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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57화 (57/255)

우리 동네 야구팀-57화

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운동장. 원래대로라면 총 10명의 사람이 있어야 했지만 오늘은 8명만 서있엇다.

이미 집합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두사람, 쌍둥이였다.

"야, 뭐야. 걔네 왜 안와?"

"나도 몰라. 오늘 연락도 없던거 같은데."

모두들 처음엔 조금 낮나보다 생각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둘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모두들 점점 지쳐가는지 자기들끼리 애기를 하거나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어, 얘네 지금 학원이네?"

그렇게 몇분 정도가 지났을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던 영훈이가 뭔가를 발견했다. 그러자 뭔지 확인하려고 순식간에 모여드는 모두들. 나도 확인하려고 고개를 스윽 내밀었다.

영훈이가 보고 있던 화면에는 성빈이가 보낸 문자가 보였다. 늘 불만이 있으떄 짓던 표정으로 궁시렁 거리고 있는 영훈이. 나는 일단 내용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려다 오히려 학원에서 더 썩어나게 됐고, 앞으로 야구를 하지 못할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다 모두들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리거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특히 감독은 굳거나 찌푸려지는 정도가 아닌, 뭔가 위기감이라도 느낀건지 겉으로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잇지만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실 그럴만한게 우리랑 다르게 감독은 자신의 생게도 걸려있는 문제였다. 확실히 불안해할만 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감독과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화를 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애네들이 없으면 우리팀이 망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했고, 성득에 설득을 거치면서 간신히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합을 하고 기적적으로 이기면서 어느정도의 끈끈함을 만들어 내는데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운좋게 스폰서까지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 왠만한 고비는 다 넘긴듯 싶었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고, 때로는 당돌해 보이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 팀을 여기까지 만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망칠수는 없었다. 아니, 망치기 싫었다. 어떻게든 이 팀을 그대로 끌고가서 대회에 나가고 싶었다. 야구를 더 하고 싶었다.

지금 애네가 나가고 다른 선수들을 들여온다고 해도 팀웍을 처음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 그리고 걔네들만큼의 실력이 있다고 장담하지도 못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 팀원이고 우리 동료다. 부모님의 반대, 학원 따위에 소중한 팀원을 잃을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지금 기분 같아서는 곧장 쌍둥이의 부모님을 설득하러 찾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버릇이 없어보일수도, 학생이라서 효과도 없었다. 감독님이 같이 간다면 모를까, 나 혼자서는 안되는 영역이었다.

그렇다면 감독의 동의를 구하면 불가능을 아닐터,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감독에게 걸어갔다.

"감독님, 어떡하실 거에요?"

"..."

내 물음에 감독은 눈을 감은채로 아무말도 없었다. 아마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할만한 방법을 생각중인것 같았다. 나는 감독의 답을 기다리면서 혼자 머리를 굴려보기 시작했다.

일단 답은 간단하다. 쌍둥이의 부모님을 설득하면 된다. 아니면 조금 편법이기는 해도, 학원을 찾아가서 몰래 빼낼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학원 입장에서 절대로 그러리는 없고, 결국엔 그 부모님을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답이 아닌 풀이방식, 과연 어떻게 설득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고 있었다. 무작정 찾아가서 설득한다고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묘수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혼자서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감독이 생각을 다 마쳤는지 눈을 떴다. 그런데 평상시랑은 다른듯한 진지하면서 각오가 담겨있는 표정이었다.

"직접 찾아가자."

"네?"

감독의 말에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애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독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직접 찾아가고,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어."

감독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기로도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애들도 감독의 진지한 표정 떄문인지 아무말없이 수긍하고 있었다.

"영훈아, 얘네 학원 몇시에 끝나니?"

그렇게 의견이 결정디자 감독이 영훈이에게 물어봤다.

"음... 아마 거의 8시쯤에 끝나니까... 8시 반이면 집에 도착했을거에요."

감독은 영훈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우리들을 쭉 한번 둘러봤다.

"오늘 훈련은 없다. 그리고 올수 있는 사람들은 오늘 밤 9시까지 여기로 집합이다!"

*

그렇게 오늘 훈련은 취소되고 밤 8시 50분, 나는 마침 막 학교 정문앞에 도착했다.

"왔냐?"

정문 앞에는 감독이 혼자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아마 애들은 아무도 오지 않은것 같았다. 하긴, 지금 이 밤중에 나올만한 애들이 많을리는 없겠지.

"허락은 받고 나왔냐?"

"운동한다고 하고 나왔어요."

"그러냐?"

내 대답에 감독은 간단히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서 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를 슬쩍 보고는 나에게도 육포를 건네줬다.

"받아."

"감사합니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육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씹으면서 누가 오지는 않는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몇분동안 기웃거렸을까, 세명정도 보이는 사람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자 누군지 구별이 가는 얼굴들, 호진이랑 운선이, 산욱이였다.

운선이는 오는길에 또 까불었는지 산욱이에게 응징을 당하면서 오고 있었고, 호진이는 그런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처음 3월과는 다르게 많이 적응하고 녹아든것 같은 모습이었다.

"빨리빨리들 와라!"

감독은 마치 자기 친구를 부르듯이 애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감독이랑 나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는 세사람, 마치 몇년동안 친하게 지낸 사람들 같아보였다.

나는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어느정도 유대감이 생겼다. 같이 훈련하고, 밥도 먹고, 시합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이제 또 다른 가족같다는 느낌이 요즘들어서 간간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느껴지는 이 기분,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쌍둥이를 더더욱 포기할순 없었다. 다시 한번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자, 나머지 애들은 못나온다고 미리 연락 왔었다. 그럼 가자!"

애들이 다 올라오자 감독이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이 감독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감독은 쌍둥이의 집은 미리 알아놓았는지 막힘없이 쭉쭉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약 20분 정도 걸으니까 도착한 한 아파트의 평범한 가정집, 감독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현관문을 조심스레 두어번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는문, 문 앞에는 종빈이가 서있었다.

"가 감독님...?"

종빈이는 우리의 기습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동공이 갑자기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서 나온 성빈이도 역시 우리들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긴 왜..."

둘은 놀라면서도 우리가 왜 왔는지 전혀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설마 설득하러 왔냐고 물어보는것 같았다. 지금 둘의 얼굴에서 딱 드러났다.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보면 모르겠냐. 설득하러 왔지. 일단 비켜봐. 들어가보게."

감독의 말에 쌍둥이는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감독을 가장 맨 앞으로 해서 우리들 모두 다같이 쌍둥이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끄러워진 현관, 그리고 소리 때문인지 누군가가 현관쪽으로 걸어왔다.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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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반대, 설득(3)201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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