠는데, 일단 애들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나서려고 하는순간
"우승하자!"
"화이팅!"
성빈이하고 종빈이가 거의 동시에 한쪽팔을 들고서 소리쳤다. 그리고 그제서야 다함께 외치는 애들, 나도 그런 애들을 따라서 크게 외쳤다.
"우승하자!"
*
훈련이 끝나고도 남았을 그날 저녁, 어느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 어느 한 가족이 모여서 티비를 시청하고 있었다.
거의 40대에서 50대로 보이는 중년부부, 그리고 남자 쌍둥이와 그 밑에 남동생 하나. 그들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가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뭔가가 불편한건지, 아니면 뭔가 눈치가 보이는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중년부부의 눈치를 보는 쌍둥이,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아버지."
"왜 그러냐."
아버지라는 사람이 낮은 음성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단순함 움직임에도 그들은 왠지 아버지라는 사람의 기세에 눌려서 말 한마디조차 꺼내지 못할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할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들. 그리고는 간신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저, 저랑 성빈이형이 대회에 나갈건데... 그래서 연습을 해야되서 당분간 학원을 조금 빠져야 될거 같은데요..."
간신히 꺼내고 꺼내서 겨우 나온 한마디, 하지만 그들의 예상대로 아버지라는 사람의 얼굴에는 잔뜩이나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슨 대횐데?"
하지만 아직은 참고 있는건지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세부사항을 물어봤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 무서운지 입술만 움찔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동생. 그러자 이번에는 형 성빈이가 나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종빈이랑 그... 전국 야구대회... 나갈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도 역시 긴장되고 매우 떨리는지 간신히 말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인상이 찌푸려진 아버지. 이럴때 크게 소리치면서 화를 내는게 평상시 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에서인지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설마 될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하기 시작했다.
"안돼. 그딴 생각 하지도 말고, 얼른 성적 올릴생각이나 해라."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예상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둘은 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걸 그냥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평상시처럼 화만 내는게 아니라 뭔가 답답함을 나타낸것 같은 한숨소리. 그것 때문인지 더이상 매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둘도 힘없이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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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반대, 설득(2)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